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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 대륙 여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10.10 15:53
최근연재일 :
2019.07.03 18:0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4,146
추천수 :
190
글자수 :
298,188

작성
18.11.12 19:00
조회
274
추천
3
글자
7쪽

20. 제 5 보급대

DUMMY

'그런가, 그게 너희들이 내린 결정인가.'


예상외로 내 정신은 상당히 냉철한 상태였다. 아마 이렇게 될 거라는 상황을 눈치채고 있어서 인지,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았다.


리나가 서있는 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또 우는 모양이다. 항상 무표정으로 나를 질책하던 실바도 팔짱을 끼고 조용히 벽만 쳐다봤다. 로난은 내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갈 곳 잃은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


그들처럼 나도 결정을 내려야했다.


더 이상 자괴감과 싸우지 않도록,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말이다.


“나도 같이 가겠어.”


“뭐?”


로난이 놀란 두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 리나와 실바도 깜짝 놀라며 한 순간이지만 나를 쳐다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의지를 담은 결정을 한 번 내뱉으니,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한 치의 막힘도 없이 술술 떠드는 것이 가능했다.


“너희들은 내 첫 동료고, 내 생명의 은인이고, 나를 처음으로 인정해준 사람들이야. 여기서 너희를 버리고 도망치면, 나는 두 번 다시 이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수현아······.”


“김수현, 전쟁터는 지옥이야. 우리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어. 그곳에선 너를 지켜줄 수 없다고.”


로난의 말을 끊고 냉정하게 말하는 실바는 여느 때보다 더 차가웠지만, 그 속에는 진심이 담긴 걱정이 느껴졌다.


“내 목숨은 내가 지켜. 걱정 마.”


그러자 리나가 애써 울먹이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쏘아붙였다.


“하! 짙은 늑대 한 마리도 이기지 못하는 네가? 착각하지 마, 우린 네가 필요 없어서 버리는 거라고! 알아!?”


“······미안해,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지킬게, 한 번만 더 나를 믿어줘. 부탁할게.”


그녀가 차갑게 말한 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내려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 묵묵히 파티의 대표인 로난의 결정을 기다렸다.


몇초도 되지 않는 정적이 한 시간처럼 느껴지던 때에 로난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정말······후회하지 않겠어? 살아남아도 모두가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


“믿어, 너희를. 그리고 내 자신을.”


내게 더 이상 후회는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도전, 그것이 한국을 떠나 이세계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틀 후, 우리는 수많은 모험가 부대 중 그나마 안전한 제 5 임시 보급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원자들을 전선으로 수송하는 마차는 열흘을 달리고 나서야 ‘절벽군도’라고 불리는 10군도 최후방 요새에 도착했다.


“빨리빨리 내리십시오!”


요새에는 갈색의 산봉우리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입은 병사들 잔뜩 있었다. 마차가 요새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그들은 소리를 지르며 모험가들을 독촉했다.


병사들의 안내에 따라 요새 내부의 연병장에 집결하자, 요새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190센티 정도에 수준급의 덩치도 함께 탑제한 50대 중년 남성이 단상에 올라서서 말했다.


“반갑다. 내 이름은 벤노스 니첼리, 바드칼 요새 사령관이자 임시로 편성된 제 5 보급대 대장이다. 우리는 제 5 보급대로, 중립 모험가들인 너희들과 10군도 바드칼 요새 주둔군으로 구성된 부대다.”


걸걸한 목소리의 사령관은 투구 아래로 보이는 사나운 눈매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집결한 모험가들을 천천히 살폈다. 긴장감에 마른침만 삼키는 모험가들에게 사령관은 한숨을 내쉬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너희들은 지금까지 모험가의 신분으로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부로 로고스 왕국의 군인으로서 내 명령에 따르고, 통제된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알겠나?”


사령관의 으르렁거림에도 모험가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서로를 쳐다보며 웅성거릴 뿐이었다. 그러자 단상으로부터 공터로 쩌렁쩌렁한 호통이 울려 퍼졌다.


“대답, 안하나!!!”


“예, 옛!”


비록 후방에서 전선으로 물자를 보급하는 지원부대에 불과했지만, 군인 중의 군인인 니첼리 사령관의 정신 교육과 가혹한 훈련은 자유분방했던 모험가들을 군인으로 탈바꿈시키기 충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티 단위로 막사를 배정해줘서 같은 파티원들끼리 동일한 장소에서 지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아, 하아, 제기랄. 보급부대면 얌전히 기다렸다가 물건이나 나르면 되지, 왜 훈련을 시키고 난리야.”


“허억, 그러게, 후욱, 말이야.”


오늘도 아침부터 요새 내부를 한 바퀴 뛰고 숨이 차오른 모험가들이 헐떡거리며 땀을 쏟았다.


‘로난이랑 훈련을 안했으면 큰일 날 뻔 했군.’


예전 같았으면 나도 저들처럼 헉헉거리며 다 죽어가고 있었겠지만, 이세계로 오자마자 파티를 만나 고된 훈련을 거친 결과, 힘들기는 했지만 요새를 한 바퀴 도는 정도로 헐떡거리며 불만을 쏟아내지 않아도 됐다.


훈련을 하다보면 가끔씩 전선에서 온 전령들이 요새의 장교들에게 소식을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전쟁이 발발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계절은 여름이 끝나고 9월의 초가을로 들어섰다.


날씨가 선선해지자 모험가들의 불만은 줄어들었지만, 요새로 들어오는 전령의 수는 날이 갈수록 많아졌다. 동시에 전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들려오던 어느 날, 항상 화난 표정으로 다니던 니첼리 사령관이 심각한 얼굴로 전령과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


‘설마.’

······했지만,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그날 오후, 사령관은 요새 내 모험가들을 불러 모아 연병장에 집합시켰다.


“제군들! 드디어 제군들이 활약할 시간이 왔다.”


사령관은 어느 때보다 엄숙하지만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웃음이 나오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붙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금일 오전 10시 경에 절벽군도 전방 요새인 라펠타에서 지원 요청이 왔다. 따라서 우리 제 5 보급대는 요청에 따라 병력과 물자 지원을 실시할 것이다. 질문 있나?”


서로 눈치만 살피던 모험가들 중 꽤 나이가 있어 보이는 모험가가 손을 들며 말했다.


“병력 지원이라 하셨는데, 저희도 전장으로 나가는 겁니까?”


그러자 사령관이 허리에 찬 검을 뽑아 하늘로 치켜들며 소리쳤다.


“당연하다. 그리고 기뻐하라! 로고스의 백성으로 조국을 지키는 영광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당연히 안전한 곳에 지원했다고 생각한 모험가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몇몇은 담담하게 전장으로 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지만, 대부분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원했으나 안전을 위해 보급부대를 선택한 이들이었다.


술렁거림이 커지자, 사령관이 검을 거두고 소리쳤다.


“조용! 지금부터 각 파티가 담당할 보급마차를 지정해 줄 것이다. 그리고 너무 걱정은 마라. 나와 내 군대도 함께하니 너희는 후방에서 마차만 잘 지키면 된다. 알겠나?”


“······예.”


“목소리 봐라, 알겠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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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2. 라펠타 요새(2) +5 18.11.14 249 3 7쪽
24 21. 라펠타 요새(1) 18.11.13 252 3 7쪽
» 20. 제 5 보급대 18.11.12 275 3 7쪽
22 외전. 와이즈 대륙 신화 - 상편(3) 18.11.10 324 1 8쪽
21 19.서막(2) 18.11.09 299 4 7쪽
20 18. 서막(1) 18.11.08 299 4 7쪽
19 17.잠깐의 휴식(2) 18.11.07 306 2 7쪽
18 16. 잠깐의 휴식 +2 18.11.06 354 3 8쪽
17 15. 끝과 시작 +2 18.11.05 318 5 7쪽
16 외전. 와이즈 대륙 신화 - 상편(2) +2 18.11.03 345 3 7쪽
15 외전. 와이즈 대륙 신화 - 상편(1) +2 18.11.02 361 4 7쪽
14 14. 위기의 순간 18.11.01 358 6 8쪽
13 13. 짙은 늑대들 18.10.31 352 5 7쪽
12 12. 시작 전날 밤 18.10.30 371 4 7쪽
11 11. 의뢰인에게로 출발! 18.10.29 417 6 7쪽
10 10. 첫 의뢰 18.10.25 499 5 7쪽
9 9. 지옥훈련 18.10.24 542 5 8쪽
8 8. 동료를 찾아서(2) 18.10.23 552 6 7쪽
7 7. 동료를 찾아서(1) 18.10.22 590 7 7쪽
6 6. 주무기 18.10.18 616 8 8쪽
5 5. 모험가, 시작합니다! (2) 18.10.17 705 7 7쪽
4 4. 모험가, 시작합니다!(1) 18.10.16 865 5 10쪽
3 3. 이세계에 도착!(2) 18.10.15 1,028 8 10쪽
2 2. 이세계에 도착!(1) +3 18.10.11 1,335 8 9쪽
1 1. 현실과 이상 +2 18.10.10 1,785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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