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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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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작품등록일 :
2024.06.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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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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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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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돈도 안 되는데

DUMMY

2화



“···형.”


부르릉-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못난 목소리가 들린다.


“형.”


정민성이었다.


약 10년 전 오토바이를 타고 홀연히 사라진 동생 놈.


아니, 뭐 나 또한 딱히 찾지 않았으니 서로 그냥 갈 길을 갔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 동생 놈이 나타났다.


“고마워.”


녀석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바퀴만 빠르게 움직이고 역시 엔진 소리만 요란하게 날 뿐, 내 앞에 그대로 있다. 마치 헛바퀴가 돌고 있듯.


“초희를 맡아 줘서 고마워.”


나는 순간, 꿈속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동생은 내 꿈에 나타났다.


“데려가, 이 새끼야.”


나는 말했다.


“형, 내가 어떻게 데려가. 나는 죽었는데.”

“알 바야? 그냥 알아서 데려가.”

“···형.”


녀석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죽은 놈이 내 꿈에 나타나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이니, 좀 신기하긴 하다.


“애 엄마는 어딨냐?”

“나도 몰라.”


동생은 답한다.


“하- 예뻤는데.”

“병신 새끼.”


부르릉-!


엔진 소리가 커진다.


“오토바이가 그리 좋냐?”


나는 말했다.


“내가 이 새끼야, 그거 작작 좀 타고 다니랬지.”

“형, 이게 얼마나 좋은데.”


그러고서 녀석은 속도감을 느끼는지 몸을 수그리며 전방을 바라본다.


하지만 여전히 내 앞에 있다.


“나는 후회 안 해. 오토바이가 좋았고, 오토바이를 탔어. 원 없이. 그러니까 후회 안 해.”

“아주 지랄 났네.”

“···하하.”

“그 애를 남겨 놓고, 그딴 말이 나와?”

“···형이 있잖아.”

“개새끼.”

“고마워, 형.”

“···”


나는 가만히 녀석을 바라봤다.


별 감정은 없다. 내 동생이었고, 어릴 때 떨어졌으며, 며칠 전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애를 하나 남기고, 내 꿈속에 나타났는데, 처음엔 신기했지만 이것도 이제 슬슬 좀 질린다.


“초희가 형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거야.”

“뭔 개소리야. 벌써 성가셔 죽겠는데.”

“하하, 형은 정말 그대로구나. 형, 그거 알아? 나 형한테 맞는 거 무서워서 집 나간 것도 있다.”

“더 때렸어야 했는데. 그래야 네가 그 병신 같은 오토바이를 안 타고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았겠지.”

“···하하하.”


녀석은 웃더니, 다시 엔진 소리를 크게 울리며 빠르게 달린다.


물론, 여전히 내 앞에서.


“형, 나 이제 그럼 갈게.”

“다시는 나타나지 마라.”

“초희랑 같이 꼭 행복해져야 해.”


끝까지 개소리를 하기에, 꿈이고 뭐고 그냥 녀석을 X나게 때려 주려고 했는데, 한순간 동생이 사라졌다.


부르릉-!


시끄러운 엔진 소리만 남기며.


*


“···!”


나는 잠에서 깼다.


깨고 싶어서 깬 건 아니었다.


얼굴에서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뭐야!”


소리를 질렀다.


어제 내 집에 들어온 여자애가, 그러니까 꿈에 나타난 병신 같은 동생 놈의 딸내미가 차가운 손으로 내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물이었다. 초희는 차가운 물이 묻은 손으로 내 얼굴을 만졌다.


“뭐냐고!”


나는 바로 소리를 질렀다.


“···깨워도 안 일어나서요.”


초희는 조금 겁을 먹으면서도 할 말을 한다.


“그렇다고 얼굴에 물을 묻혀?!”

“···진짜 안 일어나서요.”


꼬르륵-


순간 작은 애의 배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나는 누운 채 잠자코 그 애를 노려봤다.


그러고는 말했다.


“너 배고프냐?”

“···네.”

“그래서 깨웠어?”

“네.”


어제 분명히 밥을 잔뜩 먹이고 재웠는데.


원래 애들은 이런 건가.


“알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 먹자.”

“와아-!”

“라면 좋아하지?”


뭐,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라면을 먹일 거지만, 그냥 한 번 물었다.


“네-!”

“···”


순간 난 무언가가 생각이 나 잠시 애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존댓말.”

“아···”

“존댓말하지 말랬지.”

“···응.”


그렇게 나는 라면을 두 개 끓이고 계란까지 넣어 애를 먹였다.


*


애는 둘째 치고, 오늘은 축구 경기가 있다.


그것도 내 생의 마지막 경기다.


나, 정호성은 오늘 부로 은퇴를 한다.


내 나이 스물 아홉, 딱히 전성기가 있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국내 1부 리그에서 선수로 뛰었다.


주전도 몇 번 했지만, 대부분 벤치 신세였고 이제는 그마저도 위태위태해져 팀에 은퇴를 하고 싶다고 알렸다.


몸이 예전 같지가 않다. 하루하루 무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겨울에도 창문을 열고 잤는데, 이제는 전기 매트가 없으면 잠이 들기가 쉽지 않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 그리고 오늘 은퇴를 한다. 마지막 경기인 만큼 조금이라도 출전을 하고 싶지만, 뭐, 90분 내내 벤치에 앉아 있다가 끝나도 상관없다.


근데 어제 잠을 잘 잔 건가, 몸이 좀 개운하다.


음, 잘 잤을 리가 없는데. 웬 놈이 꿈에 나타난 데다, 평소와 달리 거실 소파에 자서 좀 뒤척인 것 같기도 하고.


“···어디 가?”


하여간 팀 구장으로 향하려는데, 문득 여자 애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니까, 나의 조카가.


“경기 간다.”

“···경기?”

“그래.”


하고 역시 나가려고 하는데, 애가 말한다.


“나도 갈래.”

“···네가?”

“응.”


네가 왜 가냐고 물으려다가, 나는 입을 다물었다.


정초희. 나이 네 살. 5월 26일생.


어린 애다. 그래서 집에 혼자 있어도 되는지 헷갈린다.


갓난 애기는 혼자 있으면 안 되는 건 아는데, 이 정도 애들은 잘 모르겠다.


“집.”


나는 아이를 내려다봤다.


“못 지키나?”

“···?”


나의 물음에 초희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혼자 집에 못 있어?”

“···무서워.”

“음.”


대낮에 대체 뭐가 무섭냐고 하고 싶지만, 상대는 네 살짜리 아이.


나도 그 시절이 있었겠지. 근데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뭐, 무서울 수도 있겠지.


대강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말했다.


“이리 와.”

“와아.”


초희는 내게로 온다.


나는 아이를 번쩍 들고서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서 아이를 내 차의 조수석에 태웠다.


안전 띠를 채웠는데, 거의 소용이 없다.


애가 체구가 워낙 작아 공간이 남는다. 나는 그 모습을 잠깐 보다가는 말했다.


“초희.”

“응?”

“저기 위에 손잡이 있지?”


초희는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조수석 위의 손잡이를 바라본다.


“응.”

“저거 잡아.”

“···아.”


아이는 팔을 뻗어본다. 다행히 손잡이가 손에 닿는다.


“그럼 간다.”

“···”


나는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


“우-.”


아이가 앓는 소리를 낸다. 난 초희를 힐끗 보고 입을 열었다.


“왜? 힘들어?”


아이는 오른팔을 거의 끝까지 뻗었다. 그렇게 손잡이를 잡은 채 흔들리는 차를 타고 가니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떡하나, 나는 경기장에 가야 하는데.


“···응.”


아이는 눈치를 보더니 답한다.


“좀만 참아.”


나는 말했다.


“금방 도착하니까.”


정말이다, 경기장까지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 이상 걸렸으면 중간에 멈춰서 뭘 좀 해 봤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럴 바에 그냥 빨리 내 팀이 있는 구장으로 가면 된다.


“···알았어.”


아이는 미간에 힘을 준 채 답한다. 나름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 정초희.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나는 운전을 하고, 너는 손잡이를 잡는다. 그 정도 노력은 해야,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이내 경기장에 도착했다.


“형님-!”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자마자, 쾌활한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 팀 주전 수비수. 우지혁. 나를 곧잘 따르는 놈이다.


“하하하! 마지막 경기를 앞두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소감은 뭐. 안 뛸 수도 있는데.”

“에이, 그래도 오늘 은퇴 경기인데 감독님이 출전시켜 주겠죠!”

“그전에 우리 팀 잔류가 먼저 아닐까?”


내 말은 사실이다.


내가 속한 서울 조광은 리그 꼴찌로 시즌을 마감해 2부 리그 1위 팀과 홈 앤 어웨이로 리그 승격 매치를 하고 있다.


저번에는 원정을 가서 무승부를 치렀기에, 오늘 홈 경기가 무척 중요하다.


한 마디로 패배하면, 우리 팀은 2부로 떨어진다.


그런 중요한 경기에서 감독이 조커도 아닌 나를 기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긴 한데.”


쿵쿵-


내 차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나는 물론 지혁이 내 차로 시선을 돌렸다.


아, 까먹었다. 조수석에 애가 있었지.


네 살짜리라 아직 문을 혼자 못 여나 보다.


나는 조수석으로 가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안전 벨트를 뺄 필요도 없이 초희를 좌석 아래 쪽으로 쭉 빼 안아 들었다.


“···?”


지혁의 눈이 커진다.


“뭐예요?”

“뭐?”

“아니 그 애, 뭐냐고요···”

“아, 얘?”


나는 조카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왠지 남들 앞에서 조카라고 말하는 게 좀 어색했다.


“···삼촌!”


그러자 내게 안겨 있는 초희가 크게 말한다.


“우리 삼촌이에요!”

“···헐.”


지혁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형, 조카 있었어요?”

“···그게 좀 사연이.”

“대박.”


지혁은 초희를 이모저모 보더니 활짝 웃는다.


“와, 엄청 귀엽게 생겼다, 너-.”

“흠.”


그러더니 지혁이 순간 자신의 코를 틀어막고 말한다.


“근데 이거 뭔 냄새지?”


나는 안고 있는 초희의 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좀, 냄새가 난다. 뭐랄까 쿰쿰하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냄새가 난다.


“···형, 얘 안 씻겼어요?”


지혁이 곧장 묻는다.


“아-”


네 살이면 혼자 못 씻나?


하여간 나는 답했다.


“응.”

“···아니, 얘 부모는요?”

“없어.”


하고 말하고 난 눈에 힘을 줬다.


“그런 말하지 마.”

“아, 네, 네.”


지혁은 조금 당황하다가는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초희를 보는데-


한 손으로는 코를 막으면서도 슬며시 웃는다.


그러더니 맨발인 초희를 보고 또 말한다.


“애, 신발은요?”

“아.”


나는 말했다.


“까먹었네. 갑자기 데리고 나오느라.”

“···”


지혁이 이제는 미심쩍은 눈으로 나와 초희를 번갈아보고 말한다.


“형, 진짜 얘 조카 맞아요?”

“맞다니까.”

“어디서 납치한 거 아니죠?”

“납치를 왜 해. 돈도 안 되는데.”

“···어휴.”


녀석은 한숨을 쉬더니, 이제는 무슨 경찰이라도 된 듯 아이가 내렸던 조수석을 면밀히 살펴본다.


“···헐, 카시트도 안 했네.”


그러더니 다시 내게 시선을 돌리고 말한다.


“형, 얘 이대로 조수석에 태우고 왔어요?”

“그런데?”

“헐! 위험해요!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나 10년 무사고야. 나한테 돌진하는 차량도 다 피한 적 있다.”


진짜다. 솔직히 좀 자랑스럽다.


“아니, 그래도!”


녀석은 뭐가 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에 힘을 준다.


“그럼 안 된다고요! 법에 걸릴 걸요?”

“그래? 그럼 뭐, 한 장 쓰고 오지.”


법, 별거 아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경찰서를 꽤나 들락날락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녀석은 좀 답답한지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가는 뜨고 말한다.


“형, 우리 은서 알죠?! 저도 애만 한 딸내미가 있어서 하는 소린데요, 애 이렇게 돌보면 안 된다고요!”

“···”

“그러니까 형이 얘 삼촌이라는 얘기잖아요?!”

“···뭐, 그렇지.”

“그러니까 형이 돌봐야 하고!”


아직까지, 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내가 정말 애를 책임져야 하는지.


“···”


내가 가만히 있자, 지혁을 보고 있던 초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불안함이 가득한 눈빛이다.


이러다가는 또 성가시게 눈물을 터뜨릴 것 같아, 나는 일단 답했다.


“응.”


초희의 표정이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럼 이러면 안 된다고요!”


새끼, 지혁이가 원래 이렇게 잔소리가 심했나?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잘못된 게 한두 개가 아니에요!”

“···그래?”


그러고서 나는 녀석을 지나쳐 걷기 시작했다.


“일단 가자.”

“형···!”

“경기 전에 몸 좀 풀어야 할 거 아니야.”

“아, 형!”


나는 날 부르는 지혁을 뒤로 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어쩐지 초희는 이런 나를 더 꼭 끌어안는다.


*


시간이 흘러 경기 중이다.


상대 팀은 가평 유나이티드.


2부 리그를 씹어먹고 우리와 끝장 매치를 벌이는 팀이다.


후반 32분, 그런데 우리가 1대0으로 지고 있다.


그것도 홈 구장에서.


서포터들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감독의 얼굴도 초조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무척 평온하다.


아니, 평온함을 넘어 홀가분하다.


축구만 했던 내 인생이 이제 곧 한 페이지 끝나려고 한다.


물론 마지막 경기인 만큼 필드도 좀 밟고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조명을 받으며 은퇴하면 나쁘지 않겠지만.


더군다나 팀까지 승리해 잔류를 확정하며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면 나쁘지 않겠지만.


뭐, 이 세상 내가 주인공이 아니란 건 아주 오래전에 깨달았다.


이 정도 했으면 됐지, 그래.


삐익-!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리 팀의 미드필더가 부상을 닫했다.


“으아악-!”


그것도 꽤 큰 부상이어서 들것에 실려나간다.


그러자 대머리의 감독이 입술을 깨물면서도 나를 보며 말한다.


“···정호성.”

“네?”

“뛸 준비 해.”

“···”

“얼른 나가.”


이건 좀 예상 밖의 일인데.


이런 식으로 마지막 경기를 뛰게 된다고?


흠, 뭐, 나쁘지 않다.


나는 입고 있던 겉옷을 얼른 벗어버리고 유니폼 차림으로 필드를 밟았다.


관중들의 환호성 따위는 없다. 중요한 때인데 만년 벤치 선수가 나왔다. 그러니 딱히 별 기대를 안 하고 있겠지.


어쨌거나 그렇게 내 자리에 위치했는데.


“···어?”


이상하다.


무언가, 엄청 이상하다.


내 머릿속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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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죽여주는 플레이 +2 24.06.09 4,871 67 12쪽
6 힘 좋고 딴딴한 +4 24.06.08 5,001 73 12쪽
5 내가 정호성이다 +4 24.06.07 5,185 74 13쪽
4 눈깔이 하나 더 달린 듯 +4 24.06.06 5,298 72 13쪽
3 패르가즘 +2 24.06.05 5,387 77 12쪽
» 돈도 안 되는데 +3 24.06.04 5,665 78 14쪽
1 삼촌 아니다 +9 24.06.03 6,255 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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