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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글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반선(回歸半仙)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국룡
작품등록일 :
2021.01.18 09:52
최근연재일 :
2021.01.30 1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0,255
추천수 :
471
글자수 :
79,744

작성
21.01.25 11:00
조회
1,032
추천
16
글자
12쪽

4화. 검은 달(黑月)(5)

DUMMY

-회귀반선(回歸半仙)


4화. 검은 달(黑月)(5)




생사비무의 날이 밝았다.


비무시간인 정오까지는 두시진이 남았다.


태환은 조식을 먹고 동이와 함께 정원에서 아침 수련을 마친 뒤 별채로 돌아왔다.


수련 후의 지친 동이를 자기 침상에 오침시키고 조용히 거리로 나섰다.


태환은 청양거리를 걸으며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해 보았다.


오늘의 비무 또 장강수로와의 전면전 까지 자신의 남은 진원진기로 버틸 수 있을까? 스승에게는 진원진기라고 말을 하였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본원진기 즉, 생명 그 자체의 기력을 쓰는 것이었다.


개수혈을 한방에 없애버리고 장강수로의 졸개 또한 일격에 해치워 버린 그 힘은 그동안 쌓아 온 생명의 힘, 그 축적된 힘을 다 쓰게 되면 이제 수명을 대신 희생해야 하는 것이다.


천기를 읽는 것도 선법을 쓰는 것도 곧 수명으로 대체해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자신의 날씬해진 몸이 곧 그날이 옴을 말해주고 있다.


아마도 두 번 혹은 세 번 정도 전과 같은 힘을 쓰면 쌓인 진력은 소진되고 또 흑월과의 비무로 인해 오늘 그 날이 더욱 앞당겨질 터였다.


‘얼른 내공을 쌓아야 본원진기를 대체할 수 있다. 그리고 격투의 수를 선법대신 무예로 대체해야 한다.’


최소한의 진기 소모로 흑월을 이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태환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흑월은 일대일 결투로 상대를 해치우는 자객들 즉 비도문의 월영, 해남의 혈해랑 과는 다른 유형일 것이다.


무영자객 해심탄과 같이 자기를 숨기고 암기나 독으로 목표를 암살하는 유형.


일대일의 정면대결엔 다소 약하지 않을까.


인파들이 많은 곳에 나를 묻으면 연무나 뿌리는 가루 형태의 독은 사용하지 못할 것이고 다수의 암기를 날리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태환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저잣거리 한복판으로 향했다.


인파들의 틈에서 다시 태환은 고민했다.


이렇게 많은 인파들 중에 살기를 숨기고 자신에게 가까이 접근하여 순식간에 독묻은 비수를 긋는다면? 지금의 실력으로 피할 수 있을까?


태환은 사람들 틈에 자객이 자신을 숨길 수 없는 야산 근처로 향했다.


나무들로 둘러싸인 야산에서 태환은 다시 상상했다.


저 높은 곳 나뭇가지 사이나 나무그늘 사이 어딘가에서 독침이나 독화살 혹은 암기를 날린다면? 피하기만 하다가 그 중 하나가 스치기만 해도 끝나버리지 않을까..


다시 태환은 사방이 탁 트인 들판으로 향했다.


전면이 한 시야에 들어왔다. 자객이 숨을 곳도 없고 바람을 등지면 연막, 가루도 해를 끼치지 못할 것 같았다.


‘좋아. 이곳이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 가까운 걸로 보아 곧 정오가 될 것이다.


[고른 곳이 여기인가?]


전심술로 하는 말이 들렸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과연 여기서는 나의 수의 팔 할이 막히겠군. 그럼 시작해볼까.]


태환은 긴장한 눈빛으로 주위를 재빨리 훑었다.


평평한 들판이라고는 해도 얕은 구릉이나 군데군데 잡초더미와 관목들은 존재했다.


과연 낮고 작은 바람소리가 들렸고 태환은 재빨리 천풍신법의 수로 뒤로 물러났다.


방금까지 태환이 서있던 자리에 비수가 2개 지나가 땅에 꽂혔다.


비수는 예의 그 대나무 유엽비도. 암기의 수에는 제한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 뿐일까?


순간 다시 날카로운 느낌을 감지한 태환이 이번엔 뒤로 뛰어 올라 땅을 짚고 일장 가량 물러났다.


금속 날이 번뜩이는 원형의 물체가 몸을 스치고 지나가고 또 다시 땅에 대나무 유엽비도 세 개가 박혔다.


소리마저 나지 않는 원형비수는 태환의 솜털까지 솟아오르게 할 만큼 소름을 돋게 하였다.


날아오는 궤적이 변화무쌍하여 도대체 어디에서 투사되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다시 날아오는 원형비수 두 개를 급히 청명검을 뽑아 쳐냈다.


그리고 뒷걸음질을 하는 오른발에 땅에 있는 뭔가가 밟히고 노란 연기가 솟아오른다.


당황한 탓에 살짝 코로 들이마신 연기에서 마치 고춧가루 같은 매캐한 향이 느껴진다.


순간 눈앞이 흐려지는 찰나 눈앞에 검날의 빛이 반사 되는게 보여 반사적으로 천풍뇌벽검의 방어초식 풍뢰격(風雷擊)을 시전하였다.


-깡.


병장기가 맞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며 태환은 뒤로 밀려난다.


급히 진기를 끌어올려 독기운을 몰아낸 태환의 시야에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검은 단검을 든 흑월이 일장 앞에 꼿꼿이 서있다.


“제법 빠르군.”

“막는 것만 해도 급급합니다. 좀 봐주시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흑월은 제 말만 한다.


“자네가 들이킨 독은 비소에서 추출한 미혼산이네. 그런데 오래되어서 그런지 효과가 미약하군.”

“정녕 저를 죽이고 싶으신 겁니까?”

“...이건 살수의 삶을 정리하는 나를 위한 의식이기도 하네.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 이제부턴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겠네.”


순식간에 흑월의 신형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태환을 둘러싼 들판의 삼장 반경 여기저기에 신형이 보인다.


‘이 것은 분신영(分身影), 본체는 어디냐.’


머리 꼭대기에 떠 있는 태양이 그림자를 만들어 주고 있지만 여름의 뜨거운 열기에 데워진 대지는 아지랑이를 만들어 더욱 그 구별이 어려워지게 한다.


태환은 눈을 감아버린다.


시야에 의존하여 현혹이 되면 안된다. 그림자 마저도 감각을 속이는 수가 될 수 있다. 이건 그런 싸움이었다.


섬전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거대한 압력이 바로 머리 위에서 감지된다.


상승초식 비뢰검(飛雷劍)을 시전하며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태환의 검에 정수리를 노리고 내려 꽂히던 흑월의 흑단검이 부딪힌다.


그 순간 내기를 끌어올려 흑월의 왼팔을 폭뢰신권 투자결을 응용하여 올려 친다.


동시에 콩알 크기의 주머니가 터지며 연막이 터지고 흑월의 모습이 다시 보이지 않는다.


‘느낌이 있었다.’


숨을 멈춘 태환은 땅에 내려 앉자마자 낮게 몸을 낮추고 들판을 내달렸다.


순간 왼쪽에 느껴지는 검압.


청명검과 흑단검이 맞부딪쳐 불꽃이 튄다.


흑월은 더욱 더 가까이 태환에게 접근하고 태환은 그 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듯 거리를 벌린다.


-챙, 챙, 챙.


가까이에서 본 검은 단검은 파르스름한 기운이 날 전체에 흐르는 것을 보아 극독이 발라져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조금이라도 스쳐 생채기가 난다면 바로 절명하는 것이 확실!


그러나 종이 한 장 차이로 흑월의 모든 검초를 피해내고 또 튕겨낸다.


순식간에 열 합이 넘는 검격을 교환한 후 둘은 다시 떨어졌다.


아까 태환의 권에 맞은 왼쪽 팔이 부러진 듯 흑월은 왼쪽 팔을 늘어 뜨린채 오른쪽 팔만으로 검을 들고 있다. 입에는 고통을 삭일 수 있는 무언가를 씹고 있는 듯 하였다.


다시 검을 품에 집어넣은 흑월의 몸이 순간 떨리는 듯 하더니 눈에 안 보이는 무언가가 날아오는 느낌이 든다.


청명검을 휘둘러 걷어낸 후 검날을 보니 머리카락 보다 얇은 은사가 휘감긴 것이 보인다.


무지불식간에 어둠속에서 당한다면 하나 하나가 치명적인 살법들. 태환은 그 살초들에 감탄을 하고 만다.


흑월은 거대한 일성을 지르고 순식간에 오장여를 후퇴한다.


들판에서 시작한 사투가 이어진 곳은 근처의 야산이었다.


“삼년 동안 오로지 솔잎만을 던진 적이 있다. 바로 이 최후의 수를 위해서다. 어디 한번 감당해 보아라.”


흑월이 손을 모으고 내공을 모으는 듯 하더니 순간 근처 소나무의 솔잎들이 모두 곤두선다.


태환이 이 장관을 보고 있는 찰나에 흑월의 거침없는 손짓에 따라 거대한 솔잎 더미들이 흑월과 태환 사이의 하늘을 덮을 듯이 날아온다.


만천화우(滿天化雨)!

개개의 솔잎들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태환을 엄습한다.


순간 하늘이 검게 변하는 듯 태양을 가린다.


‘어쩔 도리가 없구나. 이건...’


태환은 진기를 소진하여 몸을 강철과 같이 만든다.


-파파파파팍.


수많은 솔잎들이 바늘과 같이 사방에 박힌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흑월은 다친 왼쪽 팔을 감싸고 자리에 주저 앉는다. 극심한 내공소진과 팔의 부상 때문인지 입에서 왈칵 핏덩이가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흐린 시야로 조용히 오른손의 단검을 움직인다.


태환은 비 오듯이 쏟아지는 무수한 솔잎을 맨몸으로 견뎌내었다.


‘큭.’


비틀거리는 태환의 시야 멀리로 흑월이 주저앉아 단검을 들어 자신의 목으로 가져가는 것이 보였다.


“안됩니다.”


순간 눈을 크게 뜬 흑월이 태환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의 흑월에게 다가가 단검을 빼앗아 든다.


“그냥 두어라, 난 이제 살 이유가 없다.”

“안됩니다. 아직 저랑 한 약조를 지키지 않으셨으니 죽으시면 안됩니다. 그리고... 살아 내셔야 좋은 날이 올 겁니다.”


흑월은 땅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울부짖었다.


아마도 월하향을 보내는 듯한 흑월의 울음은 그렇게 한참 지속 되었다.


늦은 저녁 둘은 청양거리 찻집에 앉아 있다.


태환은 복면을 쓰고 흑월은 인피면구를 쓴 채였고 이는 태환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그래, 내게 부탁할 것이 뭔가?”

“조만간 장강수로에서 쳐들어 올 듯 합니다. 그 때 힘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저를 제거했다는 거짓 소식을 전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건 하나를 죽여 열을 구하는 일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일에 흑도를 배제할 순 없지만 그들은 이미 썩은 고름과도 같습니다. 도려내는 수밖에 없지요.”

“알겠네만 내 팔이 이리 되어 버렸으니 난감하군.”

“... 팔을 잠시 저한테 맡겨 보십시오.”


태환은 흑월의 팔을 잡고 진기를 끌어올려 치료를 시작한다.


순식간에 부러진 뼈가 붙고 죽은 살이 살아난다.


“자넨...도대체...”


흑월은 태환을 놀란 듯이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젓고 만다.


그 모습을 본 태환이 말한다.


“이로써 저는 도박에도 지고 거기에 빚까지 져 버린 셈이군요. 이제 필히 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알겠네. 믿게나. 그리고 혹시 암기술이나 독공을 배우고 싶으면 말하게.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준 은인이니..”

“조만간 가르침을 청하겠습니다.”


태환은 포권을 하고 자리를 떴다.


흑월은 미뤄 놓았던 일과 당면한 일을 하기 위해 역시 동시에 일어났다.


그 무렵 남궁연은 서가 저택에 도착하여 태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모든 얘기는 서태주와 끝내 놓은 상태.


내일이라도 장강수로 수적 떼들을 상대할 수 있는 준비를 다 해 놓았다.


이제 와서 자객 따위야 무슨 변수가 되랴. 수적 놈들도 이미 기습 따위는 포기한지 오래일 것이다. 소문은 소문대로 다 퍼져 나갔고 다만 기대하는 바는 본채의 지원군뿐일 터..


차라리 먼저 쳐들어 가는 것이 옳을지 더 기다릴지 선택만이 남은 것이다.


“어디를 갔길래 이리 늦는고...”


대문 밖에서는 남궁휘와 장호안이 청양주민들에게 등잔불을 밝힐 기름을 나누어 주고 있다. 해가 지면 각자의 집 앞을 등불로 일정시간 밝히는 게 법이었는데 장강수로의 행패에 기름조차 살 돈이 없는 집들에게 서가장에서 기름을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하염없이 열린 대문을 쳐다보며 본채 정원을 서성거리는 남궁연을 발견한 태환이 조용히 담 위에서 내려온다.


“스승님. 제자 돌아왔습니다.”


목소리를 낮추어 말을 건다.


“네 어딜 다녀오는 게냐? 얼마나 기다린 줄..”


남궁연은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는 태환을 보며 말소리를 낮춘다.


“무슨 일이 있는 게냐?”

“스승님 처소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둘은 조용히 남궁연의 처소로 향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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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화. 흑룡채(黑龍寨)(5) 21.01.30 769 9 12쪽
14 5화. 흑룡채(黑龍寨)(4) 21.01.29 823 11 11쪽
13 5화. 흑룡채(黑龍寨)(3) 21.01.28 875 11 11쪽
12 5화. 흑룡채(黑龍寨)(2) 21.01.27 900 13 12쪽
11 5화. 흑룡채(黑龍寨)(1) 21.01.26 959 14 12쪽
» 4화. 검은 달(黑月)(5) 21.01.25 1,033 16 12쪽
9 4화. 검은 달(黑月)(4) 21.01.24 1,033 17 11쪽
8 4화. 검은 달(黑月)(3) 21.01.23 1,090 19 12쪽
7 4화. 검은 달(黑月)(2) 21.01.22 1,186 19 12쪽
6 4화. 검은 달(黑月)(1) 21.01.21 1,332 18 12쪽
5 3화. 개사냥(3) 21.01.20 1,359 24 12쪽
4 3화. 개사냥(2) 21.01.19 1,417 22 12쪽
3 3화. 개사냥(1) 21.01.18 1,543 25 12쪽
2 2화. 다시 태어나다. +2 21.01.18 1,762 28 12쪽
1 1화. 다시 죽다. +3 21.01.18 2,101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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