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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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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그림/삽화
자모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8
최근연재일 :
2023.06.16 1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112
추천수 :
45
글자수 :
194,882

작성
23.05.17 11:40
조회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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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9화 버스터콜

DUMMY

단정 지을 순 없었지만 천수아와의 내기에서 이기고 홀인원 상금을 타간 날 저녁. 그녀는 자신의 반려견 비숑을 버렸다. 그녀가 기르던 강아지를 유기하는 건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일 거란 생각에 오늘 하루 그녀의 스트레스 게이지를 상승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마침내 내 노력의 결실이라도 보여줄 요량으로 거칠게 차를 몰고 있는 그녀를 보아 아무래도 내 예상이 적중할 것 같다.


부우웅!


'이쪽은 시내로 가는 방향이 아닐 텐데..'


한참 그녀의 뒤를 쫓던 나는 그녀가 서울로 향하는 게 아닌 3기 신도시라 일컬어지는 검수 신도시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공사가 한창인 도시의 변두리.

지나다니는 차량 한 대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적막한 이곳에 흰색 외제차 한 대가 작은 야산 아래에 위치한 주차장에 들어선다.


차에서 내린 그녀는 푸들을 품에 안고 인적이 보이지 않는 산길을 오른다.


"개새끼.. 씹어 먹어도 모자랄 새끼. 감히 날 빡치게 해? 조선시대였으면 말도 못 붙였을 노비새끼도 안될 놈이... 아오, 분해!!"


열심히 누군가를 씹어대던 그녀는 원하는 위치에 도달했는지 주변을 살핀다.

그리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다는 걸 확인하곤 서둘러 품에 있던 푸들을 땅에 내려놓곤 목줄을 나무에 감기 시작한다.


"같은 개새끼니까. 우리 르르가 대신 벌 좀 받아야겠다. 널 버리는 걸로는 분이 안 풀려서 언니가 잠을 못잘 거 같거든. 그래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질 좋은 고기 많이 먹인 걸 생각해서라도 나에 대해 원망은 하지 말고."


푸들은 전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자신에게 내뱉는 주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하지만 이내 주인이 자신에게 평소와는 다른 감정을 내비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후의 반응은 달랐다.


"멍!멍! 크르르."

"어머. 얘 좀 봐. 역시 검은 머리 짐승은 들이는 게 아니라더니.. 그래! 차라리 잘 됐다. 일말의 죄책감도 가질 필요가 없겠어."


촥!


그녀의 주머니에선 20대의 젊은 사업가 여성이 들고 다녀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일리 없는 접이식 캠핑 나이프가 나왔다.


"오늘은 버리는 정도로는 안 될 거 같고... 피를 봐야 풀릴 거 같네?!"


그녀의 입 꼬리가 올라가며 천천히 칼을 푸들에게 가져다 댄다.


"워워!"

"!!"

"아무리 보신탕을 먹는 문화가 있다지만.. 반려견으로 키우던 강아지를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죽이려 드나?!"

"뭐, 뭐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어떻게 온 거야!"

"차타고 걸어서?"

"... 무슨 개수작이야."

"개수작이라뇨. 개수작은 그쪽이 하는 게 개수작 아닌가. 기르던 강아지 직접 죽이는 거."

"이 녀석을 내가 잡아 죽이던 찜쪄먹든 니가 무슨 상관이야."

"남의 일이니까 신경 꺼라? 뭐 이런 건가? 내가 여기 와서 제일 많이들은 말이 그건데.. 왜 항상 악인들은 똑같은 레퍼토리지?"

"알고 있으면 그만 꺼져."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그리고 남 일도 아니고."

"뭐?"


휙. 툭!


그녀의 발 앞에 떨어진 작은 금속체.

태혁을 예의주시하며 바닥의 물건을 집어 든다.


"이, 이건.."

"맞아. 네가 버린 비숑의 목에 걸린 인식표야."

"그게 뭐? 이미 지금쯤 차에 치여 뒈져버린 강아지인데. 이거 보면 내가 질질 짜면서 슬퍼할 줄 알았어?"

"거참.. 와꾸는 부잣집 딸래미라 곱상하게 생겼는데 입에서 나오는 말이랑 하는 짓은 조선시대 백정보다도 못하네.."

"이런 개씨발.. 지금까지 다 쫓아오면서 몰래 엿들은 거야 이 변태새끼야?"

"당연히 그걸 준건 슬퍼하라고 준 게 아니긴 한데.. 최소한 양심의 가책은 느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아, 이 녀석을 보면 좀 다를 수도 있으려나? 르르야!"


태혁의 외침에 천수아가 자신의 뒤편에 있는 푸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소리가 난건 태혁이 서있는 뒤쪽이었다.

작고 아담한 체구의 퍼그 한마리가 태혁의 곁에 선채 으르렁거리며 천수아를 노려본다.


"르, 르르?"

"알아보겠어?"

"분명 차에 치인걸..."

"와, 생각보다 더 지독하네. 키우던 강아지가 차에 치이는 것까지 확인했다니. 아니, 어쩌면 더 치밀한 건가? 아니다. 그것도 아니지 이 녀석 목에도 인식표는 떼지도 않았으니까."

"씨발!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야! 그게 뭐? 그날도 대회에서 아쉽게 입상하지 못해서 분했는데 사람 대신 짐승한테 화풀이 한 게 뭐가 그리 대수야! 어차피 범죄도 아니잖아!!"

"미안하지만 넌 사람이 아님. 그리고 얘들 눈에도 넌 사람이 아니야."

"씨이. 죽엇!!"


어느덧 분노를 해소하지 못한 천수아가 씩씩거리더니 손에 쥔 칼을 더욱 단단히 꼬나 쥐고는 태혁을 향해 달려든다.


운동으로 다져진 그녀였지만 태혁의 눈엔 일개 성인남성과 다를 바 없는 둔한 움직임으로 느릿하게 보였다.


턱.


가볍게 피해낸 뒤 그녀의 발을 걸어 넘어트린다.

그리곤 그가 걸어온 뒤편 나무에 세워둔 핸드폰을 조심스레 회수한다.


"여기엔 네년이 방금 전 푸들을 죽이려하기 직전에 시부린 이야기랑 그동안 버린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가 녹화돼있어."

"!!"


땅에 엎드린 채 놀란 눈으로 태혁을 바라보는 천수아.


"뭐, 네 말대로 사람은 아니니까 큰 벌을 받진 않겠지. 하지만 적어도 네년 골프클럽 운영에 작은 영향정도는 끼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이익. 개새끼야!!"


그녀가 다시 일어나 태혁을 향해 칼을 휘두르려던 찰나 태혁이 뒤돌려차기로 그녀의 손목을 쳐낸다.


데에에엥.


그녀의 손에서 빠져나간 등산 나이프가 고목나무에 꽂힌다.


"멍!멍!멍!"


태혁의 르르가 정신없이 짖어댄다.

잠시 뒤.


스스스.


마른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무, 무슨 소리야."

"글쎄. 나도 처음 보는 스킬인데.. 아마 버스터 콜이지 않나 싶네?"

"버, 버스터 콜?"


그녀의 궁금증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릴 수 있었다.

그녀를 주위로 둘러싼 들개들과 들묘들.


'허.. 인식표가 있네? 이쯤 되면 호러인데.'


그녀에게서 버려진 개나 고양이로 보이는 이들도 눈에 들어왔다. 목에는 인식표를 착용한 채로..


그리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녀에게 달려든다.


"꺄아아악!"


천수아에게서 느껴지는 동족에 대한 피 냄새라도 맡은 걸까. 그녀의 살갗을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녀석들.


삽시간에 그녀는 만신창이가 되어 혼절한다.

혼절한 그녀에게서 나온 사념체.


찬수의 계모에게서 나온 사념체보다는 그 크기가 작았지만, 먹이가 없어 겔겔 대는 르르에겐 더할 나위없는 좋은 양식이다.


도망가는 사념체를 낚아채 맛있게 섭취하는 녀석.

그 사이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호흡을 체크한다.


"그래도 이빨이 뾰족한 녀석들은 없었는지 맥박은 멀쩡하네.. 그래도 이 얼굴로 시집가긴 글렀구만 쯧!"


내가 그녀의 곁에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던 푸들은 자리에서 일어선 날 보고는 쓰러진 그녀의 머리맡에 천천히 다가가 오줌을 지린다.


"마무리까지 깔끔하네."


*


그날 밤.


SNS에는 골프클럽 사장의 만행이 널리 퍼졌다.


-명경시 유명 골프클럽 천모 사장 그간 기르던 강아지 유기.

-때로는 직접 유기견을 죽이기까지 해...

-동물보호협회에서 천모씨를 상대로 고소 진행.

-골프클럽 앞 길게 늘어선 애견애묘 카페 회원들의 농성.

-야생개들에게 습격당해 안면 피부 재건 수술 예정.


그녀를 향한 비판의 화살은 끊이질 않았다.

그것도 딱 3개월까지만 이었다.

3개월간의 고난 이후 골프장은 그 일이 없던 일인 양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었고, 이용객들 역시 당시만 발길을 끊었고 시간이 지나자 열렬한 단골 회원으로 복귀했다.


악의 사념체를 회수했기에 그녀가 다시 같은 짓을 벌일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추가로 주인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내 판단을 뒷받침 해주었다.


'천수아 고년이 그 뉴스기사가 터진 날. 등산 중에 들개들에게 물린 뒤론 광견병에라도 걸렸는지 반쯤 미쳤나봐. 박회장도 모임 회장직 내려놓고 병간호만 한다는데.. 쯧쯧 지 업보지..'


인과응보(因果报应).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을까. 내쳐진 반려견들에 의해 정신이 내쳐진 그녀에게 어울리는 결말이었다.


*


천수아 사장에 대한 내용으로 도배된 인터넷 뉴스를 끈 나는 계좌를 확인했다.


[ 잔액 : 740,000,000원 ]


7억 4천.. 마계에 되도록이면 늦게 돌아가기 위해 현생에서 최대한 오래 살리라는 계획과 별개로 수중에 필요 이상의 많은 돈이 들어왔다.


'이 돈이면 집을 살 수 있나?'


고시원을 살며 서울시에 자리한 아파트를 사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적 없는 난 문득 서울시의 아파트 가격을 알아봤다.


"미, 미친... 7억4천도 내겐 엄청난 돈인데... 집 한 채도 제대로 못 사잖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아파트 한 채가 0이 9개는 기본으로 들어가야 적당히 사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없는 사람들한텐 월세가 마음 편하긴 하네..'


띠링.

집주인 할머니의 문자였다.

'양반은 못 되시겠네..'


-골프 알바는 이제 없다. 약속한 돈은 계좌에 넣어놨으니 그리 알도록.


쿨내나는 주인집 할머니는 단 하루만 출근한 내게 한 달분의 일당을 챙겨주셨다.


200만원.

7억4천이 잔고에 있는 지금 그리 큰돈으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이 집의 보증금이 400인걸 감안하면 큰돈이었다.


'이 돈으로 매매는 힘들어도 전세는 가능하겠지? 부동산이나 다녀봐야겠다.'


샤워를 마친 뒤 옷을 걸쳐 입었다.


"킁킁. 아무 냄새도 안나는구만."


문득 천수아가 비아냥거리던 말이 생각나 후드티에 냄새를 맡아봤지만 구린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할머니가 준 돈으로는 옷이나 사입자."


'옷이 날개고 밥이 분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제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금전은 여유를 넘어 전세까지 알아보는 마당에 내 외모를 받쳐 줄 옷 정도는 사입어야겠단 생각이 미치자 부동산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은 백화점으로 향한다.


*


강남에 위치한 현데백화점.

살면서 백화점이란 곳을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티비 드라마에서나 구경하던 곳을 직접 방문한다는 건 꽤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지만, 세상사 등지고 이미 마계촌에 몸을 담궜다 복귀한 내게 용기까지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


"저, 호, 혹시 여기 옷은 안 파나요?"

"아, 네 손님 여기 1층은 코스메틱 코너여서요. 남성 의류를 찾으신다면 3층 혹은 6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코스.. 아 화장품.. 네 감사합니다."


쭈구리가 된 채 여성 직원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맡긴다.


'후우 아무래도 안 되겠어. 다시는 안 오게 이참에 많이 좀 사가야지..'


"새끼야. 지난번에 니가 신상 나오면 사준다고 약속했잖아."

"내, 내가 언제.."

"와 씨 이 새끼 말 바꾸는 거 봐라? 천호야 이 새끼 어떻하냐. 벌써 기억 상실 오는 거보니까 조기 치매인가보다."

"븅신.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니들끼리 알아서해."

"아이 씨. 니가 기억 못하는 바람에 나만 개쪽 당하잖아. 씹새야. 니가 사준다 했으니까 걍 사!"

"내, 내가 왜에?"

"씨발 자꾸 징징대면서 말할래?"


교복을 대충 걸쳐 입은 에스컬레이터 앞 학생들의 대화소리.

양아치처럼 머리를 염색한 앞열의 학생은 왜소한 체구의 안경 쓴 학생에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강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뒷열에 위치한 준수한 외모에 귀티가 나는 남학생과 그 옆에 자리한 짧은 치마의 여학생은 애정행각을 벌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보다 못한 아주머니가 그들에게 말한다.


"학생끼리 친하게 지내야지. 괴롭히면 써? 영지고 학생들이지? 우리 애도 거기 다니는데 밖에서 그렇게 다니면 같은 학교 친구들 얼굴에도 먹칠하는 거야. 그리고 연애도 좋지만 이렇게 사람 많은데서 과한 애정행각은 사람들에게 민폐란다."

"푸훕.."


여학생이 아주머니의 훈수에 웃음이 터졌는지 막은 두 손 사이로 침이 튀어 그녀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학생의 얼굴에 튀었다.


"앗! 이런 씨발."


짝!


자신의 여자 친구에 뺨을 때린 남학생.

잠잠해진 소음 속에서 따귀 소리는 모두에게 크게 들려왔다.


누구보다 충격받아야 할 여학생은 도리어 남학생의 눈치를 보며 사과하기에 이른다.


"천호야 미, 미안해. 입을 제대로 못 가렸나봐."

"아 씨발 더럽게 침을.. 칠칠맞게 그거 하나 못 가리냐."

"아니! 학생! 아줌마 말 안 들려? 자기 여자 친구를 그렇게까지 때릴 필요가 뭐있어."

"아, 씨발 존나 시끄럽네. 그래서 뭐! 내가 여친 만나는데 보태준 거 있어? 아줌마 자식이 우리학교 다닌다고? 씨발 그 새끼 이름이 뭔데? 내가 족쳐줄 테니까. 말해보라고!!"

"... 아니 무슨 어린애가.."


아주머니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아이의 이름을 말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 일이 되기 전까지 남 일에 관심 끄기로 했지만, 다음 이어지는 남학생의 발언에 어느새 내 일이 되어버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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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소년의 점심 23.05.13 89 2 13쪽
5 4화 소년 23.05.12 98 1 12쪽
4 3화 월세 23.05.11 110 1 12쪽
3 2화 능력 23.05.10 121 1 13쪽
2 1화 귀환 23.05.10 150 1 11쪽
1 프롤로그 +1 23.05.10 196 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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