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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와이즈 대륙 여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10.10 15:53
최근연재일 :
2019.07.03 18:0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4,144
추천수 :
190
글자수 :
298,188

작성
18.10.15 06:30
조회
1,027
추천
8
글자
10쪽

3. 이세계에 도착!(2)

DUMMY

“우왓!”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얼굴을 들이밀자, 하마터면 놀라서 바지에 지릴 뻔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한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왜 왔어, 라는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아, 저기······.”


덩치에 주눅이 들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더듬거리자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아, 라고 짧게 탄성을 뱉었다.


“혹시 모험가나 용병 등록하러 오신 겁니까?”


“등록이요? 아, 네네!”


이 사람이 말하는 거랑 내 짐작으로 예측해보건대 아마 구인소는 모험가나 용병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곳인 것 같았다. 다만 아까부터 부담스럽게 옆에 서있는 이 덩치 큰 아저씨 때문에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는 중이라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우물쭈물 거리고 있을 때, 사내가 상체를 살짝 숙이며 사람이 서있지 않은 창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비어있는 자리가 신규 등록하는 곳이니까, 가보십쇼.”


“가,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안내를 받아 창구 앞에 서자 테이블 뒤에 앉아있는 구레나룻까지 연결된 수염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중년 남성이 턱을 괴고 눈앞에 놓인 서류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저기요?”


“음? 뭐야.”


움직이던 손을 멈춘 중년이 귀찮음 반, 신기함 반이 섞인 얼굴로 쳐다보자 아까와는 다른 반응에 살짝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신규 등록을 하려면 여기로 가라고 해서 왔는데요······.”


“신규? 모험가 아님 용병?”


“에, 그게······.”


남자는 빨리 말하라는 눈빛으로 독촉의 시선을 보냈지만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잖아 이거. 이세계에서 선택하는 첫 직업인데 기왕이면 좋은 걸로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모험가나 용병 둘 다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 건지가 중요한데······.


“죄송한데, 모험가랑 용병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최대한 정중하게 가능한 착해 보이는 말투로 조곤조곤하게 물었지만, 남자는 오히려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이거 뭐 하는 놈이야’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웬 이상한 옷을 입고 있는 거 보니까 마법사 같은데, 모험가랑 용병이 뭔지 몰라? 산 속에서만 살다 오셨수?”


조롱보다는 어이가 없다는 말투, 솔직히 기분 나쁘긴 했지만 이세계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신이 설명해준 짧은 한마디가 전부였기에 당분간은 정보를 얻기로 마음먹었다.


“저~기 멀리 다른 나라에서 왔어요. 대한민국이라고, 그리고 전 마법사가 아닌데요.”


그는 대충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종이 두 장을 내밀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왼쪽이 용병, 오른쪽이 모험가. 대충 설명해 주면 모험가는 미탐사 지역을 돌아다니거나 지역 구인소에 들어온 의뢰를 해결하는 일을 하고, 용병은 말 안 해도 알겠지만 돈을 받고 전쟁에 나서거나 마물퇴치같은 일을 주로 하지.”


······게임 속이라면 당연히 용병을 선택해서 적들을 혼자서 쓸어버리는 천하무적을 꿈꿨겠지만 현실에서 검을 들고 직접 사람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몬스터까지 죽이는 건, 으음······아마 내가 직접 하는 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모험가는 그냥 여행자 같은 느낌인가요?”


“뭔 개소리, 아니 헛소리야?”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남자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두꺼운 책 하나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리며 말했다.


“자, 이상한 나라에서 온 친구. 설명해 줄 테니까 잘 들어, 딱 한 번이야.”


“감사합니다!”


그는 친절하게 직접 책을 펼쳐서 모험가에 대한 설명이 쓰인 장으로 넘어가 설명했다.


“모험가는 크게 둘로 나뉘어, 왕국 모험가, 중립 모험가.”


처음 보여준 귀찮아 죽겠다는 모습은 어디로 간 건지, 설명을 시작하자 그는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왕국 모험가에 대해 먼저 설명하겠다며 몇 장 더 넘긴 후에 사진과 글이 적혀있는 장을 펼쳐 보여줬다.


“왕국 모험가는 말 그대로 국가에 소속된 모험가야, 해당 국가에서 정기적인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달성한 의뢰나 미탐사 지역을 탐사하면 추가 수당을 받기도 해. 소속이 있어서 안정된 급여를 받는다는 게 좋은 점이지.”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겨 질문을 던졌다.


“그럼 단점은요?”


“다른 왕국 출입이 힘들다는 점, 재수 없으면 첩자로 몰려서 죽을 수도 있다는 점, 유사시에는 국가가 부르면 거부권 없이 정규병으로 참전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 그리고 타국인이 왕국 모험가가 되겠다고 하면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워서······넌 아마 하기 힘들 것 같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데 당연히 안하지, 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나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데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아서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물었다.


“그럼 중립 모험가는요?”


“이제 설명해 줄 테니까 기다려.”


그는 옆에 놓인 손잡이 달린 맥주잔에 가득 찬 물을 한 컵 들이키고선 설명을 이어갔다.


“중립 모험가는 어디 소속은 아니야, 대신에 모험가임을 증명하는 등록증을 받고서 모험가로서 활동할 수 있어. 딱히 제약받는 것은 없지만 만약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왕국에서 정식으로 요청하는 임무는 받을 수 없고, 미탐사 지역을 탐사할 때 왕국 모험가와 다르게 까다로운 절차 없이 곧바로 들어갈 수 있지.”


여기까진 왕국 모험가보다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분명 단점도 많을 것이다. 남자는 당연히 질문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곧장 단점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았다.


“단점은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는 점, 가끔 산적이나 도적을 만날 때도 있고, 타국의 첩자로 의심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첩자가 아니라는 증명으로 등록증을 보여주고 전 대륙에 있는 모험가 구인소에서 검증을 받으면 돼. 그리고 대부분 혼자가 아니라 넷 이상이 함께 다니지. 음······그 외에는 딱히 없는 것 같군.”


흐음, 듣기에는 왕국 모험가보다는 중립 모험가가 뭔가 진짜 모험가 같아 보였다.


“그럼 중립 모험가로 할게요.”


“······이봐, 내 말 제대로 이해한 거 맞아?”


남자는 뚱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가 그의 심기를 거스른 지 모르겠지만 나는 최대한 억지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뭐 때문에 그러세요?”


그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젓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처럼 초짜 중립 모험가는 혼자 다니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그리고 가진 것도 없어 보이는데 너 신규 등록할 돈은 있냐?”


뭐? 모험가 등록 하는데 돈도 내야 돼? 아, 하긴 게임에서도 전직 할 때 조건이 붙긴 하지. 당장 가진 것이라고는 스마트폰과 이어폰, 이세계에서 쓸 수도 없는 돈과 카드가 담긴 지갑 뿐 인지라 지금은 그저 뒷머리를 긁적이며 웅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 아뇨, 없는데요.”


“안 돼 그럼. 신규 등록 비용은 용병과 모험가가 똑같이 중앙 대륙 국가 은화 둘, 그리고 기본적인 장비는 갖추고 와야지 써주거나 할거다. 옷만 걸치고 있으면 누가 믿고 써주겠어?”


하나같이 팩트로 때리는 게 뼈아프지만 맞는 말이라 뭐라 대꾸할 수도 없었다. 그저 멍청하게 웃음만 흘리며 무언가 돈이 될 만한 물건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주머니에 잡히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혹시 이런 거 팔면 얼마나 나올까요?”


책상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자,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심스럽게 스마트폰들 집어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조작방법을 모르는 그에게 대충 사용하는 법을 직접 보여주자, 신기한 얼굴로 쳐다보긴 했지만 그것도 한 순간 뿐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온 나라에서 쓰는 도구인데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기능이 안 된다는 거지?”

“네, 아쉽지만 사진을 찍는 정도가 끝이에요.”


대답을 듣고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 동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게 사진? 이라는 거지?”


그는 어느새 갤러리가 열린 스마트폰 액정 속에 보이는 사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연하지만 이세계에는 아직 사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네, 그림과는 확실히 다르죠. 진짜랑 똑같으니까요.”


“확실히, 쓸 만한 마법도구네.”


원리를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남자는 꽤 오랜 시간 구인소에서 종사했는지 노련하게 스마트폰을 다루고 있었다. 사진이나 기타 메뉴들을 오가는 기본적인 기능이긴 했지만 그래도 터치로 작동하는 것과 사진을 찍는 기능은 완벽하게 적응한 상태였다.


‘마법도구 보다는 과학의 힘이지만······그렇게 말하면 더 복잡해지겠지.’


대충 스마트폰에 대해서 견적을 내던 남자가 종이 한 장에 무언가를 적더니 내게 주며 말했다.


“이 근처에 마법사가 운영하는 마법도구 상점이 있으니까, 이거랑 같이 들고 가서 보여줘 봐. 아마 괜찮은 가격이 나올 거다. 나가서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돼.”


“아, 감사합니다.”


안내받은 길대로 구인소를 나가서 왼쪽 길을 따라 200미터 정도 걷자, 깨끗한 돌 벽을 유지하는 옆 가게들과 다르게 작은 골목 카페 크기의 가게는 담쟁이덩굴이 벽을 덮어 창문까지 가려버린 외관은 신비로운 반면, 귀찮아서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 역으로 집을 삼켜버린 꽃집 같아 보이기도 했다.


“······실례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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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2. 라펠타 요새(2) +5 18.11.14 249 3 7쪽
24 21. 라펠타 요새(1) 18.11.13 252 3 7쪽
23 20. 제 5 보급대 18.11.12 274 3 7쪽
22 외전. 와이즈 대륙 신화 - 상편(3) 18.11.10 324 1 8쪽
21 19.서막(2) 18.11.09 299 4 7쪽
20 18. 서막(1) 18.11.08 299 4 7쪽
19 17.잠깐의 휴식(2) 18.11.07 306 2 7쪽
18 16. 잠깐의 휴식 +2 18.11.06 354 3 8쪽
17 15. 끝과 시작 +2 18.11.05 318 5 7쪽
16 외전. 와이즈 대륙 신화 - 상편(2) +2 18.11.03 345 3 7쪽
15 외전. 와이즈 대륙 신화 - 상편(1) +2 18.11.02 361 4 7쪽
14 14. 위기의 순간 18.11.01 358 6 8쪽
13 13. 짙은 늑대들 18.10.31 351 5 7쪽
12 12. 시작 전날 밤 18.10.30 371 4 7쪽
11 11. 의뢰인에게로 출발! 18.10.29 417 6 7쪽
10 10. 첫 의뢰 18.10.25 499 5 7쪽
9 9. 지옥훈련 18.10.24 542 5 8쪽
8 8. 동료를 찾아서(2) 18.10.23 552 6 7쪽
7 7. 동료를 찾아서(1) 18.10.22 590 7 7쪽
6 6. 주무기 18.10.18 616 8 8쪽
5 5. 모험가, 시작합니다! (2) 18.10.17 705 7 7쪽
4 4. 모험가, 시작합니다!(1) 18.10.16 865 5 10쪽
» 3. 이세계에 도착!(2) 18.10.15 1,028 8 10쪽
2 2. 이세계에 도착!(1) +3 18.10.11 1,335 8 9쪽
1 1. 현실과 이상 +2 18.10.10 1,785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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