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람123 님의 서재입니다.

쓰레기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사람123
작품등록일 :
2016.11.01 00:54
최근연재일 :
2017.04.14 21:24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39,966
추천수 :
644
글자수 :
472,668

작성
17.01.30 09:00
조회
252
추천
3
글자
12쪽

72화 시간의 틈 (2)

DUMMY

상황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간의 신전에 가야 했지만, 다들 너무 피곤한 탓인지 지금 가자고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심지어 리메디조차도 그 신전에 가는 것 자체를 무리라고 생각하는지 그리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오늘 하루만은 일단 쉬고 생각하기로 했고, 신전에 한번 가본 적이 있었던 판스는 산책을 한다는 핑계로 밖으로 슬쩍 나와 그 섬으로 가보았다. 브레스의 부탁이라 어차피 무조건해야하기에 지금 아직 아무도 없다면 혼자서라도 해치울 요량이었다.


그러나 판스의 바람을 단번에 무시라도 하듯, 신전 앞에는 사람들이 잔뜩 지키고 있었다. 전에 이 신전에 왔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폐허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아무도 없고, 먼지만 휘날렸던 때와 다르게 어떤 조직이 이미 신전을 점령한 모습이었다.


신전 안에 들어가봤었기 때문에 신전 안에도 들어갈 수 있었지만,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섣불리 들어갔다가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어 감히 신전 안으로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차선으로 신전을 둘러싼 섬 주위를 돌아보자 더욱 더 참담한 상황이었다. 신전을 점령한 사람들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곳곳에서 그 신전을 언제라도 칠 생각으로 대기를 하고있었다.


더 있다가는 이제 들킬 것 같아 판스는 바로 일행들이 있는 여관 앞으로 되돌아왔다. 바깥에는 피에르가 나와 있었다. 피에르는 직감적으로 판스가 어딘가를 다녀왔다는 것을 눈치챘다.



"신전 갔다 온 거지?"

"··· 어떻게 알았어?"

"왠지 갔다왔을 것 같았어. 지금 어떤데?"

"뭐, 난리 났지. 벌써 사람들 쫙 깔렸어. 아무리 리메디 씨가 있다지만, 우리들로는 절대 무리일 것 같은데. 대충 봐도 마법사들도 한가득인데다, 마법 말고 다른 걸 쓰는 용병들도 잔뜩 불러온 것 같은데."



애초에 지금 브레스의 부탁은 피에르도 전혀 예상을 하고있지 않았던 것이었기 때문에 초조해할 수 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그녀라도 브레스의 부탁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스누프나 환영단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하는 판스에게는 쓸데없는 일이 추가되었지만 어쩌면 브레스와의 사이를 회복하고, 브레스라는 또 다른 든든한 원소술사를 업을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었다.


점점 안락한 곳에 가서 조용히 살려던 자신의 처음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었지만, 이미 발을 들인 이상 이대로는 오히려 이렇게 자신을 확실히 지킬 수 있는 자신의 편을 만드는 편이 더 낫겠다싶었다.


콜디의 조각을 운반하게 된 시점에서부터 사실 그는 더이상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판스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브레스의 부탁도 브레스의 부탁이었기 때문이 가장 크긴 했지만, 그래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단지 자신 때문에 지금 뭔가 위험한 일에 휘말린듯한 다른 이들에게만 조금 미안한 감정이 있을 뿐이었다. 쇼드나 요정은 딱히 갈 데가 없어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고, 피에르는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자신 때문에 지금 이 일에 휘말린 것만은 분명해보였다.


어찌됐든 지금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차피 신전이 점령당한 마당에 오늘 가나, 내일 가나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다 지금은 아무도 갈 마음이 없어 보이기에 판스도 다시 쇼드의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휴식이래봤자 그냥 누워서 잠시 안정을 취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며칠 새에 끊임없이 일이 터진 탓에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겐 충분했다.



"근데 니네들 그 도둑은 어떻게 했어? 결국 못 찾아온 거지?"

"네. 그 때 같이 본 이후로는 저도 한번도 못 봤어요. 생각해보니 볼 수 있을 리가 없죠. 그 탑에 갇혔는데. 다시 그 탑에 가기에는 환영단 때문에 무서워서 못 가겠어요."

"흠. 뭐 어차피 몇십, 몇백년동안 도둑질만 하며 살아온 놈이니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는데 뭔가 빼먹을만한 정보는 꽤 있는 놈인데 아쉽네."



판스는 혹여나 리메디가 다시 그 탑에 가자고 할까봐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거기에서 끝이었다. 쇼드의 칼은 결국 마법을 되찾지 못했지만, 괜히 그 도둑과 쇼드의 칼 때문에 목숨을 내다버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탑에 가면 환영단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리메디가 떠나고 난 뒤, 혼자서 탑에 들어갔을 때에 판스는 바로 환영단에게 납치를 당한 전적이 있었다.


그들이 무슨 마법을 정확히 어떻게 쓰는지는 몰라도, 꽤나 시간이 흐르고나서 갔음에도 판스를 바로 찾아온 것으로 봐서 탑에 무언가 장치를 해놓았음이 틀림없었다.


물론 납치되서 정신을 차리자마자 도망쳐서 다행이지, 한번 놓친 이상 또 다른 수단을 가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기에 일단은 지금 해야 할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판스의 이동 마법의 특수성 때문에 그들이 어떤 수를 써놓든 혼자서는 탈출할 수 있기에 얼마든지 가봐도 상관은 없었지만 지금 괜히 다른 큰 일도 있는데 일을 쓸데없이 벌리기는 싫었다.


그렇게 그들은 하루를 쉬고, 다음 날까지 푹 쉬었다. 세계 협회에 속한 것은 리메디였기에, 그녀가 떠날 준비를 해야 다른 이들도 갈텐데 도통 갈 생각을 하지않아 아무렇지않게 하루를 더 쉬는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몸이 노곤해 다행이긴 했지만, 판스는 왠지 불안하기만 했다. 그 다음날이 되자 그제서야 리메디는 슬슬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딱히 준비할 것도 없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뭔가 결심한듯한 무언가가 보였다.



"이제 가려구요?"

"아니. 내 생각에는 신전에는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무리 브레스 부탁이라지만, 거길 지금 가야되나 싶기도 하고 나도 내 할일이 있거든. 너네들도 알겠지만 내가 전투 쪽은 아니잖니. 거길 확보하는 게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진 않아. 힘들기도 하고."

"그러다가 조각을 누가 가지고 튀어버리면요?"

"잘 생각해봐. 그 신전은 조각이 다 모이지 않는 이상 그다지 쓸모가 없어. 근데 우리 세계 협회 쪽에 조각이 꽤 있단 말이야. 거기 조각들이 털리고, 신전이 이상한 놈들한테 털려도 상관이 없잖아. 조각을 어떻게 됐든간에 다 못 모으는데. 그냥 브레스가 괜히 걱정되서 한 부탁이야. 그렇게 급하면 자기가 직접 했겠지. 뭔가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 니네한테 시켰겠지. 안 그래?"



리메디는 브레스의 부탁을 그냥 친구가 하는 부탁인 것마냥 가볍게 말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판스에게는 아니었다. 괜히 여기서 브레스의 부탁을 무시해버린다면, 그나마 용서해준 자신을 이제 어떻게 할지 감도 잘 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불안감에 제대로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생존을 확실하게 책임져줄 수 있는 리메디가 꺼려하자 판스도 신전에 가는 것이 덜컥 겁이 났다.


확실히 리메디가 근처에 있기만 한다면 죽을 염려는 없었다. 쇼드처럼 요정이 망자로 되살려줄 수도 있긴 했지만, 판스는 아무리 진짜로 죽는 것이 아니고 심지어 불사의 몸이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죽긴 싫었다.


그마저도 죽기 전에 요정이 직접 죽여주지 않으면 왕비처럼 손 쓸 도리 없이 세상을 떠야만 했다. 판스는 어떻게든 리메디를 설득해보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신전에 갈 마음을 접은 상태였다.



"너네도 그냥 신경쓰지 말고 너네 할일 해. 아마 브레스도 진지하게 너네가 할 거라고 시킨 일이 아닐 거야."

"그래도···."

"내가 브레스한테 잘 말해줄게. 어차피 너네한테는 환영단 일 때문에 괜히 엮여서 좀 미안한 것도 있고 하니까. 그럼 이쯤에서 헤어지자. 여기도 포탈 시티 때문에 잠깐 머물렀었는데 이제 너희 써."



그렇게 리메디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당연히 그녀가 앞장서서 이 일을 도와줄줄 알고 출발할 생각도 하지않고 있던 그들은 벙찐 기분이었다.



"아니, 저렇게 가버리면 우리보고 어쩌라는 거야?"

"제가 그저께 가봤는데 일단 저희들끼리 어떻게 할만한 수준이 아니에요. 벌써 완전히 다 점령당했어요."

"벌써 갔다왔다고? 야. 그럼 조각인가 그것만 가져오면 된다며? 그냥 혼자 들어가서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거 아냐?"

"그게 이미 점령당했을 수준이면 조각은 이미 챙겼을 것 같기도 하고, 신전 안에 제가 들어가기가 그래요. 순간 이동 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대충 위험이 느껴지는데 지금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판스는 혼신을 다해 자신들끼리 갈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다. 쇼드도 아무리 이제 불사의 몸이 되었다지만 판스가 그 정도로 설명하자 리메디 없이 가기가 망설여졌다.


아무리 불사의 몸이라 한들, 다시 재생할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을 내버리면 오히려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고 그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잔뜩 모인 곳이라면 그런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그럼 어쩌게? 아무리 리메디가 말을 잘 해준다지만, 브레스 말을 거스르긴 조금 무리인데."

"그냥 우리끼리라도 가요."



다들 리메디도 없고, 위험한 곳이다보니 어떻게 해야하나 망설이던 찰나에 이번에도 피에르가 가자고 그들을 다독였다. 그들 역시 피에르를 믿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애초에 피에르가 물어온 일도 아닌데다 너무 위험했다.


지금까지의 일들이 은밀하게 자신들끼리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충돌이 무조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이 일을 한다고해서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 모든 것들을 넘어서는 원소술사의 부탁이라는 이유가 있긴 했지만, 적어도 이렇게 네명이서 대책없이 가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그럼에도 피에르는 충분히 자신들끼리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리메디 씨는 다치거나 죽었을 때 필요하신 거잖아요. 잘 생각해봐요. 요정 님이나 쇼드 씨는 어차피 웬만하면 안 죽는 몸이고, 판스는 혼자서라면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고, 저도 제 몸 하나 정도는 간수할 수 있어요. 그럼 똑같아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결국은 살 수 있다, 이 정도 밖에 안되잖아. 이미 사람들 쫙 깔렸다는데 우리 가 뭔 수로 거기까지 들어가서 조각만 쏙 빼와. 조각도 벌써 누가 챙겼을 가능성이 높다잖아."

"그래봤자 거기 사람들이 있다는 건 그 섬에 아직 조각이 있다는 거에요. 어차피 우린 잠입에 능하잖아요. 판스가 거기 한번 가본 적이 있으니 일단 가는 것 자체도 그리 어렵지않고. 정 안 되면 저번처럼 요정 님이랑 판스가 먼저 가서 포탈 만들어서 왔다갔도해도 되구요. 저희가 여기서 망설일 이유가 없어요."

"그거 빼고 다 문제잖아. 갔다가 바로 다 죽어버릴 수도 있어."

"말했잖아요. 우리가 당할 수가 없다니까요. 물론 리메디 씨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겠죠. 리메디 씨가 없으니까 더 신중하게, 그리고 판스 같은 경우에는 더 망설이지않고 도망갈 수 있으니까."



확실히 리메디가 옆에 있을 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녀가 옆에 있기만 있으면 되돌릴 수 있었기 때문에 뭔가 안일해진 경향이 있긴 있었다. 어차피 휴식은 충분히 했기 때문에 그들은 섬으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아까 전에 대충 훑어둔 덕분에 섬에서 사람들이 없는 곳 정도는 확보를 해놓은 상태라 곧바로 그들은 그곳으로 이동하고 도착하자마자 요정이 포탈을 만들어 언제든지 쇼드의 방으로 되돌아올 수 있게 해놓았다.


일단 근처에는 아무도 없는 해안가라서 별 달리 위험할 것이 없었지만, 섬은 은근히 넓었고, 신전은 꽤나 멀었다. 그리고 그 가는 길에는 중간중간 곳곳에 사람들이 즐비해있었다.



"이제 어떡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쓰레기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시즌 1 끝 17.04.14 157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17.02.27 174 0 -
공지 쓰레기 마법사 소개 16.11.09 972 0 -
91 91화 집결 (7) [시즌 1 完] 17.04.14 134 3 12쪽
90 90화 집결 (6) 17.04.07 110 2 12쪽
89 89화 집결 (5) 17.03.31 110 2 11쪽
88 88화 집결 (4) 17.03.24 133 2 11쪽
87 87화 집결 (3) 17.03.20 128 2 11쪽
86 86화 집결 (2) 17.03.17 121 2 11쪽
85 85화 집결 (1) 17.03.13 195 3 11쪽
84 84화 시간의 틈 (14) 17.03.10 190 3 12쪽
83 83화 시간의 틈 (13) 17.03.06 137 3 12쪽
82 82화 시간의 틈 (12) 17.03.03 714 3 11쪽
81 81화 시간의 틈 (11) 17.02.27 187 3 11쪽
80 80화 시간의 틈 (10) 17.02.24 193 3 12쪽
79 79화 시간의 틈 (9) 17.02.22 192 3 12쪽
78 78화 시간의 틈 (8) 17.02.13 211 3 12쪽
77 77화 시간의 틈 (7) 17.02.10 194 3 11쪽
76 76화 시간의 틈 (6) 17.02.08 235 3 12쪽
75 75화 시간의 틈 (5) 17.02.06 179 3 11쪽
74 74화 시간의 틈 (4) 17.02.03 206 3 12쪽
73 73화 시간의 틈 (3) 17.02.01 183 3 12쪽
» 72화 시간의 틈 (2) 17.01.30 253 3 12쪽
71 71화 시간의 틈 (1) 17.01.27 222 3 11쪽
70 70화 무덤 (11) 17.01.25 195 2 12쪽
69 69화 무덤 (10) 17.01.23 351 3 12쪽
68 68화 무덤 (9) 17.01.20 208 3 11쪽
67 67화 무덤 (8) 17.01.18 181 2 12쪽
66 66화 무덤 (7) 17.01.16 245 4 11쪽
65 65화 무덤 (6) 17.01.13 243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