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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글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반선(回歸半仙)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국룡
작품등록일 :
2021.01.18 09:52
최근연재일 :
2021.01.30 1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0,241
추천수 :
471
글자수 :
79,744

작성
21.0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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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화. 검은 달(黑月)(4)

DUMMY

-회귀반선(回歸半仙)


4화. 검은 달(黑月)(4)




극도로 주의하며 조용히 방문을 연 것도 무색하게 낮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저 이야기를 하러 왔네, 검을 놓고 앉게.”


태환은 상대에게 살의가 없음을 확인하고 검을 다시 검집에 넣고 반대편 자리에 앉았다.


“혹시..”

“그래, 내가 흑월이네. 자네를 암살하러 온 자이지.”


뒤에서 듣고 있던 동이가 그 소리에 흠칫 놀라며 태환을 바라 본다.


“동아, 괜찮으니 가서 차 좀 내오거라.”


동이는 태환과 흑월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밖으로 쪼르르 달려 나간다.


“이런 행동은 자객의 미덕이 아니지 않습니까?”

“나를 비난해도 좋고, 조롱해도 좋네. 이미 자네에게 난 자객이 아니니..”

“어떻게 그렇게 된 겁니까?”

“내가 여기 오자마자 뭔가 수작을 부린걸 알고 있네. 그 덕에 내 삶을 반추해 볼 수 있었지. 원망보단 고마움이 크니 개의치는 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십니까?”

“그냥 자네랑 얘기를 하면 뭔가 후련해질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만족하실 때까지 말씀하십시오.”


마침 동이가 차를 가지고 와서 탁자위에 찻잔과 차주전자를 내려 놓고 각 잔을 채운다.


“동아, 이제 네 처소로 가서 쉬거라.”

“네, 공자님.”


걱정스런 표정의 동이가 나가는 걸 본 후 흑월은 찻잔을 손에 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 인생은 살인으로 점철되어 있는 삶이었네. 알다시피 나는 한때 자객으로 이름을 날렸지. 사천당문의 장자로서 또한 당문 일류고수로서 가문의 앞날에 위협이 되는 자들을 제거하는 것이 주 임무였지. 극비로 하는 임무였지만 어느샌가 소문은 새어나가 천하 오대자객에 내 이름이 올라오더군.”


차 한 모금을 마신 흑월이 다시 입을 연다.

“물론 어린 치기에 나의 이름이 떠받들어지는 것이 싫지만은 않았지. 그리고 물론 그 위명은 수많은 살인 위에 이뤄진 거고..”

“소위 강호라고 불리우는 곳에서 살인이란 밥먹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거 아닙니까?”

“자네 말이 맞아. 난 그 살인이라는 행위에 어떠한 의미부여도 하지 않았지..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행위였으니까. 적어도 보름 조금 전까지..하지만 여기 이 서가 저택에 오니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더군. 그 날 이후부터 나는 너무 감상적이 되었어. 이게 만약 자네의 어떠한 수에 의한 거라면... 그래.. 나의 암살은 이미 그때부터 실패한 거라 볼 수 있지.”

“제가 쓴 수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수는 저도 목숨을 걸은 것이라고만 말해두죠. 그리고 그 것이 일종의 도박이라는 것도”

“그런가..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이 흑월이 이제 살수로서의 삶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로 부족하진 않지.”


다시 차 한 모금을 입에 털어 넣은 흑월은 잠시 뜸을 들인다.


“자넨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가?”

“저는 아직 남녀간의 사랑을 모릅니다.”

“...나는 스물다섯의 나이에 처음 여자란 존재에 마음을 뺏겨 버렸네. 그리고 그건 내 아버지가 새로 들인 첩, 이른바 새엄마란 존재였지. 세간의 법도가 허락하지 않는 잘못된 사랑이었지. 하지만 처음 알게된 그 강렬한 감정에 난 맹렬히 빠져들었어. 그 때서야 세상의 많은 노래가 왜 사랑을 주제로 하는지 이해가 되었지. 그건 난생 처음 겪어보는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는 강렬한 어떤 것이었거든.”

“그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으셨다 들었습니다.”

“그래, 모든 것.. 지위, 명예, 돈.. 나에게 남겨진 건 인면수심, 불구대천의 불효자란 불명예 뿐이었지. 하지만 그때는 그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 그저 그 여자만 내 곁에 둘 수 있다면 다른 모든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사소한 것이었지.”

“사랑이라는 걸 아직 모르는 저로서는 그게 어떤 것인지 모르겠군요.”

“곧 알게 되겠지. 그건 필연적인 것이니까.. 하지만 자네는 정상적인 과정을 겪게 될 거 같구먼. 뒤틀린 나에겐 그 정도가 딱 알맞는 것 이었을 테지.”


태환은 잠시간의 침묵으로 흑월이 자신이 남긴 여운을 음미하게 하였다.


“한데 무슨 연유로 장강수로의 의뢰를 수락하신 겁니까?”

“나는 그 사건으로 인해 반죽음 상태로 당문 감옥에 갇혔었지. 그 때 날 돌봐준 여인이 있었네.. 내가 모든 걸 잃고 추방당했을 때 영문은 모르지만 그 여자는 날 따라나왔지. 그리고 같이 살기 시작했어. 그 여자는 폐인인 날 먹여 살리기 위해 기루에서 일하며 나를 거둬먹였지... 후후..창녀와 살인자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나? 하지만 스스로를 갉아 먹는 것도 모자라 그 여자까지 시들어가게 할 순 없었어. 해서 난 그 여자를 내 쪽에서 먼저 놓아주었지. 원할 때 한 가지 부탁은 들어주리라 약조하고.. 그런데 뜬금없이 장강수로채 졸개 하나가 나를 찾아와 자기 누이인 그 여인의 부탁이라며 자네 암살을 의뢰하더군.”


미간을 찌푸린 태환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저는 여인과 원한관계가 맺힐 일이 없는데요.”

“그래, 그 것이 또한 내가 자네를 죽일 수 없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네. 네가 조사한 바에 의해서도 그렇고 내가 여태껏 본 자네를 봐도 아마도 뭔가 잘못 된 것 같아서. 이 또한 명백하게 밝히고 싶은 부분이군.”

“다행이로군요. 이제부터는 살인을 안 하실 겁니까?”

“살인은 계속하기로 했네, 하지만 그건 하나를 죽여서 열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단 마지막 한번만 제외하고.”

“그 한번은 무엇입니까?”

“나는 자네랑 목숨을 건 비무를 하기로 결정하였네.”

“그건 꼭 필요한 것입니까?”

“이건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든 자네에 대한 복수이기도 하고 또 새로 태어나고자 하는 나의 의식이기도 하고 또 자네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이기도 하지.”

“그럼 피할 수 없겠군요..제 도박은 결과적으로 실패했군요.”

“자네의 도박에 대해선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네, 이 비무는 피할 수 없지. 하지만 난 자객으로서 이를 행할 수 밖에 없다네. 자네가 말한 자객의 미덕 때문에 말이지. 시간은 명일 정오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암살에 장소따윈 의미가 없으니 자네가 있는 곳에서 부터.”

“좋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 비무에서 제가 이긴다면 저의 청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그건 자네가 나를 이기면 그 이후에 들어보도록 하지. 혹시 누구라도 죽게 되면 무의미한 것이고.”

“네, 그럼.”


고개를 숙였다 든 태환 앞에 이미 흑월의 모습은 없었다.


‘살수와의 일대일 비무라. 하하. 어떤 것일지 상상이 안되는군. 하지만 이미 나의 도박은 실패했다.. 다시 진기를 써야 하는가.. 후일이 걱정이 되는구나..’


태환은 비교적 진기 소모가 적은 술법을 써서 이 사태를 아무 사건 없이 넘기려고 하였다.


살기가 포착된 그 날부터 상대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른바 동심법(動心法)을 이행하였는데 진기의 소모는 적었으나 결과적으로 대결은 막지 못하게 되었고 또 다시 진기를 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


그 시각 남궁연은 휘하의 무사들과 함께 장강수로십팔채 본채 채주인 무심극(無心戟) 금오조(金烏鳥)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


남궁세가에서 미리 요청해 놓은 면담 신청이 의외로 쉽게 받아들여지자 남궁연은 의아하였으나 한시가 급박하니 함정의 가능성도 차치하고 바로 달려 온 것이다.


금오조는 심지어 자신들을 모셔 가기 위해 배도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강소성 강포 근처에 위치한 장강수로 본채 묵룡채까지 장강을 따라 수적들의 쾌속선을 타고 이동하니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았소. 이리 앉으시지요. 여봐라. 손님들께 차를 내오거라.”


그의 자리 옆에는 그를 무심극이란 별호로 만든 애병기 흑철극이 벽에 기대어져 있었고 예상과는 달리 행동거지가 점잖은 인물이었으며 나이도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았다.


수적 두목답지 않은 관상을 살핀 후 남궁연이 말을 꺼냈다.


“말이 통하시는 분 같으니 각설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말해보시오.”

“흑룡채와 저희 남궁세가의 사돈이신 청량의 서가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일촉즉발의 대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으실 겁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금오조가 입을 연다.


“사실 언제고 터질 일이라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소. 흑룡채주 개운방의 끝없는 욕심은 이미 천하가 다 알고 있는 것이고 그 탐욕이 무력이 약한 주위 지부까지 다 삼키고도 모자라 결국 더불어 살아야 하는 동지..라고 하면 이상하겠군.. 동반자 정도로 해두겠소. 동반자 까지 집어 삼키려고 든 건 분명 잘못된 것이었소.”

“하여 저희가 흑룡채를 방문하여 좋게 끝냈다고 생각을 하였지만 개운방의 생각은 다른거 같더군요. 결국 현재 상태로서는 공존은 불가한 것이지요.”

“어쩌실 생각이시오?”

“오는 길에 보니 이미 원군을 다 꾸려 놓으셨더군요.”


대답없이 빙그레 웃던 금오조가 찻잔을 내려놓고 말한다.


“그래도 명색이 총채주인 위치라 비록 허물이 많은 식구긴 해도 구원의 청을 물리치진 못하였소. 우린 알다시피 근본이 도적떼라 의리를 빼면 살아남지 못하거든.”

“물없이 물고기가 살 수 있습니까? 메기도 주위에 미꾸라지가 많아야 살 수 있는 법이지요. 지금 흑룡채를 향한 민심을 모르시진 않을 테지요?”

“끄응~”


남궁연의 핵심을 찌르는 말에 금오조가 무거운 신음을 울리며 의자에 깊숙이 잠긴다.


비록 수적떼이지만 또 다른 기능으로 장강의 치안을 담당한다. 그로 인해 주민들의 인식은 필요악이 되는 것이고 그리고 조직의 영입도 주위의 마을에서 호구지책을 구하는 주민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보니 결국 수적들 그들 자신만으로는 존속해 나갈 수 없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건 사실 우리로서도 골칫거리기도 하오. 그리고 상납금을 빼돌리는 개운방을 탐탁치 않아하는 채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물론 정해진 납입액을 어기진 않지만 그것 또한 주민들의 선망이 높은 서가를 옥죄어 만든 거란 걸 모르는 게 아니오.”

“흑룡채 부채주의 죽음에 마을이 온통 잔칫날 같았다는 사실이 이 모든 것을 반증해 주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흐음~.”


채주는 눈을 감고 깊은 고민을 하는 듯 하다.


남궁연이 금오조에게 전음술로 속삭인다.

[제가 서가장 가주인 형님을 설득하여 따로 채주님 앞으로 상납금을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쐐기였을까?


금오조는 고민을 중단하고 남궁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그것이 무언의 긍정이라는 것을 남궁연도 알아챘다.


고개를 끄덕인 남궁연을 마주 보고 금오조도 같이 고개를 끄덕인다.


곧 묵룡채를 빠져나온 남궁연 일행이 다시 쾌속선을 타고 본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본가의 장문인들과 함께 의논을 한 뒤 각자의 역할을 배분하여 흩어졌다.


남은 것은 태환의 숙제이다.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궁금하였지만 그 일의 귀결에 상관없이 자신의 힘만으로도 능히 이번 사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남궁연은 확신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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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5화. 흑룡채(黑龍寨)(4) 21.01.29 822 11 11쪽
13 5화. 흑룡채(黑龍寨)(3) 21.01.28 875 11 11쪽
12 5화. 흑룡채(黑龍寨)(2) 21.01.27 899 13 12쪽
11 5화. 흑룡채(黑龍寨)(1) 21.01.26 957 14 12쪽
10 4화. 검은 달(黑月)(5) 21.01.25 1,032 16 12쪽
» 4화. 검은 달(黑月)(4) 21.01.24 1,033 17 11쪽
8 4화. 검은 달(黑月)(3) 21.01.23 1,089 19 12쪽
7 4화. 검은 달(黑月)(2) 21.01.22 1,185 19 12쪽
6 4화. 검은 달(黑月)(1) 21.01.21 1,332 18 12쪽
5 3화. 개사냥(3) 21.01.20 1,358 24 12쪽
4 3화. 개사냥(2) 21.01.19 1,416 22 12쪽
3 3화. 개사냥(1) 21.01.18 1,541 25 12쪽
2 2화. 다시 태어나다. +2 21.01.18 1,761 28 12쪽
1 1화. 다시 죽다. +3 21.01.18 2,101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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