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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으노
작품등록일 :
2021.05.12 22:01
최근연재일 :
2021.05.14 07:0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42
추천수 :
19
글자수 :
33,111

작성
21.05.1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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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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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단편 2 1화

DUMMY

과거의 유일한 과거를 떠올리자 다시 치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딴 기억이 내 유일한 기억이라는 것이 정말 뭐 같을 뿐이었다.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자 먼지가 낀 골목길이 보였다. 다리도 다 필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이다. 나는 골목길 사이에서 잠을 청하곤 한다. 시위단들만 아니면 웬만해서 지하철역에서 잘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골목길에서 반 쯤 누운 채로 잠을 자면 과거의 일이 떠올라 어두운 밤에 눈을 뜨게 했다. 그럴 때마다 머리가 아파오고 피로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묵묵히 쌓여갔다, 이러니 내가 정말 이 기억을 뭐 같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두 손의 손가락들을 서로 끼며 기지개를 폈다. 서로 다른 모습의 팔이 보였다. 멀리서 보면 두 팔 모두 사람의 팔로 보일 것 같지만 오른팔에는 누구에게나 있는 정맥이 팔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기계인 것이다. 반면에 왼팔은 정맥이 확연히 보인다. 하지만 양 손이 기계이다.




오른손으로 왼 팔을 잡았다. 따뜻하고 탄력 있는 피부가 느껴졌다. 몇 초가 지나자 오른손의 차가움으로 인해 왼팔을 잡은 부분이 차가워졌고 왼팔을 놓아야만 했다. 왼손으로 오른팔을 잡았다. 차갑고 매끈한 이질적인 피부가 느껴졌다. 따뜻함은 없었고, 단지 차가움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감촉이라고는 지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신 있는 고무의 마찰력이 느껴졌다.




기지개를 펴고 팔을 내려놓았다. 골목길 왼편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골목길의 먼지와 낙엽들이 휘날리고 내 머리카락도 휘날렸다. 잠시는 쌓여온 이 묵묵한 감정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를 원했다. 바람의 시원함은 왼쪽 팔과 오른쪽 얼굴과 머리, 복부와 오른 쪽 폐를 제외한 몸통, 그리고 왼다리와 오른쪽 정강이만이 느꼈다. 그 나머지 부분은 기계인지라 아무 느낌도 얻지 못했다. 감정이 날아가기는 무슨, 울적한 마음이 쌓였다.


바람이 그치자 골목은 처음의 모습대로 다시 먼지가 내려앉고 낙엽이 떨어졌다. 나는 왼손으로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귀 뒤쪽으로 넘겼다. 그 와중에도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가 진짜가 아닐까 불안해졌다. 실은 아주 얇은 기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리도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기계일 거라는 생각은 집어치웠다. 이미 기계인 부분이 많고 이 기계들이 나의 인생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이 기계들이 내 몸의 일부분이라는 것이 증오스러울 뿐이었다.




나는 푸른 청바지에 붙은 먼지를 양 손으로 털어냈다. 어제 저녁에서부터 묻은 먼지는 정말 고생을 거치고 거쳐 묻은 먼지였다. 어제 저녁에 시위단 중 두 명과 추격전을 벌였다. 15분 동안 1킬로미터 이상을 뛴 정말 미친 짓이었다. 골목길을 이리저리 지나고 도로의 차들을 멈춰가게 하며 도로를 가로지르며 뛰어서야 따돌릴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지금 있는 골목길에서 잠을 잔 걸로 기억한다. 얼마나 졸렸으면 그 뭐 같은 기억이 좀이나마 늦게 떠올랐을까 싶다. ‘정말 미친 짓이었지 아마.’나는 썩은 미소를 지으며 어제의 추격전을 떠올렸다.


원래 같았으면 이른 새벽에 깨어나지만 오늘은 완전한 아침이 돼서야 깨어날 수 있었다. 잠이야 조금이라도 더 잤을지언정 이런 곳에 아침까지 있으면 그놈들이 나를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들은 나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지금이 몇 시인지는 모르지만 재빨리 이 골목길을 나가야 했다.




고개를 돌려 골목길 밖을 보니 답답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가는 길을 가고 있었다. 나는 무릎을 딛고 일어섰다. 곧바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버틸 정도기는 하지만 한동안은 뛰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골목길 바닥에 떨어져있는 나뭇가지를 줍고는 골목길 벽에 ‘X’자 표시를 했다. 이유는 당연히 시위단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골목길 벽이 갈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하얀 가루가 남는 표시가 되었다. 나뭇가지를 떨어트리며 골목길 밖으로 나갔다.




골목길 밖을 나가자 여러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내가 한발자국씩 길을 걷자 신선하지는 않지만 시원한 가을 공기가 느껴졌고 차도와 맞닿아있는 곳에는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 밑에 떨어져있는 은행열매는 내 코를 간지럽혔다. 또 한 가지가 신경쓰였다.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보자마자 나를 쳐다보면서 야유를 보냈다. 간접적이지만 웅성대는 소리만 어지간히 들어도 들리는 조롱과 야유의 목소리였다. 기계로 된 부분은 웬만해서는 다 가렸다. 상체는 반팔 흰 티에 회색 후드티를 입었고, 하체는 청바지를 입었다. 모자도 썼지만 어제 시위자들과 추격전을 벌이느라 모자를 놓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오른쪽 눈과 볼에 살짝 있는 푸른 선을 가릴 수단이 없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며칠 전부터 시위단이 내 얼굴을 퍼트리면서부터 사람들은 나를 ‘기계’라 부르며 욕해댔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 몸의 반이 기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들에게 피해만 안주면 욕과 야유만 보내고 만다.




‘같은 인간이면서.’나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 시선은 초점을 잃은 채로 계속 앞만을 걸어가고 있었다. 언제부터 몸의 반이 기계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내가 기계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조롱을 듣고 나면 나의 이 확고한 생각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내가 과연 태어났을 때는 완벽한 인간이었을까?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 누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그 이후의 생각은 한 가지 뿐이었다. ‘나 인간 맞아?’ 이 생각이 들고는 나는 다시 내가 인간이라는 생각을 확고히 다지기 시작한다. 도저히 내가 기계라고는 인정하기 싫었고, 내가 기계라고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의 짐을 쌓고는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거리를 걸으며 보이는 광고판에는 ‘로봇을 없애자!’ 라는 문구가 써져 있었다. 말 그대로였다. 로봇을 박살내자는 얘기였다. 저마저도 시위단들이 만든 걸 거다. 저들은 로봇으로 인한 실업률이 90%이상이 넘어가자 일어난 ‘로봇 대학살’ 이후로도 남은 로봇들을 처리하는 일을 맡아왔다. 이마저도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이젠 몸의 일부가 기계인 사람들도 핍박하고 심하면 자살까지 하게 만드는 지독한 놈들이었다. 핍박받아온 사람들 중 한명이 나이며, 몸이 이렇게 된 이후로 처음 본 광경이 3년 전에 일어난 ‘로봇 대학살이었다. 그리고 내 처음의 기억이기도 했다.




‘환장하겠네.’ 나는 광고판을 보며 3년 전의 일을 떠올릴 뻔 했다. 그때의 일은 이미 뇌리에 꽂혀 가끔씩 내 머릿속을 좀먹곤 했다. 하지만 그 악몽보다도 지금의 상황이 더 악몽 같은 현실이었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욕을 먹으며 거리를 나아갔다. 차라리 아침에 있었던 골목길에 있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즈음이었다. 오늘따라 차가 도로에서 많이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저만치 멀리 있는 도로변을 보았다. 그러자 나는 숨을 멎을 것처럼 소스라쳤고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며 숨을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저만치 멀리 있는 도로변에서 시위단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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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단편 2 2화 21.05.13 27 2 13쪽
» 단편 2 1화 21.05.13 32 2 8쪽
3 단편 3화 +2 21.05.12 40 3 16쪽
2 단편 2화 +1 21.05.12 4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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