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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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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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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1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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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7)

DUMMY

팽완을 비롯한 일행들은 뭔가 잡힐 듯싶으면서도, 손에 닿지 않는 것으로 인해 온통 자신들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연휘로부터 자연기에 대해 듣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또한 내공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을 해보는 그들인 것이다.

의혈문도들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연휘에게 담금질을 당할 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몸에서 반탄력을 일으키며 몽둥이를 튕겨내던 기억이 떠올랐던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 자연기를 깨닫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것을 빌미로 그들은 기의 운용에 대해 나름대로 발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휘는 얘기를 마치고, 각자 자기생각에 잠겨있는 일행들을 잔잔한 눈으로 보는 중이었다.

“내기(內氣)가 지나는 곳은 일정하지 않습니까?”

유택이 생각을 멈추더니 느닷없이 물어오는 말이다. 그리고 그의 물음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그렇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많이 볼 수가 있지. 내기의 경로가 일정함을 벗어나게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음이야. 주화입마 아니면 깨달음의 극을 넘어섰다는 것이겠지.”

팽완의 말이었다. 말에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인 것이다.

“허나, 생각을 달리 해 볼 수도 있겠지요. 자연기처럼 말입니다.”

“그도 그렇군요. 하지만 이미 길들여진 것을 바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아이들을 지도하게 된다면 한 번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연휘가 자연기를 운운하자 팽완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산에서 머물던 노숙의 밤이 물러나며 새벽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들이 나름대로 자신들의 무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의미가 깊은 일이었다. 사소한 것 하나로도 승부가 갈리는 세계에서 어찌 보면 체력의 중요성을 배운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남궁기가 새벽의 고요를 깨우고 있었다.

“문주님, 헌데 남충으로 가시는 이유가...”

“이미 정해져 있던 약속 때문인 것이지. 호북 다음에 원래는 안휘였지만, 그리 되지 않을 경우 사천의 남충으로 정해놓은 약속. 횽구에서도 이미 출발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남충으로 가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던 남궁기였다. 사천지부와도 거리가 멀었고 당문이나 청성, 아미 등과의 거리도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던 까닭이었다.

“사천에서는 어찌 행동할 것인지 궁금합니다만.”

팽완이 앞으로의 행로에 대해 물어오는 것이다. 어디를 칠 것인지,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팽완이었다.

“당문이나 청성을 건드려 볼 생각입니다. 헌데, 백장로께서 계시니 청성을 향하기에는 좀 껄끄러운 감이 없지 않군요. 결국, 당문으로 가야 할 까 봅니다.”

“이 인원으로 말입니까?”

경악한 팽완의 말이었다. 또한 백연이나 남궁기 등도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아, 아닙니다. 원군이 올 것이지요.”

“동원령이 내려지고 무림공적으로 몰린 상황인데, 당가와의 일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인지요.”

남궁기가 당가와의 결전이라지만 전 무림을 상대로 한 혈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전면전은 아닙니다. 그렇게 무모한 생각은 하지도 않지요. 일단은 군사의 작전이 올라와야 할 것입니다. 그러고 난 뒤에 결정 할 일이지요.”

팽완을 비롯해서 이번에 합류하게 된 사람들은 군사라는 말에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 채, 남충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들이 남충을 향해 중간쯤 가고 있을 때, 상덕에서는 이구를 비롯한 수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무맹원들의 행태는 참으로 다양했다. 검문을 하면서도 그 와중에 금품을 챙기는 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은자 한 냥이면 무사통과였다. 자세히 쳐다 보지도 않고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세 번을 통과하고는 우연히 무맹원이 펼쳐든 서류를 보고 부랴부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상하다는 느낌에 주위를 둘러보며 긴장을 풀지 않고 행동했던 탓에, 미리 몸을 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서류는 의혈문의 수뇌부를 그려놓은 것이었다. 벌써 얼굴이 알려진 것이다. 비록 분장을 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서둘러 상덕을 벗어나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서두르는 모습이 무맹원의 주목을 받게 되었음을 이구는 모르고 있었다.

상덕을 빠져나온 뒤로 부지런히 달리기 시작한 지, 벌써 두 시진은 지난 것 같았다. 무맹원들의 검문이 이곳까지는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 이구였다. 달리는 것만큼은 자신 있는 그들이었다. 더구나 산악을 이동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렇게 이곳저곳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어두워지고 있었다.

앞쪽에 숲이 나타났다. 상당히 깊은 숲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이구 등에게는 안방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숲을 활용할 줄 아는 것이다.

“모두 은신처를 만들도록. 혹시 모르는 일이니 한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제대로 작업을 해야 한다.”

“두 곳으로 할까요?”

이구가 여러 날을 머물지도 모른다며 지시를 하자, 부대주급인 수하가 물어오고 있었다.

“셋으로 나눈다. 거리는 삼십 장이다. 모두 서둘러. 그리고 둘만 나를 따라오라. 쥐새끼들을 잡아야겠다.”

이젠 은신할 때였다. 정신없이 은신처를 만들고 있는 수하들을 뒤로한 채, 이구가 왔던 길을 되짚어 가고 있었다. 반 시진을 채 못 갔을 때였다. 무맹원의 복장을 한 자들이 그들의 뒤를 쫓아 부리나케 달려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의를 기울이며 움직인 덕에 놈들보다 먼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모두 열 놈이었다. 이구와 두 명의 수하가 나무를 타고 사라졌다. 잠시 후, 놈들의 뒤로 다른 일행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이구가 수하들과 놈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쉬쉬쉭! 쉬쉬쉬쉭!”

“큭! 크윽! 적이다!”

놈들이 화살에 맞아 쓰러지면서 소리를 질러댔지만, 이미 마지막 남은 무맹원도 죽어가는 상황이었다.

“놈들을 좀 더 위쪽으로 옮기도록 하자. 서둘러라.”

상당히 떨어진 곳까지 흔적을 만들고는 놈들을 띄엄띄엄 떨어뜨려 놓았다. 본대가 오더라도 자신들의 행방을 쉽게 찾지는 못 할 것이었다. 이구가 자리를 떠나고 일각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추적대 본대가 나타났다.

“놈들을 쫓던 동료들이 모두 당했습니다. 뒤에서 습격을 받은 것입니다.”

“흔적은?”

“찾고 있는 중입니다.”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략 반 시진 차이도 나지 않았던 것이니 근처를 샅샅이 뒤져라. 그리고 주위를 모두 봉쇄하라 일러라. 이곳 앞을 중심으로 한 시진 이내의 거리를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대략 오백이 넘어 보이는 인원이었다. 전면을 반원형으로 넓게 포위망을 형성한 채, 이구 등을 몰고 있는 것이다. 잠시 후면 반대편 쪽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여들게 될 것이었다.

어느덧, 은신처에 가까운 곳 까지 접근하게 된 무맹의 추적대다.

“흐흐, 놈들은 이제 독안에 든 쥐새끼나 다름없다. 일행이 있을 것으로 보아 풀어 놨더니만, 놈들이 이미 흩어진 모양이다. 그래도 일단 저 놈들을 잡아 족치게 되면 나머지 놈들의 행방도 알 수 있을 것이야.”

“이제 놈들을 족치는 일만 남았습니다. 잘하면 이번에 영전(榮轉)도 가능하겠습니다. 미리 감축 드립니다.”

호남지부의 수석 백인대주 구양전의 말에 부대주 주윤이 호응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분이 좋아진 구양전이다. 희색이 만연한 얼굴을 한 채, 주윤에게 제법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치하를 하고 있었다.

“자리를 옮기게 되면 자네를 적극 추천하도록 하지. 이제 중앙으로 들어설 때도 되지 않았겠나. 허허.”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놈들을 잡고 나서 축하주라도 한 잔 해야겠습니다. 대주님.”

“그렇지, 술을 빼 놓을 수야 없지.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것도 괜찮을 것이야. 이왕이면 금양각(錦陽閣)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미리 수하들을 시켜 금양각의 하령을 대기토록 준비하겠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이들은 꾸준히 이구 등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제법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지만, 크게 장애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느긋하게 금양각에서의 술자리를 생각하고 있는 그들에게 수하가 급박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대주님, 놈들의 종적이 묘연하다는 보고입니다.”

그들의 나른한 상상을 여지없이 깨는 소리였다. 짜증이 울컥 치밀어 오른 구양전의 말이 고울 리가 없다.

“무슨 말이냐! 이미 주변을 물샐틈없이 포위하고 있는 판국에 놈들이 하늘로 솟기라도 했다는 것이냐!”

“그게, 숲으로 들어간 것까지는 확인이 되었지만, 그 뒤로 흔적이 끊겼다는 것입니다.”

수하의 말은 오히려 구양전의 노화를 부추길 따름이었다.

“오백이나 되는 인원이 놈들을 쫓고 있는데, 종적을 잃어버린 다는 말이 지금 가당키나 한 것이냐! 네놈은 지금 저들의 사이로 과연 개미 한 마리라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느냐!”

“모두들 지금 당황하고 있습니다. 직접 앞으로 가보시는 것이”

“에이, 어째 믿을 만한 놈들이 하나도 없으니, 가자.”

애꿎은 수하에게 짜증을 낸 구양전이 서둘러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숲속의 흙은 의외로 부드러운 곳이 많다. 특히 나무가 많고 우거진 곳일수록 더했다. 낙엽이 쌓인 곳에 풀이 자라고, 또 다시 낙엽이 쌓이게 되다 보면 미쳐 흙이 다져지기도 전에 풀숲이 우거지게 되는 것이다. 윗부분의 흙을 잘 떠놓고 밑의 흙을 다져주면, 사람 몇은 충분히 누워도 될 만큼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흔적을 없애기 위해 나뭇가지 등으로 잘 받혀놓은 상태에서 처음에 떠 놓았던 부분을 덮게 되면 감쪽같을 수밖에 없었다. 이구는 그렇게 세 곳에 나누어 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 칠 주야는 버틸 수 있는 그들이었다.

“처벅! 처벅! 축! 추축!”

“놈들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제길, 대주한테 또 죽어나게 생겼구먼. 그 놈 성깔에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고, 아 성질만 나네.”

“서걱!”

“괜히 눈앞에 알짱거리다가 치도곤 당할라. 빨리 앞으로 나가야지.”

“서걱! 퍽! 후두둑!”

추적대들의 발걸음 소리와 얘기소리가 이구의 귀를 자극하고 있었다. 허나 이구는 기운을 철저히 감춘 채, 미동조차 않았다. 놈들은 자신들의 발밑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도 없는 듯 보였다.

이미 흔적을 잃어버린 때문이었는지 놈들은 별반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은 채, 움직이고 있었다. 거치적거리는 것은 풀이든 나무든 가리지 않고 베어내며 움직이는 것이다. 놈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들이 이동한 시간과 놈들이 추적에 나선 시간 등을 따져 봤을 때, 못되어도 일천 가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구였다. 그렇게 본다면 놈들은 최소한 사흘정도는 이곳을 뒤지고 다닐 것이었다. 사흘간은 이곳에서 숨을 죽이고 은신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별다른 상황만 없다면 자신들은 사흘 후에 이곳을 벗어나게 될 것이었다.


모용강의 말이 지쳐서 허덕이고 있었다. 이 상태가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곧 죽게 될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등룡대의 경우도 그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결국, 모용강이 휴식을 취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섬서의 성도 서안을 지난 것이 이틀 전이었다. 화산이 있는 화음현을 반나절 거리에 두고 쉬어야만 하는 것이다. 지친 말들에게 물을 먹이고 쉬게 하기위해 냇가를 찾는 모용강이다.

이제는 등룡대주가 된 백무검 모용관이 다가오고 있었다. 일정에 대한 때문이라 생각한 모용강이다. 이제 넉넉잡고 나흘만 달리면 목적지인 정주에 도착하게 될 것이었다.

땀과 먼지 그리고 피로에 찌들어 퀭하니 들어간 눈을 빛내며, 모용관이 말을 꺼내고 있었다.

“화음에서 혹시라도 화산파가 길을 막지는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봐야 어차피 몇 놈 되지도 않을 것이야. 동원령으로 인해 대부분 빠져나갔을 터이니, 크게 걱정할 것은 못되지. 문제는 제갈천이야. 놈이 움직이게 되면 골치가 아파지게 될 것이야. 그냥 맹에 처박혀 있으면 좋을 것인데, 그리 해 줄지 모르겠다. 만에 하나 놈이 움직일 경우에는 동원령을 통해 소집한 무맹원들과 전면전을 펴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지.”

“그리 된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겠습니까?”

모용관이 전면전이라는 말에 걱정이 되는 지 다소 경직된 상태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제갈천만 잡으면 끝나는 싸움이다. 문제라 할 것도 없지. 제갈천을 찾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구먼, 허허.”

무맹에서 동원된 부대와 조우하게 된다면 인원으로 보아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나누어 움직인다 해도 최소한 오천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려 열배였다. 하지만 그들의 가주인 검왕은 걱정도 되지 않는 것처럼 쉽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검왕의 무위를 직접 겪어본 모용관 이었지만, 근심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몸도 좀 닦고 쉬라고 하지. 어차피 쉬는 것이니까 조금은 여유를 가져 봐야하지 않겠나.”

“예, 충분히 쉬라고 지시를 하겠습니다.”

모용관이 물러가고 혼자 남게 되자 상념이 모용강에게 찾아들고 있었다. 일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어찌 할 것인지조차 정립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제갈천을 친 다음 맹주가 되면 체제부터 정비해야 할 것이었다. 썩은 것들을 모두 몰아낼 수는 없으니 차근차근 갈아치운 다음, 어느 정도 기틀이 잡혀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 싶을 때, 대산으로 가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놓고 싶은 것이다.


무맹을 나선 제갈천은 모두 팔천의 병력을 이끌고 있었다. 호북 무창으로 간 칠천까지 합류하게 되면 총 일만오천의 대군이 되는 것이다. 처음엔 수하들만 보내려 했었다. 그러다가 이참에 한 번쯤은 대외적으로 얼굴을 비추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움직이게 된 것이다.

“사천이라... 당문이 어찌될지 궁금해지는군.”

“설마 문제가 있겠습니까? 놈들은 지금쯤 꽁지가 빠져라 도주하며 숨을 곳을 찾고 있겠지요. 당문이나 청성, 아미 같은 곳에는 얼씬도 못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제갈천의 말에 병무전주 모용성이 가볍게 답하고 있었다. 의혈문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전 무림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었다. 이미 무림공적으로 공표된 마당이다 보니 당연히 도주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열흘은 가야 할 것이니 너무 조급하게 굴 것도 없네. 유람한다 생각하고 여유를 좀 즐겨야지. 대신 수하들은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야. 놈들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좋은 편이니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하네.”

“알겠습니다. 주지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의혈문의 일은 많은 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제갈천이었다. 수하들의 기강을 잡아놓지 않으면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시진이면 화음에 들어선다 합니다. 그곳에서 잠시 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화음이 비록 작은 현이기는 하지만, 화산파가 있다 보니 그래도 쉴만한 곳은 꽤 있을 겁니다. 서안까지는 화음을 지나고도 이틀은 더 가야 하는 만큼 화음에서 쉬는 것이 가장 좋을 듯싶습니다.”

제갈천이 화음에 들어서고 있었다. 모용강과의 거리는 불과 반나절 밖에 되지 않았다. 모용강이 이들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은 서안을 출발하고 나서야 제갈천이 움직인 때문이었다. 그리고 제갈천이 모용강에 대해 모르고 있는 까닭은 정보를 사천에 집중했던 것과, 이미 대부분의 무인들이 집결지로 향하는 바람에 서안이 꽤 허전했던 탓이었다.

“당연히 당해도 싼 놈들이 죽은 것을 가지고 동원령까지 내리다니, 참으로 웃긴 세상이야. 안 그런가?”

동원령에 대한 불만을 표하던 자가 동의를 구한다는 듯, 옆의 동료를 돌아보며 묻고 있었다. 당황한 동료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혹시라도 들은 사람은 없는 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말았다.

“자네 경을 치기로 작정이라도 했나? 그러다 높은 놈들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거야 이거.”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작은 소리로 답하는 사내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피식 웃어버린 처음의 사내가 주위를 둘러보며 괜찮다는 듯이 또다시 말을 꺼내고 있었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네. 우리 같은 하급무사들끼린데 못할 말이 어디 있겠나?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의혈문의 일이 잘못된 것이 무엇인가? 그들이 말한 바대로 당연히 죽어야 할 놈들이 죽은 것뿐이네.”

“그렇긴 하지. 힘을 가진 놈들치고 패악질을 하지 않는 놈들이 얼마나 되겠나? 장로원 경비대에 있을 땐 정말 지긋지긋 했다네. 장로 선출이 다가오면 속에 있는 간이며 쓸개까지 빼줄 것처럼 굴다가, 막상 장로가 되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들먹거리며 트집을 잡아 대는데 말도 말게나.”

“그러니 의혈문도들이 일어났겠지. 그런 몹쓸 놈들을 빨리 징치하고 우리 같은 놈들도 발 뻗고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네.”

장로원의 얘기를 꺼내는 자는 황보염으로부터 호되게 당한 바 있던 경비대원 왕우삼이었다. 결국, 그 일로 인해서 경비대를 떠나 일반 부대원으로 쫓겨 오게 된 그였다. 왕우삼의 입장에서 본다면 좌천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헌데,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 의혈문이 무맹을 뒤집어엎기라도 하게 된다면 그런 세상이 올 수도 있는 일 아닌가, 하하.”

이들의 얘기는 주변에 있던 동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과 말을 섞으려 하지는 않았다. 잘못되어 저들의 말처럼 높은 놈들의 귀에라도 들어가게 되면, 그날로 세상을 떠야 하는 까닭이었다. 동의는 하지만 나서기는 싫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러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다. 왕우삼과 동료가 소근 거리며 얘기를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누군가의 밀고로 인한 것인지 제갈천에게 불려가고 말았던 것이다.


화음으로부터 반 나절거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모용강이 일어서고 있었다. 그가 수하들을 둘러보자 오백의 등룡대원들이 일제히 말을 타기 시작했다. 장엄한 기세가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어지간한 문파는 꼬리를 말게 될 듯싶었다.

잠시 등룡대의 위용을 지켜보던 모용강이 말에 올라 고삐를 움켜쥐었다.

“가자!”

모용강이 일갈을 터트리며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등룡대가 그를 에워싸며 화음을 향해 멀어져갔다. 그들의 뒤로 뿌옇게 일어난 먼지만이, 검왕을 비롯한 등룡대가 이곳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듯, 허공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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