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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급 반지로 9서클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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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원
작품등록일 :
2024.08.30 21:4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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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1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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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2쪽

#017 식객(2)

DUMMY

“크리스님, 따라오시죠.”

“두 분은···?”

“두 분께서 백작가에 달리 용무가 있습니다. 그러던 중 크리스님 소식을 듣고 잠시 들른 것이고요.”

“그럼 우린 가보도록 하지.”


지나치며 크리스의 어깨를 다독여주고 대기실에서 나가는 토비와 밀스.

그 두 사람이 같이 있을 때 든든했는데, 혼자가 되니 망망대해에 서있는 기분.


“어서오세요. 나는 레오나 엘론드라 합니다.”

“크리스라고 합니다.”


이내 방에 들어가서 레오나 엘론드를 마주하니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감옥에서 빼내줬으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고 여겼지만. 막상 마주하니 레오나 엘론드의 분위기는 범상찮았다.

귀족가 여식이 흔히 드레스 차림으로 있는 것과 달리, 경장이지만 기사복 차림.


‘좀 세보이기는 하네.’


“동생이 행패를 부렸는데 오히려 당신을 가두다니. 대공자라지만 브루스의 일처리는 여전히 융통성 없네요. 내가 대신 사과하겠어요.”

“아뇨, 오히려 감옥에서 빼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바라는 것이라도 있으신지?”

“단도직입적이네요. 훗, 더 마음에 들어요. 저도 시원하게 터놓고 말하죠.”


쾅- 터놓고 말하기 전에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무려 백작가 장녀가 거하는 곳이거늘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들어오는 사람.


“젠장, 누나! 이러기야?”


누가 겁대가리도 없이 이런 짓거리를 하나 했더니 바로 납득이 됐다.

이해 안 가는 건 대공자 브루스에게 자중하라는 소리 듣고 한나절도 안 됐거늘.

암만 망나니라도 새대가리는 아닐 텐데 벌써 난리를 치나 싶었더니 혼자가 아니었다.


“레오나 아가씨, 저 죄인을 넘겨주시지요.”


망나니 이공자 옆에 서있는 중년의 남자.

갑옷 안에 받쳐있는 경장 기사복을 봐서는 필시 기사일 터. 그가 레오나의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눈짓을 했다.

데려온 병사들이 크리스에게 다가왔다.

저항할까 싶다가 크리스는 레오나 쪽을 흘깃 봤다.


“마론 경, 내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는군요.”


병사들과 크리스의 사이로 나서는 레오나.


“레오나 아가씨야말로 대공자님이나 마일드 이공자님 체면을 신경 쓰지 않으시는 듯 하군요. 죄인을 풀어주다뇨.”

“귀족모욕죄 명목이었죠? 알아보니 오히려 마일드가 잘못을 했던데요.”

“그건 중요치 않다는 걸 잘 아실 텐데요. 중요한 건 대공자님께서 저 자를 감옥에 직접 넣으셨다는 것, 대공자님 체면을 짓밟고 싶으신 겁니까?”


‘기사가 아니라 무슨 웅변 아카데미를 다녔나.’

-쯧, 네 녀석은 무슨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구나.

‘나도 레오나가 나를 위해 어디까지 나설지 좀 궁금해서. 그래야 나도 처신을 어쩔지 참고 삼아보지.’


“정 죗값을 치러야 납득을 하겠다면 봉사의 형식으로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게 나오시는 겁니까?”


-야, 레오나도 너 죄인인 걸 완전히 커버치진 못 하는데? 죗값을 치루라고 하잖냐.

‘그···그러네. 봉사라니, 뭘 봉사하라는지 들어보고 아닌 거 같으면 그냥 야반도주 해야겠다.’


“선례가 있을 텐데요. 조부님께서도 당시 가신 제임스 경을 그리 받아들였고. 왕실로 가면 근위대에는 숱하게 많은 선례가 있음을 들었습니다. 마론 경도 들어보셨겠지요?”


귀족이니 왕실의 근위대 선례이니 하는 건 잘 모른다.

그렇지만 레오나가 기세가 대단하긴 했다.

마론 경도 바로 반박하지 못 하고 잠시 이어지는 눈싸움.


“근위대에 들어가겠다고 참 자질구레한 걸 많이도 알아보셨군요. 어차피 다 쓸데없는 것이겠지만요.”

“쓸데가 있는지 없는지 보면 알겠죠. 그래서 크리스가 제 휘하에서 봉사하는 것을 납득하는 건가요?”

“어···저는 납득합니다요.”


봉사의 정체가 뭔지 비로소 알게 되자.

크리스는 조심스레 손 들고 나서 말했다.

레오나는 필시 토벌대에 나간다고 했다.

그녀라는 배경에 기대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보다시피 크리스 본인도 그렇다고 말하는군요.”

“젠장, 마론 경 그냥 이대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뭐라 더 해보세요!”


빽빽- 발광하는 이공자 마일드의 반응. 마론 경도 피곤한지 착잡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봉사도 그 격을 증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크리스는 고블린 주술사를 쓰러트리고 놀 챔피언을 잡고 그레이 보카텐도 잡았다는데 혹시 모르셨던가요?”


‘그렇게 들으니 생각보다 나 대단하긴 했네.’


“말씀하신 선례에 따라 봉사시키려면 응당 기사 수준은 되야겠지요.”

“그 부분은 마일드와 직접 이야기해서 해결하죠. 그만 저 망나니 데리고 나가보세요.”


축객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마론 경은 그대로 서있었다.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 하시려면 저 녀석이 기사급 실력이 된다는 걸 납득시켜주시죠.”

“······대결을 하죠.”


대답 한 건 레오나가 아닌, 크리스였다.

크리스의 갑작스런 제안에 황당하다는 표정의 마론 경.


“대결을 말이냐? 허, 기사란 신체와 정신을 극한으로 단련한 존재다. 인격적인 부분을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극한 상황에서 대적 불가의 어떠한 적과 맞서더라도 신념을 관철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기사이니라.”


“그렇군요. 역시 기사는 대단하네요.”

‘역시 웅변 아카데미를 다닌 것이 틀림없어.’


“자네가 그런 정신과 능력을 지녔다는 것인가?”

“네. 증명하겠습니다. 그러니 대결을 하죠. 아니면 막상 제가 한다고 하니 쫄리시는지?”


가슴을 넓게 펴고 당당한 태도의 크리스.

눈빛을 보면 어딘가 정신이 살짝 나간 듯 보였다.

그 탓에 마론 경도 흠칫했을 정도였다.


‘대체 뭐지, 이 놈은···숨겨둔 수라도 있는 건가.’


하지만 사실 크리스의 눈이 돌아간 건, 빛을 봐서였다.

특이하게 한 사람에게 맺힌 것이 아닌 마일드와 마론 경에 걸쳐 범위를 이룬 노란색 빛. 그만큼 니다나가 깊은 골을 이루었다는 것.

심지어 굉장히 밝았다.


-이 미친 놈아. 네가 무슨 기사를 이기겠다고 그러느냐?! 수 뒤틀리면 결투랍시고 널 살해할 수도 있다고.

‘그렇지만 빛이 엄청나잖아. 보상도 클 거야.’


가닌다가 뭐라 하건, 이미 크리스는 니다나 매듭을 보자마자 눈이 돌아가 있었다.


“수락하지. 무를 수 없다.”


그쪽이야말로···라고 말할 것 같은 성격의 레오나였지만, 이번만은 먼저 나서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조용히 크리스 쪽을 봤다.

지금이라도 취소할 테면 취소하라는 듯한 반응.


“네. 그럼 그렇게 하고. 아까 레오나 아가씨가 축객령을 내린 걸로 알고 있는데 언제 나가실 건가요?”


레오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반면 얼굴이 시뻘개진 이공자 마일드.


“으으, 감히 평민 따위가······.”

“도련님, 가시죠.”

“저 무례한 걸 당장 죄를 물어야지요!”

“가시죠, 마일드 도련님.”

“아···알겠네.”


마론 경의 서릿장 같은 목소리에 언제 날뛰려 했냐는 듯 마일드는 조용히 나갔다.

불청객이 나서자 크리스의 어깨에 얹히는 손. 레오나였다.


“훗, 제법인걸. 스스로 내 봉사자가 되겠다고 했으니 말은 편히 해도 괜찮지?”

“귀족이고 연상인데 편하게 대하세요.”


솔직히 레오나의 조건을 생각하면 초면에 크리스에게 존대한 것이 이례적이었다.


“좋아. 그럼 대결을 하게 되었는데. 한 가지만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기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겠어?”

“기사를 어떻게 이겨요.”

“···이긴다며?”

“대결을 하자고 했지 제가 이긴다고는 안 했는데요.”


순간 표정 관리 안 되는 레오나였다. 안 긁은 당첨 복권인줄 알고 뽑았거늘 X 밟았는지 걱정하는 표정.


“저기 크리스? 지금 나 장난 하는 거 아니거든. 너도 나름 심각하겠지만 그 상황에서 나도 나름대로 리스크를 걸었어. 대답 제대로 하렴.”

“큭···수, 숨이···이게 기사의 기세라는 건가요?”

“그래. 그리고 네가 상대해야 하는 기사들은 보통 이 정도 기세는 내뿜을 수 있지. 이길 수 있겠어?”

“역시···안 되겠는데요.”


-너 니다나 매듭 때문에 대결하자고 한 거 아니었더냐?

‘맞는데 내가 느끼기로는 꼭 이기는 것이 조건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기는 하다만 그렇게 애매한 결과로 매듭을 얻을 거면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느냐. 목숨을 담보로 그런······.


밖에서는 레오나, 안에서는 가닌다. 양쪽에서 압박 받는 크리스였다.

일단 가닌다는 마력 연결을 잠시 끊어뒀다.


“근데 꼭 이길 필요 없지 않을까요. 결투도 아니고요.”

“결투가 아니다? 말장난은 좋아하지 않지만···달리 방법도 없으니 한번 들어보자.”

“기사가 어쩌고 저쩌고 줄줄 읊으면서 실력을 증명하라 했잖아요. 그럼 그걸 증명하면 되지 않나요.”

“일리가 있구나. 이기는 것만 실력을 증명하는 건 아니지.”


납득하는 레오나···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마뜩찮다는 듯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결투가 아니라도 일단 승부는 무조건 이겨야 해. 내 자존심도 걸렸고.”

“아니, 이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결 시기는 어쩔래? 누가 봐도 네가 불리하니 우리에게 유리하게 시간과 장소를 잡을 수 있을 듯 한데.”

“나중에 할수록 좋죠. 수련할 시간도 벌 수 있고요.”

“미루면 이길 수는 있고?”


대화가 다시 되돌이표. 순간 크리스는 왠지 모르게 잘못 걸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에 꽂히면 남의 말을 안 듣는지.

체면이 관련되면 무조건 이겨놓고 봐야 하는 성격인지.


“시간이 많이 주어질수록 나아지기는 하겠죠.”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안 돼. 무조건 이긴다! 죽어도 이긴다. 지더라도 상대는 병신을 만들어놓겠다! 그런 마인드여야 해.”


문득 무언가 결심했는지 레오나가 팔짱을 풀었다.


“아니, 나도 물렀군. 너도 결심해줬으니 더 나아지도록 내가 도와주마.”

“네? 도와준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게일, 크리스에게 묵을 방을 내주게. 오늘부터 내 보증으로 식객으로 들어와서 내 훈련에 동참할 것이야.”

“그렇게 처리해두겠습니다.”


***


크리스를 감옥에서 빼내준 남자는 게일이었다.

백작가의 사람이지만 레오나 전속 집사 격 인물로 이런저런 일에 능통했다.

그가 크리스에게 백작가를 안내해주고 방을 잡아줬다.


“오늘 저녁부터 아가씨의 훈련에 동참하게 되실 겁니다. 좀 거칠 수 있는데···마음 단단히 먹으십시오.”

“···뭐 팁 같은 건 없나요?”


나가며 문을 닫으려다 잠시 생각에 잠긴 게일.


“밖에서 먹던 것보다 식사가 맛있을 수 있는데 저녁을 너무 많이 먹지 마십시오. 토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만 -이라 하듯 고개 숙이고 게일이 나갔다.

나름 팁은 팁이기는 한데 어쩐지 듣고 나니 뒷맛이 씁쓸한 조언이었다.

토할 수도 있다니, 훈련이 얼마나 거칠기에.


“아냐, 좋게 생각하자.”


새로운 장소로 들면 사람은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물건들.

새로운 니다나 매듭을 얽고 또한 얽매이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는 니다나 매듭으로 마도서를 얻거나 마법을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마도서를 얻어놓고 제대로 테스트해보지 못했었네.”


자이언트 좀비를 잡고 얻은, 골렘 소환 구동 관절 술식.

덧붙여 모방식 마나연공법도 그랬다.

감옥에서 마나연공법 마법을 써서 단련했지만 슬슬 막 달아오르던 참에 멈췄다.


“아, 마법 써보고 싶다! 방에 있어봤자 할 것도 없고······.”


방에서 나온 크리스. 이곳 복도에 늘어선 방은 전부 식객의 거처로 쓰였다.

복도로 나오니 복도 닦는 메이드 몇몇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새로 식객으로 왔는데 뭐 좀 물어볼게요. 백작가에서 모래가 많은 장소는 어디인가요?”

“모래요? 모래나 흙은 일단 정원에 많이 있기는 한데요.”

“에리, 정원 흙은 안 돼. 마님께서 정원 가꾸기에 관심 엄청 많으시잖아.”

“그럼···어, 맞다! 연무장에도 모래가 많을걸요.”


‘니다나의 매듭은 결국 나를 연무장으로 이끄는가.’


운명의 안배(?)를 느끼며 크리스는 연무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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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6 식객(1) +1 24.09.14 1,663 36 11쪽
15 #015 마도서 조합(3) +2 24.09.13 1,827 40 12쪽
14 #014 마도서 조합(2) +2 24.09.12 1,887 44 8쪽
13 #013 마도서 조합(1) +2 24.09.11 1,995 42 9쪽
12 #012 놀 사냥 +2 24.09.10 2,087 44 10쪽
11 #011 골렘술사(2) +4 24.09.09 2,210 48 10쪽
10 #010 골렘술사(1) +2 24.09.08 2,311 53 9쪽
9 #009 추천서 +2 24.09.07 2,387 58 9쪽
8 #008 2써클(2) +4 24.09.06 2,518 57 9쪽
7 #007 2써클(1) +2 24.09.05 2,629 70 8쪽
6 #006 고블린 주술사(2) +2 24.09.04 2,648 57 8쪽
5 #005 고블린 주술사(1) +2 24.09.03 2,786 59 7쪽
4 #004 단련(2) +2 24.09.02 2,954 65 8쪽
3 #003 단련(1) +2 24.09.01 3,275 61 8쪽
2 #002 반지(2) +1 24.08.31 3,702 78 8쪽
1 #001 반지(1) +2 24.08.30 4,247 8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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