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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님의 서재입니다.

강호풍운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송담(松潭)
작품등록일 :
2007.06.26 18:12
최근연재일 :
2007.06.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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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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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4)

DUMMY

당혹할 수밖에 없는 하륜과 수하들이었다. 그들 역시 무맹생활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팽완을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내심이야 어떻든 간에 일단은 존장의 예를 갖춰야만 했다.

“하륜이라 합니다. 도천 팽완 어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허허, 장부로다. 대단한 기세를 갈무리 하고 있네 그려. 저쪽에서 얘기를 듣다보니, 도저히 좀이 쑤셔서 견딜 재간이 없었네. 그래 합석해서 같이 술이라도 한 잔 하는 것이 어떻겠나?”

하륜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십대고수라 하면 강호에서는 최고의 신분이었다. 그 중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팽완이 먼저 합석을 제의해 온 것이다.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상황은 한가하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기에는 여의치 못했다. 하륜의 얼굴이 난감한 상황을 이겨내지 못한 채, 붉어지고 있었다. 등에서는 벌써부터 배어나온 식은땀이 옷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말씀은 고맙지만 저희가 급한 약속이 있습니다. 몇몇 일행들과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급히 가봐야만 하는 것이지요. 어르신께서 몸소 이렇게 찾아 주셨음에도, 결례를 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량하여 주십시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적당한 거절이었다. 팽완의 입장에서도 굳이 막을 까닭을 찾지 못할 것이었다. 대견했다. 이렇게 조리 있게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하륜은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닳고 닳은 능구렁이였다.

“허허, 그리 바쁘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허나 어차피 요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리 긴 시간은 아니라 하더라도, 남궁대주가 이리도 반가워하고 있으니, 식사하는 동안이라도 같이 하는 건 어떻겠는가? 그 시간만이라도 잠시 합석을 했으면 좋겠네. 설마 그것도 어렵다는 것은 아니겠지? 이마저도 거절을 한다면, 심히 불쾌하게 여길 것이네.”

마지막 말이 아니더라도, 더는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주문한 음식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기서 거절을 하게 되면 오히려 이상하게 여길 것이었다. 탐탁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합석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 하겠습니다. 급하다 하지만 요기는 해야 하는 것이지요. 저희가 어르신의 자리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자네들은 예서 요기를 하게. 내 잠시 친우와 얘기 좀 나누고 오겠네.”

마지못해 허락을 하고는 불편해 할 수하들을 생각해서 자리를 옮기려는 하륜이었다. 허나 이번에도 그는 팽완에게 당하고 말았다.

“허허, 번거롭게 그리 할 필요는 없네. 그저 두 자리만 더 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 그냥 자리에 앉도록 하게나.”

어느새 남궁기가 자리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팽완이 앉더니 하륜에게도 자리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여보게 점소이, 간단히 술 한 잔 할 것이니 안주하고 술 좀 가져다주게. 시간이 없으니 좀 서둘러 주게나.”

팽완이 점소이를 찾으며 아예 술까지 주문하고 있었다. 하륜의 안색은 갈수록 어둡게 변해만 갔다. 그런 하륜을 보며 팽완이 또 입을 열고 있었다. 불편해 하는 기색을 읽은 것이다.

“허어, 내가 불편하게 한 것인가?”

“아, 아닙니다.”

손사래까지 쳐대며 급히 부인하는 하륜이었다.

“그리 불쾌한 기색을 하고 있으니 하는 말일세. 정 그렇다면 내 돌아감세. 모처럼 젊은 사람과 어울려 보려 했는데 좀 아쉽구먼.”

서운 하다는 듯 말하며 팽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하륜이 다급해졌다. 급히 팽완을 만류하며 변명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닙니다. 어르신. 감히 불쾌하다는 생각을 할 까닭이 있겠습니까. 단지 일행들이 걱정이 돼서 그런 것입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술 한 잔 올리겠습니다. 어르신.”

마침 술이 나오는 바람에 그나마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하륜이 팽완의 잔에 술을 따르며 어색한 분위기가 지나간 것이다.

“그런 것인가? 일정이 급하지 않은 것이라면, 일행들도 이리로 오라 하면 어떻겠는가? 내 젊은이들과 만나본지가 하도 오래 되어놔서 그런다네. 어떤가? 가능 하겠는가?”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 일행들은 이미 길을 떠난 지 꽤 되었지요. 저희도 부지런히 길을 가야 할 상황입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궁여지책으로 급히 변명을 하긴 했으나 말이 좀 어긋나고 있었다. 팽완이야 생각을 깊이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말았지만, 문제는 남궁기였다. 그가 하륜의 말을 곰곰이 되새기고 있었던 것이다. 딱히 뭐라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뭔가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까닭이었다.

“허어, 할 수 없는 일이지. 헌데 보통 기세가 아니구먼. 남궁대주보다 한참 윗길로 보이네만,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과찬이십니다. 저 친구와는 호각을 다툴 뿐입니다. 윗길이라는 말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그저 떠돌이 행상을 하며, 입에 풀칠이나 하는 형편입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 몇이 어울려,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지요. 강호를 떠난 지 벌써 꽤 오래되었습니다.”

하륜의 행색은 보따리장수로 분장해 있었다. 수하들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행상을 하는 일행으로 보이는 것이다.

“허어, 투기를 손에서 놓은 지 오래된 사람이 어찌 그리도 강한 기세를 갈무리 하고 있을까... 확실히 남궁대주보다 한참 윗길로 보이네만,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처음부터 하륜의 기세에 흥미를 보이던 팽완이었다. 하륜이 무림을 떠났다는 말에 더욱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남궁기에게 하륜의 무위를 얘기하며 궁금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저보다는 두어 수 앞설 것으로 보여 집니다. 자네 어디서 따로 수련이라도 좀 했나? 어째 이제는 감히 비교도 안 될 것처럼 높아만 보인다네.”

뭔가 일이 꼬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이 자꾸만 자신의 무위에 대해 얘기하면서 불안한 느낌이 들고 있는 것이다.

“허어, 새삼스럽게 수련은 무슨 수련이란 말인가. 자네마저 내 얼굴에 금칠을 하고 있네그려. 행상을 시작한지 오래다 보니, 마음이 편해져서 그럴 것이네. 달리 수련할 여유가 없지 않겠나.”

“허허, 그냥 넘어가게. 굳이 따질 까닭이 없음이야. 헌데 행상이라면 주로 무엇을 취급하는가?”

하륜의 궁색한 변명을 팽완이 넘겨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궁금함은 끝이 없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질문이 하륜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때 연휘를 비롯한 일행들이 길을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하륜이 머문 객잔을 지나치는 중이었다. 하륜의 안색이 변하고 있었다. 팽완의 물음에 답을 하면서 급한 마음이 은연중 드러나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저것 취급하고 있습니다. 한 곳의 특산물을 다른 곳으로 넘기고, 그곳의 특산물을 또 다른 곳으로 넘기는 식이지요. 헌데, 어르신. 이제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지체되었습니다.”

“허어, 그런가. 그럼 가 봐야지. 헌데 행선지는 어디인가?”

“사천 성도입니다. 허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다음엔 여유를 좀 내서 모시도록 하지요. 궁기 자네도 일간 한 번 보세나.”

급히 일어나며 인사를 마치는 하륜이었다. 헌데 느닷없는 말이 팽완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허허허, 마침 잘 되었네. 우리도 성도로 가던 중이었다네. 가면서 얘기나 더 나누면 되겠네 그려. 남궁대주 우리도 그만 일어나지.”

하륜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들과 동행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또한 성도로 가는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설마 팽완이 이렇게까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하륜이었다. 행선지를 물어왔을 때, 성급히 대답한 것을 후회해봤지만, 이미 늦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행선지를 바꿀 수도 없었다. 허나 이대로 나간다면 꼼짝없이 성도로 가야 할 판이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대처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륜이 수하들과 객잔을 나서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뒤로 팽완의 일행이 따라 붙었다.

곽우의 일행은 가장 늦게 객잔을 나섰다. 그런 그들의 앞에 하륜이 있었다. 무심코 하륜을 보던 곽우의 눈에 팽완과 남궁기등이 들어왔다. 그냥 단순히 길을 가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하륜과 오랜 지기라도 되는 것처럼 스스럼이 없어 보였던 것이다.

[전음을 사용하기에도 여의치 않은 것 같으니, 듣기만 해라.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하륜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숙여졌다가 올라왔다. 그저 길을 걷다가 무심결에 땅을 보는 모습이었다.

[떨쳐낼 방법은 있나?]

이번엔 하륜이 옆의 수하를 보고 있었다. 오른쪽의 수하를 보더니 바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역시도 자연스러웠다.

[수하보고 핑계를 대, 뒤로 빠지라고 전해라. 직접 물어봐야겠다.]

하륜이 옆의 수하에게 눈짓을 하고 있었지만, 수하는 알아채지 못했다. 답답해진 하륜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보는 것이다.

“허어, 어찌...”

느닷없이 탄식을 하면서 말끝을 늘이는 그의 행동으로 인해 일행들의 걸음이 멈춰졌다. 수하들은 물론이고 팽완의 일행과 길을 가던 다른 사람들까지,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보고 있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절호의 틈이 생긴 것이다.

[탈이 난 듯싶다며 잠시 뒤로 빠져라. 단주님을 만나 지금의 상황을 얘기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하라.]

수하에게 전음을 날리고는 고개를 내리며 주위를 둘러보는 하륜이었다. 짐짓 그들의 행동에 의문을 담은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이다.

“왜들 그러고 계시오? 하늘에 뭐라도 있소?”

“험험. 아, 그게... 헌데 자네는 왜 느닷없이 하늘을 보며 탄식을 했는가? 자네의 행동에 뭔가 있다싶어 엉겁결에 하늘을 보지 않았는가. 허허.”

“아, 저는 그저 옛일이 생각나 하늘을 본 것뿐이었지요. 이렇게 길을 가다 문득 하늘을 보곤 한답니다.”

“허허, 그런 것인가? 난 또 뭔 일 이라도 있나 싶었네 그려.”

하륜의 생뚱맞은 말에 팽완이 이유를 물었지만, 별로 특이한 것은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괜한 호기심을 보인 것뿐이었다. 갑자기 수하 하나가 배를 움켜쥐더니 관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사람하고는, 적당히 먹어야지. 그리 급하게 먹으니 탈이 날 밖에.”

하륜이 수하의 변명을 대신 해주고 있었다. 팽완을 비롯한 일행들은 전혀 이상함을 느낄 수 없는 자연스런 행동과 말이었다.

“천천히 갈 터이니, 일 보고 쫓아오게! 가시지요, 어르신.”

일부러 크게 소리치고는 팽완을 재촉하는 하륜이었다. 팽완이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기자, 일행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허나 남궁기의 안색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었다. 하륜의 행동이 다소 어색해 보인 까닭이었다. 객잔에서부터 뭔가 석연치 않았던 하륜이었다. 예전에 자신이 알던 친우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팽완과 같은 고수와 만났다면 아무리 급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밤새 붙잡고 술을 마셨을 것이었다. 남궁기의 고개가 자꾸 갸우뚱 거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수하가 곽우에게 다가왔다.

“어찌된 일인가?”

“그게, 하대주의 친우가 있었습니다. ........”

수하가 객잔에서의 일을 얘기하자, 곽우 역시도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한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결정을 내릴 수도 없었다. 엄연히 문주인 연휘가 있는 까닭이었다.

“자네는 그만 하대주에게로 돌아가게. 내 문주님과 상의해 보고 방법을 알려 주겠네.”

잠시 후, 곽우의 수하가 경공을 펼치며 관도를 달려가고 있었다. 앞에 있는 연휘를 향하는 것이다.


상남을 벗어나 한 시진쯤 더 가서 제법 깊은 산이 있었다. 백암산이었다. 맑은 날 오후가 되면, 햇볕을 받은 바위들이 하얗게 빛나는 까닭에 붙은 이름인 것이다. 길은 산을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고개를 넘는데 보통 반나절은 걸리는 제법 험한 길이었다.

길의 정상 부근에 연휘가 있었다. 하륜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대책이 있을 까닭이 없는 연휘였다. 그렇다고 성도로 갈 수도 없었다. 팽완을 만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한시가 급한 까닭이었다. 저만치서 하륜과 팽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길 가운데로 나서는 연휘다.


“의혈문의 연휘라 합니다.”

길을 막아서는 연휘를 보고 못마땅했던 팽완이었다. 이미 선입견이 들은 것이다. 제법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있음에도, 까닭모를 불쾌함이 들고 있었다. 혼찌검을 내주려 마음을 먹고 있는데 연휘라는 말이 생각났다. 자신이 찾으려 했던 연휘라는 것이다. 오히려 팽완이 당황하고 있었다.

“아, 나는 팽완이라 하네. 아니지, 팽완이라 하오. 강호를 쩌렁 울리는 의혈문주를 뵙게 되어 영광이외다.”

“하륜은 의혈문의 대주입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희 행보가 급한 관계로, 이만 헤어졌으면 합니다.”

너무도 단도직입적이었다. 듣는 사람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하게 여길 수 있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팽완은 성정이 급한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곱게 보이지 않던 연휘였다. 당연히 말이 험할 수밖에 없었다.

“허어, 어찌 일문의 문주라는 자가 이리도 예가 없을까. 그간의 일로 호감을 느껴 찾아 나선 참이었는데, 과히 좋은 기분은 아니로구나.”

“우리 쪽 사정이 그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해량하시기 바랍니다.”

연휘의 말에 가뜩이나 얼굴이 붉어지던 팽완의 눈썹이 곤두서고 있었다. 허나 그보다 먼저 나선이가 있었다. 청성무광 백연이었다.

“어찌 젊은 문주의 성정이 그리 박한가? 팽형의 이름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거늘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약간의 이름을 얻었다고 기고만장 하는 꼴이라니, 생각보다 의혈문의 행태가 못해 보이네. 팽형 헛걸음 했소이다. 저따위 애송이라면 더 볼 것도 없겠소이다.”

곽우의 검미가 치솟았다. 백연의 말이 너무 노골적이었던 것이다.

“말씀 다 하셨소! 급한 일이 있는 관계로 서둘러야 하는데, 엄한 사람들이 거추장스럽게 따라붙으니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이거늘, 상대에게 끼친 폐해는 생각도 않고 자신의 불쾌함만 따지는 것이오!”

결국, 팽완이 참지 못하고 성미를 터트리고 있었다.

“이놈! 아무리 곱게 봐주려 해도 이건 너무 심하구나! 네놈들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재간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 도도한 것인지, 내 확인을 해보지 않고는 잠을 못 이룰 것이다.”

원래는 이리 될 일이 아니었다.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떠나려던 것이었다. 연휘의 말에도 문제가 있었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팽완의 성정에도 흠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기호지세.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남궁기와 하륜만이 돌변해 버린 상황에 어쩌지 못한 채,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팽완이 손을 쓰려는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다급해진 남궁기가 팽완의 앞을 막아섰다.

“장로님, 고정하시고 잠시만 제 말씀을 들어 주십시오.”

“무엇이냐! 비켜라! 저런 놈인 줄 알았다면, 이리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남궁기를 밀치려는 팽완이었지만,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나선 상태였다. 쉽게 밀려날 그가 아닌 것이다.

“서로의 사정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잠시만 진정하시지요. 제가 얘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이익! 새파란 놈이... 여차하면 가만 안 있을 것이야.”

어지간히 분했던 모양이었다. 뒤로 물러나며 하는 소리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고 있었다. 기어이 일전을 치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팽완을 두고 남궁기가 연휘에게 향했다.

“무맹의 남궁기라 하오. 장로님을 모시고 의혈문을 찾고 있던 중이었소. 하륜 저 친구를 십년 만에 만난 까닭이라, 너무 흥분하다보니 이렇게 동행하게 되었던 참이오. 진작 알았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터인데, 상황이 이리 되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소이다.”

“우리가 행한 일들을 알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을 것이오. 댁들이, 적인지 아군인지조차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행을 할 수는 없는 것이오. 또한 우리의 일정이 이미 지체된 까닭에,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소. 허나 그렇다고 해도 이미 우리의 정체를 알려준 이상은,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했소. 급박한 상황에 그나마 예를 차린다 한 것인데 더 무얼 바라는 것이오. 그래도 한 때나마, 도천 팽완장로를 존경하던 무인으로서 실망을 금치 못하겠소이다. 이만 갈 길을 가도록 하시오. 가자.”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해 냉정하게 말을 한 연휘가 돌아서고 있었다.

“아니, 잠시만 시간을 내 주시오. 그리 가시면 안 될 것이오.”

“더는 하고픈 말도 없고 듣고 싶은 말도 없소이다.”

“연문주 잠시만 부탁하오.”

남궁기가 애원조로 부탁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발길을 돌린 연휘였다. 그의 싸늘하고도 매몰찬 말에 팽완이 분을 못 참고 끼어들었다.

“놔둬라! 저깟 놈하고 뭔 말을 하겠느냐! 혼자 잘난 맛에 사는 놈 인줄도 모르고, 괜한 헛걸음만 했구나. 그만 가자.”

팽완의 계속되는 막말이 결국, 연휘의 몸을 멈추게 하고 말았다.

“노인네, 말 다했소.”

연휘 역시 더는 참을 수 없었던 듯, 팽완을 향한 적개심을 말에 담고 있었다. 졸지에 노인네가 되어버린 팽완이 가만있을 까닭이 없었다.

“뭣이라! 노인네! 네놈이 이제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보구나!”

“늙었으면 곱게 무덤자리나 살피고 다닐 것이지, 뭐 얻어먹을게 있다고 바쁜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거요.”

“이놈! 참자 참자했더니 못하는 말이 없구나. 아직 쓴맛을 보지 못한 모양 이다만, 오늘 임자 만난 줄 알아라, 이놈!”

“허어, 내 갈 길이 바쁘다 했건만 왜 이리 시비를 거는 것인지, 아무리 급하다 해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구나.”

“놈! 감히! 짧기 만한 그놈의 혀를 아예 뽑아 버리고 말겠다!”

주위에 섰던 사람들은 둘의 설전에 멍할 수밖에 없었다. 긴장감은 둘째 치고, 어찌 저리도 유치하게 구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던 것이다. 일문의 문주라는 자와, 십대고수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팽완의 다툼이라 하기에는 설전이 너무 심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아연함은 팽완으로 인해 깨지고 말았다.

성질 급한 팽완이 결국,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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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3

  • 작성자
    Lv.11 송담(松潭)
    작성일
    07.06.07 20:27
    No. 1

    소생 이만 퇴근 하렵니다.
    독자분들 모두 편안한 저녁 시간 되소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엿l마법
    작성일
    07.06.07 20:33
    No. 2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8 맛간날라리
    작성일
    07.06.07 20:48
    No. 3

    에고 가다가 쌈나네....
    저러다 정들지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ge**
    작성일
    07.06.07 21:31
    No. 4

    앗싸! 역시 서로의 실력을 보여줘야 말이 통하지. 무(武)가가 뒷받침되지 않는 의(義)는 말짱 헛거니까...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청학
    작성일
    07.06.07 21:48
    No. 5

    한바탕 싸우면 달라지겠지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 신법사
    작성일
    07.06.07 22:29
    No. 6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4 잭팟
    작성일
    07.06.07 23:45
    No. 7

    딱보니 실력좀 있어보이겠다.
    한판 붙어 보고 싶어서... 서로 그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둘다 천. 생. 무. 골. ㅋㅋ
    작가님 건필 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몰라랑
    작성일
    07.06.07 23:52
    No. 8

    연휘 이 친구, 성질 더럽네요.
    쥔공 노릇 제대로 하려면 좀더 경륜을 쌓아야 할 듯.
    암케도 모용강이 더 나을 것 같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단룡
    작성일
    07.06.08 01:16
    No. 9

    혁명을 하려면 저정도가지고는 부족하죠ㅋㅋ

    더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달국이
    작성일
    07.06.08 04:49
    No. 10

    하루에도 너댓번씩 새로뜨는가...하면서 봅니다..
    한번도 댓글을 안달았기에 죄송한 마음으로... 또 댓글이 너무 적기에 죄송한 마음으로... 나이먹어 이런거 쓰기가 좀 모한 나이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하고.... 암튼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근데 왜이리 댓글이 적지요?

    이렇게 좋은 글인데...

    암튼 작가님께 감사함을 드리며...

    근데 왜 연휘가 저리도 도발적이지???
    비온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도식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7.06.08 07:47
    No. 11

    잘 보고 갑니다..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철혈기갑
    작성일
    07.06.23 09:59
    No. 12

    건필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천지
    작성일
    12.08.10 10:39
    No. 13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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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풍운록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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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강호풍운록(욕망 慾望) +27 07.06.26 16,355 49 21쪽
73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8) +17 07.06.24 10,324 61 21쪽
72 강호풍운록 (맹주 盟主 7) +12 07.06.22 9,714 64 17쪽
71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6) +13 07.06.21 10,056 63 19쪽
70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5) +13 07.06.19 10,484 66 19쪽
69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4) +12 07.06.18 10,940 66 21쪽
68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3) +12 07.06.17 11,663 65 20쪽
67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2) +15 07.06.15 11,549 65 20쪽
66 강호풍운록(맹주 盟主 1) +12 07.06.14 11,154 74 20쪽
65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8) +17 07.06.13 11,493 71 19쪽
64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7) +12 07.06.12 11,060 73 19쪽
63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6) +12 07.06.11 11,162 68 19쪽
62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5) +15 07.06.08 11,655 66 20쪽
»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4) +13 07.06.07 11,072 70 19쪽
60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3) +11 07.06.06 12,032 69 20쪽
59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2) +10 07.06.05 11,762 67 19쪽
58 강호풍운록(풍운 風雲 1) +13 07.06.04 12,348 70 19쪽
57 강호풍운록(호북 湖北 5) +15 07.06.03 12,680 76 19쪽
56 강호풍운록(호북 湖北 4) +15 07.06.02 12,519 73 16쪽
55 강호풍운록(호북 湖北 3) +12 07.06.01 12,665 81 16쪽
54 강호풍운록(호북 湖北 2) +11 07.05.31 13,972 73 16쪽
53 강호풍운록(호북 湖北 1) +12 07.05.30 13,778 73 14쪽
52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5) +8 07.05.30 13,808 73 12쪽
51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4) +11 07.05.30 16,143 99 14쪽
50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3) +10 07.05.29 13,488 82 13쪽
49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2) +14 07.05.29 13,271 81 15쪽
48 강호풍운록(검왕 劍王 1) +17 07.05.28 13,904 81 12쪽
47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8) +14 07.05.28 13,390 80 12쪽
46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7) +9 07.05.28 13,387 86 13쪽
45 강호풍운록(해남전 海南戰 6) +11 07.05.27 13,643 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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