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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김효선 vs.박성희, 간호사 탱크와 똑순이 싸움꾼의 격돌

(1)김효선.jpg  '간호사 파이터'로 유명한 챔피언 김효선은 탱크같은 전진압박을 즐긴다.
맥스FC


맥스FC는 기존 입식단체들과 다르게 여성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단순히 여성부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수준을 넘어 남성부와 동등한 선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량과 열정만 있다면 나이, 성별, 출신 등을 일체 따지지 않겠다는 대회사 모토와 딱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지난해 2명의 걸출한 여성 파이터가 간판급으로 떠올랐다. 현 여성 밴텀급(-52kg) 챔피언 '간호사 파이터' 김효선(38·인천정우관)과 퀸즈리그 우승자 '똑순이' 박성희(22·목포스타)가 바로 그들이다. 걸출한 기량은 물론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까지 가지고 있는지라 올해도 여성부를 이끌어갈 주역들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냉정한 링 안에서 주인공은 결국 한명 뿐이다. 김효선과 박성희는 다음달 1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서 개최될 맥스 FC07 'All For one'대회서 메인이벤트를 장식한다. 챔피언 김효선에게 박성희가 도전하는 밴텀급 챔피언 1차 방어전이다.

나이를 잊은 김효선표 탱크 파이팅, 근거리에서 박살낸다

김효선은 엄청난 열정과 투지를 바탕으로 2016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55kg 여성 밴텀급 토너먼트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간판스타 '격투 여동생' 전슬기(24·대구무인관)였다. 김효선도 빼어난 실력자로 꼽히고 있었지만 파이터로서 나이가 많은지라 아무래도 젊고 상승세를 타고 있던 전슬기 쪽에 무게가 실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여름휴가를 '무에타이 본국' 태국의 미나요틴 체육관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것으로 대신했을 정도로 의지가 남달랐던 김효선은 결승전에서 전슬기를 압도적으로 제압해버렸다.

김효선과 전슬기는 파이팅 스타일이 극과 극이다. 김효선은 시종일관 전진스탭을 밟으며 쉴새없이 난전을 벌이는 이른바 '진흙탕 싸움'에 강하다. 근거리에서 치고받으면 좀처럼 밀리는 법이 없다. 이른바 '탱크 스타일'이다.

반면 전슬기는 비교적 깔끔하게 경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거리싸움을 하다가 다가오는 상대에게 카운터를 치고, 설혹 치고받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자신은 덜 맞고 상대를 많이 때리는 식의 기술적 공방전을 선호했다. 두 선수 역시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잘 알고 있었다. 몸에 배인 패턴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각자 자신이 익숙한 쪽으로 경기를 끌어나가는 선수가 유리할 것은 자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난전에 익숙한 김효선은 전슬기 전에서는 더욱 거칠고 강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빠르게 스탭을 밟으며 삽시간에 김효선과의 거리를 좁혔고 흐름 자체를 철저하게 자신 쪽으로 잡아갔다. 조금만 거리가 있으면 펀치와 킥을 난사하며 전슬기에게 숨쉴 틈을 주지 않았다.

전슬기가 타격 타이밍을 잡았다 싶으면 클린치를 하며 육탄 몸싸움을 벌였고 씨름선수처럼 엉켜서 짜증나게 하는 등 페이스를 통째로 흔들었다. 특히 거리만 잡혔다하면 쉴새없이 이어지는 니킥공격은 전슬기를 이른바 멘붕 상태에 빠트렸다. 정상적 리듬 자체를 가져갈 수가 없었다.

자신의 리듬을 잃어버린 전슬기는 평소보다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어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김효선은 계속해서 바디를 노렸다. 그렇지 않아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전슬기는 계속된 바디공격에 결국 4라운드 55초 경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공격 방식은 뜨거웠지만 멘탈은 냉정한 김효선의 무서움을 확인한 한판이었다.

1 박성희.jpg  도전자 박성희는 똑부러진 성격을 바탕으로 싸움꾼 기질이 돋보이는 젊은 피다.
맥스FC


1호 탱크 정지시킨 박성희, 두 번째 탱크도 잡아낼까?

지난해 하반기 맥스FC가 심혈을 기울여 진행했던 '퀸즈리그'의 최종 승자는 박성희였다. 최하나(21·군산엑스짐), 캐롤라인 샌드(30·울산 무에타이신의), 김소율(22·엠파이터짐) 등 만만치 않은 여성 파이터들이 각축을 벌였던 가운데 박성희가 우뚝 솟아올랐다.

박성희와 '불도저 소녀' 김소율의 결승전은 김효선, 전슬기의 챔피언 결정전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김효선이 무한압박전술을 통해 전슬기를 박살냈다면, 박성희는 자신의 타격거리를 잘 잡아 때리는 싸움꾼 패턴으로 탱크같은 김소율을 잡아냈다. 각각 가장 최근 경기에서 상대방 스타일을 물리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을 보면 김효선 쪽에 무게감이 조금 더 실리는게 사실이다. 김효선은 압박전술을 통해 전슬기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반면 박성희는 이기기는 했지만 김소율에게 적지 않게 고전한 바 있다. 킥과 펀치를 부지런히 내며 유효타 싸움에서 이겼으나 맞아도 맞아도 개의치 않고 전진하는 김소율의 인파이팅 역시 인상적이었다.

김효선은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김소율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끊임없이 전진한다는 점에서는 닮아있지만 김소율은 박성희에게 적지 않게 거리를 허용했다. 김소율이 원하는 것은 정면에서의 난타전이었지만 박성희는 스탭을 활용해 자신의 공간을 곧잘 확보했고 이로 인해 근소하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전슬기 전에서 보여준 김효선은 스탭까지도 나쁘지 않은지라 상대가 공간 확보를 못할 만큼 계속해서 근거리를 유지했다. 만약 박성희가 김소율과의 경기 때와 비교해 큰 발전이 없다면 자신의 거리를 잡지 못하고 고전할 공산도 크다. 노련한 김효선은 김소율과 달리 공간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성희는 한참 성장하는 젊은 선수다.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성장 폭이 달라질 수 있는 나이다. 김효선의 스타일을 연구하고 자신의 강점을 더 갈고닦았다면 반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이, 스타일, 캐릭터 등에서 확연히 다른 두선수가 펼칠 챔피언타이틀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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