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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만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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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그림/삽화
자모
작품등록일 :
2023.05.10 14:28
최근연재일 :
2023.06.16 18: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093
추천수 :
45
글자수 :
194,882

작성
23.05.15 11:40
조회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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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7화 인식표

DUMMY

주인 할머니의 알바 제안에 대한 스토리는 찬수의 계모가 벌인 다음날의 일이 발단이 되었다.


"지, 집이... 이게.. 어휴.."


주인 할매가 난장판이 되어버린 욕실을 보고 기겁을 한다.

현 상황에 대해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 유선으로 내용을 대강 전하자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왔다.


"할머니 죄송해요. 제가 한 짓이나 다름없어서.. 이건 제 보증금에서 제하셔서 수리 맡기세요."

"됐어! 내가 아무리 짠순이라고 해도 벼룩의 간까진 빼먹는 늙은이는 아니니까."

"...."

"그보다 어떻게 된 일이야!"

"그게..."


지난밤에 있던 일에 대해 가감 없이 설명하자 시시각각 변화하는 집주인 할머니의 얼굴.

계모가 미친 사람처럼 자신의 옷을 찢은 뒤 찬수에게 달려들어 거울 조각으로 찌르려던 부분에선 입을 틀어막는 행동까지 보였다.


"... 그게 그렇게 됐어요."

"애 손찌검만 못하게 잘 지켜보라고 했는데.. 일을 어쩜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잘해내니."

'욕인가?'


"고생했다. 너도."

'칭찬이구나.'


툭툭.


주인 할머니가 손을 들어 내 등을 두드린다.


사람의 따듯한 손길..

얼마만이지.


"기분이다! 다음 달 월세 면제!!"

"!!,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공부를 하길래 여태 학생인 게야?"

"저 학생 아닌데요."

"백수?"

"뭐.. 그냥... 네, 백수요!"

" 내가 무거운 거 잘 못 들어서 그러는데? 다음 달에 한 달 동안만 알바 할래?"

"무슨 알바인데요?"

"골프 백 좀 몇 번 올렸다 내렸다 하면 돼."

"에에? 할머니 골프 치세요?"

"왜! 늙은이는 골프 치면 안 되나?"

"아,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신기해서요."

'첫 만남부터 이 동네 할머니는 아닐 거라 생각은 했는데 취미가 골프라...'


역시 갓물주다.


*


그리고 돌아온 첫 출근 날.


이른 아침부터 백팩에 르르를 얼굴만 내놓은 채 지하철 향한다.


잠이 덜 깬 직장인들이 르르의 얼굴을 보자 눈이 하트로 변하며 르르에게 말을 걸기 일수였다.

많은 인파속에서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나는 집을 나설 때보다도 더 지친 몸을 이끌고 주인 할머니 아니, 사장님의 집 앞에 도착했다.


"제 때 왔네. 그 가방은 뭐야? 가볍게 오랬더니."

"아, 이거여?"


주인 할머니의 물음에 한 바퀴 돌자 르르를 보곤 반색을 표한다.


"아이고 귀여워라 그나저나 참 똑같이 생겼어."

"네? 뭐가요?"

"응? 아니야 그냥 늙은이 혼잣말이지. 면허도 있다했지? 받아라."


할머니가 아무렇게나 던져준 차키를 어렵지 않게 받아든 뒤 차 위치 확인을 위해 버튼을 누른다.


빵!


"허!! 대박.. 저게 설마 할머니 아니, 사장님 거예요?"

"왜? 늙은이는 롤스루이스 타면 안 되나?"

"아니요! 되죠.. 우와."


실물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영접하니..

그저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 안 갈 거야? 늦으면 지각비도 있어!"

"가야죠. 가야죠."


바닥에 놓인 골프백을 들어 조심스레 트렁크에 넣은 뒤 사장님의 간단한 차량 설명과 함께 출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기도 외곽에 자리한 골프장.

사장님은 비슷한 또래의 할머니들끼리 만나는 골프 모임이 있었는데 격 달마다 해당 골프장에서 모임을 갖는다고 했다.


'여기 골프장이 이따 보게 될 모임 회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이라고 했지.'


"골프백 들고 따라와."

"옙!"


여전히 등에는 르르를 매고 오른쪽 어깨에 골프채를 짊어진 채 사장님을 따라간다.


골프 클럽의 로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즐비해 있었다.


'평일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다고?'


처량한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옥순아! 이쪽이야!"


누군가 우리 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외친다.


"어, 양 사장 다들 빨리도 왔네."

"왜 이리 늦어. 그래도 1분 남기고 들어왔으니 지각은 면했네 호호호. 간만에 김 사장 지갑 좀 열수 있나 싶었는데."


사장이 태혁을 바라본다.


"흠흠."

"이쪽은 누구? 애인?"

'아니.. 이 할머니가 날 뭘로 보고..'


"애인은 무슨.. 한 달 간 운전기사 겸 캐디로 쓸 친구야."

"그런데 이렇게 비실비실하게 생겨서 골프 가방이나 제대로 들겠어?"


사장님과 양 사장의 대화에 낀 누군가가 내 몸을 훑더니 비웃으며 말한다.


"박인주.. 사람 앞에서 대놓고 그러는 거 아니야."

"흥! 김옥순. 넌 사람 앞에서 대놓고 월세 내놓으라고 소리치고 다니면서 고고한 척은."

"뭐야?!"

"자자, 다들 그쯤 하라고. 다들 기분 좋게 골프 치러 와서 뭣들 하는 거야. 참으라고들."


박인주라는 할머니와 우리 사장 사이를 갈라놓으며 이들의 모임이 시작되었다.


골프카트 8대가 코스를 따라 줄지어 이동을 한다.


"으이그 열 받아. 저승사자는 왜 저런 거 안 잡아가나 몰라."

"박 회장님 말씀하시는 거죠?"

"회장은 무슨.. 남편 잘 만나서 고생이라곤 해본 적도 없는 애가."

"아까 잠깐 들었는데 모임의 회장인 분이 이 골프장 주인이라고 하셨는데, 그분 건가 보내요."

"응, 남편이 딸이랑 운영해보라고 줬다는데 3년 본다!"

"3년요?"

"망하는데 걸리는 시간."

"풉.."

"뭐가 웃긴 거야."

"제가 사장님 이런 모습은 처음 봐서요."

"헛소리 말고 운전이나 해."

"넵."


잠깐의 잡담이 오간 사이 어느덧 목적지로 잡은 코스에 도착했다.


연배가 제법 있어서 그런 건지 여유가 넘쳐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의 진행 속도는 매우 더뎠다.

지루함에 하품을 하던 찰나 멀리서 카트 한대가 이쪽을 항해 오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이모님들!!"

"아이구, 우리 이쁜 조카 왔네. 박 회장 자기 딸 왔어!"

"어쩜 볼 때마다 그렇게 예뻐져 그래?"

"이모가 용돈 줄까? 호호호"


골프장의 주인인 박 회장 딸의 등장에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이걸로 퇴근 시간 최소 한 시간은 지체되겠네.'


내 맘을 들킨 건지 아니면 얼굴에 드러난 건지 박 회장의 딸이 내게 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김 사장님의 기사님이시라고 들었는데."

"네 맞습니다만.. 무슨 일로?"

"제가 방금 타고 온 카트에 골프 가방이 있거든요. 그것 좀 꺼내주시겠어요?"

"아... 네, 그래야죠."


한 달 간은 가방셔틀이 되겠다 다짐했던 게 도움이 되었는지 당혹스러운 전개에도 멘탈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끙차. 어?"


그녀의 카트 안에 있는 작은 강아지가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솜사탕 같은 외모를 가진 녀석.


'비숑인가?'


흰털 사이로 검은 색 바둑알 두개가 나를 지그시 쳐다본다.

제법 귀엽게 생겼네.


'아, 아니지 내가 무슨 생각을..'


당장 김 사장님의 카트에서 퍼자고 있는 르르만으로도 충분한 고통인데.

그런데 이 비숑의 목에 걸린 인식표가 왠지 모르게 낯익었다.


"기사님! 아직 멀었나요?"

"아 예! 갑니다."


비숑의 인식표를 눈에 담아두고 그대로 그녀에게 가방을 전해줬다.


"자 그럼 치던 거 마저 치실까요. 이모님들?"


뭐가 그리 신난 지 그녀가 자신의 엄마를 포함해 인원들을 인솔하며 경기를 진행한다.


#


"오늘의 공동 꼴등은 박 회장과 김 사장! 어쩔 텐가? 오늘 게임비 반반할 텐가 아니면 몰아주기 할 텐가?"


누군가의 기분 좋은 외침에 회원들이 내기 게임의 묘미를 아는지 '몰아주기'를 연신 외쳐 댄다.


박 회장 역시 하필 꼴등을 해도 김 사장과 했다는 것이 분했는지 몸을 떨었다.


"좋아! 몰아주기 하지. 나도 쟤랑 같은 꼴지한 게 분하다고."

"흥! 누가 할 소릴."

"가만. 재밌는 제안이 떠올랐어요!"


이때 좌중의 시선을 휘어잡으며 박 회장의 딸이 걸어 나왔다.


"두 분 다 늦은 시간까지 골프 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흑기사 요청은 어때요? 여기 있는 누구라도 골라서 대신 치게 하는 거예요."

"옳거니! 그거 재밌겠네."

"그래그래 그것도 괜찮네!"


박회장 딸의 의도는 분명했다.

그녀는 아마추어 수준이긴 했지만 이들 중 누구보다 잘 쳤고, 자신의 어머니를 대신해 이번 내기에서 이길 심산이었다.

추가로 그녀의 어머니와 앙숙인 김 사장에게 패배감을 선사하는 것도 포함해서..


"그, 그건.."

"불공평 하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어머니를 대신해 칠거니까요. 대신 조건을 하나 더 내 걸게요. 김 사장님 옆에 계신 기사님이 흑기사를 하는 조건 하에 제가 기사님보다 타수가 절반 이하여야 승리하는 것으로 조건을 내걸게요."

"오오오."

"대단한 자신감인데?"

"아무리 김 사장의 기사가 초짜겠거니 싶지만 그 조건이면 나쁘지 않은데?"


박 회장 딸이 제안한 조건은 골프 한번은 쳐본 이들에겐 꽤나 매력적인 조건으로 들렸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쳐보지 않은 뉴비에겐 그다지 매력적인 조건이 아니었다.


'뭔 개소리지? 왜 갑자기 나를 물고 늘어지는 거야.'


흘러가는 분위기가 흑기사 내기를 하자는 쪽으로 진행되자 나와 마찬가지로 똥 씹은 얼굴이 된 주인집 할머니.


"자네들이 그리 원한다면... 해야지 내 별 수 있나?"


사장님의 수락에 환호성이 쏟아진다.


방법은 간단했다.

길이가 가장 짧고 어려운 지형 없는 파3홀 코스에서 경기를 하는 것.


"먼저 하시겠어요?"


천수아의 기고만장한 표정에 얼굴엔 자신감이 차올라 있었다. 살면서 굴욕감이나 패배감 한번 없이 승승장구 해왔을 여자였다.


"그러죠."


오늘처럼 나 같은 남자 여럿은 곤혹스럽게 만드는 일은 비일비재했을 것이고..

하지만 난 그녀의 장단에 놀아줄 정도로 능력이 없는 게 아니다. 적어도 그곳에서 돌아 온 뒤로는.


김 사장님에게 받은 골프채.

아이언이라고 하는데 알게 뭔가. 되는 데로 때려 맞춰서 홀에 우겨 넣으면 그만이다.


탁!


"오우, 우리 지 기사 소리 좋은데?"

"오늘 처음 쳐본 게 맞아? 잔디도 멀쩡하고 헛스윙 한번 없이 잘 치네."

"어?! 홀 근처로 떨어지는데?"

"그, 그러게? 저게 힘으로 친다고 저렇게 날아갈게 아닌데?"


쏙.


.

.


"호, 홀인원이다!!!"

"어머머 세상에나! 내 죽기 전에 홀인원을 다보네 그려."

"이야 우리 지 기사 대박이다아!"


저기 저기서 터지는 환호성.


'으음! 짜릿해. 이 맛에 치는 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세한 힘 조절까지 마치니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홀인원이 가능할 것 같다란 생각이 적중했다.


난 그대로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분에 못 이긴 채 몸을 바들바들 떨며 나를 쏘아보는 천수아.


'그래 처음 겪는 패배감이겠지. 하지만 이게 마지막은 아닐 거다.'


나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곤 두 손으로 아이언을 받쳐 들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사장님께 전해드렸다.


"어, 어 그래. 고맙네."


여전히 사장님은 자신이 본 것이 현실인지 확인하기위해 볼을 꼬집어본다.


"가만. 여기 홀인원 이벤트도 하지 않아? 아까 수아가 그렇게 말했던 거 같은데?"


양 사장이 문득 박 회장의 딸이 말했던 홀인원 이벤트 내용을 떠올렸다.


-누구든 골프장에서 홀인원 할 경우 아묻따 3억 지급! 이벤트


"어머머 3억이야! 우리 지 기사 봉 잡았다 오느을!"

'사, 삼억?!'


나 역시 놀란 눈으로 사장님을 바라보자 우리 사장님이 한 마디를 던졌다.


"그래도 다행이네. 다른 팀도 아니고 우리 모임에서 그 돈을 타가는 사람이 있으니. 아깝진 않겠어 박 회장? 그 돈은 오늘 이체 바로 가능하지?"

"...."


*


"아까 그 박 회장의 표독스러운 표정을 봤나?"

"네, 분해 죽겠다던 표정이던데요."

'집을 모셔다 드리기 전까진 계속 저 이야기만 무한 재생일 것 같다.'


"푸흐흐. 오래 살고 볼 일이야. 그 가시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날이 올 줄이야."

"도착했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차에서 내린 나와 주인 할머니 그리고 르르.

할머니는 르르를 한번 보더니 말씀하신다.


"오늘 얘가 제일 욕봤네. 볼 치느라 맛난 간식 하나 못 사주고.."

'맛난 건 오늘 확인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오늘 받은 그 돈. 잘 챙겨서 애 맛난 것도 사주고 그래라."

"네 그래야죠."

"참. 이번 주는 집에서 쉬어라. 알바비는 그래도 약속한 게 있으니 챙겨줄게."

"네? 갑자기 왜요?"

"방금 문자 받았는데 박 회장 홧병나서 몸저누었단다. 아마 한 주는 삭혀야 할 테니 잘 쉬고."

"넵."

"돈이란 건 잘 써야 행복한 거다. 그러니 너무 흥청망청 쓰지 말고."

"네 알겠어요."

"그래."


주인 할머니가 집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내 바지 주머니 속에 잡히는 무언가를 꺼내본다.


인식표.

전면엔 '르르'라 적혀 있었고, 그 뒷면은 S.A♡RR이라 적혀 있었다.


르르의 목에 걸린 그것과 대조해보니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필체가 똑같았다.


"새로운 먹잇감 생겼다. 좀만 참아라."

"멍!멍!"


르르가 기다렸다는 듯이 짖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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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소년의 점심 23.05.13 88 2 13쪽
5 4화 소년 23.05.12 97 1 12쪽
4 3화 월세 23.05.11 108 1 12쪽
3 2화 능력 23.05.10 12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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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1 23.05.10 193 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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