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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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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0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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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글자
20쪽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3)

DUMMY

모용강의 뒤를 이어 등룡대가 무서운 속도로 천수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무려 오백 필의 말들이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길게 꼬리를 물며 그들의 행렬이 지나가고 나자, 사방이 온통 먼지로 뒤덮이고 말았다.

“이익! 다음에는...”

고영은 입술을 짓이기며 분함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이미 모용강은 떠나가고 없었다. 다음이라는 말은 사실 소용없는 것이었다. 그의 능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감당할 수 없는 까닭이었다. 자신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분했다. 하지만 결국, 땅을 차는 것으로 해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은하장으로 돌아가는 그의 걸음은 무겁게만 보였다.

고영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하장에서 백여 필의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권절을 위시한 팔숙과 제룡대의 정예들이었다. 그들 역시도 다급한 상황을 감내하지 못하고 최대한의 속력을 내고 있었다.

“섬서의 한중까지는 쉬지 않고 가야합니다! 호북의 양양을 거쳐 무창까지 계속 달린다면, 칠 주야 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쉰다고 해도 사흘을 초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놈들이 열흘이라는 기간 동안 움직일 수 있는 반경을 유추해 보도록! 그리고 그 안에 소재하는 연락 가능한 문파들에게 최대한 협조를 요청해 봐!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 하고 절대 후의를 잊지 않겠다는 말도 붙이고!”

말을 달리는 와중이라 고함을 지르듯 하면서 남욱이 무창까지의 행로를 얘기하자, 타 문파와의 협조를 지시하는 권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한중까지는 그저 달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 문파와의 협조요청에 대한 권절의 지시는 한중에 가서야 이행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들의 뒤쪽으로도 역시, 뿌연 황사가 뭉클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동원 가능한 병력이 얼마나 되나?”

“당장은 사천 정도 됩니다. 세 시진 안에 칠천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제갈천의 물음에 병무전주가 즉각 대답하고 있었다.

“일단 칠천은 되어야 움직일 수 있을 것이야. 그들이 모이는 즉시 보고하도록 하고, 장로원의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제갈천이 회의실에서 각료들과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말로는 회의라고 했지만, 어찌 보면 장로원을 폐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자축하고 있는 듯 보였다.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농성하려던 것을 집행대가 부쉈다 합니다.”

집법전주가 현장에 나가 있는 관계로 내무전주가 답을 하고 있었다. 집행대가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는 말에 제갈천의 얼굴이 확연히 밝아졌다.

“허면, 그들이 반항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던가? 곱게 따라갈 위인들이 아닐 텐데 말이야.”

집행과정이 궁금한 제갈천이었다. 그런 그의 궁금함을 내무전주가 시원하게 해소시켜 주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도 역시, 통쾌하다는 듯 웃음이 걸려 있는 것이다.

“공각이 집행대원에게 폭행을 가했다 합니다. 그에 격분한 대원들이 무자비하게 달려들며 전신을 다져놓았다는 것입니다. 말조차 제대로 못할 정도로 망가졌다 합니다.”

“크하하하하! 좋아! 아주 좋아! 공각 이놈, 쓴 맛을 톡톡히 보았구나. 참회동에서 일 년을 지내고 나면, 네놈이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하하하하! 크하하하하!”

제갈천의 통쾌한 웃음에 각료들도 덩달아 웃고 있었다. 같은 무맹의 수뇌들이었음에도, 장로들을 참회동에 보내놓고 웃어대는 것이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개운한 모습을 보이는 그들이었다.

제갈천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그의 지시를 받은 수하들이 일사분란하게 일처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의혈문의 사건에 대해서 알만한 자들은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각료들이 동원령을 들이밀며 중심을 잡아가고 있었지만, 연휘로 인한 파장은 결코 적지 않았다.

젊은 대주들 중에는 연휘를 동경하는 자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런 자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새로운 모임이 결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팽완이 있었던 것이다. 원래부터 젊은층의 호응을 받아왔던 팽완이었다. 의혈문의 일을 계기로 그것이 본격화 되며 하나의 조직화 되어가는 것이었다.

팽완은 장로원을 나오는 즉시, 처소를 거치지도 않고 바로 맹을 벗어나고 있었다. 집법전의 집행대가 장로원으로 향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맹을 벗어난 팽완으로 인하여 무맹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었다.

팽완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뒤를 따라 나온 청성의 백연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십여 명의 무인들이 또한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원래부터 팽완을 추종하던 젊은 무인들의 수뇌급이었다.

“장로님, 행선지를 어디로 잡으시렵니까?”

삼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사내가 팽완에게 행선지를 묻고 있었다. 젊은이들 중 가장 연장자인 듯싶었다. 남궁기였다. 팽완을 추종하는 젊은이들의 수장격인 것이다.

“호북으로 가자. 일단 그곳에서 의혈문의 흔적을 찾아 움직인다.”

“팽형, 허면 의혈문과는 어찌 하시려오?”

백연은 팽완의 의중을 알지 못해 궁금했던 것이다. 그 역시도 팽완을 따르고 있었다. 같은 장로라 하지만 팽완의 호방함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이다. 비록 파벌은 달랐지만 백연은 팽완의 추종자중 한 사람이었다. 의혈문을 찾아 그들과 한 배를 탈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던 까닭에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들이 얘기한 그대로 행동 하고 있다면 힘을 보탤 것이오. 그들 말대로 강호는 썩어도 너무 썩었소. 대단한 용기를 지닌 자들이지요. 하지만 무모하기도 한 자들이라오. 허허.”

“몇 군데 소식을 넣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호북으로 간다 해도 이미 그곳을 떠났을 터이니, 아예 그들이 움직일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만...”

백연이 의외의 제안을 해오고 있었다. 팽완은 그것까지 생각할 만큼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팽가의 내력이었다.

“백장로님 말씀대로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충의 이동경로만 알아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마침 흑월에 아는 자가 있으니 청을 한 번 넣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좋지. 이래서 사람은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것이야. 좋은 생각은 여럿이 할 때 나오는 법이거든. 굳이 호북으로 가야할 이유는 없지.”

남궁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는 듯 웃는 팽완이었다.


“이놈, 팽완!”

“이미 그물을 벗어나 강으로 뛰어든 상황입니다. 수배령을 내려놓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장로들을 곤죽으로 만들어 참회동에 들여보냈다는 얘기로 한껏 들떠있던 회의실이, 느닷없이 터져 나오는 제갈천의 고함으로 인해 순식간에 냉랭해지고 있었다. 장로들 모두가 끌려 간 줄 알았는데, 뒤늦게 들어온 보고에 의해 팽완과 백연이 맹을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명분은 어찌하고! 맹 내에서야 강제가 통하겠지만, 일단 맹을 벗어나면 누가 그를 함부로 대할 것인가! 게다가 십대고수인 팽완이야. 그를 추종하는 자들이 적지 않다는 말이야!”

제갈천의 분기서린 고함에 내무전주는 급히 대답을 해야만 했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맺히고 있었다. 제갈천의 노화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었다.

“일단 동원령이 선포되었으니 아무리 십대고수라 해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입니다. 팽완을 추종하는 자들도 어차피 맹 내에 있으니 그는 혼자나 다름없습니다.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놈을 잡았어야 했어. 공각도 그렇지만, 그보다 팽완 그놈을 잡았어야 하는 거야. 놈이 밖으로 나간 이상 젊은 층들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야. 일단 놈에 대해 수배령을 내리고 젊은 놈들의 개인적인 행동을 철저히 통제하도록.”

“그리 하겠습니다.”

팽완을 놓친 후유증은 동원령이 해제되었을 때 나타날 것이었다.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팽완이었다. 그가 참회동에 들어갔다면, 직접적인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수배령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다 그놈이 그놈인 무맹의 수뇌부였던 까닭에 팽완을 추종하는 무리들은 여전히 그를 따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맹주선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었다.

“부대 정비가 속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칠천의 부대가 정비를 마치고 대기 중입니다.”

제갈천이 팽완을 생각하며 분기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자, 병무전주가 조심스럽게 병력의 집결상황을 꺼내고 있었다. 그의 말에 의외로 제갈천은 쉽게 냉정을 찾고 있었다.

“각 지부에서는 반응이 어떤가?”

“지부별로 정비를 마치고 지시를 기다리는 상태입니다.”

“호북을 중심으로 천라지망을 펼치도록 해야겠지. 놈들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 것인지 예측을 해보도록 하고 범위를 잡아서 출정시키는 것으로 하지. 그렇다고 너무 급히 서두르진 말도록. 빨리 잡으면 우리에게 시간이 부족할 것이야. 서서히 토끼몰이 하듯, 그렇게 처리해야 하네.”

차분하게 지시하는 제갈천의 모습은 이미 팽완을 잊은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대답을 하는 병무전주가 안도를 하는 것이 눈에 확연히 보였다.

“각 지부별로 철저히 수색을 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호북에서 놈들의 용모파기에 대해 올라오는 즉시 개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본 맹에 일차 집결된 부대를 일단 호북으로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칠천이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어차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터이니 호북으로 가야겠지. 그리고 이차로 집결하는 자들은 잠시 대기시키도록. 놈들의 소재가 파악되는 즉시 출정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하네.”

“예. 명심하겠습니다.”


홍구에 무맹의 조사단은 파견되지 않았다. 장로원을 제압하는 일이 급했던 까닭이었다. 공각과 신경전을 펼치고 있던 제갈천이 장로원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각 파벌에서는 몇몇이 잠시 들렀다가는 황급히 돌아가 버렸다. 시늉만 했던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들에게 위기의식이 없었던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급한 것은 맹주선출이었던 것이다. 무창의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모두들 맹주선출에 전력을 쏟아 붇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홍구는 나날이 달라지고 있었다. 건물들이 새롭게 건축되고 사람들도 날로 분주해졌던 것이다.

무창의 일이 홍구에 알려진 것은 사건 후 이틀 만이었다. 그리고 그 소식으로 인해 홍구는 모두들 정신없이 뛰어야만 했다. 갑작스럽게 떨어진 소집명령 때문이었다. 당초 목적했던 대로 수뇌부만을 징치하고 조용히 안휘로 들어섰어야 할 연휘가 일을 너무 크게 벌인 탓이었다. 자칫하면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었다.

“문주님의 행보가 사천으로 이어진다 했어요. 너무 무모한 결정을 하셨다고 볼 수밖에 없네요. 차라리 호남이나 안휘였다면 한결 수월했을 텐데, 이제 갈수록 부담이 가중될 거예요.”

소혜의 근심어린 말에 광도의 눈빛이 불안함으로 떨리고 있었다. 연휘의 행보는 사천으로 이어진다고 했던 것이다. 그곳은 용담호혈이었다. 물론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을 경우에는 치고 빠지는 방법이 통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소용없는 일인 것이다.

성미를 못 이기고 호북지부로 들어선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이제 조만간 그들의 얼굴이 천하에 알려질 까닭이었다. 하지만 수습을 해야 했다. 사천에서 연휘가 잘못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조단주님.”

“아, 예.”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지요?”

“이곳과 운남을 합하면 이천오백 정도 되겠지요.”

어느덧 의혈문의 무인들이 불어나 있었다. 당초 운남의 육백과 언가의 이백, 그리고 귀주의 칠백여 명에다가 홍구에서 일천 정도의 인원이 합류한 까닭이었다.

“운남에 연락을 취해서 사천으로 오라 하세요. 이곳에서도 사천으로 가야합니다. 어쩌면 사천에서 무맹과의 전면전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 이르고 최대한 빨리 사천으로 가야해요.”

“사천 어디로 오라 해야 합니까?”

“남충으로 오라하세요. 문주님도 일단 그 곳으로 오실 거예요.”

“허면, 안휘로는 인원을 보내지 않는 것입니까?”

“사천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소혜의 마지막 말은 단호했다. 광도를 보는 그녀의 눈에는 연휘에 대한 안위를 걱정하는 빛이 여과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창에서 연휘의 흔적을 지운 수하들은 홍구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들의 지휘는 이구가 맡고 있는 것이다. 호남으로 향하는 그들의 행로에는 약간의 흔적을 남겨야만 했다. 유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다가 호남에 들어서게 되면 다시 흔적을 없애고 홍구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다. 만약 상황이 급변하기라도 한다면 굳이 홍구로 갈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상황이 변하고 있었다.

“벌써, 천라지망이 형성되었을 까닭이 없는데, 어찌 무맹원들이 저리 널려 있을까...”

“뭔가 다른 사단이 발생한 것은 아닐까요?”

“흠, 조심하지 않으면 일 나게 생겼다. 모두에게 주의를 주도록.”

동정호를 건너 상덕이라는 곳에 들어선 이구였다. 곳곳에 보이는 무맹원들의 모습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무맹원들이 저리 설칠 까닭이 없었다. 이곳은 호북의 무창이 아니라 호남의 상덕이었던 것이다. 헌데 저들은 길목마다 늘어서서 검문을 하고 있었다. 무창의 일에 벌써 대응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이구였다.

애써 태연을 가장하고 관도를 따라 걸었다. 이구는 두 명의 수하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나머지 일곱은 둘 또는 셋씩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주변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지 그들을 수상하게 여기고 쳐다보는 자들은 없었다.

저 만치 객잔이 보이고 있었다. 허나 그들은 그곳을 그냥 지나쳐야만 했다. 다른 곳과는 달리 무맹원들이 열댓 명이나 객잔 주위를 감시하며 검문하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그곳을 지나며 상덕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던 어느 순간, 이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무맹원의 복장을 한 자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에게 조심하라고 일러라.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다.”

“저들이 우리를 알아보기라도 한다면, 어찌 합니까?”

“혹시 누군가 저들에게 정체를 들킨다면 절대 경거망동 하지 말도록. 그리고 누군가 당하더라도 그에 호응하지 말고 각자 따로 행동해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살아서 홍구로 가야 할 것이다.”

비장하게 말하는 이구였다. 그의 말을 전해들은 수하들 모두 경계심을 잔뜩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들의 주변엔 많은 수의 무맹원들이 누군가를 찾는 듯 신경을 곤두세운 채, 사람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연휘는 하남의 경계를 넘어서면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틀정도는 하남을 통해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런 다음 섬서를 거쳐 사천으로 들어갈 것이었다. 별다른 문제없이 이동하던 연휘가 섬서에 들어설 무렵, 무맹을 나온 팽완 역시 같은 곳을 지나고 있었다.

상남이라는 곳이었다. 연휘는 이곳에서 관도를 버리고 사천을 향해 곧바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당분간은 제대로 음식다운 것을 먹을 수 없을 터였다. 객잔을 향하는 그들의 눈에 팽완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연휘는 팽완을 알아보았다. 워낙 유명했던 탓이었다. 그의 성정에 호감을 갖고 있기도 했던 연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외면해야만 했다.

동원령이 이미 내려진 상태였다. 섬서지부가 멀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모를 일이었다.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우선 간단하게 요기 할 것들을 좀 주게나. 아, 그리고 며칠 여행할 것이니 건량을 넉넉히 싸주게.”

“예,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간단하게 주문을 받은 점소이가 물러가고 있었다.

연휘의 일행은 모두 다섯 곳으로 분산해서 들어갔다. 또한 그렇게 들어가서도 탁자에는 두세 명씩 나누어 앉아있었다. 나름대로 제법 그럴싸하게 분장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길이 험할 것이니, 요기를 하고 건량을 충분히 챙겨라.”

“예, 넉넉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연휘가 수하들과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 다른 객잔에 들었던 하륜의 일행은 실로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어이! 자네 하륜 아닌가?”

수하들과 앉아 음식을 기다리던 하륜의 눈이 놀람을 표하고 있었다. 하필 지금처럼 어려울 때, 예전의 동료를 만난 것이다. 이미 자신을 알아본 상대였다. 지금에 와서 급히 피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하륜이 몸을 돌리며 예전의 동료를 보고 있었다.

“아는 자인가?”

“예, 전에 같이 근무했던 동료입니다. 벌써 십년 가까이 된 것 같습니다. 보통 대단한 친구가 아니었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팽완과 남궁기였다. 연휘는 팽완을 보고 일부러 다른 객잔을 골랐지만, 하륜은 팽완의 일행을 보기 전에 이미 객잔에 들어가 있던 터였다. 그리고 팽완의 일행이 하륜이 있는 객잔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팽완은 흑월이라는 정보단체를 통해서 의혈문이 섬서나 사천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많다는 정보를 접했다. 그리고 무창의 사건이 일어난 시간과 자신이 움직이는 거리를 비교해 본 결과, 이쯤에서 찾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팽완이 그리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팽완으로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궁기가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하륜이 의혈문에 속해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단지 옛 동료를 만났다는 기쁨에 소리친 것일 뿐이었다.

“궁기가 아닌가? 무맹에서 한참 잘 나가고 있을 자네가 예까지 어인 행차를 한 것인가? 실로 생각지 못했던 일일세.”

절친했던 만큼 이름도 그렇게 부르고 있는 하륜이었다. 허나 그의 표정에는 어색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허어, 이 사람 여전하구먼. 언제나 이름을 바로 부를 것인가? 허허.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아예 하륜의 자리로 건너온 남궁기였다.

“아직도 궁기가 흐르는구먼, 허허.”

하륜의 농담에 객쩍은 웃음으로 얼버무린 남궁기가 의외의 제안을 하고 있었다. 지금의 하륜으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제안이었다.

“이럴게 아니라 합석을 하는 게 어떻겠나? 마침 장로님도 계시고 하니 이참에 인사라도 드리게. 신주제일도 도천 팽완 어른일세. 어서 가세나.”

“아, 헌데 일행들이 있어서 좀 곤란하네.”

하륜이 머뭇거리며 완곡하게 거부를 표현하고 있었다. 허나 남궁기도 만만치는 않았다. 하륜의 수하들을 둘러보며 정중히 청을 하는 것이었다.

“사해가 동도라 했는데 뭐가 그리 어려운가. 소생 남궁기라 합니다. 여기 하형과는 친우라 할 수 있지요. 만난 지 십년은 된 것 같은데, 마침 이곳에서 보게 되니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저희 일행 중에 도천 팽완 어른께서도 계시니, 인사를 겸해 합석하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부디 이 친구와의 회포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하륜을 비롯해 그의 수하들은 할 말이 없었다. 저리도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청하는데 거절할 만한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머뭇거리고 있는 동안,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팽완이 몸을 일으키더니 그들의 탁자로 건너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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