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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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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그림/삽화
자모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8
최근연재일 :
2023.06.16 1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083
추천수 :
45
글자수 :
194,882

작성
23.05.11 17:50
조회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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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화 월세

DUMMY

이미 술자리를 파하는 순간부터 의식이 끊길 기미가 있던 지훈에게 주차장에서 꿈틀거리던 차량은 그의 남아있는 이성의 끈을 끊어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자신의 넘치는 욕망을 채울 그릇을 찾았다는 생각과 함께 그것을 탐하려던 순간 그의 앞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고 놀라 뒤를 돌아봤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 어이 학생! 빨리 갈길 가."


"흐으윽."


갑작스레 나타난 태혁의 등장에 여성은 자신의 은인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얼굴은 역광으로 인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볼 위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씨발년아! 거기 서! 돈 준다고!!!"


"어린 새끼가 입에 걸레를 쳐 물었나. 씨발을 입에 달고 사는구나?!"


"뭐? 넌 뭔데 참견이야 이 씨발새끼야."


듣기 거북한 욕설을 듣고 있자니 PTSD가 온다.

마왕과 그의 간부들이 자신에게 내뱉던 욕설.

'씨발'이야 그 축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가소로운 욕설이긴 하지만 일진 양아치 정도로 보이는 녀석의 욕은 정말 찰졌기에 계속 듣고 있어주기 어려웠다.


"가만?? 니새끼 오늘 낮에 본 개호구새끼 아니야?! 같잖은 정의감으로 나대는 거 같은데 어디 경찰 공무원 특채라도 노릴 생각으로 훼방질이라면 뒤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후우..."


마계로 가기 전 인생이나 마계에서나 지금.

내게 있어서 정의감이라곤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홀로 세상에 살아남기조차 빡셌으니까.


마계에서의 힘이 일부 이곳에서 사용된다고 한들 프랜차이즈 영화 속 히어로가 되어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을 구하기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불길에 뛰어들 생각 따윈 없다.

하지만, 남에게 몹쓸 짓하는 놈이 내게도 개같이 군다면?


이젠 패야지! 내게도 힘이란 게 생겼으니까.


이것은 단순히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다. 남다른 도덕정신을 가진 것도 아니고, 교육정신을 가진 건 더더욱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마계에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셀프 처방전이다.


"그래, 어디까지나 이건 나를 위한 일이지.."


"뭔 혼잣말이야 븅신. 막상 나한테 쳐맞을 생각하니까 정신이 출타했냐?"


"... 넌 바지가 출타 중인 거 같은데? 바지 안 입을 거야? 밤은 그래도 쌀쌀한 편이라 거기가 많이 쪼그라든 거 같은데."


지훈은 여전히 자신의 바지가 양 발 사이에 끼어 있다는 걸 인지한다.


"너 이 개새끼 이거 입고 나면 뒤진-"


퍼억!


태혁은 바지를 추켜 입으며 그를 향해 욕설을 내뱉는 지훈의 면상에 싸커킥을 차올렸다.


허공에 올려 진 두 개의 강냉이.


달빛에 비친 지훈의 앞니 두개가 찬란하게 빛이 난다.


"컥.."


"미안하지만 다른 욕은 참아도 내가 '개' 관련된 욕설은 못 참겠다. 나도 그거엔 사연이 많아서."


태혁의 말에 켈베로스가 머리를 갸우뚱 거린다.


그 뒤로 이어진 태혁의 일방적인 구타.

이미 숙취로 인해 인사불성에 가까운 상태인 지훈이 버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처방약의 약빨이 좀 약한데.. 이쯤에서 만족해야하나."


지훈이 실신하자 반응을 보인 건 켈베로스였다. 코를 '킁킁'거리더니 실신한 녀석을 향해 짖어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운 바닥에 뉘어있는 녀석의 몸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사념체..."


태혁이 혼잣말하기가 무섭게 '사념체'를 향해 달려들어 게걸스럽게 그것을 먹어치우기 시작하는 켈베로스.


-위에에에에엥.


태혁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잦아들 즈음 들리는 사이렌 소리.

아마도 도망친 여학생이 신고를 한 것 같다.

결정이 선 순간 행동은 빨랐다.

내가 뭘 원하는지를 알아차린 켈베로스가 달리기 시작한다.


*


어두운 골목길을 빠져나오고 유흥가에 들어선 후에야 한숨을 돌린다. 한숨이랄 것도 없이 한 치의 호흡조차도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본래 사람의 몸과 마음은 따로 인 법이다.


이 녀석 덕분(?)에 쓸데없는 소란에 휘말릴 뻔 했어. 물론 '숭고한 탈선'을 결심한건 내 몫이니까.

오늘의 결심에 대한 가장 큰 수확이 있다면...


품안에 보이는 두둑한 돈 봉투가 눈에 들어온다.

개거품을 물고 쓰러진 녀석의 덜 입어진 바지 뒷주머니에 보이는 500만원. 고민도 없이 집어 들었다.

눈 먼 돈이니까!


'이거면 한 달은 놀고먹을 수 있다!'


"흐흐흐. 케새키! 오늘 잘했어."


태혁의 칭찬에 꼬리를 흔들며 세 개의 혀를 내놓은 채 '헥헥'거리는 녀석.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옆에 있지도 않은 무언가를 향해 말을 거는 그의 모습은 꽤나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취객들도 그리 느꼈는지 미친놈은 피하는 게 상종이라는 걸 몸이 기억했는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그를 피해간다.


'이 녀석을 이대로 데리고 다니기엔 날 수상쩍게 보겠는데?'


고민하던 그때.


콰앙!


"!!"


근처에서 들리는 충격음과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리자 소음의 근원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어머 어떻게 해!"

"아이고, 불쌍해라.. 주인이 있는 강아지 같았는데."

"몇 분 전에 흰색 외제차 한대가 잠깐 신호대기 하는 사이에 강아지를 창밖으로 던지더라니까."

"주인이 버렸나보네... 쯧쯧."


인파를 헤치고 사고현장을 본 내 눈에 들어온 건 생명이 다해가는지 숨을 헐떡거리며 낑낑거리는 작은 소형견이였다.


'품종이 퍼그였나?'


자신을 버린 주인의 차량을 뒤쫓다 다른 차량에 치였나보다.

쓰러진 강아지에게 천천히 다가가 쪼그려 앉는다.


이 조그만 녀석은 작은 얼굴 크기에 안 맞게 눈이 매우 동그랗게 컸다.

눈가의 밑에 고인 물자국은 털 뭉치를 적셨는지 오밀조밀하게 뭉쳐 있었다.

그리고 눈가만큼이나 젖어있는 코.

불독이나 퍼그, 패키니즈 같은 코가 납작한 녀석들은 다른 품종보다 코의 구조상 재채기를 달고 살았기에 코끝이 많이 젖어 있었지만...

이 콧물은 단순히 그것 때문은 아닐 것이다.


"쯧.. 니가 무슨 죄가 있겠냐... 인간이 쓰레기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직전 녀석에게 위로가 될지 모를 말을 뱉어보지만.. 아마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죽어가는 이 순간에도 주인과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애타게 찾고 있을 테니까.


잠깐의 이별이 아닌 폐기처분이란 걸 깨닫기도 전에 생을 달리하는 게 어쩌면 이 녀석에겐 축복일지도..


"미안하다. 좋은 인간들이지 못해서.."


내 감정이 켈베로스에게도 전해진 걸까?

녀석이 쓰러진 퍼그에게 다가간다.


퍼그를 바라보는 켈베로스.

그리고 영혼뿐인 켈베로스가 보이는지 퍼그 역시 힘겹게 들어 올린 눈꺼풀 사이의 눈망울로 마주 응시한다.


"!!"


그 순간 나는 보았다.

케새키가 퍼그의 몸 안에 흡수되듯 빨려 들어가는 걸..


""와아아아!""


갑작스레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먼발치에서 잔혹할지 모르는 사고의 현장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에 죽어 있어야 할 작은 강아지가 몸을 일으켜 세웠기 때문이다.


"가벼운 찰과상이었나?"

"저 사람은 누구지? 수의사쯤 되나?"

"버린 사람 아니야?"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추측성 발언이 오고갔지만 정작 진실을 아는 건 태혁 혼자였다.


태혁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퍼그의 영혼은 아마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것이다. 그 빈 몸뚱이에 들어선 건 켈베로스였다.


외관상 상처는 없었지만 내부는 엉망인 상태.

하지만 수 초 만에 켈베로스는 마견답게 강인한 생명력으로 이미 내부 상처를 완전히 치료했다.


녀석이 완전히 몸을 일으켜 세우자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얗게 빛나는 금속붙이가 눈에 들어온다.


'르르?'


인식표의 앞면은 한글로 '르르'라 적혀 있었고, 뒷면은 필기체로 S.A♡RR 라 각인이 되어 있었다.


별다른 기능 없는 수제 인식표처럼 보여 지는 명찰(?)에 견주에 대한 잠깐의 관심을 가졌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름이 '르르'였구나.


"가자, 르르야!"


마계에서나 편히 불렀던 케새키다.


불현듯 개새끼라는 말의 뜻을 모르던 마왕과 마인들이 떠올랐다.


'멍청한 새끼들.. 내가 이 녀석 뒷처리하고 다니느라 하도 빡쳐서 지어준 별명을 듣고 어감이 좋다고 그대로 이름으로 지을 생각을 하다니..'


그 이름도 마계에서나 써먹지 한국에서 퍼그에게 그 이름을 불러주며 산책 다니기엔 내 이름 세 글자를 날릴 소셜미디어가 너무 많다.


"네 이름은 오늘부터 '르르'로 정정한다."

"멍!멍!"


*


집 앞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거리와 '르르'의 간식을 골라 집은 나는 고시원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늦은 시간이라 졸고 있는 관리인의 눈에 르르를 들키진 않았지만.. 머지않아 걸릴 것이다.


'흠.. 마계에서의 능력이 일부 보전된 걸 확인한 지금 이 능력으로 어떻게 먹고 살지를 고민해봐야 겠는데.'


그 능력이래봐야 애견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힘만을 부여받은 게 전부지만...


‘자정이 지났기에 어제의 기준으로 수확이 있다면..’


500만원이라는 돈.

제법 큰 수확이었다.


이 돈이라면 고시원을 나와 반지하의 월세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독립된 나만의 공간이라.. 보육원 시절부터 공동체 생활에 익숙한 나에게 독립된 생활공간은 작은 성공이나 다름없었다.


'내일부터 방이나 구하러 다녀보자.'


그리고 작은 수확이 있다면.


케새키.. 아니 르르의 먹잇감을 제공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편의점 앞에서 잠시 확인했지만 간식은 곧잘 먹는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진실 된 허기를 채울 순 없다라는 걸 녀석과의 영혼 공유를 통해 일부 느낄 수 있었다.


운 좋게 일진 양아치 녀석의 몸속에 악의 사념체가 자라고 있었을 줄이야..


#악의 사념체는 사람의 이성과 감성의 싸움으로 조금씩 생성되는 부산물 같은 존재다. 처음 몇 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이성과 감성의 싸움이 빈번해지고 자아(Ego)가 약해지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을 때.. 그때가 이성과 감성이 가장 취약한 시기인데 악의가 그들보다 크기가 크다면 본격적으로 자아를 차지하는 시기이다.


사람들은 MBTI다 뭐다 하면서 이성과 감성을 이분하려 하지만,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쌍둥이다. 악한 마음이 송곳니를 드러낼 땐 이성과 감성은 하나가 되어 악에 맞서니까.

하지만 그 둘이 힘을 합쳐도 악의가 더 크다면 비로소 악인이 된다.#


'그 양아치 녀석은 아직 어리고 술로 인해 이성과 감성이 약해져 사념체가 모습을 드러낸 거였겠지. 만약 성인이었다면 사념체의 크기가 꼬마 아이 정도는 됐겠네.'


르르가 사념체를 겁박해 모습을 드러내게 할 수 있으니 정기적으로 먹이를 제공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엔 쓰레기가 차고 넘치니까.


*


삼일이 지났다.

월세방을 알아보는 일이 이렇게 빡셀 줄이야.


300/40 무직자는 정중 사양.

500/35 반려견 절대 사절.

.

.

.


가격이 괜찮으면 직업을 묻기 일수였고, 무직도 상관없다고 하면 반려견은 안된다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지들은 알록달록 염색한 개 한 마리 씩 데리고 있으면서...'


주인아주머니의 극진한 사랑 속에서 자랐는지 복덕방 사장님을 볼 때면 찢어발길 요량으로 짖어대는 꼴이 우스웠다.


그때마다 르르가 으르렁거리며 살기를 쏘아 보내 얌전히 시키긴 했지만..

그 모습을 본 주인 아주머니들은 르르가 버릇이 없다며 입주를 거절했다.


다른 부동산으로 가기위해 잠시 편의점 앞 파라솔 의자에 앉아 스크롤바를 돌려 먹던 찰나.

유약해 보이는 소년 하나가 르르에게 다가와 말린 옥수수 알들을 주며 쓰다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후우.. 넌 팔자 좋다. 내가 정기적으로 간식도 챙겨줘. 떼 되면 맛난 먹잇감도 찾아다 줘. 이젠 동네 꼬마애도 네 밥을 챙겨주네?"


"죄, 죄송해요. 아저씨. 너무 귀엽게 생겨서 만져보고 싶었어요."


잔뜩 움츠러든 꼬마 아이.

내 눈엔 소년의 착하고 깨끗한 마음씨보다 초봄이라는 날씨에 맞지 않은 얇은 옷차림과 소매 사이사이로 보이는 퍼런 멍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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