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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미드필더 삼촌의 미친패스가 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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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작품등록일 :
2024.06.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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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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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0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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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삼촌 아니다

DUMMY

1화



"...삼촌?"


어느 날 네 살짜리 여자애가 나를 보고 삼촌이라고 한다.


"..."


나는 가만히 그 애를 바라봤다.


쌍꺼풀이 있다. 쌍꺼풀이 있는 여자애다.


언젠가 언뜻 듣기로, 한국인이 자연적으로 쌍꺼풀을 갖고 태어날 확률은 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30%의 확률로 태어난 애다.


흠, 나랑은 다르군. 나는 물론 70% 쪽이다.


그리고 나는 이 아이의 애비 놈을 잠시 떠올렸다.


눈이, 나와 다를 바 없이 그리 크지 않았던 그 놈을.


그렇다면 이 아이는 이 아이의 애비를 닮지 않은 거고, 결국 이 아이의 에미를 닮았다는 얘기다. 역시 30%의 확률로 쌍꺼풀을 갖고 태어난 에미를.


내가 가만히 팔짱을 낀 채 바라보자, 아이는 조금 겁을 먹은 듯 머뭇거리다가도 눈을 질끈 감았다고 뜨고 다시 말을 한다.


"...삼촌?"


난 여전히 답은 하지 않고 아이를 내려다봤다.


"..."


그러자 아이의 눈망울이 촉촉해진다. 가뜩이나 기가 죽어 있던 아이인데 말이지.


무섭나? 무서울 수도. 내가 그리 착하게 생긴 사람은 아니거든.


더군다나 애 입장에서는 덩치 큰 성인 남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려다보고 있으니,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급기야 애가 울먹거리기 시작한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입을 열었다.


"나 네 삼촌 아니다."

"...!"


눈물과 콧물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걸 본 적 있는가?


나는 보았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애가 그랬다.


아이는 곧 엄청난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더 성가셔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자 아이는 더 운다.


뭐가 좀, 많이 잘못된 것 같다.


*


"정민성 씨 친형 맞으시죠?"

"...맞습니다만?"


어느 날 경찰이 냅다 내게 전화를 걸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동생이 사망했습니다."

"...어떻게요?"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를 당했어요."

"병신 새끼."

"..."

"중딩 때부터 그렇게 좋다고 타고 다니더니, 결국 오토바이 끌고 천국 갔네."

"...사망 원인이나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됐습니다."


나는 잘라 말했다.


"절차가 어떻게 됩니까? 제가 뭘 하면 되죠?"

"아, 몇 가지 확인 절차 후 서명하시고 시신을 인수하시면 되는데, 근데 그게 좀-"


말 끝을 늘인다.


대한민국 경찰이 원래 이렇게 동네 슈퍼 아저씨처럼 말하나?


"용건이 뭡니까, 얼른 말하세요."

"지자체 공무원이랑 사회복지사가 조만간 연락을 할 겁니다. 그때 자세한 얘기를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뭔데요?"


그리고 며칠 후,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여자 아이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왔다.


"정민성 씨 딸입니다."

"..."

"이름은 정초희, 네 살이에요."

"..."


내가 무표정하게 서 있자, 여자가 눈치를 보더니 천천히 말한다.


"정호성 씨 조카란 말이지요... 호성 씨는 초희의 삼촌이 되는 거고..."


알아, 누가 모른대?


그런데 이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에 내가 할 말을 잃은 거잖아.


"...초희야."


여자가 말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회복지사라고 한다.


"삼촌한테 인사해야지-."

"...아, 안녕하세요..."


나는 아이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내가 싫어하는 것. 아이와 강아지.


시끄럽고 성가시다.


아, 하나 더 꼽자면 병신처럼 살다가 뒈진 동생 놈.


"으음."


배가 좀 나온 공무원 남자가 말한다.


"호성 씨 당황스러운가 본데요, 어쩔 수 없습니다. 친족이 호성 씨밖에 없어서요."

"그 자식 안 본 지 10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만?"

"...그, 그래도 법적으로 유일한 혈연 관계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 눈치만 보고 있는 아이를 한 어깨에 짐짝처럼 짊어지듯 들었다.


"...!"


공무원과 사회복지사가 놀란다.


나는 그대로 아이를 들고, 우리 집 작은 방 안에 넣은 다음 문을 닫고 나왔다.


철컥, 철컥-


그러자 아이가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난 열지 못하게 문을 잡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안에 있어라."

"..."


잠시 조용해지더니, 철컥-


다시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안에 있어!"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드디어 잠잠해진다.


"...그러시면 안 돼요!"


거실에 있던 사회복지사가 말한다.


"호성 씨, 그러시면 안 돼요! 아이를 방에 가두다니요?!"

"그럼 당신이 업어 가든가."

"...!"

"그러지 않고 왜 여기에 데려왔는데?"


흔들리는 여자의 동공. 옆에 있는 공무원이 미간에 힘을 준 채 고개를 젓는다.


"자."


나는 그들 곁으로 다가가 말을 이었다.


"내가 저 애를 안 맡으면 어떻게 되는지 얘기나 해 봐요."


그러자 두 사람이 눈치만 보며, 아이가 있는 방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걱정하지 마요. 그래서 저 방 안에 둔 거니까. 우리가 말해도 안 들려."

"..."


잠시 눈빛을 교환하는 두 사람.


이내 공무원이 천천히 입을 연다.


"...보육 시설로 보내지게 될 겁니다."

"흠."

"고아가 되는 거죠."

"뭐, 누구는 애비 에미 있었나."

"..."


가라앉은 분위기.


이들을 살핀다.


나는 이들에게 그 흔한, 냉수 한 잔 주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도 뭐, 나를 엿 먹이려고 애를 데려온 건 아닐 테고.


이들도 나름 먹고 살려고 여기에 왔다고 생각하니 뭐 좀 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손님이니까.


나는 부엌으로 가 냉장고 문을 열고 대충 안에 있는 음료수 두 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솔직히 음료수가 언제부터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꽤 오래 됐다.


유통 기한, 아니, 요즘은 소비 기한이라고 하나, 하여간 지났을 수도 있다.


근데 뭐, 상관없지.


"...감사합니다."


공무원 남자는 즉각 음료수를 받고 뚜껑을 열어 마신다.


사회복지사 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음료수를 보고 있다.


그러다가는 천천히 입을 연다.


"정호성 씨."

"예."

"...아이를 맡지 않으실 건가요?"

"생각 중입니다."

"...호성 씨, 축구 선수 맞으시죠?"


뭐냐.


갑자기 왜.


"맞습니다만."

"...그것도 프로 축구 선수시던데, 꽤 유명하시겠어요?"

"아뇨."


나는 곧장 답했다.


"주로 벤치만 달궜습니다. 쉽게 말해서 듣보잡이죠."


나는 나 자신을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다.


그런 건 질색이라.


"...어쨌거나."


여자는 말한다.


"축구 팬 등 그래도 아는 사람들은 많이 알 테고, 그런 분이, 부모가 없는 친조카를 버려서 보육원에 맡겼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X년이.


"그럼 호성 씨에게 별로 좋을 게 없을 것 같은데요?"

"나를 잘 모르나 본데."


나는 말한다.


"이왕 협박을 할 거, 좀 더 알아보고 오지 그랬어요. 나는 그런 거 전혀 신경 안 쓰는 사람이거든."


정말이다. 내 나이 스물 아홉. 솔직히 지금까지도 프로 리그에 붙어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사고를 좀 치고 골 때리는 일도 겪었다.


"...호성 씨."


여자가 다시 말한다.


"저는 초희를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

"..."


여자가 다시 아이가 있는 방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조용하다. 아이는 더 이상 방 문을 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돈은."


나는 여자를 보고 입을 열었다.


"돈은 얼마 나와요? 내가 저 아이 맡으면."

"...세상에 어떤 삼촌이 자신의 조카를 두고 그런 말을 할까요?"

"으음."


공무원 남자가 헛기침을 하며 말한다.


"요즘 애들이 귀해서 돌봄 수당 같은 게 신설되었는데, 적용 가능한지 곧장 알아보겠습니다."

"..."


한데 남자가 내 집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말을 잇는다.


"...그런데 보통 그런 건 요건이 되어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자산이 얼마 없다든지 등."

"흠."


나는 아이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어두운 방 안에 여자애가-


그러니까 나의 조카라는 초희라는 애가 눈물 콧물을 흠뻑 흘리며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뭐야."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본다.


"울 거면 소리를 냈어야지."


나는 그런 아이를 다시 짐짝처럼 번쩍 들고 나와, 냉장고에서 역시 유통 기한인지 소비 기한인지 지났을지도 모를 음료수를 하나 꺼내 뚜껑을 열고 아이에게 줬다.


그러자 아이는 음료수를 먹는다.


*


공무원과 사회복지사는 돌아갔다.


나는 이 아이, 정초희를 결국 맡기로 했다.


초희는 조금 안정이 됐는지 울음을 그친 채 나를 보며 말한다.


"삼촌?"


나는 삼촌이 아니라고 말했고, 아이는 다시 펑펑 울었다.


이 울음이 얼마나 성가신지는,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야."

"흐아앙-!"

"정초희."

"흐으으응-!"

"지금부터 규칙을 하나 정한다."


아이는 계속 운다.


결국 나는 하지 않으려고 했던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울음 안 그치면 너 당장 길바닥에 갖다 버릴 테니, 눈물 뚝 해."

"...!"


놀랍게도 아이가 울음을 멈춘다.


"좋아."


나는 말을 이었다.


"이 집에서는 절대 울지 않는다."

"..."

"이게 규칙이다, 이 집에서는 절대 울면 안 돼."


나는 초희를 보며 물었다.


"알아들어?"

"...네."

"그래."


이제 됐다. 이거 하나만 해도 엄청 크다.


나는 아이를 다시 한 번 살피고 말한다.


"너, 밥 먹었어?"

"...아니요."


어쩐지, 아까 음료수를 꼴깍꼴깍 무척 잘 마시더라.


"그럼 밥 먹자, 일단 밥부터 먹자."


나도 그리고 좀, 배가 고팠다.


"...네!"


갑자기 아이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역시 먹을 거 앞에 장사 없군.


장사 아닌가? 하여간.


"...저기."


아이가 말한다.


"삼촌이라고 해도 돼요...?"


나는 다시 아이를 내려다봤다.


이 아이는 나를 퍽이나 삼촌이라고 부르고 싶나 보다.


하긴, 삼촌 맞지. 그럼 내가 뭐겠어.


아저씨보다는 또 나은 것 같고.


"마음대로 해."

"...고맙습니다!"


...좀 이상하다.


어쨌든 조카가 맞는데, 삼촌한테 삼촌이라고 부를 수 있어서 고맙다니.


근데 그건 둘째 치고 하나가 또 마음에 걸린다.


"야."

"...예?"


아이는 다시 겁을 먹는다.


"존댓말하지 마."

"...네?"

"존댓말하지 말라고."


이상하게 간지럽다. 이 애한테 존댓말을 들으니.


"...그래도 돼요?"

"어."


나는 말한다.


"원래 그런 거다. 내가 너한테 반말하고 있지?"

"..."


내가 존댓말을 하지 말라고 해서 그런지, 아이는 고개만 끄덕인다.


"그럼 너도 나한테 반말하는 거야."

"...!"


아이는 뭔가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눈에 힘을 준다.


"알았지? 그럼 말해 봐."


아이는 머뭇거리더니 말한다.


"...삼촌?"

"...그건 원래 한 말이고."

"...우리, 밥 먹어?"

"오케이."


나는 만족스러웠다.


"합격."

"...헤헤."


아이가 웃는다. 밥 먹는 게 그리 좋은가 보다.


"나는 말 잘 듣는 아이가 좋다. 말 안 듣는 아이는 길바닥에 갖다 버리는 게 아주 취미고 특기지. 저번 달에는 벌써 한 네 명이나 버린 것 같다."

"..."


아이가 다시 울먹이려고 한다.


"울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네!"

"존댓말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아... 으응...!"


어색하게 반말을 한다.


일단 1차적인 교육을 완료했다.


*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 같다.


그리고 어쨌든, 나는 이 아이를 맡기로 했다.


그렇다면 초장부터 제대로 정신 교육을 해 놓아야- 내가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나는 아이를 대충 밥 먹이고, 대충 재웠다.


아이는 피곤했는지, 배가 부르자 스르르 잠을 잔다.


나는 솔직히 여전히 적응이 잘 안돼서, 그런 아이를 바라보다가 거실로 나와 잠을 잤다.


아이는 원래 내가 자던 안방의 침대에 눕혔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삼촌이 된 지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 그때부터 놀라운 일이 시작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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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죽여주는 플레이 +2 24.06.09 4,871 67 12쪽
6 힘 좋고 딴딴한 +4 24.06.08 5,001 73 12쪽
5 내가 정호성이다 +4 24.06.07 5,183 74 13쪽
4 눈깔이 하나 더 달린 듯 +4 24.06.06 5,296 72 13쪽
3 패르가즘 +2 24.06.05 5,387 77 12쪽
2 돈도 안 되는데 +3 24.06.04 5,664 78 14쪽
» 삼촌 아니다 +9 24.06.03 6,254 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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