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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mon
작품등록일 :
2018.11.07 21:13
최근연재일 :
2018.11.27 18:47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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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845

작성
18.11.0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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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1 관음의 방

DUMMY

3화-EP.1 관음의 방


-이그드라실왕국, 수도 이그드라실 내 왕성, 안정의 방


돔 형태의 천장과 사방이 황금으로 이루어진 방에 레온과 정체불명의 여자는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다. 황금의 방을 가득 메운 엄청난 양의 가지각색의 마법진에서는 진의 문양과 글자들 위로 보랏빛의 광채가 강하게 뿜어져 나오다 이윽고 천천히 약해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않아 빛은 완전히 사라져 방안은 기괴한 원들과 그 안의 도형과 수많은 문자들만 남겨졌다.


빛이 사라지자 어둠에 잠겨버린 그곳에서 레온은 머리가 깨질듯 한 고통속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이성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 도 없었다. 레온이 가능한 건은 반쯤 풀려버려 살짝 떠있는 눈과 동굴에 있는 듯 울리는 귀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그저 그대로 받아드리는 것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시간 감각조차 사라져버린 그때 어두워진 방 한쪽에서 세로로 빛줄기가 보였다. 그리고 그 빛줄기는 점차 벌어지더니 두 사람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빛이 새어나온 곳이 문이었는지, 그곳으로 들어온 금색의 나무 형상과 같은 기묘한 선들이 오가는 갑옷을 입은 사내들은 천천히 다가와 한사람은 여자를 한사람은 레온을 잡아 끌고 밖으로 나갔다.


모든 걸 반쯤 뜬 눈으로 보고 있던 레온이었지만, 자신이 잡혀가고 있는지도 두 사람이 들어왔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그여서 아무런 저항도 없이 이끄는대로 끌려가며 그 충격으로 간신히 유지가 되던 의식은 다시 끊어졌다.


-이그드라실왕국, 수도 이그드라실 내 왕성, 회의실


“!@ #$$!@#?"

“#$$@%?


정신을 제대로 못 차려서인지 알 수 없는 말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한 가지 확실한건 같은 남성의 목소리만 계속 들려온다는 것이었다. 정신은 아까보다 맑았지만 조각조각난 의식은 마치 서로를 거부하는 N극과 N극처럼 집중해서 모였다가도 금방 다시 서로를 밀어나며 좀처럼 의식이 한곳에 모이지 못했다. 모였다 흩어졌다는 반복하기를 몇 번···이내 의식은 완성돼가는 퍼즐처럼 한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며 몸을 흔드는 감각을 기점으로 의식은 또렸해졌다.


“!@#!!#”


또렸해진 의식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알 수 없는 말에 레온은 본능적으로 조용히 눈만 살짝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천장에 매달린 다듬어지지 않은 8면체의 하얀 보석같은 광석이 온방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넓은 방안, 방의 용도는 서류에 관한 곳인지, 어려 서류가 뭉텅이로 구석 구석 비치된 서랍들 위에 놓여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사무적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는 그곳에 레온은 ┏┓자의 긴 테이블이 자신의 감싸듯 테이블의 가운데 빈 공간에 앉아있었다. 묶인 채로···. 그것도 그냥 묶인 게 아닌 쇠사슬이 칭칭 감겨진 다리와 팔을 따라 의자의 뒤쪽 사람머리의 두배쯤 되보이는 큰 금속제 공같은것에 연결되있어 움직임뿐만아니라, 도주의 마음까지도 잡아놓고 있었다.


‘독하네. 출구는 뒤쪽인가···’


자신의 뒤쪽에 묶인 공같은 것까지 확인한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정면에 있는 흰머리가 듬성듬성 보이는 주황색의 짧은 머리의 턱수염이 인상적인 중년을 바라보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호탕하게 두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었다가 조심히 주변을 탐색하는 레온을 보고 다가왔다.


“!@#!!%#@%?”

“뭐?”


난생처음 듣는 언어에 자기가 모르게 눈을 찡그리며 반사적으로 나온 말에 중년의 사내는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레온의 뒤쪽으로 뭔가를 크게 외치자, 뒤쪽에서 발걸음과 함께 레온을 데려온 정체불명의 여자가 그의 앞에 섰다.


“너··· ”


단번에 그녀가 누군지 알아차린 레온은 나지막하게 그녀를 불렀지만, 은발의 차가운 미인은 미동도 없이 레온의 이마에 검지를 얹고 무언가를 읊조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로부터 느껴지는 마력의 움직임에 레온은 눈을 살짝 찡그리며 움직이려 했지만 쇠사슬들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크윽···”


순식간에 머릿속을 헤집는 수많은 정보가 레온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몸만 인식할 정도로 짧은 순간이었다.


“뭐야···뭐 한거야.”

“다 됐습니다. 라고일님. 편히 말씀하시면 됩니다.”

“음. 고맙네. 시니아.”


레온은 방금 머릿속을 헤집은 정보들이 뭔지 생각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상황에 떨떠름해하는 그를 두고 시니아라고 불린 은발의 미인은 레온의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녀가 자리를 비키자, 중년의 라고일은 기다렸다 듯이 레온의 앞에 다시 서 능구렁이처럼 웃는 미소를 지었다.


“자네. 들리는가?”


멀쩡히 잘 들리고 있었지만, 일부로 대답하지 않았다.


“음? 시니아 들리지 않는가 본데, 어떻게 된건가?”


라고일이 곁눈질로 레온의 뒤에 있는 시니아를 지목하자, 그녀는 천천히 다가와 라고일에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말한 뒤 그를 대신해 레온의 앞에 서 그를 잠시 쳐다보다 불현 듯 레온의 뺨을 후려갈겼다.


“이런, 시니아, 아무리 급해도 정중하게 굴게 정중하게.”

“이 자는 일부로 말을 안 하는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그러면 그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나. 좋은 않네. 일단 자네는 돌아가 있게.”


의자가 넘어질 정도의 강한 후려침이었지만, 쇠사슬과 공은 의자까지 지탱해주었다. 갑자스레 뺨을 맞은 레온은 얼떨떨해하면서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현재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라고일은 그런 그의 빨간 볼을 보며 여전히 웃는 얼굴로 다시 섰다.


“이거이거 미안하네. 요즘 시니아가 많이 예민해서 그런거니 용서해주게. 자네도 들리는데 말을 안 한 것도 있지 않은가.”


레온이 들린다고 확신한 듯 대답이 없어도 그는 말을 이어갔다.


“대답하지 않는 것도 괜찮지만, 시간이 없네. 어차피 자네나 나나 서로 손해라는걸 알고 있지 않은가? 그냥 말을 하는게 어떻겠나? 자네도 나도 피차 알고 싶은 것들이 있을터인데. 정신을 차리자마자 남몰래 주변부터 둘러볼 정도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듣겠지?”


노련한 그의 지적에 레온은 새삼 연륜을 느꼈다.


“당신들 누구야.”

“역시 똑똑하군. 하지만 한 가지 놓쳤군. 질문은 나부터네.”

“당신들 누구냐고.”

“곤란하군. 너무 무작정 밀고 나가는건 좋지 않아.”


라고일이 레온을 휘감고 있는 쇠사슬들을 바라보자, 레온은 그 시선의 의미를 깨닫곤 혀를 차며 라고일을 조용히 노려보았다.


“눈치하나는 마음에 드는군. 자 그럼 시간이 없으니 본론만 말하지···자네는 용사인가?”

“뭐?”


예상과는 전혀 다른 질문에 할말을 잇지 못했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나보군. 내 말은 자네가 용사가 맞냐고 물은걸세.”

“용사? 용감한 사람?”


두 질문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에, 사전적 의미를 되묻자, 라고일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런 사전적 의미를 묻는 게 아닐세, 자네가 전설이나 신화속의 용사들처럼 특별하거 강한 힘이 있냐를 묻는 걸세.”


그 질문에 레온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물들어갔다.


‘이놈들···내가 누군지 모르는건가? 아니야 설마.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런 엄청난 마법까지 써가면서 납치해온다고? 말도 안돼. 분명 나를 특정하고 데려온거야. 그런데 왜 저런 질문을 하는거지? 애초에 이놈들은 뭐지···? ‘수평선상’인가? 아니야 놈들이 그 정도의 마법을 구사할 리가 그럼 ‘정부’? 역시 아니지. 놈들이라면 굳이 저런 질문을 할 이유가 없어··· 도대체 이놈들은···’


그 순간 레온의 머리 속에는 한 마디의 말이 지나갔다.


―쳇···그럼···역시 우리가 모르는 제 3의 세력인가···?!


불현듯 지나가는 어제의 메노르의 허황된 말에 레온은 설마하면서도 메노르의 말도 안되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래. 일단 놈들이 3세력이든 아니든 지금 상황만 보자. 말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한다면 분명히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 데려온걸테고, 안한다면··· 필요가 없어서 죽이려는건가···젠장. 정보가 적어서 판단할 수가 없어.’


이 선택이 앞으로의 자신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는 걸 느낀 레온은 여느 때보다 신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주저하는 줄 아는 듯 라고일은 친절하게도 느긋한 말투로 말했다.


“주저하지말고 말해보게. 자네는 용사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사람인가?”


상대는 나긋하게 말하지만, 놈들이 계속 시간이 없다고 언급했다는 걸 알고 있는 그는 점차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걸 알고 깊은 한숨을 한번 들이 마신 후 결단을 내린 듯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반은 맞지만 반은 틀렸다고 해두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한참 동안의 기다림 후에 나온 대답이 자신이 원한 대답과는 멀리 떨어진 대답이었지만, 그런 예상치 못한 대답이 라고일의 호기심을 자극한 듯 그의 눈빛은 조금 더 강렬하게 빛나며 레온에게 향했다.


“너희가 원하는 그 특별한 힘이 뭔지는 몰라도 남들보다는 강력한 힘이 옛날에는 있었어. 지금은 없지만.”

“오호. 옛날이라···세상을 구한 용사가 모든 힘을 잃고 평범해진···. 그런 이야기인가?”

“뻔하지만 그렇지 뭐. 어떻게 쓸모가 없으니 죽이기라도 할 건가?”

“글쎄 죽일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죽였겠지. 자네에게 아무런 능력이 없는 건 이미 검사를 통해 확인했으니 말이네.”

“그럼 왜 그런 질문을 한거지? 너 말대로 피차 시간 낭비를 한거잖아.”


이미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검사를 했다는 황당한 말에 레온은 그와 똑같이 시간을 들먹이며 비아냥거렸다.


“질문은 확인사살이네. 검사만으로 특정되지 않은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 수 있는 거 아니겠나?”

“그래서 검사 결과는 어땠는데.”

“신체능력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 없었네. 하지만 그 월등한 신체능력과 시니아가 보았다는 그 현장을 토대로 혹시나 해서 물어본건데. 역시는 역시였군.”

‘역시 다 보고 있던건가.’


검은 봉투를 집어가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뒤에 있을 은발의 그녀와 검은 망토를 매칭해버렸다.


“어쨌든 결과는 참담하군. 일이 복잡해졌어.”


라고일은 자신의 턱수염을 매만지며 시니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했지만, 연이어 취하는 라고일의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에 입술을 꾹 다물었다.


“뭐하는거야.”

“아. 자네에게 한 게 아닐세. 무시하게.”


자신을 앞에 두고 앞뒤에서 서로간의 시그널을 보내는 그의 보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듯이 말했다.


“일단 자네부터 처리하는게 맞겠지.”

“처리? 죽이겠다는거야?”

“글쎄···그 좋은 눈치로 판단해보게. 이만 들어오지!”


라고일의 부름과 동시에 처음 의식을 잃은 레온과 시니아를 데리고 온 두 사내가 문을 열고 들어와 그대로 레온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레온은 자신의 양 어깨에서 느껴지는 강한 압박에 그들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끼고 황급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출구는 뒤쪽, 안되면 창문으로라도...!’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된다는 일념으로 마력을 강하게 끌어올리자 양 어깨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뒤쪽에서 시니아가 그의 앞으로 빠르게 다가와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 마치 처음 말이 통하게 됬던 그때처럼 마력운용과 동시에 짧은 주문을 외웠다.


“고요한 밤의 끝자락.”


주문과 동시에 운용된 마력이 레온의 이마를 통해 그를 잠식하려하자 그는 그에 벗어나기위해 자신도 마력을 운용했지만 양 어깨에서부터 짖눌러오는 또 다른 2가지의 마력에 휘감겨 벗어나지못하고 그대로 점차 의식이 흐려졌다.


“시발···하루에 몇 번째야···”


죽음에 임박하는 거대한 마법이 아닌 잠시 잠들게하는 것과 같은 마법이라는걸 느낀 레온은 작지만 안도하는 마음으로 짧게 욕을 내지르고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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