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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mon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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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mon
작품등록일 :
2018.11.07 21:13
최근연재일 :
2018.11.27 18:4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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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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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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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쪽

prologe(1)

DUMMY

1화-prologe(1)


 ̄연합정부 아담, 중앙대도시 이브 내 일반거주구역



"······응?'


10평 남짓한 작은 편의점 안, 빵들이 진열돼있는 진열대 앞에서 회색 후드집업의 후드를 깊게 눌러쓴 레온은 진열대에 진열된 두 가지 종류의 빵을 보고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초콜릿 맛 1700 AD

 ̄딸기 맛 1500 AD


‘이게 대체···’


불과 하루 전, 그것도 아직 24시간조차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 만에 진열장을 가득 메우던 무미의 밀 빵은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초콜릿 맛과 딸기 맛이라는 두 가지 맛으로 이중 분열을 했다. 사회의 발전에 따라 그만큼 발전한 맛과 가격에 레온은 한편으로는 놀라움과 다른 한편으로는 공포심을 느꼈다.


‘사회가 발전하는 건 정말 좋은데, 발전할 때마다 구식은 없애고 신식만 남겨놓으면 나같이 잔고가 발전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떡하라는 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열대의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지금까지 먹어온 1000AD짜리의 밀 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잔고를 생각하면 가장 싼 밀 빵을 어떻게든 사야 하는 그였기에, 레온은 오른손으로 코끝을 매만지면 고민에 빠졌다,


‘가격을 생각하면···당연히 상대적으로 싼 딸기 맛을 사는 게 맞아. 하지만 입맛을 따라간다면 초콜릿 맛을 사는 게 나을지도···. 어차피 둘의 차이는 고작 200AD, 전 재산인 9500AD를 계산에 넣어도 어차피 초콜릿은 5개 딸기는 고작 하나 차이인 6개밖에 못사니깐. 여기선 내 입맛대로 초콜릿으로 가는 게 맞겠지,,,?’


완벽한 이성적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한 레온은 그제야 코끝을 만지던 오른손을 뻗어서 초콜릿맛 빵을 집으려 했지만, 그 행동은 잠깐 자리를 비웠던 이성의 복귀와 동시에 왼손이 저지함으로써 막혔다.


‘아니야, 레온 아라베오 정신 차려. 이게 무슨 이성적 판단이야. 잔고를 계산에 넣었다면 당연히 딸기로 가야 되지. 다시 계산해보자고. 남은 재산은 9500AD···. 초콜릿은 5개밖에 못 사지만 딸기는 6개를 사고도 무려 500AD나 남는다고, 너가 지금 입맛이나 따지면서 살 때가 아니잖아. 현실을 받아드리자. 넌 이제 거렁뱅이라고. 그러니깐···지금은 딸기맛을 사야 할 때다!’


조금의 감성적 판단도 들어가지 않은 완벽한 계산이었기에 이번에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딸기 맛 빵을 집을 수 있었다. 하나를 집고 두 개를 집고 세 개째 집으려던 순간 레온은 한 가지 자신이 놓친 중요한 정보를 깨닫고 집었던 빵들을 하나만 남겨두고 다시 진열대에 올려둔 뒤 자신의 손안에 있는 빵의 겉 포장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딸기 함유량 17%


포장지에 쓰인 빵 내의 딸기 함유량을 보게 된 레온은 황급히 남은 한손으로 초콜릿 맛을 들고 똑같이 함유량을 확인했다.


 ̄초콜릿 함유량 21%


두 종류의 빵은 딸기냐 초콜릿이냐를 제외하고 남은 재료는 기존의 밀 빵과 같았기에 그것을 눈치챈 레온은 피식하고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속을뻔했네··· 1500AD짜리 딸기 맛 빵의 딸기 함유량은 17%, 반면엔 초콜릿은 1700AD에 21%, 단순히 가격만 보고 이성적 판단을 내린다면 당연히 딸기를 사는 게 합리적이지만 이걸 1% 단위로 계산해보면··· 딸기는 1%당 대략 88AD언저리, 초콜릿은 1%당 대략 81AD언저리야··· 전체적인 가격은 딸기가 낫지만 자세하게 보면 초콜릿이 더 싸는걸 알 수 있지, 초콜릿 빵이 더 비싼 건 그저 함유된 초콜릿의 양이 많기 때문이지. 절대로 초콜릿이 딸기보다 비싸서 그런 건 아니다. 그렇다면 초콜릿을 사는 게 가장 합리적, 게다가 초콜릿은 내 취향이고, 이건···가격도 입맛도 모두 완충하는 가장 합리적 판단이다! 결정은 초콜릿이다!’


누가 봐도 자기합리화였고,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요즘 들어 자신의 상황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터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당근이라고 생각하며 초콜릿 맛 빵을 5개 들고 냉장고에서 800AD짜리 생수를 꺼내 카운터 앞으로 섰다.

여태까지 레온의 말없는 행태를 지켜봐온 검은 단발의 여종업원은 최대한 레온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물건들의 바코드를 찍어냈다,


“9300AD입니다.”


약간의 불안감이 섞인 종업원의 말에 레온은 망설임 없이 바로 앞에 있는 리더기에 자신의 왼쪽 손목에 감겨있는 밴드형 다목적 밴드를 대었다. 이윽고 확인되었다는 의미의 ‘삐’ 소리가 나자가 밴드를 때고 얼른 담아달라는 재촉의 의미를 담은 눈빛을 종업원에게 보냈다.


“저···잔액 부족이라고···”

“네. 담아···네?”


예상한 질문과는 전혀 다른 말에 레온은 당황하며 카운터에 몸을 내밀어 포스에 뜬 화면을 자신의 짙은 흑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잔액 부족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4글자에 레온은 마지막으로 들고 온 생수를 들고 냉장고로 돌아가 다시 원래 자리에 생수를 넣어두고 카운터 앞에 섰다.


“8500AD입니다.”


리더기에 불이 들어오자 다시 한 번 밴드를 찍으면 한손으론 주머니에서 가져온 검은 봉투를 꺼내 주섬주섬 빵을 담았다. 이윽고 확인을 마치는 ‘삐’소리가 들리자 손을 떼고 그대로 봉투를 들고 편의점의 문을 향했다. 아니 향할려고 했다.


“저···아직도···”


뒤에서 들어오는 불안한 목소리에 레온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곤 봉투에서 빵을 하나 꺼내 진열대에 올려둔 다음 카운터에서 봉투를 뒤집어서 탈탈 털곤 다시 계산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네 개의 빵을 다 찍자 종업원의 6800AD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들어오는 리더기의 불에 레온은 마른 침을 삼키며 리더기에 손목을 가져다 댔다. 확인까지 1초도 걸리지 않는 짧은 시간이였지만. 레온에게는 그 어느 순간보다도 힘들고 떨리는 시간이었다. 이윽고 ‘삐’소리가 나자 레온은 천천히 손목에서 종업원으로 시야를 옮겼다.


“돼···됐습니다.”


레온의 시선이 부담되는지 눈을 밑으로 깔고 말하는 그녀를 레온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 고개를 작게 끄덕이곤 봉투에 빵들을 담아 만족스럽게 편의점을 나섰다.

편의점에서 나왔을 땐 이미 해가 진지 오래 됐는지 가로등과 편의점, 몇몇 낡은 주택가 근처를 제외한 도로변은 어둠에 휩싸여있었다.


 ̄21:07


나오자마자 손목을 들어 올려 시간부터 확인한 레온은 21시부터 22시까지 10분 단위로 설정해둔 알람이 울리지 않았던 것에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편의점에서 고민을 하는 사이에 못들은 걸로 생각해버리며 새삼 자신이 편의점에서 쓸데없이 많은 시간과 정신을 쓴 것에 스스로를 비난하곤 어두컴컴한 도로변에 들어서면서 마치 벌집처럼 빽빽이 들어서 있는 주택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늦었네···니미럴 빵 쪼가리 때문에···’


편의점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도로변을 통하면 5~10분 내지였지만, 주택들 사이사이의 골목으로 가면 5분 안에도 도착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구조가 마치 거미줄처럼 여러 골목들이 꼬여있어 자칫하면 길을 잃기 쉽기에 평소에는 잘 가지 않았지만, 약속 시간에 늦은 레온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로변을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골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미로 같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진짜 분위기···’


대낮에도 골목의 좁은 폭 때문에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길이었지만, 밤이 되서 완전히 빛이 차단되자 그 분위기는 평소보다 더욱 더 을씨년스러웠고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들려오는 발소리와 그에 맞춰서 부스럭거리는 봉투의 소리도 어두운 분위기에 오싹함을 한몫했다. 그렇게 어둡고 오싹한 골목을 머리가 아닌 몸이 이끄는 방향을 본능적으로 걸어가던 그는 골목 너머로 보이는 높은 건물을 보곤 발걸음의 속도를 주었다,


이윽고, 무사히 골목을 나서자 텅 빈 공터와 함께 공터 앞 도로변 너머에 낡고 오래되 처음에는 흰색이었겠으나 이제는 회색이 되어버린 복도식 아파트가 낮은 연립빌라들과 주택사이에서 그 높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레온은 그런 자신의 집을 바라보면 아파트의 1층 문으로 걸어 들어가 좌우측으로 길게 뻗어있는 복도를 무시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할 때까지 천천히 기다렸다,


 ̄21:10PM


레온이 ‘삐“하고 짧게 울리는 밴드의 시계를 확인하는 사이에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고, 그는 문이 열리자마자 올라타 능숙하게 7층을 누르고 닫기 버튼을 지그시 눌렀다.


2층···3층···4층···. 그다지 빠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느린 속도도 아닌 적당한 속도였지만, 레온은 답답한 듯 발끝을 위아래로 탁탁 거리며 초조한 듯 밴드를 수시로 바라보았다. 어차피 1분도 지나지 않을 짧은 시간인걸 알고 있는 그였지만, 무의식적으로 엘리베이터가 도착할 때까지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문이 열리자마자 곧 바로 왼쪽으로 몸을 돌려서 704호라고 적힌 문 앞으로 가서 문손잡이 위 센서에 밴드를 갖다 대고 편의점에서와 마찬가지로 ‘삐’하는 소리가 나자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집에 들어선 그는 불을 키는 행위조차 하지 않고 봉투를 든 채 그대로 텅 빈 거실을 지나 하나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섰다. 오직 침대와 그 위 창문, 책상 그리고 책상 위 컴퓨터 모니터만한 패드와 받침대뿐인 작은 방은 싸늘하고 외로운 느낌을 주었다. 방에 들어선 레온은 거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불은 키지 않고 침대를 끌어서 책상 앞으로 옮긴 뒤, 침대에 앉으며 봉투를 책상 한 편에 놓고 패드를 집어 전원을 켰다.


검은 화면이 ‘삑’하는 소리와 밝은 화면으로 바뀌며 그 안에 여러 아이콘들 사이에 카메라 아이콘이 깜빡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레온은 깜박거리는 그 아이콘을 누르곤 연결중이라는 글자가 뜨자 패드를 잠시 침대에 엎어두고 책상 서랍에서 작은 무선 삽입형 수신기를 꺼내 끼고 패드를 들었다. 화면은 이미 연결중이라는 글자가 사라지고 나타난 가로 2칸 세로 2칸의 칸 중 미연결로 되어있는 마지막 회색 1칸을 제외한 나머지 3칸에는 좌측부터 차례로 메노르라고 써진 칸에 다홍색 반곱슬 머리의 쭉 째진 날카로운 인상의 짧은 머리의 남자, 그 오른쪽엔 데이몬트라는 칸에 진갈색의 잘 정돈된 머리스타일과 뚜렸한 이목구비의 차가운 느낌이 나는 미남이, 마지막은 루이라고 쓰인 연분홍 머리의 앞머리가 왼쪽 눈만 가린 강아지상의 맹해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레온이 이들이 보이듯 이들도 레온이 보이는지 다홍색 머리의 메노르가 이제야 왔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와···!이제야 왔네요? 저보고는 맨날 늦는다며 그렇게 잔소리를 하시더만.”

“그러게 말이다. 미안해.”

“일단 그 후드나 먼저 벗으세요. 뭐예요. 그게 답답하게”


메노르의 말에 레온은 패드를 책상 위 받침대에 고정 시키고 멋쩍은 듯 잠시 이마를 만지다 후드를 벗고 자신의 깊은 바다 같은 흑청색의 머리를 들어냈다.


“어쨌든 늦어서 미안해 다들. 오래 기다렸지?”

“저만요. 믿기진 않겠지만, 제가 제일 빨리 왔다고요.”

“나랑 데이몬트님도 그렇게 늦진 않았어···”

“거짓말 치지마. 루이! 너도 방금 왔으면서 안 늦은 척 하지말자.”

“안 늦은 척 하진 않았어. 근데 굳이 따지면 네가 제일 한가하니깐. 넌 늦으면 안되는 거 아니야? 나랑 데이몬트님은 누가 봐도 명백히 바쁜 부서잖아.”

“나도···! 바쁘다고···!”

“그래봤자 문서 정리잖아.”

“그게 얼마나 복잡한 건데!”

“열정적인 토론 중에 미안한데, 일단 내가 늦은 거고 그러니깐 너네는 싸우지 말고 이제 슬슬 시작하자. 데이몬트도 기다리잖아.”


소심해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거침없이 내뱉는 루이의 독설에 메노르는 부들부들 떨며 반박하려고 했지만 이에 보다 못한 레온이 말을 자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데이몬트 얘기부터 들어볼까?”

“예. 일단 팀장님이 말씀하신 아담 내 무기고 중 마스터 직속 관리의 무기고 현황입니다.”


이제껏 침묵을 유지하던 데이몬트가 손으로 뭔가를 터치하는 제스처를 취하자 화면의 절반을 채울 정도 크기의 아담의 지도가 메노르와 루이를 가리며 왼쪽 화면 위로 띄워졌다. 지도 위에는 길을 상징하는 표시들과 건물을 상징하는 수많은 표시들이 들어 차 있었고. 그 중 특정 건물 수십 개에 검은 동그라미가 쳐져있었다.


“이렇게나 많아···?”

“예. 원래는 이중 1/3정도의 규모였지만, 그날을 기점으로 점점 늘어나더니 현재의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이걸 하나하나 다 가봐야 된다고···? 하루에 세 개 가기도 힘든데···?”

“그래서 최근 한 달 내 마스터의 직접 방문 횟수가 평균보다 높은 10군데를 뽑아냈습니다.”


레온이 빨간 동그라미의 숫자를 손가락으로 세어가며, 그 숫자에 당황하자. 데이몬트는 다시 한 번 손을 휘둘러 지도내의 빨간 동그라미 중 절반을 없애주었다.


“그래도 많네. 진짜 마스터가 다 돌기는 해?”

“예. 횟수가 적은 곳이 있기는 하지만 전부 다 돌기는 합니다.”

“난감하네. 줄었다지만 10개면 다 조사하기 전에 잡히겠어.”

“팀장님. 한 가지 질문 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뭔데?”

“지금으로써는 프랑켄슈타인을 찾는다고 해서 기동할 방법도 없을뿐더러 사실 위험성만 크지 않습니까. 일단 찾는 건 나중에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금은 10개만이라도 특정했다는 걸 위안으로 삼으시고···”


데이몬트는 코끝을 매만지며 어떻게 조사할까하고 고민하고 있던 레온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아. 너 말도 틀리지 않지. 아니 너 말이 맞는 말이야.”

“그럼···”

“근데 일단은 내 소울메이트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내 맘이 편할 거 같아서 그래. 그래야 안심이 된달까. 지금 나는 뭐 있는 게 없으니깐. 그거라도 좀 알고 싶어. 언제든지 찾으러 갈 수 라도 있게. 너무 내 욕심인가?”


데이몬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빼앗긴 그것이 얼마나 큰 것 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신경 쓰지마. 너희한테는 피해 안 가게 할 테니깐.”

“그런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너희 도움만 받는 입장에서 미안하지만, 이 일에서는 내가 알아서 할 수 있게 해줘.”


레온의 흑색 눈동자에서 확고한 의지가 흘러나오는 걸 느낀 데이몬트는 더 이상의 만류는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고, 레온 또한 더 이상 자신을 말리지 않을 데이몬트라는걸 알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어쨌든. 바쁜 와중에도 이런 거 찾아주느라 고생했어. 데이몬트. 고맙다.”

“아닙니다.”

“자 그럼 이번엔 루이 얘기 좀 들어볼까?”


레온은 지도에서 특정된 10개의 장소를 자신의 다목적 밴드의 지도에 표시하며 분홍머리의 루이를 불렀다.


“네···!”

“루이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말해 편하게.”

“네···하···하지만 전 이번에 크게 조사를 해오지 못해서···”

“괜찮으니깐 적게라도 말해줘.”

“네···일단 말씀하신대로 조사는 했지만···그게···”

“그게···?”

“그게···”

루이가 말하기를 망설이는 듯 고개를 떨구고 말을 있지 못하고 같은 말만 반복하자, 레온도 그녀의 말에 박자를 맞추듯 어미를 따라하며 부드럽게 재촉했다.


“저···그러니깐···”

“야! 그냥 말해버려! 답답하게 뭐하는거야!”

“메노르 넌 조용히 해. 루이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거니깐.”

“그래. 넌 좀 닥쳐. 메노르.”

“이 자식이! 데이몬트 너 말 다했냐! 내가 이래 봬도···”


데이몬트의 날카로운 욕설에 메노르가 발끈해서 더욱 시끄럽게 굴 것을 알고 있는 일행들은 조용히 자신들의 화면에 떠 있는 메노르라고 적힌 칸 밑에 작은 마이크 모양을 눌러 그를 음속어로 만들었다.


“루이 그냥 말해줘. 긴장 할 이유도 미안해할 필요도 없으니깐.”

“네···죄송합니다···그게···제가 알아본 바로는 전원 사망했습니다···”

“응? 전원? 전부 다?”

“네···”

“한명도 빠짐없이···?”

“네···전부 사고사로···”


루이의 충격적인 발언에 레온은 놀라움을 뛰어넘은 황당함을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유저가 10명인데, 그걸 다 죽였다는거야?”

“죽···죽였다기보단 사고로···”

“사고로 유저가 10명이나 죽으려면 얼마나 재수가 없어야 되는 거야. 누가 봐도 죽인 거잖아.”

“그것도 그렇지만···전산상으론 전부 사고사 처리돼 있었습니다···”

“와···이거 한방 먹었네. 그걸 다 죽였다고? 와··· 대단하네 진짜.”


레온이 한 손으로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누르자, 루이는 레온의 눈치만 보며 그가 말을 이을 때 까지 침묵을 지켰다.


“후···너네 3명이 멀쩡히 살아서 정부에서 일하는데 그쪽이 다 죽었다라··· 어떻게 받아드려야 되는 거지.”

“그···그러게요···”

“데이몬트 어떻게 생각해?”

“저는···죽은 10명은 정부의 의지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정부의 의지?”

“예. 아무래도 그 10명은 마법의 발동자인 만큼 그 마법에 대해서 누구보다 높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니깐 혹여나 해체하는 법이 새어나갈까 해서 죽인 거 아니겠습니까. 놈들이 그 10명의 가치보다 팀장님 하나가 돌아왔을 때의 피해를 더 크게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도 그렇긴 한데···”

“반면에 저희 3명이 살아 있는 이유는 단순히 마스터의 개인적 욕심이기 때문이니깐. 정부와 관련 없는 걸 생각하면 말이 됩니다.”

“흠···어찌 됐건 큰일이네 다 죽었다니.”


레온은 또다시 코끝을 매만졌다.


“여···역시 무리해서라도···제가 한번···해보는 게···”

“그건 절대 안되. 나 하나로 끝날 문제도 아니고. 차라리 일단 이 마법 자체를 알아봐줘. 어딘가에 남은 자료라도 있을 거야.”

“하···하지만 그건 너무 오래 걸리니깐···”

“됐어. 말하지 마. 일단 루이 너는 그냥 찾는 쪽으로 해.”

“네···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해요···”

“아, 아니야. 그런 거 그냥 요즘 예민해서 그래. 미안해”


갑자기 낮아지는 분위기에 레온은 빠르게 다음 순번인 메노르를 찾았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메노르, 너 차례라고.”


여전히 메노르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레온은 이상한 걸 느껴 메노르의 영상을 보곤 뭔가 이상함을 알아챘다. 영상속의 메노르는 답답한 듯 온몸으로 제스처를 취하며 입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루이, 데이몬트, 나만 얘 안 들리는거야?”

“그···그러게요···”

“팀장님. 아까 음속어로 해놨었습니다.”

데이몬트의 크나큰 가르침에 루이와 레온은 큰 깨달음을 얻은 사람마냥 동시에 ‘아’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면 둘다 부랴부랴 메노르의 음속어를 풀었다. 그와 동시에 메노르의 울분넘지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와···진짜···다들 너무 합니다. 진짜!”

“미안하다···”

“미안하긴 한데···애초에 시끄럽게 군 너 잘못도 있잖아.”

“쟤는 꼭 나한테 말 할 때만 안 떨고 또박또박 다 반박한단 말이야?”

“넌 메르니깐.”

“뉘에뉘에. 제가 다음번엔 꼭 개명신청하고 오겠습니다.”

“하여간···애야···”

“너랑 같이 커서 그래.”

“거짓말마. 그게 이유일 리가 없어.”

“누가 봐도 그거밖에 없어.”

“아니야.”

“맞아.”

“아니라고.”


둘의 싸움이 다시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다 못해 완전히 다른 주제로 가니, 보다 못한 레온은 두 손으로 박수를 치며 둘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문제는 나중에 다 같이 토론해보도록하고 일단 본론으로 들어가자 지금 시간도···37분이네. 얼마 안 남았다고.”

“죄···죄송합니다.”

“하여간 루이 쟤는···쯧쯧.”

“메노르.”

“그렇게 차갑게 부르셔도 소용없습니다. 제가 오늘 알아온 정보를 들으면 절 따뜻하게 볼 수 밖에 없을거니깐요. 후후후···”


메노르는 모두의 화면에 갈색 털을 가진 재규어와 비슷하지만 입 밖으로 길게 튀어나온 한 쌍의 송곳니와 눈이 하나인 점에서 다른 동물의 사진을 띄웠다. 그것은 마치 자는 것처럼 차분히 누워있었다.


“메노르?”

“네?”

“이게 뭐야.”

“아 설마 모르시다니, 이건 마타자니라는···”

“그건 나도 알아. 내 말은 왜 이 사진을 보여주는 거냐고. 내가 부탁한 건 동부 흰 개미의 이상 행동에 대한 정보잖아.”


자신이 생각한 정보와는 전혀 다른 사진을 마주한 레온은 메노르에 대한 부아를 열심히 막아내며 눈을 찡그리고 메노르를 노려보았지만, 정작 메노르는 연신 실실 웃기만 하고 있었다.


“잠시만 차분히 제 이야기를 좀 들어주세요. 확실하게 동부 흰개미에 관한 이야기니깐.”

“후···그래 계속해봐.”

“네. 이건 보시는 바와 같이 마타자니의 사진입니다. 마치 자는거 같죠?”

“자고 있는 거 아니야?”

“네. 애석하게도 아닙니다.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얘는 죽은 상태예요. 놀랍죠?”

“반대쪽에 큰 외상이라도 있나봐?”

“아뇨. 이 놈에겐 외상은 하나도 없어요.”

“그럼 왜 죽은 건데.”

“이놈은 말이죠. 머릿속의 뇌가 녹아 죽은 거예요.”

“뇌가?”

“네. 뇌가요.”

메노르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관자놀이를 검지로 가볍게 톡톡 치며 마타자니의 사진 위로 반쯤 녹아내린 뇌의 사진을 띄웠다.


“꺅! 뭐하는거야. 이런 건 말하고 띄우라고!”

“아. 미안 미안.”


갑자기 나타난 혐오스런 사진에 깜짝 놀란 루이가 소리치며 화를 내자, 메노르는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했다.


“죽은 마타자니의 사진이야?”

“네! 신기하지않아요? 단 하나의 외상도 없이 뇌가 녹아서 죽은 마타자니라. 미스테리의 극치라고요!”

“하···결국은 또 미스테리냐. 흰 개미라면서 흰개미. 왜 또 미스테리냐고.”

“에휴···메르···진짜.”

“팀장님 이런 얘기 계속 들으셔야겠습니까.”


모두가 놀랄 거라 생각했던 메노르는 예상과 반대의 반응에 다급하게 손을 휘저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잠깐만 잠깐만요. 제 말 들어주기로 했잖아요. 아직 안 끝났어요. 이걸로 끝 일리가 없죠. 계속 들어주세요.”

“에휴···루이, 데이몬트 좀만 더 들어주자.”


둘의 동의를 구한 레온은 다시 시작하란 듯 메노르를 바라보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네. 하여튼 이 마자타니는 7년 전 일어난 남부 변종생물 집단화 및 광폭화 사건의 마자타니예요.”

“그래 그래서? 그날 동원된 유저가 무려 2천명이야 2천명. 수많은 무기랑 마법이 난장판을 치는 판국에 죽은 마자타니가···응?”

“눈치채셨습니까.”


메노르는 드디어 자신의 의도를 파악해 준 레온에게 동의를 구하듯 쳐다봤다.


“그래 확실히 그런 난장판에서 상처하나 없이 죽은 시체는 보기 힘들지. 근데 그게 뭐 이상한 마법이라도 맞은 걸 수 도 있잖아.”

“뇌만 녹여내는 마법이라 그런 마법이라면 상당히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겠네요. 안그래 루이?”


메노르가 의견을 구하듯 묻자 모두의 관심은 루이에게 쏠렸다. 그녀는 그런 관심이 부담스러운지 다시 고개를 작게 숙였다.


“화···확실히 그런 마법이 있다면 마법학계에서 난리가 났을 거예요. 하···하지만···현실적으로 뇌만 불 태운다는 건···현재의 마법 수준으론 힘들지 않을까···싶은 게 제 생각인데···확실하진 않아요···”


루이의 말을 전적으로 찬성하는 듯 팔짱을 끼고 고개까지 끄덕이고 있던 메노르는 루이의 말이 끝나자 곧바로 팔짱을 풀고 또 다른 사진을 한 장 띄웠다.


“네. 전문 마법사의 소중한 의견 잘 들었고요. 이번엔 정부의 해부결과 보고서입니다.”

“이런 걸 용케 찾았네.”

“저야 뭐···할 게 없으니깐···아니 그게 아니고 일단 띄운 것부터 보세요.”


보고서에는 개체의 종, 발견 위치, 사망 추정 일시, 발견 당시의 상황, 그리고 개체의 사망 원인등이 세세하게 정리돼있었다. 보고서를 무심히 읽던 레온은 사망 원인 칸에 멈춰 서서 그 안에 쓰인 내용을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서 읽어버렸다.


“대뇌의 전반적인 과부하로 인한 뇌의 소실? 이게 뭔 소리야. 뭘 어떻게 해야 과부하로 뇌가 녹기까지해?”

“저도 잘은 모르는데 쉽게 말하면 뇌가 허용 가능한 정보량를 넘어선 정보량을 지속적으로 받아드려서 저렇게 된 거래요.”

“그래. 그렇다고 하고 그래서?”

“아 그래서 어쨌든 중요한건 이런 사체가 많진 않지만 좀 된다는 거예요.”

“얼마나 있는데.”

“그날 동원된 변종 생물들 한 종당 1개체씩 총 13마리입니다.”

“종당 한 마리씩은 그렇게 죽었다는 거지? 그건 좀 흥미롭네.”

“그쵸? 그쵸? 이상하죠?”

“그래. 이상하긴 하네 그래서 결론은?”


레온은 이제 슬슬 지겨운지 재촉하듯 손으로 저리 가라 듯 휘저으며 말했고, 루이나 데이몬트 또한 지겨운 표정으로 연신 하품을 하고있었다.


“자 이제 결론을 내자면 이 사건이 이슈가 된 건 평소에는 지들끼리 으르렁거리기 바쁜 개인주의적 미치광이들이 왠지 모르게 단합해서 인간들을 다구리깐게 이례적이라 그런거잖아요. 게다가 뭔가에 의해서 지휘를 받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막아내기가 더 힘들었던 것도 있고요. 저는 여기에 포인트를 뒀습니다. 일사분란하게 마치 한 팀처럼 움직이는 변종들과 과부하로 뇌가 녹아 죽은 개체들. 뭔가 집히는 거 없으세요?”

“몰라. 없어.”

“내 얘기 진지하게들 듣고 있는 거 맞죠?”

“응. 맞아 그러니깐 말해봐. 너가 생각하는 게 뭔데.”

“그러니깐···제 생각엔···누군가가 그것들을 조종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 녹아 죽은 개체들로?”

“네! 그 개체들은 하나의 리더였던거죠. 다른 개체를 통제할 리더. 그리고 수많은 개체들을 통제하다 결국엔 과부하로 죽어서 그런 이상하기짝이 없는 시체가 된거죠.”

“그래서?”


이미 레온은 턱을 괴고 졸린 듯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


“그래서라뇨? 이게 끝인데요?”

“응?”


메노르는 당황한 레온보다 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려 레온을 쳐다보았다.


“흰 개미는? 이쯤에서 뭔가 흰 개미랑의 연관성이 나와야 되는거 아니야?”

“아. 그렇지. 깜박할 뻔했네. 근데 사실 흰 개미와의 연관성은 그렇게 크지 않아요. 흰 개미들한테서는 이렇게 죽은 시체가 나오지 않았거든요.”

“한 구도?”

“네. 단 한 구도요. 하지만 서부 흰 개미 사건도 이례적인 이상 행동이 있었잖아요. 거기를 공통점으로 보는거죠.”

“메르, 넌 몰랐겠지만 개미는 원래 집단 생활을 하는 생물이야.”

“어이 루이. 나도 그 정도는 알거든?”


보다 못한 메노르의 민폐에 루이가 끼어들면 일침을 날렸다.


“그 사건의 보고서를 보면 그 당시의 개미들의 행동은 인간의 군대랑 다를 바가 없었다고 써있었습니다. 마치 인간이 통제하는 듯 말이죠.”

“그래서 너는 설마 남부와 서부일의 원인이 같은 집단의 소행이라는거야?”

“데이몬트! 정답!”


데이몬트의 사이다같은 대답에 메노르는 스스로 자축해주며 말을 이었다.


“저는 말이죠. 이 두 사건을 동일한 한 집단의 소행이라고 봐요. 7년 전 남부의 일은 일종의 실험 단계였던거죠. 그래서 불완전한 실험에 의한 의문의 집단사. 그리고 완성된 실험의 결정체인 서부의 개미들! 완성된 실험인 만큼 이전보다 더 일사분란하게! 부작용은 없게! 이루어진거죠.”


일절의 막힘 없이 내뱉은 음모론에 메노르를 제외한 모두가 영혼없는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와. 정말 대단하다. 그래서 그 집단은?”

“그건 저도 모르죠. ‘정부’ 아니면 ‘수평선상’ 아니겠어요?”

“걔네가 무슨 이유로?”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죠.”

“허허허···”

“하하하?”


허허실실 헛웃음을 레온이 내자 메노르 또한 덩달아 멋쩍은 웃음을 자아냈다.


“그래서 너의 말을 정리해보자면 7년 전에 어떤 이상현상이 나타났는데, 그 사건이 내가 요구한 사건과 뭔가 아주 작은 연관성이 있는 거 같아서 조사해고 조사 결과 누군지 모를 집단의 실험인거 같긴 하며 그 실험의 연장선이 내가 요구한 사건이다. 그래서 그 집단이 누군가 생각해봤더니, ‘정부’ 아니면 ‘수평선상’인거 같더라. 이거지?”

“네. 깔끔하네요.”

“그럼 만약 ‘정부’라면 ‘정부’가 ‘정부’를 친거네?”

“흠···그렇네요···그럼 ‘수평선상’인가보네요.”

“그럼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갈망하는 반란세력이 인간의 도시를 습격해서 수많은 인간들을 죽였다는거네?”

“음···그것도 좀 이상하긴하네···뭐지···아 그럼 교주?”

“하···교주는 절대 아니야 그때 놈은 마치 제 3자 마냥 얘기했다고.”

“그게 거짓말일 수 도 있죠.”

“그 상황에서 뭐하러 그런 거짓말을 치냐.”

“쳇···그럼···역시 우리가 모르는 제 3의 세력인가···?!”

“후. 왜 이놈이 남아서···”

“저기요! 팀장님 말이 너무 심하신거 아니예요? 제가 뭐 어때서!”


더 이상의 이야기는 가치가 없단 걸 느낀 레온은 밴드의 시계를 보곤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여기까지하자. 시간도 다 됐고 하니깐.”

“에? 아직 더 남았는데요?”

“그래.그래 근데 지금 54분이야 시간 없으니깐 다음에 하자.”

“오늘 말하지 않으면 느낌이 안 사는데···”

“팀장님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조용히 사라져. 정보구더기야.”

“뭐? 야 루이 너 너무한거 아니냐? 구더기라니!”

“시끄러워. 저···전 먼저 가볼겠습니다. 팀장님. 고생하셨어요.”

“응. 루이 너도 수고했고 내일도 열심히 하고. 잘 부탁해.”

“네. 팀장님도 조심하세요.”

“야 루이 갈 땐 가더라도 사과 한번 정돈 괜찮잖아! 사과하고가!”


메노르의 외침에도 루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레온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곤 이내 화면에서 사리지고 회색화면과 미연결이라는 문구만 남았다.


“저···저 마력조루가···!”

“에휴···메노르 넌 안가냐 5분남았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비난조에도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레온을 쳐다보았다.


“저는 딱히 22시 이후로 뭘 하든 상관없어서···”

“꺼져. 당장.”

“네···안녕히계세요···내일 조심하시고요···”


조롱섞인 말투에 일순간 짜증이 밀려온 레온은 욕설과 함께 메노르를 떠나 보냈다. 그리고 남아있는 유일한 한명을 쳐다보았다.


“왜그래. 데이몬트 할 얘기라도 있어?”

“예.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수평선상’이 움직이는 거 같습니다.”

“그래? 말해봐.”


이제껏 메노르의 헛소리를 듣느라 고생한 몸을 기지개로 풀어 주던 중 데이몬트의 흥미로운 이야기에 곧바로 시선을 모았다.


“그게···최근에 아담 내 일반거주구역에서 엄청난 크기의 마력파동이 일어났습니다.”

“최근? 그게 언젠데.”

“약 3주전입니다.”

“오. 나도 그거 알아 나도 느꼈는걸. 난 또 ‘정부’에서 또 이상한 짓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수평선상’이었어?”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그 이후로 검은 망토같은 걸 쓰고 다니는 사람이 보인다는 보고도 있어서 조심하라고 알려드리는 겁니다.”

“에이 나야 그 녀석들이면 더 좋지. 한 번 봐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걱정하지마. 아마 걔네도 날 안 좋게 보진 않을걸?”

“그렇다면 좋겠습니다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게다가 내가 조심한다고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만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러니깐 그만 걱정하고 너도 들어가서 푹 자.”

“예. 내일···조심하십시오.”

“그래. 고맙다.”


그렇게 마지막 한 사람까지 보내고 나서야 레온은 패드를 받침대에서 분리해 책상위에 놓고는 침대를 다시 구석까지 밀었다. 그리곤 창가로 다가가 이미 어두워져버려 가로등 불빛과 간간히 주택과 빌라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불빛을 제외하고 아무런 빛이 없는 일반구역에서 눈을 돌려 저 멀리 보이는 휘황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특별구역을 바라보았다.


“진짜 불공평하네.”


혼자 읊조리며 말하자, 마치 그에 대답하듯 밴드에서 ‘삐’하는 22시를 알리는 짧은 알림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저 멀리 특별구역에서부터 거대한 사이렌 소리가 일반 구역을 덮쳤다. 사이렌 소리는 마치 모종의 경고인 듯 사이렌이 지나간 자리는 모든 불빛이 사라졌고, 사이렌과 동시에 사라져버린 불빛으로 인해 정말로 새까만 어둠으로 뒤덮인 일반구역을 보며 레온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자신의 다목적 밴드에 띄운 지도위에 수많은 빨간 동그라미를 보았다.


“내일은 3군대만 가보자.”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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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p.1 관음의 방(完) 18.11.11 41 0 15쪽
6 ep.1 관음의 방(4) 18.11.10 41 0 8쪽
5 ep.1 관음의 방(3) 18.11.10 36 0 9쪽
4 ep.1 관음의 방(2) 18.11.09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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