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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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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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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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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8)

DUMMY

“흠... 네놈이 무림공적을 두둔하는 말을 듣고 밀고해 온 자가 있거늘 그래도 발뺌을 하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요. 감히 어찌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었겠습니까요. 소인은 절대 그런 적이 없습니다요.”

모용경이 제갈천의 옆에서 왕우삼을 보며 다그치는 중이다. 왕우삼과 동료는 참을 먹던 중, 이렇게 끌려오고 말았던 것이다. 누군가가 밀고 했다고 하는데 짐작이 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굳이 그를 찾아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인 것이다. 이제는 그저 완강히 부인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그래, 네놈이 얼마나 버티나 보겠다. 저놈의 팔을 부러뜨려라.”

“뚜두두두! 끄으아아악!”

멀쩡히 붙어있던 뼈가 힘줄과 근육의 조임을 무시한 채 부러지는 고통은, 연약한 인간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더구나 왕우삼의 팔을 잡은 자는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을 즐기기라도 하려는 것인지, 아주 천천히 힘을 주어 팔을 부러뜨리고 있었다.

왕우삼의 얼굴이 불거져 나온 핏줄로 인해 야차처럼 변해갔다. 허나 아직도 그의 고통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뚜두두둑! 따각!”

“끄아아아악!”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질러대는 비명이 화음현을 질타하고 있었다. 왕우삼을 향하는 모용경의 얼굴에 부드러운 웃음이 떠올랐다.

“이제, 네놈이 했던 말이 생각나느냐?”

“끄으으으, 전혀 없습니다요. 끄으으, 소인 같은 것이 어찌, 흐으윽, 그런 망발을 입에 담을... 수 있겠습니까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부인하는 왕우삼이었다.

“나머지 팔도 똑같이 만들어줘라.”

모용경의 얼굴엔 여전히 웃음이 남아 있었다. 허나 그의 말은 전혀 우습게 들릴 수 없었다. 특히 왕우삼과 동료에게는 더욱 그러했던 것이다.

제갈천은 저들이 끌려오자 바로 참(斬)하려 했었다. 감히 맹주의 령에 의해 무림공적으로 낙인찍힌 자들을 두둔했다는 말을 듣고는, 노기를 참을 수 없었던 제갈천이다. 허나, 사실을 실토한 후에 참해도 늦지는 않는 것이라며 모용경이 만류한 덕에, 아직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왕우삼인 것이다.

“흐으으...”

“끄으...”

온통 비명으로 가득했던 장내가 어느덧 정리되고 있었다. 고통을 이기지 못해 지르던 비명조차 이제는 너무도 미약하게 흘러나오는 까닭이었다.

그들의 몰골은 참으로 처참하기만 했다. 얼굴을 제외하고는 사지가 모두 부러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극구 사실을 부인하는 왕우삼이었다. 실토하는 즉시 목이 달아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흘러내리는 땀과 더불어 절박함이 진득하니 묻어있었다.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무리 부인한다 해도 앞으로 남은 일은 죽음밖에 없는 것이다.

허나 이제는 지쳐가고 있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이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자신에 대한 비관이었다. 장로들에게 치이고 이제는 누군지도 모를 동료라고 생각했던 같은 하급무사에게 치였다. 믿을 놈이 하나도 없는 세상이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이 있을 법도 하건마는, 어찌 같은 처지의 사람을 이리도 매몰차게 몰아 댄 것인지 분노하기 이전에 의욕자체가 사라져 버린 까닭이었다.

왕우삼이 그렇게 무너져 내리고 있을 때, 누군가 다급하게 달려와 숨도 고르지 못한 채, 제갈천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일단의 기마들이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아직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수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느 쪽에서 오는 것이더냐?”

모용경이 제갈천을 대신해 묻고 있었다.

“서안쪽에서 오는 것입니다. 말발굽 소리와 먼지가 일어나는 모습으로 보아 매우 급박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지금 이곳으로 올만한 문파는 없을 것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수하를 보내 확인을 하도록 하라.”

모용강이 등룡대를 대동하고 화음에 들어서는 중이었다. 운명은 제갈천과의 만남을 허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자들일까요?”

“지금과 같은 시기에 서안에서 이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면, 무맹을 향한 것이거나 아니면 화산파를 향한 것으로 봐야 하겠지. 허나 어느 것 하나라도 그리 행할 까닭이 없네.”

모용경에게 답을 해주는 제갈천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고 있었다. 지금은 무맹을 향한 이동이 있을 이유가 없었다. 동원령으로 인해 대부분 사천으로 방향을 잡은 까닭이었다. 또한 화산파로의 움직임도 아닐 것이었다. 화산파 역시 주력은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알 수 없는 자들로 인해 제갈천과 모용경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왕우삼에 대한 것은 이미 관심 밖의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무맹의 동원부대가 화음에 있다 합니다.”

“몇이나 된다던가?”

“팔천이라 합니다. 맹주와 병무전주도 이번에 같이 움직였다 합니다.”

팔천의 인원을 애기하는 모용관의 얼굴이 침통해 보였다. 허나 모용강은 그와는 대조적이다.

“제갈천이 화음에 있다고? 허허. 참으로 다행이구나. 팔천의 떨거지들이야 문제 삼을 것도 없으니 놈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짓도록 하면 될 것이야. 제발로 기어 들어오다니 제갈천이 안됐구나, 허허.”

모용강이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일정을 앞당길 수 있어 수고를 덜게 된 까닭이었다. 드디어 제갈천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검왕이 맹주를 뵙고자 한다고 전하라. 일단 격식을 갖춰서 제갈천부터 만나야 하겠다. 그리해야 일이 쉽게 풀릴 것이야.”

앞서 가던 수하들의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었다. 무맹원들과 제대로 조우하고 있는 것이다.


“뭣이라! 모용세가! 게다가 검왕이라니...!”

“검왕이 느닷없이 어인일일까요? 무림의 일은 커녕 세가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은 채, 두문불출(杜門不出) 수련만 일삼더니...”

대경(大驚)한 제갈천과 모용경의 말이었다. 검왕의 출현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전서를 통해 모용세가의 가주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했던 것이다. 허나 그가 수하들을 이끌고 이리도 급히 길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에 의문이 들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때문이었다.

“어찌된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맞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라도 동원령과 관련해서 모처럼 몸이라도 풀기 위해 나왔다면, 이것도 기회가 될 수 있겠지요.”

모용경의 말에 제갈천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 또한 다른 연유는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최대한 정중히 모시도록 하라.”

화음현으로 들어서는 모용강과 등룡대 주위로 무맹원들이 넓게 포진한 채, 마치 호위라도 하듯 따르고 있었다.


위풍당당한 그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감탄이 일게 만들고 있었다. 장부의 기개와 은연중 풍겨 나오는 완숙함, 그리고 자신감은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으음...”

“대단하군요.”

제갈천의 입에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침음성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모용경 역시도 크게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들이 뭔가 답답함을 느끼고 침음하고 있는 사이에 모용강이 어느새 앞으로 다가들었다.

“검왕 모용강이 맹주를 뵈오.”

인사를 건네 오는 말투에서부터 장중하면서도 무거운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제갈천이 그의 기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듯, 몸을 움츠리며 화답했다. 허나 이미 맹호를 만난 여우마냥 주눅이 들어버린 제갈천이었다.

“허어, 검왕이 제일이라더니 명불허전(名不虛傳)이외다. 맹주의 직을 맡고 있는 제갈천이오. 때 아닌 곳에서 이리 검왕과 마주하게 되니 기쁘기 그지없소이다. 안으로 드십시다.”

제갈천의 인사를 뒤로하고 모용경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고 있었다.

“아주 어릴 때 한 번 보고는 처음이로구나. 그래 가주가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다. 사실 헌이가 너무 세가의 일을 등한시 하기는 했지.”

항렬로 봤을 때 모용경이 팔촌 형님뻘이었던 관계로 아우를 대하는 태도로 모용강을 맞이하는 것이다. 내심으로야 껄끄럽기 그지없는 검왕의 등장이었지만, 웃으며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모용경이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일언반구(一言半句) 대꾸도 없는 모용강이었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은 모용경이 눈썹을 찌푸리고 있는데, 제갈천이 귀빈을 모시는 것처럼 깍듯한 모습을 보이며 모용강을 안으로 들이려 권하고 있었다.

“자, 얘기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고 일단 들어갑시다. 내 검왕의 초연한 기개에 사뭇 기대하는 바가 큰 사람이오. 허허.”

허나 그들의 반기는 기색과는 달리 모용강의 안색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일을 시작하기에 어떤 시점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할 것인지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서 벌이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였다.

“혹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도 있는 것이오?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소이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 잠시 쉬는 것이 좋겠소이다.”

제갈천이 모용강의 안색이 무거운 것을 보고 꺼내는 말이었다. 분위기로 보아 제갈천의 모습은 어쩐지 비굴해 보이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모용강도 하고 있었다. 제갈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선택은 정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모용강의 일갈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늘의 심판을 대행하는 사자(使者)의 모습이 저러할까 싶을 정도로, 준엄함을 보이고 있는 모용강인 것이다.

“제갈천! 그대는 어찌 세상을 그리도 우습게보고 있는 것인가! 하늘로부터 힘을 부여받아 맹주의 자리에 올랐으면, 민생을 살피고 패악을 징치해 힘없는 자들도 마음 편히 세상을 살아가도록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도 큰 의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헌데도 맹주라는 직위를 이용해 개인의 영달(榮達)과 욕망을 해결하는데 주력했으며, 또한 민생을 등한시함으로써 억압받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갈수록 늘어나게 만들고 있는 원흉이 바로 네놈인 것이다.

이에 검왕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는 나 모용강은, 지금의 무맹을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뜻을 가지고 맹주이하 갖은 패악을 저지른 놈들을 징치하려 한다. 이제라도 욕심을 버리고 초야에 묻히겠다면 내 조용히 물러갈 것이나, 그리하지 않는다면 명부(冥府)에서 나를 원망해야만 할 것이다.”

다짜고짜 자신의 이름을 부르더니 한참을 주절거리는 모용강이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조차 알아듣지를 못하던 제갈천이다. 그러다가 말에 들어있는 의미를 알게 되자 얼굴이 달아오르고 몸이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말은 장황했지만, 결론은 ‘맹주자격이 없으니 그만 물러나라, 내가 맹주를 해야겠다.’ 이런 뜻인 것이다.

“네 이노옴!”

호통만 칠 뿐 차마 뒷말이 생각나지 않는 제갈천이다. 너무 당황한 때문이었다. 옆에 있던 모용경 마저도 할 말을 잊은 듯,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허나 그런 그들을 모용강은 그냥 두지 않았다.

“오늘부로 무맹의 역사는 다시 쓰게 될 것이다. 의를 알고 협을 실천하는 자들로 새롭게 구성되어, 약자를 돕고 패악을 부리는 자를 용서치 않는 진정한 의미의 무맹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장내의 모든 이들이 말을 잃고 있었다. 경악스런 일이 벌어짐에 따라 일시적으로 사고가 마비된 까닭이었다.

이미 등룡대는 사방을 경계하며 모용강의 뒤에 정연하게 도열해 있는 상태였다. 또한 검왕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까닭에, 무맹원들은 쉽게 끼어들 수 없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던 것이다.

“무엇들 하느냐! 이놈을 잡아라! 감히 분란을 조장하여 무맹을 사조직으로 만들려는 놈에게 결코 세상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라!”

“촤앙! 차차창!”

제갈천의 격분한 외침에 맹주 수호대가 칼을 빼들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모용강에게 바로 달려들지는 않았다. 그들도 분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그렇지. 그냥 곱게 물러나지는 못하겠지. 꼭 쓴 맛을 봐야만 말을 듣는 놈들이 있기 마련이지. 모두 물러서라! 애꿎은 목숨들을 잃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제갈천이면 족하다. 어차피 강자존(强者存)의 세계가 아닌가! 놈과 단둘이 결판을 낼 것이다!”

“무엇들 하느냐! 놈을 잡아라! 무림을 전복(顚覆)하려는 놈이다!”

수하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맹주였다. 모든 것을 떠나서 무인들의 손에 의해 맹주로 추대된 사람인 것이다. 그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면도 있었다. 대다수 무인들이 자신들의 의지를 제대로 피력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는 까닭이었다. 힘으로 누르고 금전으로 그들을 회유했다. 결코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지 못한 채 맹주로 추대했으니 변명에 불과하다고 말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맹주가 되는 방법이 정당하지 못했음은 사실이었다.

또 한 가지는 검왕이었다. 세상의 각종 욕망을 벗어나 유유자적 홀로 무의 끝을 보려는 사람이 바로 그였던 것이다. 이 시대에 참으로 보기 힘든 진정한 무인이라 칭송을 받았던 사람이다.

그가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칼을 들었다. 그를 적대하기에는 이름의 무게가 워낙 컸다. 더불어 그를 숭앙(崇仰)하는 자들이 이 자리에도 꽤나 많이들 있었던 것이다.

수하들이 칼을 빼들기는 했지만, 어쩌지 못하고 있는 까닭인 것이다.

이때 의외의 일이 벌어지며 중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검왕 어르신! 살려 주세요!”

“퍼퍼퍽!”

“끄으으!”

그들이 서있던 곳에서 십여 장 떨어진 거리였다. 누군가 모용강을 향해 살려달라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렇게 소리 지르는 자를 옆에 있던 무사가 매몰차게 손을 봐주고 있었다. 중인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이놈이 그래도!”

“퍼퍼퍼퍽!”

“크흐흐흑! 데알 사여우에여!”

왕우삼이었다. 그와 동료가 검왕으로 인해 한 쪽 구석에 끌려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갈천을 몰아붙이는 검왕의 말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두 번째 말을 할 때는 입이라도 얻어 터졌는지 발음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모용강의 눈썹이 곤두섰다.

“가서 데려오라. 막는 자는 날려버려도 좋다.”

등룡대주 모용관이 신형을 날리려다 멈추고 말았다. 어느새 무맹원들이 등룡대를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다. 치부를 보이기 싫어하는 마음으로 인해 막으려하는 이유였다.

“지금부터 나와 제갈천의 일에 끼어드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내 말을 명심하라. 자신이 지금까지 저지른 패악을 돌이켜,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놈들만 칼을 들도록 하라! 아주 명쾌한 죽음을 선사할 것이다!”

제갈천의 분개한 모습을 아랑곳하지도 않고 모용강이 한 소리 외치더니 어느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왕우삼의 곁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무맹의 수하들 다섯이 왕우삼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들은 벌써 바닥을 기면서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왕우삼과 동료를 데리고 모용강이 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실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눈썰미 좋은 자들조차도 그의 움직임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모용관에게 왕우삼 등을 인계하고는 제갈천을 향해 몸을 돌린 모용강이다.

제갈천의 안색은 마치 독풀이라도 씹은 것처럼 푸르뎅뎅하니 변해 있었다. 모용강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도 있었지만, 그의 무위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보게 된 제갈천이다. 그로인해 찾아든 두려움과 공포가 의식을 짓누르고 있는 까닭이었다.

“고마으미아. 고마으미아.”

눈물을 흘려가며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는 왕우삼과 동료였다. 그들의 그런 행동이 모용강의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무슨 일로 그리 모질게 당한 것인지 자초지종을 말해보라.”

“이 친구와 저는 이번 동원령에 차출된 하급 무사입니다요. 저희끼리 의혈문의 행동에 대해 얘기하면서 살기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었습니다. 헌데 그것을 누군가가 수뇌에게 밀고를 해 이렇게 치도곤을 당한 것입니다. 어차피 죽을 몸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검왕께서 이리 납시는 덕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왕우삼의 동료였다. 그 역시도 사지가 부러진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고통을 참기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정연하게 말을 하는 그가 모용강의 관심을 끌었다.

“흠, 이름이 무엇인가?”

“추성이라 합니다.”

“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하라.”

처음보다 매서워진 모용강의 시선이 제갈천을 향하고 있었다. 기세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주변의 사물들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맹주 수호대가 칼을 앞으로 세우며 기세를 흘려보려 했지만, 그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쩌저적! 쩌엉!”

결국, 기세를 감당하지 못한 칼에 균열이 일고 있었다. 한 발 앞으로 나서는 모용강으로 인해 압력이 더욱 커진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또다시 한 발짝 앞으로 나서자 수호대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모용강의 걸음이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수호대의 물러섬도 덩달아 빨라졌다. 그들은 어느새 제갈천이 있는 곳까지 밀려나고 있었다.

“이익! 촤아앙!”

잇새를 비집고 억지로 흘러나오는 소리와 더불어 쇳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제갈천이 검을 빼들고 말았던 것이다. 여기서 피할 수는 없었다. 피하는 순간 자신은 무림을 떠나야만 할 것이었다. 강자존이 통하는 곳인 까닭이었다. 모용강의 노림수도 바로 이것이었다.

수하들이 마지막 안간힘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이미 기세만으로도 제압당한 상태였다. 더는 그들에게 기대를 걸 수 없는 것이다. 힘겨운 결정이었지만, 제갈천은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모용강의 기세가 한 층 더해졌다. 둘의 거리는 이제 삼장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한 번의 도약이면 승부를 결할 수 있는 거리였다. 제갈천의 이마에 혈관이 불거져 나왔다.

모용강이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무거운 기운을 가득 담은 손이었다. 그것이 떨쳐지는 순간, 역사는 새로 흐르게 될 것이었다.

“꿀꺽!”

“흐읍! 꿀꺽!”

누군가의 침 넘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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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7

  • 작성자
    Lv.21 氣高萬仗
    작성일
    07.06.13 17:27
    No. 1

    오호~
    제갈천 확 죽여 버리시려나 아니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자주달개비
    작성일
    07.06.13 17:28
    No. 2

    대단한 절단 마공.........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엿l마법
    작성일
    07.06.13 17:41
    No. 3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아몰라랑
    작성일
    07.06.13 18:07
    No. 4

    젠장,
    역시나 절정의 절단마공...
    절단 없는 세상에 살고 시퍼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신법사
    작성일
    07.06.13 19:13
    No. 5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청학
    작성일
    07.06.13 19:30
    No. 6

    침 넘어가는 소리 꼴깍~
    꼴까닥하고 기절이나 하지 않을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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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89 한사
    작성일
    07.06.13 19:30
    No. 7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7.06.13 22:28
    No. 8

    잘 보고 갑니다..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청린(靑麟)
    작성일
    07.06.14 00:58
    No. 9

    흐업 흐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장림리
    작성일
    07.06.14 01:40
    No. 10

    모라고 할까....기대감이라는게 많이 떨어지는듯 합니다.
    결과는 어느정도 뚜렷하게 나온상태라고는 하지만,
    "모, 잘하겠지" 정도의 생각밖에는 안드는...
    주인고의 무공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은 없지만,
    흔히 말하는, 무적인것 같네요...

    인물 묘사도 거의 없는 듯 보이고,
    기억에 남는 조연들이 거의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나그네
    작성일
    07.06.14 13:24
    No. 11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zio5370
    작성일
    07.06.14 15:49
    No. 12

    건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송담(松潭)
    작성일
    07.06.14 20:31
    No. 13

    천의 부름님의 말씀에 절대 공감입니다.^^;
    그런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얼마 전에 독자분이 쪽지를 보내셨습니다. 쉼표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너무 고마웠지요. 호흡을 끊는 쉼표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삼일간 전편을 수정했습니다.
    지금 말씀 하신 부분도 수정이 가능하면 좋겠습니다만, 현재 저의 능력과 글의 진행상황이 여의치 못하네요.
    앞으로는 신경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겠지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편안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엘사령
    작성일
    07.06.15 19:21
    No. 14

    연휘 할일 없겟다아~ ㅎㅎ;
    재미있게 보고가요 ... 검왕이 꼭 이겼으면^^;
    건필하세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뱃살이랑
    작성일
    07.06.16 18:40
    No. 15

    제갈천이 죽으면 넘 쉽게 끝나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철혈기갑
    작성일
    07.06.23 10:13
    No. 16

    건필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천지
    작성일
    12.08.11 21:28
    No. 17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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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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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강호풍운록(욕망 慾望) +27 07.06.26 16,355 49 21쪽
73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8) +17 07.06.24 10,324 61 21쪽
72 강호풍운록 (맹주 盟主 7) +12 07.06.22 9,714 64 17쪽
71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6) +13 07.06.21 10,055 63 19쪽
70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5) +13 07.06.19 10,484 66 19쪽
69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4) +12 07.06.18 10,940 66 21쪽
68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3) +12 07.06.17 11,663 65 20쪽
67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2) +15 07.06.15 11,549 65 20쪽
66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1) +12 07.06.14 11,153 74 20쪽
»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8) +17 07.06.13 11,493 71 19쪽
64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7) +12 07.06.12 11,059 73 19쪽
63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6) +12 07.06.11 11,162 68 19쪽
62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5) +15 07.06.08 11,655 66 20쪽
61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4) +13 07.06.07 11,071 70 19쪽
60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3) +11 07.06.06 12,032 69 20쪽
59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2) +10 07.06.05 11,762 67 19쪽
58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1) +13 07.06.04 12,348 70 19쪽
57 강호풍운록(호북 湖北 5) +15 07.06.03 12,680 76 19쪽
56 강호풍운록(호북 湖北 4) +15 07.06.02 12,519 73 16쪽
55 강호풍운록(호북 湖北 3) +12 07.06.01 12,665 81 16쪽
54 강호풍운록(호북 湖北 2) +11 07.05.31 13,972 73 16쪽
53 강호풍운록(호북 湖北 1) +12 07.05.30 13,777 73 14쪽
52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5) +8 07.05.30 13,808 73 12쪽
51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4) +11 07.05.30 16,142 99 14쪽
50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3) +10 07.05.29 13,488 82 13쪽
49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2) +14 07.05.29 13,271 81 15쪽
48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1) +17 07.05.28 13,904 81 12쪽
47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8) +14 07.05.28 13,390 80 12쪽
46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7) +9 07.05.28 13,387 86 13쪽
45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6) +11 07.05.27 13,643 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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