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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erior Struggle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연재수 :
226 회
조회수 :
586,480
추천수 :
10,871
글자수 :
1,513,856

작성
13.08.17 17:00
조회
3,287
추천
50
글자
18쪽

7. Humblesse Oblige (8)

DUMMY

베르티나와는 어제 두 번 마주쳤고, 두번 다 좋게 끝나지는 않았다. 감히 평민인 내가 뻣뻣하게 구는 게 정말로 못마땅했는지, 베르티나는 생사대적을 만난 것처럼 내게 노골적인 적의를 품고 있었다. 그 느낌이란 그날 바로 자객이라도 보낼 것 같아서 그날 나는 잠을 자는 대신 명상과 운기로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내 우려는 단지 기우에 불과했다. 그날 밤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뭔가 일이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물론 그렇다고 겁이 나거나 걱정스러운 건 아니었다. 그녀가 어떻게 하든 내 힘으로 헤져나갈 수 있다고 믿으니까. 아니, 확신하니까.

“대체 넌 어딜 박혀 있다 온 거야?”

다음날 연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쥬비가 나를 발견하고는 냅다 뛰어와서는 나를 질책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란 내가 별관이 아니라 다른 곳에 머무른 탓에 날 찾느냐고 곤욕을 치렀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일은 생각지도 못했군. 나는 내 경솔함을 인정하고 담담히 사과를 건넸고, 그녀에게 간식과 음료를 갖다 주는 것으로 사죄를 대신했다.

“프란츠한테도 사과 똑바로 해. 걔도 널 찾느냐고 아침 못 먹었단 말야.”

쥬비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가져다 준 늦은 아침식사를 게 눈 감추듯 해치웠다. 정말로 배가 고프긴 했나보군. 선 자리에서 저걸 다 먹다니.

잠시 후 프란츠가 돌아왔을 때, 나는 미리 준비한 요깃거리를 내밀며 사과를 건넸다. 다행히도 프란츠는 쥬비처럼 극적으로 화를 내지는 않았고 그저 온화한 얼굴로 늦은 아침식사를 시작할 뿐이었다.

“아, 도군 찾았구나.”

토리나가 귀족들 응대를 마치고 오면서 활짝 웃는다. 어지간한 귀족은 어제 다 왔기 떄문에 토리나는 생각보다 일찍 우리에게 올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야 네 명이 다 모였군. 새삼스레 네 사람이 모였다는 생각에 익숙하지만 새로운 기분이 든다. 언제나 외톨이처럼 지내던 나날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이 더 즐겁다는 건 명백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말로 활기차고 아름답게 빛나는 소녀. 토리나가 있었다.

“미들스쿨 때부터 그랬어. 베르티나는 내가 평민출신이라는 이유로 날 계속 업신여겼지.”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토리나는 대수롭지 않게 모두에게 그녀의 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당연히 프란츠나 쥬비 둘 다 이 사실에 조금 놀랐을 뿐 평소와 다름없이 그녀를 대했다. 하기야 애초에 평민을 경원시할 것 같았으면 토리나는 두 사람을 같은 분대로 묶지도 않았겠지.

“그런데 도군. 어제 베르티나하고 또 부딪혔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야?”

토리나가 물었다. 누군가 본 모양이군. 나는 별 주저 없이 그때의 일을 설명해 주었고 토리나는 고민이 가득한 콧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음..... 도군. 널 질책하려는 건 아니고, 베르티나가 너무 오만해 보여도 베르티나한테 함부로 하지는 마. 그쪽에서 작정하고 나서면 정말 위험해.”

그렇겠지. 내가 평범한 학도병이라면 분명 지체높은 귀족에게 오만방하게 보인 건 더없이 위험하다. 그러나 나는 강하다. 그리고 천의결이 있다. 이 두가지에서 흘러나오는 여유를 내보이며 나는 토리나를 안심시켰다.

“그럼 다음부터는 조금 예의를 갖추어서 대하도록 하지. 물론 그쪽에서 예의를 먼저 갖춘다면 말야.”

반 정도는 농을 담아 대답했지만 토리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베르티나와의 문제를 생각했는지 농담을 받아주는 대신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정말로 그래줘야 해. 아니, 아예 네가 먼저 피했으면 좋겠어. 나랑 다퉜을 때는 너한테 명분이 있어서 넘어갔겠지만 다음에는 베르티나 자신이 명분을 얻으려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너한테 시비를 걸어서 명분을 만들 거야. 만약 네가 베르티나한테 함부로 대하는 걸 다른 귀족들이 보면 나도 널 보호해주기 어려워.”

라스탄트는 특히나 더 귀족이 평민보다 월등하다는 믿음을 가진 나라니까 말이지. 하지만 나는 토리나의 걱정 자체는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았고, 단지 그녀가 나를 걱정해 준다는 사실에 기묘한 고양감이 들 뿐이었다.

“알아들은 거 맞아? 표정은 영 아닌데?”

쥬비가 못마땅하다는 듯 내 귀를 꼬집으며 쏘아붙인다. 나는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토리나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토리나의 말대로 이제부터는 베르티나에게 공손히 대하는 한편, 천의결을 동원해서라도 그녀와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단지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볼마르그. 그리고 토리나를 위해서라도 내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내 결심이 무너지는 건 사흘도 걸리지 않았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써먹기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그 다음날 저녁에 내가 아니라 베르티나가 먼저 내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저택을 나서 조금 떨어진 여관으로 가는 길에 노골적으로 누군가 적의를 드러낸다. 슬쩍 그 쪽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로브를 입은 사내 하나와 어설프게 몸을 숨기고 있는 베르티나가 있었다. 이에 나는 대놓고 그 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어, 내가 그들을 알아채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사실 이렇게 쉽게 들긴 이유는 천의결 덕분이 아니라, 베르티나의 적의가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다면 충분히 느낄 만큼 저열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저택에 있을 때 일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멍청하다는 말은 삼가 주지.

아마 내가 저택에 계속 머물렀다면 베르티나는 끝내 나를 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발로 저택을 벗어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정이 베르티나의 화를 더욱 돋우는 일이 되었다. 그야말로 운명의 장난이군.

이렇게 된 이상 잠자코 있다가 당해주는 건 더없이 멍청한 짓일 터. 나는 일부러 여관이 아닌 수도 외곽의 들판으로 향했다. 아무도 쓰지 않는 땅이기에 보는 눈도 없다. 굳이 일을 해결하려면 여기만한 곳도 없다.

“보는 눈이 있어서야 당신들도 날 덮치기 쉽지 않았겠지. 나와라 여기서 일을 마무리 하자.”

이제 마음에도 없는 존대 따위는 집어치우자. 나는 잔뜩 우거진 갈대 사이로 보이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검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나를 따라오던 두 사람이 갈대를 헤치고 모습을 드러낸다.

한 명을 지독하게 살기를 내보이는 베르티나다. 저 쪽은 신경쓸 것도 없겠군. 문제는 로브를 입은 사내다. 마치 구경이라도 온 것처럼 태평한 모습에 조금 경각심이 인다. 고수다. 분명 나를 해치러 온 것일 텐데 그에게서는 일말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분위기마저도 선도(仙道)를 수행하는 이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강할까? 내 실력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다. 실로 오랜만에 나는 무인다운 호승심에 취하고야 말았다.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천한 놈.”

베르티나가 차갑게 쏘아붙인다. 나는 속으로 말만 앞서는 그녀를 비웃으며 검을 뽑아들었다. 자력으로 해결할 힘이 없어서 남의 힘을 빌린 자에게 더 이상 볼일은 없다. 나는 눈을 돌려 청년에게 기세를 쏘아내며 말했다.

“그쪽이 내 상대겠지?”

“그렇다. 피차 내키지는 않겠지만 주인의 명을 받은 이상 난 목숨을 걸겠다. 그러니 너 역시 목숨을 거는 게 좋을 것이다.”

내 기세에 호응하듯 사내가 가죽 로브를 벗어던지자 그 안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은회색 흉갑을 걸친 젊은 검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은연중에 느껴지는 분위기는 영락없이 귀족이다. 하지만 갑옷을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미묘하게 마법사 같은 느낌까지 든다. 그리고 어쩐지 인상이 낯익다. 매칭에서 마주친 적 있는 자인가?

“이 자를 죽이면 됩니까?”

산책이라도 나온 양 평온한 어조로 말한 청년이 철제 장갑을 낀 양손에 마나를 집중한다. 그러자 철제 장갑에 새겨진 문양이 빛을 내더니 일순간에 그 빛은 한 자루의 검과 방패로 거듭났다.

“죽이지는 마. 죽이는 건 너무 쉬우니까. 우선 조금은 실력이 있는 듯 하니, 그 실력이란 게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알려 주는 게 좋겠지. 그리고 룸베르트에 무례를 저지른 게 얼마나 건방진 짓인지 가르쳐 준 다음 죽이도록 하지.”

베르티나가 비릿하게 웃으며 귀족가의 영애답지 않은 잔혹한 표정을 짓는다. 내 목숨이 자기 호주머니에 있는 줄 아는군. 나는 비룡검을 뽑아들고는 천천히 내공을 일주천했다. 막대한 내공은 순조롭게 혈맥을 휘감아 돌며 전신의 감각을 일깨워준다. 언제나 만전을 기한 보람이 있군. 검을 휘두르기 가장 좋은 상태다.

“평민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나 역시 그 못지않은 천한 이이니 예를 갖춰도 문제는 없겠지. 나는 안드레이 렌서스. 렌서스 후작의 미욱한 아우이며, 현재는 렌서스의 혈통을 간직한 유일한 사람으로서 가주를 자칭하고 있다.”

“렌서스?”

깜짝 놀라서 무심코 반문하니 그 청년은 태연하게 자신의 신상내력을 줄줄 읊기 시작했다.

“룸베르트와의 친선을 위해 렌서스에서 라스탄트로 보낸 이가 바로 나다. 하지만 가문이 풍비박산이 난 바람에 오갈 데 없는 몸이 되어서 룸베르트에 몸을 의탁하고 있지.”

정말 운명의 장난이군. 혼돈, 혹은 이 세상은 내 손으로 렌서스의 핏줄을 완전히 끊어버릴 모양이다.

“그렇군. 그렇다면 나 역시 스스로를 소개하지. 나는 도군. 대륙연합 학도병이며 현재 볼마르그 가문을 호위하는 스피어헤드(Spearhead)의 일원으로 있다.”

나는 렌서스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 나름대로 예를 표했다. 이게 내가 렌서스에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보잘것없는 배려다. 그리고 그것은 뛰어난 무인과의 생사대결에 흥분한 결과였다. 한편 안드레이와 내가 짐짓 예를 취한 게 정말로 마음에 안 드는지 베르티나가 길길이 날뛰며 싸움을 종용하기 시작한다.

“허튼 소리 말고 싸워라! 똑같이 천한 것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예를 차리는 척 하는 거지?”

“알겠습니다.”

안드레이는 두말없이 검과 방패를 들고 내게 짓쳐들었다. 확실히 그는 강했다. 방패를 앞세워 간격을 확보하고 검을 찔러 넣는 수법은 절묘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절한 수법이라도 천의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천의결이 가리키는 길을 따를 수 있는 내게는.


검명비산을 담은 강력한 일검으로 안드레이의 공방 일체를 파훼하고 나는 재차 검을 휘둘렀다. 강력한 일격이 주는 빈틈이 검영연파를 통해 순식간에 메워지며 연이어 검격이 쏘아져 나간다. 안드레이는 방패를 들어 공격을 막아 보지만 역부족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월등히 우세하다. 그러나 나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이 정도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의 표정은 권태롭기만 하다.

“왜 멈추지?”

별안간 내가 공세를 멈추자 안드레이가 무미건조한 물음을 던진다. 조금 화가 치밀었다. 좋은 대결이 될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그는 전혀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았다. 내가 약해서냐면 결코 아니다. 그는 베르티나의 의지에 휘둘리고 있을 뿐 결코 자기 싸움을 하는 게 아니었다.

“조금 기분이 나쁘군.”

이런 상황에서 너무 큰 기대를 한 걸까? 서로의 실력과 의지를 겨뤄볼 정도로 숭고한 대결이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실망의 빛은 점점 짙어져 그것은 분노로 퇴색되기 시작했다.

“왜 최선을 다하지 않지?”

“고작 어린 평민 주제에 날 모욕하다니!”

안드레이는 짐짓 그럴싸하게 화를 내면서 다시 공세를 감행한다. 나는 그 공격을 다시 파훼하면서 혀를 찼다. 천의결은 그가 아직 진짜 실력을 보이지 않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실력을 드러내게 할 방법도 말해준다. 별로 마음에 드는 방법은 아니지만 별 수 없지. 나는 숨을 고르고 내공을 전력으로 끌어올렸다.

“아쉽군. 진짜 제대로 된 대결이 될 줄 알았는데.”

내공이 모이는 것을 느낀 안드레이가 표정을 달리한다. 그리고 베르티나 역시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에 마음을 쓰는 대신 더욱 내공을 집중했다.

“기대한 내가 어리석었다. 렌서스는 평민 따위의 검도 이기지 못하는 멍청한 가문이군. 에럴드란 놈도 형편없었지만 당신은 그것보다 더하군.”

“뭐라고? 네가 어떻게 에럴드를.....”

반응이 오는군. 나는 거듭해서 비아냥거리면서 검에 기운을 집중했다.

“로베른 하이스쿨 출신이니까. 보아하니 렌서스 후작이란 작자도 별 것 아니겠군. 정말 실망이다. 렌서스 후작가라 해서 조금은 놀랐는데 하나같이 멍청한 귀족나부랭이였어.”

“이놈!”

“룸베르트의 개가 된 주제에 화를 낼 줄은 나는 모양이군.”

이제 도발은 충분했다. 아마 그가 진정 자부심을 가진 귀족이라면, 그리고 실력에 긍지를 가진 무인이라면 이런 모욕과 내가 보여주는 기세에 반응하리라. 그리고 내 생각은 그대로 먹혀 들어갔다. 한순간에 안드레이의 기도가 바뀌었다.

“죽여주마!!”

“주, 죽이면 안 된다고 했을....”

분위기를 눈치 챈 베르티나가 외친다. 그러나 이미 안드레이는 그녀의 말을 따르지 않을 정도로 이성을 잃고야 말았다. 그의 주위를 맴돌던 마나가 움직인다. 마법이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그가 진짜 실력을 보이려는 것이다. 그리고 안드레이가 주문을 완성했다.

“임하라, 이터널 블레이드!”

방패와 검이 다시 빛으로 화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검신을 가진 대검으로 화한다. 에럴드의 검은 분명 흙의 마나를 중심을 한 중검이다. 방패 따위는 쓰지 않았지. 그러니 안드레이 역시 중검을 쓰리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랬군.

“죽어라!!”

돌변한 기세로 달려드는 거대한 검을 받아친다. 손이 찌릿찌릿할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다. 과연 격이 다르다. 어쭙잖은 검과 방패 대신 대검을 든 그는 진정 기도에 어울리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나는 호기롭게 웃으며 검명비산을 날렸다. 그리고 안드레이의 대검이 검명비산을 정면에서 받아낸다. 나도 모르게 순수하게 감탄이 흘러나온다. 검명비산을 이리도 깔끔하게 받아내는 상대는 몇 되지 않았기에.

“대단하군.”

“네놈이 알 리가 없지. 내가 왜 룸베르트에 몸을 의탁했는지.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무슨 수모를 겪었는지!! 내가 왜 저런 계집의 부하가 되었는지!!”

그따위 속사정은 알 바 아니다. 대련에서는 느낄 수 없던 고양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연신 검을 주고받으며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정말로 강해졌다는 것을. 나는 이제 세파(世波)에 휩쓸리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도지지 않을 것이다.

“엘리멘탈 인챈트.”

쉽사리 승부를 내지 못하는 찰나, 안드레이가 한 손으로 검을 부여잡은 채 다른 손으로 수인을 맺는다. 마법과 검을 함께 다루는 건가? 검에 부여된 마나가 변질되며 네 가지의 속성을 머금는다. 그 중 하나의 기운이 급격히 강해지며 안드레이가 기합성을 발한다.

“버닝 블레이드!”

거대한 검신에서 화기가 치솟는다. 그와 함께 비룡검의 검신에 깃든 내공이 화기에 휩쓸려 타들어간다. 단순한 열기가 아니다. 이건 마치 오행의 기운과도 같은 마나 그 자체였다.

재빨리 내공을 퍼부어 무너진 부분을 메우고 나는 일단 일보 후퇴했다. 분명 마나를 네 종류로 분류한 건 아무 의미 없는 단순한 분류였을 텐데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 오행이라면 납득은 하겠지만 이건 오행도 아니지 않던가.

“인챈트.”

안드레이가 다시 마법을 발휘한다. 이번에는 바람이다. 빌어먹을. 골치 아프다. 오행이라면 어떻게든 대처하겠지만 이런 듣도 보도 못한 방법을 파훼할 방법은 모른다. 특히 오행에 없는 속성은 더욱.

그러나 천의결의 공능으로 해결책 자체는 금방 나왔다. 되도록 이 방법을 즐겨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별 수 없겠군. 정면으로 검을 받아내는 대신 나는 잠룡보로 공세를 회피하며 마나 드레인을 통해 더욱 힘차게 마나를 빨아들이고 내공으로 전환하여 검에 퍼부었다.

“도망치다니!”

안드레이의 외침에 마음이 조금 불편해진다. 제일보 전진을 위한 후퇴라지만 이런 건 성미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별 수 없다. 나는 아둔하기에 이런 편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멈추어라!”

안드레이가 새로이 수인을 맺자 내 주변의 마나가 삽시간에 굳어진다. 그리고 나는 흡기에 집중하던 탓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그 마법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다리가 굳어버린 양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후퇴는 충분하다.

“미안하군. 싸움을 걸고 도망쳐서.”

막대한 내공이 집약된 검이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막대한 내공의 폭류(暴流)에 이끌려 내 의지가 검에 깃들기 시작했다. 심기체가 한 번에 움직이지는 않지만 극에 이른 내공은 어느 정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지고한 경지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검기. 검에 목숨을 건 자가 도달하는 지고한 경지. 자신의 의지가 검의 형(形)과 의(意)과 함께 발현되는 것. 비록 내 마음이 내공에 이끌린 결과에 불과하지만 그렇다 해도 검기는 검기다.

“무, 무슨! 고작 평민이 소드마스터라고?”

베르티나의 경악이 들린다. 그것을 뒷전으로 하면서 나는 내공을 돋워 다리를 붙잡은 마법을 흩어냈다. 그리고 단숨에 안드레이의 마법과 그것을 머금고 있는 대검을 통째로 베어냈다. 단월이란 검식이 다시금 서역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별 내용 없는데 7천자가 넘었습니다. 전개도 빨리 했는데....


평범한 깽판물처럼 쓰려고 일단 양판소의 백미, 소드마스터가 등장하고 건방진 귀족을 혼내주게 했는데 그럴듯하게 진행된 건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베르티나라는 인물을 건드린 건.... 분명 패널티로 작용합니다. 지켜보시면 압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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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67 페퍼맛콜라
    작성일
    13.08.17 17:35
    No. 1
  • 작성자
    Lv.63 베베베베
    작성일
    13.08.17 18:37
    No. 2

    역시 이분 글 재밌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3.08.17 18:38
    No. 3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눈솔
    작성일
    14.08.14 02:39
    No. 4

    ...? 후작과 후계자가 죽자 바로 거대가문이 몰락해요..? 삼성 이건희랑 아들이 죽어도 삼성은 건재하지 않을까요? 후작가의 아우, 심지어 대륙급의 후작가의 일원인 그가 다른가문의 개가 되었다고요?? 자기가문 내부 행정과 영향력 수습에 바쁠텐데..?
    음.. 그리고 지고,라는 표현은 자주 안쓰는 것이 좋을거같습니다. 최상급이 남발되면 파워를 가늠할때 헷갈리게 되어서.. 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4.08.14 03:28
    No. 5

    조언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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