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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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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0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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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글자
20쪽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5)

DUMMY

성질을 이기지 못한 팽완이, 연휘를 향해 몸을 날리며 공격을 퍼부어 대는 순간이었다. 옆으로 훌쩍 뛰어 피한 연휘가 여유를 부리며 팽완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허어, 정말 노인네가 성질 한 번 급하네. 잠깐 좀 기다려 보시오. 어차피 한 판 붙어야 해결될 일이니, 잠시 궁금한 것부터 풀고 봅시다.”

말투 자체가 상당히 도발적이었다. 계속되는 노인네라는 말이 팽완의 신경을 긁어대는 것이다. 선불 맞은 멧돼지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얼굴이 달아오른 팽완이었다. 말도 못하고 그저 뚫어져라 연휘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하라는 듯, 무언의 재촉이었다.

“아까 얘기에서, 나를 찾아다녔다는데 왜 그런 것이오? 이미 동원령이 선포되면서 무림공적으로 몰렸을 터인데, 굳이 그런 나를 찾고 있었다니 궁금해서 그러오. 설마 노인네가, 포상에 눈이 멀었을 리는 없을 것이니 마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 아니오.”

연휘가 궁금했던 것을 묻고 있었다. 사실 그냥 가려고 했던 연휘였다. 상대가 아무리 험한 말을 했다 하더라도, 지금은 빨리 이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무시하고 그냥 간다하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었던 까닭이었다.

헌데 자신을 찾으러 다녔다는 것과 실망했다는 말에 신경이 쓰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맹의 장로였다. 궁금해진 것이다. 궁금증을 풀고 무맹의 정황도 알아 볼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십대고수였다. 한 번쯤은 그들과 부딪혀 맘껏 몸을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터였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정확한 검증을 아직까지는 해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운남에서 한 달간 몸을 점검하며 자신감으로 가득 찼던 연휘다. 십대고수 서넛쯤은 충분히 감당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했었던 것이다.

일례로 의혈문의 장로로 들어온 신창 양위나 팽호의 경우도 십대고수에 필적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아무래도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팽완을 만났다. 십대고수에 이름을 올려놓은 지, 벌써 이십년이 넘어가는 고수였다. 자신보다 강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쉽게 상대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던 것이다.

실력검증을 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게다가 자신을 찾았다니 연유에 대해 확인을 해 볼 필요도 있었다. 허나 지금 상황에서 한 번 붙어봅시다 라는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도전한다는 말도 꺼내기가 좀 그랬다. 결론은 팽완의 성질을 이용하는 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네놈을 반쯤 부셔놓고 얘기해 주마. 쉰 소리 할 것 없다. 자고로 사내라면 말보다 주먹이니라.”

팽완은 연휘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보다 곤두선 신경을 해소 하는데 더욱 몰두하고 있었다.

“허어, 싸우는 거야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그러니 먼저 시원하게 얘기해 보시오. 그리고 한 판 붙어봅시다.”

“시끄럽다, 이놈! 네놈처럼 제 멋대로 구는 떨거지에게 해 줄 얘기 따위는 없다. 그러니 잔말 말고 덤벼라. 정 듣고 싶다면, 나를 꺾어라. 그럼 시원하게 얘기해주마.”

어차피 곱게 듣는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던 연휘다.

“좋소! 붙어 봅시다. 대신 그냥 하면 재미가 없지 않겠소? 사내들끼리 일전을 벌이는데, 하다못해 싸구려 화주라도 한 병 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말이오. 그렇다고 진짜 화주를 걸 순 없는 것이니 내가 지면 몸뚱이를 노인네한테 맡기리다. 죽이든 살리든, 구워먹든 삶아먹든 노인네가 알아서 하시구려.”

연휘의 말은 이번에도 팽완의 심기를 긁어대고 있었다. 싸구려 화주라는 말이 곱게 비유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팽완은 쉽게 넘어오고 말았다.

“좋다. 나도 그리 하겠다.”

“허어, 무덤에 들어갈 날이 얼마 남지도 않은 노인네 몸뚱이를 도대체 어디 쓸데가 있다고 걸고 그러시오. 재미없는 농담은 그만 두시구려.”

팽완은 싸우기도 전에 복장이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상대가 저리 말하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선공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기에는 자신의 이름이 지닌 무게가 꽤나 값어치가 있었던 까닭이었다.

“이놈! 좋다. 내 죽을 때까지 네놈의 종복을 자처하마.”

“그 말이 그 말 아니오? 차라리 팽가를 내게 넘긴다고 하시오. 그 편이 훨씬 보기 좋소이다.”

연휘가 하는 말은 가당치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생각하기를 포기한 팽완이다.

“좋다. 네놈 말대로 할 테니, 이제 그만 떠들고 어서 덤비기나 해라.”

“허허, 그럼 약속한 것이오. 우리 둘만 있는 것이 아니니 나중에 번복할 생각일랑 마시오.”

“이놈! 내가 바로 팽완이다. 네깟 놈 따위의 입에 그리 쉽게 오르내릴 이름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확인을 시켜 주는 것이 좋지 않겠소?”

“이익! 내 저놈에게 패하면 지금까지 했던 얘기대로 할 것이다. 모두 알아들었느냐!”

참으로 단순의 극을 달리는 팽완이었다. 주위에 있던 일행들이 말할 생각도 못하고 그저 어이없는 눈빛을 한 채,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럼 공증이 되었으니 시작합시다. 노인네한테 선공을 해서 이겼다는 말은 듣기 싫으니까 먼저 들어오시오. 선공을 양보하리다.”

“우왁! 끝까지 네놈이! 좋다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팽완의 신형이 연휘에게로 돌진하고 있었다. 탐색이고 뭐고 다 필요 없이 사생결단의 각오로 달려들었던 것이다. 그의 애도인 뇌전도가 특유의 검푸른 빛을 맘껏 발산하며 연휘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허나 연휘 또한 만만치 않은 실력의 고수. 게다가 잔뜩 흥분한 상태의 팽완으로서는 공격이 제대로 먹힐 까닭이 없었다. 어느새 둘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팽완의 등은 연휘에게 무방비로 열려 있었던 것이다. 허나 연휘는 그것을 그냥 놓아두었다.

“그리 느려서야 어디 몸이나 풀 수 있을까 모르겠소. 선공을 양보한다 했으니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리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 봐야겠지요?”

“이놈!”

비록 연휘에게 소리는 지르고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등골이 오싹했던 팽완이었다. 상대의 빠름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토록 흥분하며 무섭게 치솟아 올랐던 노화가, 어느 순간 싸늘히 식어가고 있었다. 쉽게 상대할 수 없는 고수였던 것이다.

좀 더 신중해질 필요를 느낀 팽완이었다. 두세 번의 호흡을 고르는 사이 그의 기세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연휘의 눈에도 긴장이 어리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한 수차이라 하지만, 실전에서는 아차 하는 순간에 승부가 갈리는 것이다. 그리고 팽완이라는 이름은 결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위에 있던 자들의 손에 땀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조금 전과는 달리 팽완의 움직임은 상당히 신중했다. 그의 눈은 연휘의 전신을 담고 있었으며, 한 치의 틈이라도 보이게 되면 그 즉시 몰아붙이기 위한 투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연휘 역시 팽완의 기세를 흘려가며, 그의 심중을 읽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였다.

둘의 대치가 조금 길어질 듯 보였다. 그들의 사이에서는 팽팽한 압력으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가 아지랑이를 피워내고 있었다. 숨 막힐 것 같은 긴장과 압박이 주변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결국, 팽완이 먼저 움직이고 말았다. 확실히 이런 긴박한 승부에서 조차도 본연의 성격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급한 성질을 참아내기가 힘들었던 팽완이었다.

그저 단순해 보이기만 하는 움직임이었다. 허나 그 안에 숨어있는 오묘한 변화는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상대가 어떻게 반응하는 가에 따라 그것 또한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연휘에게 다가선 팽완의 뇌전도가 팔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아니 그렇게 보이고 있었다. 빨랐다. 도의 움직임은 공격해 들어온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어느새 팔에 닿을 듯 가깝게 달라붙은 것이다. 연휘가 반 보 옆으로 몸을 움직이며 팔을 빼고 있었다. 그것이면 원래 충분한 회피가 이루어지고 반격까지 가할 수 있는 동작이었다. 허나 팽완의 뇌전도는 이미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어느새 반 보의 틈을 메우고는 허리로 붙어 오는 것이다. 팽가의 절예인 오호단문도였다. 호랑이가 한 번 목표한 먹이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물고 늘어지듯, 끈질기게 달라붙는 것이다.

연휘의 신형이 앞으로 한 보 이동하고 있었다. 거리가 줄면, 상대적으로 병기를 든 팽완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일견 무모해 보이는 행동이었지만 가장 적절한 회피동작임과 동시에, 반격의 기반을 다지는 움직임이었다. 팽완의 도는 이번에도 역시 주인을 실망시키지 않고 있었다. 허리를 베어가던 자세 그대로 팔꿈치를 접으며 중심축을 뒤쪽 다리로 옮기자, 자연스럽게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공격의 목표가 된 곳은 머리도 다리도 아닌 허리였다. 뛰어오르거나 주저앉아 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이다. 여전히 팽완과의 거리는 뇌전도의 길이만큼 유지되고 있었다.

연휘의 몸이 순간적으로 굽혀졌다. 그리고 허리가 굽혀진 만큼 팽완과의 거리도 가까워 질 수밖에 없었다. 살짝 구부러진 무릎이 탄력을 비축하고 있었다. 뇌전도가 굽혀진 연휘의 한 치정도 위로 지나갔다. 그리고는 바로 팽완의 손목이 움직임에 따라 작은 회전을 보이더니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연휘의 몸을 종으로 가르려는 것이다.

허나 그것은 회전만 일으키고는 급히 회수되어야만 했다. 탄력을 잔뜩 비축한 연휘의 무릎이 앞으로 힘을 쏟아내면서 팽완에게 순간적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이미 뇌전도가 유지하고 있던 거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연휘가 손만 뻗으면 팽완의 허리가 잡히거나 타격을 받을 것이었다. 팽완이 풀쩍 뛰어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는 것은 자칫하면 수세로 몰리게 되어 패배의 원인이 될 수도 있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자들이라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해서 피할 때는 될 수 있으면, 옆으로 피하며 반격의 기회를 잡는 것이 보통이었다. 허나 그것을 모를 정도로 약한 팽완이 아닌 바에야, 그가 뒤로 피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연휘가 그런 팽완을 쫓지 않고 자리에서 멈추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한 호흡의 공방이었다. 억겁처럼 길게 느껴지던 것이었는데, 기껏 호흡 한 번 쉴 시간밖에 되지 않은 것이었다. 둘의 공방을 지켜보는 중인들의 눈은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이런 대결을 어디서 볼 것인가. 팽완과 같은 수준의 고수를 찾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그와 대등한 무위를 보이는 상대와 비무가 되었든 생사결이 되었든 승부를 가르는 현장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탐색전은 그것으로 족했다. 팽완은 연휘의 동작에 적잖이 놀라고 있었으며, 연휘는 나름대로 팽완의 실력에 만족하고 있었다. 마음껏 몸을 놀린다 해도 부담이 없을 정도의 상대였던 것이다.


연휘의 기세가 달라지고 있었다. 그의 주위로 바람이 일며 몸을 휘감고 있는 것이다. 자연체술을 시전하려는 것이었다. 용트림을 하듯 거칠게 주위를 돌던 연휘의 자연기가 어느새 잔잔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은은한 아지랑이처럼, 반 장 거리에서 천천히 회전을 시작하는 자연기였다.

팽완의 눈이 커지고 있었다. 저런 형태로 발현되는 무공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은 두려움을 주게 마련이었다. 얼핏 본다면 일종의 호신강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상식으로 반 장 가까이 이르는 호신강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자신은 세 치 정도가 한계였다. 기의 운용만 놓고 보았을 때, 연휘는 팽완 자신보다 고수로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가 죽을 그가 아니었다. 기세를 돋우었다. 그리고 그의 기운역시 바뀌고 있었다. 팽가의 오호단문도로 상대하기에는 연휘의 무위가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뇌전기가 그의 몸을 훑고 있었다. 뇌전도가 그 기운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누구에게도 펼치지 않았던 그의 심득을 공개하려는 것이었다.

조바심이 일만도 하건만 팽완의 내심은 오히려 뿌듯함이 들어차고 있었다. 이런 상대를 만난다는 자체가 행운이라 생각되는 것이었다. 천생 무골인 그들이었다.

“조심 하시게. 처음 공개하는 심득일세.”

연휘에게 조심하라는 그의 말투에는 자존심과 걱정이 같이 들어있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게 될까 심려가 이는 까닭이었다.

“선배도 조심하셔야 할 것이오. 생각보다 강한 위력을 지녔으니.”

어느새 서로 죽일 것처럼 씩씩대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서로를 존중하고 걱정해주는 마음들이 말투에 녹아있는 것이다. 상대를 인정한 두 사람의 모습은 참으로 보기에도 좋았다. 허나 승부는 승부였다.

“뇌전도법이라네, 어설픈 이름을 주는 것보다 이것이 어울려 보이기에, 단순하게 명명한 것이지. 고맙네, 이것이 세상에 나올 수 있어서.”

진중하게 연휘를 보며 사의를 표하는 팽완이다. 연휘역시 정중한 모습을 보이며 팽완에게 포권을 하고 있었다.

“하아앗!”

도신 가득 뇌전을 머금고 있던 팽완의 도에서 굉음이 터지고 있었다. 주위가 어두워지며 마치 뇌성벽력이라도 이는 것처럼, 사방에서 꽈르릉 대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팽완의 신형이 뇌전도에 가려지듯이 사라지고 있었다. 허공에 거대한 칼 하나만 남아 있는 것이다. 팽완의 기척은 어디에도 없었다. 잠시 후에는 칼의 형체도 희미해지더니 그마저도 사라지고 말았다.

연휘는 눈을 감고 있었다. 이미 형체를 감춘 팽완에게 육신에 붙어있는 눈은 무용지물이었다. 그의 주위에 퍼져 있던 자연기가 소리도 없이 사방을 훑어 나갔다. 그리고 좌측 삼장거리에서 희미한 기척을 잡아내 연휘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자연기의 효능 중 하나가 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쉬이익! 파팡!”

“허억!”

연휘가 생각도 못한 속도로 공격을 가해오자, 팽완이 다급한 신음을 토해내며 간신히 피해내고 있었다. 그가 피했음에도 공간을 후려친 연휘의 손에서는 강력한 파공음이 일었다.

“파팟! 핏, 피빗!”

이어지는 공격이 팽완의 신형을 빗겨가며, 소름 돋는 소리를 뱉어냈다.

“흐읍! 꽈르르릉! 꽈과광!”

다급한 와중에 칼을 휘두르며 막아가는 팽완의 등에 진득하니 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칼에 담겨 있던 뇌전기가 속절없이 흘러 나가는 것이다. 이래서는 공격을 하기가 어려웠다. 설사 공격을 한다 하더라도, 치명적인 것은 될 수 없는 까닭이었다.

“펑! 퍼퍼퍼펑!”

“꽈르르릉! 흡! 크으!”

급하게 막아갔지만, 도신을 두드려오는 연휘의 공격으로 인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팽완이었다.

곽우를 비롯한 하륜, 남궁기등은 놓쳤던 연휘를 이제야 볼 수 있었다. 소리가 들려옴으로 인해 위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럴수가!”

그들의 놀람과는 또 다른 경악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청성무광 백연에게서였다. 별호에 무광이 들어가는 것처럼 그 또한 무골이었다. 그런 그가 보기에 저들의 무위는 자신을 한 없이 초라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파파팍! 꽈광! 쿠쿠쿵!”

“휘이익! 슁! 퍼퍽!”

팽완은 연휘의 자연기에 기척을 간파당한 순간부터, 제대로 공격다운 것을 해보지도 못하고 수세에 몰리고 말았다. 뇌전도에 가득 담겨있던 기운은 연휘의 공격을 막는데 급급할 뿐인 것이다. 그나마 뇌전기가 아니었다면, 그의 칼은 벌써 부서지고 말았을 정도로 연휘의 공격은 대단했다.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치는 그의 공세에 팽완은 계속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좀처럼 기회를 잡을 수 없는 팽완이었다. 어쩌면 완벽한 뇌전을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허비한 탓일 수도 있었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대에게 그것은 얼마든지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젠 막아내는 것도 힘에 부치고 있었다. 이미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공간은 없었던 것이다. 반면에 연휘는 마음껏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체술 자체가 근접전을 위주로 하는 때문이었다. 패색이 짙어가는 상황인 것이다.

“휘익!”

돌연 연휘가 뒤로 물러섰다. 그러더니 호흡을 가다듬으며 빙그레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의아해진 팽완이다. 차마 이유를 물을 수 없어 잠시 쳐다보고만 있었다.

“선배, 다시 해 봅시다. 순간적인 기습이었으니 뇌전을 맛 볼 기회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번엔 정말 최선을 다했으면 합니다. 제대로 된 뇌전을 한 번 구경해 봅시다.”

어찌 보면 팽완을 무시한다고 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허나 이곳에 있던 누구도 연휘의 말을 그리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의 말마따나 아직 팽완의 비기는 꺼내 보지도 못한 것이다. 생사결이었다면 이미 끝났을 상황이었겠지만, 이미 이들의 대결은 생사결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허어, 어차피 패한 것이라 생각하네. 애초에 약속했던 것은 지켜야겠지. 앞으로 팽가는 연문주를 따를 것이네. 나 팽완 또한 연문주의 그늘에 묻을 생각이고. 게다가 이렇게 기회를 또 다시 주니 원 없이 한 번 펼쳐 보겠네. 전력을 다할 것이니 아까와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야.”

연휘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의 인물들 역시 나름대로 일이 잘 풀리고 희대의 절기를 견식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온 신경을 팽완과 연휘에게로 쏟아 붇고 있었다.

“하앗!”

“꽈르르릉! 콰광, 꽝!”

뇌전도에서 번쩍 거리는 뇌전이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뇌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뇌전도와 팽완의 신형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이름 그대로 연휘에게 쏟아져 가는 것이다. 장내가 온통 번갯불로 인해 불타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뇌전이었다. 전력을 다한 까닭이었다. 연휘의 주위에 있던 아지랑이 모양의 자연기가 그런 뇌전을 맞이해 가고 있었다. 기로 이루어진 방패였다. 급기야 둘이 부딪히고 말았다.

“콰콰콰쾅! 꽈르릉! 콰쾅!”

“파지지직! 쿠쿠쿠쿵!”

사방으로 비산하고 있는 뇌전이었다. 자연기에 막힌 뇌전이 옆으로 흐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팽완의 신형이 그 틈을 비집고 또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하아앗!”

“꽈과과과광! 꽈르르릉!”

이번엔 위쪽으로부터 퍼부어 지는 뇌전이었다. 정면에서 들어갔던 처음의 뇌전은, 아직도 잔재를 남기고 파지직 거리고 있었다. 그것 자체로도 절대 경시할 수 없는 위력을 담고 있는 것이다. 헌데 위쪽에서 처음보다 더 위력적으로 보이는 것이 쏟아져 내렸다. 이번에도 연휘의 자연기가 그것을 막아냈다. 팽완의 공격이 거세어진 것처럼, 연휘의 방패도 더욱 견고해진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굉음이 울리고 있었다.

“꽈과과과광! 꽝! 콰지지지직!”

팽완은 결과를 보려 하지도 않고 또 다시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흐아아아압!”

“콰콰콰콰쾅! 꽈과과과광! 쿠르르르, 꽈광!”

이번은 사방을 점한 것이었다. 마치 해일이 이는 듯, 뇌전이 그렇게 밀려들고 있었다. 한 번의 파고가 휩쓸고 지나가면, 그 뒤를 더 커진 뇌전이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또 그 뒤를 더욱 커진 뇌전이 밀려들고 있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뇌전의 해일이었다.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타서 재가 되어버리고 말 것 같았다.

그렇게 모두 아홉 번의 해일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온 몸의 기력이 탈진 된 사람처럼 팽완은 뇌전도에 의지한 채, 입가로 피를 흘리며 억지로 버티고 서있었다.

그런 그의 눈에는, 작은 찌꺼기조차 남김없이 태워버린 후련함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연휘를 찾는 듯, 약간은 초조한 모습도 보였다.

그의 눈에 찾고 있던 연휘의 모습이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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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강호풍운록(호북 湖北 1) +12 07.05.30 13,777 73 14쪽
52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5) +8 07.05.30 13,808 73 12쪽
51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4) +11 07.05.30 16,142 99 14쪽
50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3) +10 07.05.29 13,488 82 13쪽
49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2) +14 07.05.29 13,271 81 15쪽
48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1) +17 07.05.28 13,904 81 12쪽
47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8) +14 07.05.28 13,390 80 12쪽
46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7) +9 07.05.28 13,387 86 13쪽
45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6) +11 07.05.27 13,643 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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