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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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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그림/삽화
자모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8
최근연재일 :
2023.06.16 1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086
추천수 :
45
글자수 :
194,882

작성
23.05.10 14:32
조회
148
추천
1
글자
11쪽

1화 귀환

DUMMY

번쩍-!


'설마?!'


머릿속 어딘가에 자리 잡은 기억의 조각.


그리고 그 조각 안에 자리한 그것과 똑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X발! 진짜 성공했잖아!'


천천히 오른 팔을 들어 이마에 가져다 대본다.

벅차오르는 감정 때문인지 모를 이 행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후우... 이럴 때가 아니지."


-우우웅. 우우웅.


마침 핸드폰 진동소리에 삐그덕 거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날짜를 확인한다.


'그 개고생을 했는데, 현세에선 고작... 하루가 지나? 내가 마계에서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긴 한숨과 함께 주변을 빙 둘러본다. 방 안에는 술병들과 텅빈 담뱃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과음과 흡연으로 인한 건강악화였었지...'


근 반년 간 제대로 된 식사 한번 하지 않은 몸은 그를 저승으로 보내기에 충분한 마일리지가 되어있었다. 저승이나 다를 바 없는 마계에 다녀온 지금.

기존의 허약한 육신에 다시 들어온 그였기에 몸 상태가 궁금했다.


'당장 병원 갈 돈도 없을 테고.'


혹시나 싶어 주머니에서 꺼내본 지갑에는 만원짜리 지폐 한 장만이 꽂혀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 케새키!"


한국으로 온 건 자신만이 아니었기에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이내 책상 밑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검은 머리 짐승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다행이다. 그 대두새끼 엿 먹일 방법은 이거 하나 뿐이었는데..'


시공을 넘나드는 일이 많은 피로감을 주긴 했는지.

케새키는 내 속도 모르고 잠만 잘 자고 있다.

오죽하면 마왕도 강림한 직후에는 본신의 힘에 반의반조차도 못썼고, 그로인해 여러 차원의 영웅들에게 두들겨 맞고 마계로 되돌아왔었으니까.


'맞고...'


문득 '맞고'라는 말에 마계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가 생각났다.


마왕의 하수인들에게 정신 차리라며 뺨을 흠씬 맞은 기억...

이내 고개를 흔들며 가슴 아픈 과거 기억을 떨쳐낸다.


마계 탈출과 소소한(?) 복수까진 성공했다 치더라도 마왕이 가만히 손만 빨고 있을 리 없다. 아주 오래전 집을 뛰쳐나간 이 녀석을 되찾기 위해 성역도 침범했었던 그다.


요르헨 대륙에 강림한 것처럼 나에 대한 복수와 케새키를 되찾기 위해 이곳 한국 아니, 지구에까지 놈이 강림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마왕은 차원문을 통해 이계 어느 곳으로든 넘나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언제고 드나들 수 있는 건 아니었는데, 마계와 이계간의 포탈의 통로가 좁았기때문이다.#


나나 허접 나부랭이 마인들이야 마력이 적고, 육체가 작았기에 언제든 이동이 가능하다지만...


'어쩌면 마인들을 이곳으로 보내면서 통로를 넓히는 선행 작업을 진행할지도 모르겠어.'


막연히 마계에서 튀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

정말로 한국에.

그것도 본래의 몸을 되찾으리라곤 생각도 못했기에 막상 일을 저지르고 나니 마왕이 현세에 강림할까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미리 대비 해둬서 나쁠 건 없겠지?'

마인을 보는 즉시 제거하면서 마왕의 강림 가능성을 배제시킨다!


나로 인해 이 세계에 언제 재앙이 닥칠지 모르는 위협에 놓이게 되었지만.


'뭐, 어쩌겠어. 내가 마계에서 적응을 못하겠다는데.'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나름의 목표도 정했다.


꼬르륵.

오랜만에 미래에 대한 건설적인 고민이란 걸해서 그런 걸까 배 안에서 폭풍이 몰아친다.


"아 배고파.. 우선 돈 벌 방법부터 알아봐야겠어."


당장 해야 할 일도 정해졌다.


쓰담쓰담.

언제 일어났는지 케새키는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와 앉아 있었다.

끼니를 챙기기 위한 외출을 준비할 때가 되어서야 내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끄응, 이게 바로 직업병인건가."


생전 제대로 된 직업이란 걸 가져본 적 없는 전직 마계 애견관리사로써의 혼잣말이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앞으로 뭘 먹이지?'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 넉넉히 먹였기에 당장은 급할 것이 없지만, 곧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얌전한 모습은 볼 수 없게 되겠지..


마왕의 애견을 훔친 지 반나절도 안 지났는데 벌써부터 후회가 밀려온다.


*


한국은 만원 한 장 지폐로는 제대로 된 국밥도 사먹을 수 없을 정도로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그와는 반대로 미쳐 있었던 게.

4천원이면 든든한 한 끼를 떼 울 수 있었다.


후루룹.


그리고 편의점에서 산 국민 아이스크림 중 하나인 딸기맛 스크롤바 하나를 혀로 돌려가며 빨아대면서 한강변을 걷는다.


아이스크림을 바라보며 침을 흘리는 케새키.

전담 애견관리사로써 녀석과 각인되어 있었기에 서로의 간단한 감정정도는 공유했다. 그래서 일까? 녀석이 이 스크롤바를 원하는 게 느껴진다.


"어림도 없어. 내가 이걸 얼마나 먹고 싶었는데 아깝게 널 주겠냐."


그럼에도 마냥 좋다고 날 보고 꼬리를 흔드는 녀석.


지옥의 수문장이라고도 불리는 케르베로스는 다행스럽게도 영혼만 이계로 넘어왔는지 강변을 거니는 사람들은 녀석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


그 덕분(?)에 지나가는 행인들은 땅을 바라보며 혼잣말하는 나를 미친놈이라도 본 양 피해간다. 과거였다면 남의 눈을 심하게 의식하는 나로썬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현세로 돌아 온 지금 사람 사는 세상에 돌아 온 것이 마냥 좋기만 했다.


그리고 이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참을 걷던 그때 마주 오는 방향에서 학생 셋이 걸어왔다.


"야, 사진 봐봐 죽이지 않냐? 이 근처에 있는 거 같은데 같이 술이나 하자고 물어볼까?"

"오오. 어제 걔들보다 낫긴 하네. 근데 니 얼굴로 되겠냐?"

"새끼야. 나도 보정하면 꽤 괜찮거든?!"

"올 이건 또 언제 찍었냐? 이정도면 가능하겠는데? 어차피 여자애도 보정했을 거 아냐. 큭큭"


서로의 핸드폰을 보여주며 얘기 나누던 이들의 눈에 앞쪽에서 다가오는 너저분한 차림새의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강변에서 헌팅하려고 걷다보니까 이 동네까지 왔네. 어쩐지 구린내가 슬슬 올라오더라니까."

"차림새보니까 공시생인가보다 큭큭. 스크롤바 먹는 거 봐 언제적 스크롤바냐. 아재입맛인 걸 보면 장수생인가본데?"

"큭큭큭 야야 재밌는 거 생각났어! "

""뭔데?""


셋 중 가운데에 자리한 학생이 이미 인도 안쪽으로 자리를 비켜선 태혁의 어깨를 강하게 밀치고 지나간다.


툭.


태혁의 손에서 떨어진 아이스크림.

네 사람은 일순 말이 없었지만 태혁을 제외한 셋은 이내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막상 태혁의 어깨를 밀친 녀석은 부딪친 어깨가 아파왔는지 얼굴을 살짝 찡그린다.


'씨발, 잘못 밀쳤나? 어깨가 왤케 시큰거려..'


태혁은 바닥에 떨어진 스크롤바를 보며 입맛을 다시자 태혁의 어깨를 친 녀석은 찡그린 인상을 펴고 태혁에게 사과를 한다.


"미안합니다. 제가 핸드폰을 보다 그만."


학생은 사과를 했지만 그의 얼굴은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진정성이라곤 일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내 비릿한 미소를 띠우며.


"돈으로 보상해드릴게요. 요즘 스크롤바가 얼마나 하죠? 제가 초딩 때 이후로는 안 먹어봐서 푸훕."

""큭큭큭.""

"......"


자신이 말해도 이 상황이 웃겼는지 꽉 다문 입술 사이로 바람소리가 새어나온다. 그의 일행은 뒤에서 아예 대놓고 웃고 있었다.


"천원이요. 근데 이미 반이나 먹은거라 괜찮아요."

"아유. 아니에요. 이거 받으세요."


학생의 지갑에서 나온 건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이었다.

태혁은 양손을 들어 보이며 정말 괜찮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태혁의 주머니에 지폐를 꽂아 넣었다.


"정 주실 거면 천원만 주셔도 되는데..."

"에이. 잔돈은 그냥 받아서 용돈으로 쓰세요. 없는 형편 같으신데 큭큭큭. 공부 열심히 해서 부모님한테 효도해야지요?!"


그는 그 말을 하기위해서 이 일을 벌였는지 자신의 친구들을 한번 돌아보며 소리 없는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의도적인 조롱과 도발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는 태혁을 보자 금방 흥이 떨어졌는지 지폐를 건넨 청년은 태혁의 어깨를 두어 번 툭툭 치며 친구들과 가던 길을 걸어간다.


"완전 개호구 찐따네. 큭큭"

"와씨 굴욕감 장난 아니겠는데? 우리보다 열 살은 많아 보이던데."

"민짜한테 용돈 받은 거 처음이지 않을까? 푸훕."


태혁은 자신을 욕보이며 웃고 떠드는 그들을 바라보며 주머니 속 만원 지폐를 꺼내 꽉 쥐어 보인다.


"아싸! 개꿀."


내일 식비는 벌었다는 생각에 흥이 절로 나는 그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시원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자신을 쫓아와야 할 댕댕이.

아니, 켈베로스가 사라졌다는 걸 눈치 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의 시야에 들어온 '케새키'는 조금 전의 청년들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응? 쟤가 왜 저러지?'


마계에서도 자신이 직접 떠먹여주다시피 먹을 것을 눈앞에 대령해야 먹어치우던 녀석이 오늘따라 맛난 먹잇감을 찾은 양 의뭉스럽게 행동하자 태혁은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라 걷는다.


학생들은 수시로 강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자신들과 여성들의 숫자가 맞아떨어지는 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아 씨, 오늘은 뭐 없네. 걍 코노나 갈걸."

"거긴 술도 못 마시잖아. 차라리 여기가 나아."

"낫긴 개뿔, 여자애들 반응이 없구만. 야! X같은데 술이나 빨자. 촨쓰! 형꺼 민증 챙겨왔지?"

"아 새끼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지난번에도 술자리에서 그렇게 불렀다가 여자애들이 중국인이냐고 존나 놀렸잖아."


촨쓰라 불리는 녀석은 자신의 지갑을 꺼내 보이며 신분증을 찾더니 이내 편의점을 들어가 소주와 마른안주를 잔뜩 사들고 나온다.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태혁.


"뭐야 민짜였어? 좀.. 빡치네. 얼굴도 삭아 보이길래 동년배인 줄 알았는데."


저들이 들었으면 누가 더 억울해 할지 모르는 말을 뱉은 그가 시선을 돌린다.

여전히 세 명의 청소년 근처를 맴도는 케새키.


무슨 영문인진 아직 확인할 길은 없지만, 마왕이 가장 아낄 정도로 영민한 녀석이기에 시덥잖은 일은 아닐 꺼라 판단한 태혁은 잠자코 지켜본다.


자정이 다 되가는 시간.


학생들은 술 마시는 일이 그리 큰 일탈은 아니었는지 앉은 자리에서 여덟 병을 비우고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곤 이내 강변 한편에 자리한 주차장을 향해 걷는다.


'케새키가 발광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얌전하네.'


킁킁.


그들이 지나간 길 뒤를 이어서 지나가는 태혁의 코가 익숙한 냄새에 반응을 한다.


진한 알코올 냄새...

무병까진 아니더라도 장수를 목적으로 정한이상 금주하기로 한 게 오전이었다.


한창 그의 머릿속에서 이성과 감성이 부딪치던 찰나. 녀석들은 주차장에 덩그러니 주차된 차를 바라보며 멈춰 섰다.


'설마 음주운전?'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건 채 10초가 지나지 않고서였다.


셋 중 누구하나 차에 올라타지도 않았는데,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자동차가 흔들거렸으니까.


일정한 리듬감에 맞춰...


둠칫둠칫 두둠칫.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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