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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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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작품등록일 :
2024.06.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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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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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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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눈깔이 하나 더 달린 듯

DUMMY

4화



경기장이 뜨겁다.


얼마 만인가.


나로 인해 경기가 달아오르는 게.


솔직히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 몇 년은 됐을 거다. 내가 어시스트나, 그보다 드물게 골을 넣어서 흐름이 바뀐 경기는.


“삼촌-!”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나를 겹겹이 안고 있던 동료들로부터 벗어나 천천히 그쪽으로 향했다.


“와아-!”


아이는 소리를 지른다. 나는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아이는 웃는다. 나도 웃음이 나오는가?


잘 모르겠다. 그냥 나는 잠시,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삼촌!”


아이가 기뻐하며 손을 마구 흔든다. 지혁이 마누라가 데리고 있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석을 넘어 이곳으로 올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러고서 나는 뒤로 돌았다.


평소였다면 이러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까 내 패스로 우리 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중요한 골을 넣었다고 해도, 조카든 뭐든 나를 부르고 환호성을 내지른다고 해도.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 아는 체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이번 어시스트가, 정확히 하면 달라진 나의 플레이가 어쩐지 저 작은 아이 덕분인 것 같아서.


“···”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미니 맵이 있다. 미니 맵 위의 밝은 점들이 사정 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것이 실제 선수들이라는 것을 나는 이번 일로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 능력이 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건지, 계속 사용해도 되는지.


아니, 애초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인지 등 그 모든 의문은 잠시 묻어두기로 했다.


나는 스타디움의 대형 전광판을 바라봤다. 후반 42분이다.


루즈 타임까지 하면 약 5분 정도 남았다.


물론 동점으로 끝나면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있지만 난 이 5분 안에 승부를 보고 싶다.


우리 팀이 한 골을 넣어 동점이 되었고, 잔류냐 강등이냐 하는 끝장 매치를 이 5분 안에 끝내고 싶다.


그것도 물론, 나의 은퇴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다시 전방을 바라봤다.


이 능력이 무엇이든, 설령 악마의 능력이라서, 내 수명을 절반이나 깎아 먹는다 해도 남은 시간 제대로 싸워 보고 싶다.


삐익-!


휘슬이 울렸다. 상대 팀은 선수를 한 명 바꿨다. 미드필더가 나가고 공격수 한 명이 들어왔다.


연장전까지 가지 않고 남은 시간에 승부를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새끼들, 우리가 만만해 보이나.


경기가 재개 되자마자 상대 팀의 공격수들이 전방으로 빠르게 달리고, 미드필더들이 몇 번 공을 돌리더니 전방에 길게 롱패스를 한다.


“···!”


나는 달렸다. 빠르게 달렸다.


확실히 내 몸이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한다. 힘과 스피드, 유연성, 반응 속도 등 모든 게 내 전성기 시절의 신체보다도 비교가 안 될 만큼 월등해진 것을 느낀다.


···잠깐, 내 전성기란 게 따로 있었던가.


하여간 나는 달렸다.


“형-!”


중앙 수비수인 우지혁이 날 보고 말한다.


“내가 클리어할게!”


녀석은 공중에 있는 공을 차지하기 위해 어느새 다가온 키가 큰 상대 팀의 공격수와 몸싸움을 한다.


“···!”


그런데 내가, 그러니까 후방으로 X나 빠르게 달려간 내가 지혁이 녀석과 상대 팀의 공격수 앞쪽에서 점프를 해 헤딩으로 공을 차단했다.


그러자 공은 우리 팀의 오른쪽 풀백에게 흘렀고, 동료는 그 볼을 차지해 역습이 시작됐다.


타닥-.


나는 착지를 하자마자 전방으로 곧장 달려나갔다.


우리 팀 풀백 최기승은 빠르다. 원래 달리기 속도도 빠른데, 공을 소유한 채 달리는 속도도 무지 빠르다.


실상 이 속도 하나만으로 주전 자리를 굳히고 있는 녀석이기도 하다.


그런 녀석이 전력을 다해 달린다. 그리고 나도, 전력을 다해 달린다.


“오오오!”


관중들이 놀라는 소리가 들린다.


“음?”


그리고 나도 좀 놀랐다.


내가 그 녀석보다 더 빠르게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 정호성, 솔직히 말하면 속도가 원래 그리 빠르지 않다.


체력도 별로다.


거기에 평소 몸싸움도 싫어해 상대 선수랑 볼 경합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더럽잖아, 땀 냄새 나고.


하지만 시야를 넓게 가지고 패스 하나 하는 건 좋아해, 어떻게든 프로 리그에 엉덩이를 붙인 채 이때까지 버텨 왔다.


물론 그래서 그런지 주전 자리는 꿰차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그것도 평소 뜀박질을 잘 하지 않는 내가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런 내 몸이 별로 힘들지도 않다.


기승이는 어느새 하프 라인까지 달렸다.


물론 나는 하프 라인을 넘어 더 앞쪽에 있었다.


상대 팀의 미드필더가 녀석의 공을 빼앗으려고 다가간다.


아쉽게도 기승이는 달리기만 빠를 뿐 드리블 능력은 떨어진다.


즉 다가오는 상대 선수를 제칠 능력이 되지 않는다.


“패스!”


나는 곧장 외쳤다. 그러자 녀석이 내게 숏 패스를 하고 상대 선수를 지나쳐 달린다.


나는 패스를 받았다. 그런데 내 뒤로 다른 상대 미드필더 선수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


그렇다, 소리를 듣거나 어떤 다른 감각에 의해 느낀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보였다.


나의 시야 한 귀퉁이에, 뒤쪽에서 내게 다가오는 선수의 모습이 보인 것이다.


마치 내 뒤통수에 눈깔이 하나 더 달린 듯.


하지만 역시 감탄하거나 의아해 할 시간은 없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축구에서도 단 1초면 너무나 큰 차이가 발생한다.


나는 패스를 받음과 동시에, 상대 선수가 오는 쪽의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았다.


“오오오!”


관중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볼 트래핑은 중요하다. 영리한 볼 트래핑 한 번이면 드리블을 애써 하지 않아도 단숨에 상대 선수를 제칠 수 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나는 내 시야 귀퉁이를 통해 본, 뒤편 선수의 움직임을 읽다가 반대편으로 돌아 공간을 확보하고 빠르게 달렸다.


컴퓨터 게임이나 운전도 아니고, 내 시야에 뒤쪽 같은 사각지대가 보인다는 게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내 몸은 몸대로 또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아니, 단순히 자연스럽다고 표현하는 걸 넘어섰다. 애초 미니 맵부터 해서 내 신체는, 갑작스럽고 놀라운 능력들에 태생부터 맞춤으로 적응되어 있는 것처럼 빠르고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상대 미드필더를 제치고 나는 전방을 바라보며 미니 맵을 확인했다.


내게 패스를 한 기승이가 오른 쪽 깊숙이 쇄도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앞에 상대 왼쪽 풀백이 있다.


그렇지만 이건 쉽다. 전형적으로 패스 한 방에 상대 수비 라인을 무너트릴 수 있는 기회니까.


물론 애초 이 기회를 읽을 수 있는 넓은 시야와 빠른 판단력, 거기에 상대 수비와 우리 선수의 움직임 모두를 감안해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패스 감각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나 정호성.


10년 가까이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다.


역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 이런 순간이다.


나는 가볍게 발을 뻗어 오른쪽으로 길게 스루 패스를 뿌렸다.


어쩐지 평소보다 패스가 훨씬 정교하고 날카로워진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 발끝을 떠난 공은 이보다 더 이상적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속도와 방향으로 상대 풀백의 뒷공간으로 넘어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기승이의 발 끝에 완전하게 안착했다.


“와아아아-!”


더욱더 커지고 있는 관중들의 소리.


기승이가 각이 별로 없긴 하지만, 상대 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가 됐다.


이제부터는 기승이 몫이다.


이 녀석이 슛을 할까, 패스를 할까?


아쉽게도 녀석은 슛도 그렇다고 패스도 그리 잘하지 못한다.


오로지 달리기 능력 하나로 풀백 자리를 지키고 있는 놈이다.


“···”


갑작스러운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에 녀석이 조금 당황하는 듯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슛을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패스도 하지 않고 귀한 찬스 시간만 날리고 있다.


골키퍼는 그의 앞에 바짝 다가왔고, 상대 수비진은 물론 미드필더까지 복귀해 골문 앞에서 각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골키퍼가 기승이에게 가까워질수록 각이 나오지 않아 골을 성공시키기 어려운 상황.


녀석이 우물쭈물대더니 골문 앞으로 높게 하지만 느린 속도의 크로스를 올린다.


“···!”


우리 팀의 공격수와 상대 팀의 수비수는 물론, 양측의 미드필더까지 골문 앞에 모여 있는 상황.


얼추 열 명이 넘게 오밀조밀 자리를 차지한 채 공중을 바라보고 있다.


몸싸움이 엄청나다. 저 공의 향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아아.”


그런데 공의 방향이 조금 이상하다.


기승이 이 새끼, 크로스 실력도 좋지 않다.


애초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 우물쭈물하다 급하게 패스를 해서 그런지, 공이 상대 쪽 골문 앞이 아닌 패널티 박스 밖 아크 서클에 가깝게 향한다.


나는 공을 차지하기 위해 급하게 자리를 이동했다.


물론 상대 선수들도 몸을 움직였다.


나는 점프했다.


있는 힘껏 점프했다.


“···!”


그런데 이상하다. 평소보다 몸이 가벼워 점프 또한 훨씬 쉽게 느껴지더니.


내가 다른 선수들보다 정확히 머리 하나 쯤은 더 솟아나와 공중에 떠 있다.


한마디로 공은 내 차지다.


“와아아아-!”


홈 팬들이 다시 소리를 지르고.


나는 헤딩하기 직전 빠르게 전방을 바라보고 상황을 파악한다.


아니, 그 아주 짧은 순간 그저 동물과 다를 바 없는 감각으로 내 몸이 움직인다.


골대와는 거리가 있어 이대로 헤딩 슛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상황.


내 머릿속 미니 맵 상단 왼쪽에 강하게 반짝이고 있는 한 점을, 그러니까 우리 선수를 바라본다.


공격수였다. 오늘 경기에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던 공격수가, 갑작스러운 혼전 상황에 노 마크로 홀로 서 있다.


업사이드도 아니다. 오른 쪽 전방에, 기승이 놈을 막으려고 했던 상대 팀 왼쪽 풀백 선수가 안쪽 깊숙이 위치해 있다.


쿵-!


난 곧장 공격수에게 헤딩으로 패스를 했다.


“···!”


그 놈은 내 패스를 예상하지 못한 듯 아주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공을 받고 몸을 돌려 전방을 바라본다.


상대 팀의 수비수들이 뒤늦게 녀석에게 달려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골키퍼는 기승이의 일대일 찬스를 막기 위해 반대편으로 향했다가 아직 완전히 복귀하지 않은 상황.


내 패스를 받은 공격수는 비어 있는 골문을 향해 가볍게 슛을 날렸다.


“우오오오오오-!”


그 슛은 그대로 골이 되어 우리 팀은 역전을 하게 됐다.


***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고 있던 서울 조광의 모든 선수들은 물론 감독과 코칭 스태프, 거기에 서포터즈 등 홈팬들까지.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만년 벤치를 지키던 중앙 미드필더 선수 정호성이 후반 뒤늦게 교체 출전할 때만 해도 그들은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정호성이란 선수가 벤치에 앉아 있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선수가, 그것도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나이 많은 선수가.


갑자기 튀어나와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며 팀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아니.”


반짝 빛나는 자신의 대머리를 한손으로 벅벅 문지르며 당황하는 감독 김재승.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지 못한다.


경기는 끝이 났다.


서울 조광은 2부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가평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2대1 승리를 차지해 1부 리그에 잔류하게 됐다.


경기가 끝나자, 파란 유니 폼을 입은 서울 조광의 서포터즈들은 서로 끌어안고 소리 지르며 기뻐했다.


누가 이들을 리그에서 꼴찌를 차지한 팀의 서포터즈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기뻤다. 정말 우승 팀 못지않게 기뻤다.


그들의 팀이 강등되지 않아서.


그러면서 그들은 이내 한 사람의 이름을 한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정호성! 정호성!”


홈 구장에 정호성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실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연신 정호성의 이름을 부르던 서포터즈들은 이내 다른 말을 외치기 시작했다.


짧지만 간결한 네 글자였다.


“은퇴 취소! 은퇴 취소!”


그렇게 그들은 경기가 끝났음에도 한참이나 구장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정호성! 은퇴 취소! 정호성! 은퇴 취소!”

“···”


그리고 그런 서포터즈 앞에, 한 사람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섰다.


“와아아아-!”


호성이었다. 잔류를 확정 짓고 구장을 빠져 나가려고 했던 호성이, 자신의 이름을 연신 부르는 서포터즈들 앞에 섰다.


“은퇴하지 마!”

“내년에도 우리 팀에서 뛰어 줘요!”

“은퇴 취소! 은퇴 취소!”

“정호성-!”


호성은 여전히, 서 있다.


그러고는 순간, 아무런 말은 하지 않고 주먹 쥔 오른팔을 천천히 들어 올려 보였다.


“와아아아아-!”


구장이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그리고 놀랍게도, 호성은 춤을 췄다.


흔들흔들, 허리를 움직이며 느끼한 표정까지 짓고 춤을 췄다.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 좀 템포가 떨어져 안 가지만, 호성은 왕년에 클럽에서 잘 놀았다.


그때 흔들었던 춤 실력을 선보였다.


"우아아아, 하하하!"


서포터즈들이 더욱 열광한다.


훗날 서포터즈들은 이 순간 호성의 춤을 이렇게 기억했다.


경박하지만 위대한 춤이었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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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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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죽여주는 플레이 +2 24.06.09 4,863 67 12쪽
6 힘 좋고 딴딴한 +4 24.06.08 4,994 73 12쪽
5 내가 정호성이다 +4 24.06.07 5,177 74 13쪽
» 눈깔이 하나 더 달린 듯 +4 24.06.06 5,288 72 13쪽
3 패르가즘 +2 24.06.05 5,376 77 12쪽
2 돈도 안 되는데 +3 24.06.04 5,654 78 14쪽
1 삼촌 아니다 +9 24.06.03 6,240 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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