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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글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반선(回歸半仙)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국룡
작품등록일 :
2021.01.18 09:52
최근연재일 :
2021.01.30 1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0,25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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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9,744

작성
21.01.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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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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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검은 달(黑月)(1)

DUMMY

-회귀반선(回歸半仙)


4화. 검은 달(黑月)(1)




흑룡채에서 복귀한지 이틀 후 아침이었다.


서태주는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 산책을 하다 대문을 지날 때 밖에서 들리는 소란스런 소리에 놀라 하인들에게 무슨 소리인지 확인할 것을 종용했다.


“주인 어르신, 속히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웃음을 띤 하인의 얼굴을 보니 나쁜 일은 아니겠거니 싶어 그를 따라 대문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대문을 열자마자 일단의 무리들이 너도 나도 소리친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그간 얼마나 맘고생이 심하셨습니까요?”

“경사로운 일에 감축드립니다.”


청양거리 일대의 상인들과 주민들이 한데 모여 저마다 뭐라고 외치고 있어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으나 요는 장강수로 패거리들이 거리에서 싹 사라졌고 들은 풍문으로 서가의 영웅호걸들이 흑룡채에 몰려가 본 때를 보여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 였다.


서태주는 한 껏 부풀어 오른 가슴을 내밀면서 호기롭게 외쳤다.


“자, 자.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오늘 정오에 본저 정원에서 잔치를 벌일 것이니 모두들 내방하시어 즐기시길 바랍니다.”


-와아아아.


흥분한 사람들은 여기저기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진다.


서태주가 머릿셈할 것도 없이 운송비와 상납금의 정상화는 이런 잔치 쯤 매일 열어도 될 만큼의 이문인 것이다.


정오가 지나 과연 청양 사람 절반은 모인 것처럼 서가장의 정원이 붐볐다.


서태주를 비롯한 식구들은 일렬로 도열하여 오는 손님들과 일일이 인사하고 특히 서태환은 그를 칭송하는 소리에 귀가 멍할 정도였다.


하루 아침에 태저 서태환은 태웅(太雄) 서태환이 되어 있었다.


그 먹고 마시고 소리치는 난리 통에 자신을 숨기며 자기를 주시하는 눈빛 하나를 서태환은 모른 척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 물러간 저녁 유시말(7시)경이 되어서야 남궁연은 서태환을 자신의 처소로 불렀다.


“외숙부님. 태환 여기 왔습니다.”

“그래, 여기 앉아 보거라.”

“오늘 오후에 뭔가 심상치 않은 놈 하나가 사람들 틈에 섞여있더구나.”

“네, 저도 느꼈습니다.”

“... 뭐라고 생각하느냐?”

“딱히...잘 모르겠습니다.”


정확히 감은 잡히지 않으나 어제의 천기를 보아하니 그건 나를 노리는 자 임이 분명하였다. 이른바 자객이란 것이다.


“나는 그 놈에게서 미처 숨기지 못한 살기를 느꼈다. 그리고 그건 너를 향한 듯 하더구나. 아마도... 자객이겠지.”

“묘책이 있는지요?”

“네가 말하기를 진원진기를 익혔다고 하였느냐. 나는 사실 서책에서만 보았을 뿐 진원진기가 뭔지 직접 본 적이 없다. 그건 선천진기와 어떻게 다른지 또 통상 말하는 내공과는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구나. 이리 앉아 보거라.”


남궁연은 태환의 등에 손을 대고 내기를 불어 넣었다.


비록 모든 것을 샅샅이 다 알아낼 만큼은 안되나 최소한 기의 성질 정도는 확인할 수 있을 터..


과연 자신이 주입한 내기가 조용히 태환의 몸을 감돌다 어느 순간 흡수되어 사그러 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마에 땀을 흘리며 내기의 순환을 쫓던 남궁연은 이내 손을 떼고 말했다.


“다행히 나의 내기가 너의 진원진기와 잘 융합이 되는구나. 흡수가 되는 건 이례적이지만. 내 거두절미하고 물으마.”

“하문 하십시오. 외숙부님.”

“너도 알다시피 당금의 남궁세가에 나 이외엔 이름난 고수가 없다는 건 알고 있을게다. 그리고 어제 보니 너는 아직 검, 권, 심, 보법 일체에 문외한이니 나의 제자가 되어 일련의 법들을 익히고 또한 남궁세가의 일원으로 외가의 위명을 높이도록 하는 게 어떻겠느냐?”


‘외숙부님은 후에 천하 삼협중 하나인 절정고수가 되신다. 그건 후에 일어날 어떤 기연에 의해서이지만 후일을 위해 친분을 굳힐 수 있는 지금이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태환이 일어서서 포권을 하며 말한다.


“이제부터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래, 내가 고맙구나. 비록 내 아직 절정고수에는 미치지 못하나 너에게 길 정도는 닦아 줄 수 있을 듯 하니 이 외숙부를 믿고 따라와 주길 바란다.”


자리에서 일어난 남궁연은 짐을 뒤져 검 하나를 들고 온 후 태환에게 건네준다.


“이 검을 사제 맹세의 증표로 삼으마. 당분간 본저에 머물면서 너를 지도토록 하겠다.”


한 눈에 보기에도 청아한 빛을 발하는 검날이 박힌 검이었다. 그 날 위에 각인된 이름은 ‘청명검(淸明劍)’


두 손으로 검을 받아든 태환이 말한다.


“잘 쓰겠습니다. 스승님. 한데 한 가지 청이 있사옵니다.”

“말해보아라.”

“제 시동 동이도 제자로 받아 같이 수련케 하여 주십시오.”

“그건 무슨 연유에서냐?”

“외숙부님에게만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장강수로와의 일이 이렇게 간단히 정리되리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분명 후사가 더 있을 것이니 이를 모두 정리한 후 잠시 수행을 떠나고자 합니다. 그 때 제 시동이랑 같이 하고자 하니 제 몸 하나는 지킬 수 있도록 하려 함입니다.”


고개를 끄덕거린 남궁연이 말한다.


“자고로 사내라면 넓은 세상을 겪어봐야지. 그래 알겠다. 내 너의 청을 들어주마.”

“스승님의 깊은 헤아림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그 날 이후의 태환과 동이의 하루들은 온전히 수련으로만 채워졌다.


본가에 기별을 한 남궁연은 오로지 태환과 동이를 가르치는데 전심전력을 다하였다.


수련기간 동안 느껴지던 심상찮은 시선은 때로는 하루 종일, 때로는 한시진 동안 이어지기를 벌써 보름이 넘어가고 있었다.


“노골적인 살기가 느껴지느냐?”

“네, 벌써 보름이 지났습니다. 아무래도 보통 놈이 아닌 거 같습니다.”

“니 말이 맞다. 진정한 자객의 조건은 인내심이라고 들었다. 표적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심지어 그 자신도 모르는 버릇까지 온전히 제 손아귀에서 모든 것이 판단된다고 여길 때 그들은 행동에 들어간다. 내 본가에 문의를 해 놓은지도 보름이나 아직 별다른 정보가 없는걸 보니...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구나.”

“그 정도나 되는 녀석이면 이 살기도 일부러 흘리는 거 아닐까요?”

“지속된 살기에 지쳐서 주의가 흐려지는 걸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다만..”

“이것도 흑룡채랑 연관이 있는 걸까요?”

“아마도 그렇겠지.. 그 외엔 얽힌 은원관계가 없으니.. 기다려 보자. 본가에서 서신이 올 때까지.”


서태환은 남궁연으로 부터

천풍뇌벽검(天風雷碧劍)

폭뢰신권(爆雷神拳)

천풍신법(天風身法)

을 사사받고 심법은 내기를 상단전으로 축기 할 수 있도록 수련하였다.


동이는 기초인 삼재검법과 육합권과 내공 수련을 하였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 드디어 남궁세가에서 서신이 도착했다.


+++++


자객 흑월이 서가장을 감시한지 벌써 보름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보름하고 하루 전 은거해 있던 흑월을 찾아 온 이는 장강수로십팔채 중 안휘에 위치한 흑룡채의 수하라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방문자의 말이 끝난 후 흑월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리듯이 내뱉었다.


“내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고 날 찾아 왔지? 대답 여하에 따라 너의 목숨이 왔다 갔다하니 잘 생각하고 입을 놀려라.”


동굴 안 그림자에서 음산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철두공 동패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흑월님의 위명은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요. 하지만 워낙 신출귀몰하시고 돈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일을 고르신다 하니 그 위명에 비해 업적은 알려진 게 없다시피 합니다. 이미 최근 오년간 활동도 없으셨고요.”


잠시 뜸을 들이다 다시 입을 연다.


‘아직까진 괜찮은가 보군.’


“허나 제 누이동생이 사천당문의 하녀로 있다 얼마 전에 귀향하였는데 파문된 흑월님이 마침 구화산에 은거해 있다는 얘기를 하더이다.”


흑월이 움찔하는 것을 동패는 놓치지 않았다.


‘넘어오고 있다.’


“네, 바로 제가 따지고 보면 흑월님의 처형이 되는 사람입니다.”


깊은 한숨이 동굴 안에서 새어 나온다.


“누이의 이름이 당아랑이던가?”

“바로 맞췄습니다.”

“무엇을 원하는가? 당아랑과의 인연은 끊어진지가 좀 되었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구나.”

“따지고 보면 남남이지만 흑월님이 사천당문에서 고초를 겪으실 때 제 누이가 도와 드린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하여 염치 무릅쓰고 청을 드리러 왔습니다.”

“네 약조한 바가 있으니 말해보게.”

“청양 서가의 장남 서태환을 죽여주십시오.”

“누구인지 뭐하는 놈인지 묻지 않겠다. 다만 의뢰된 목표라는 것이 나한텐 중요한 것이니.. 그리고 앞으로 나를 다시 보는 날이 너의 마지막 날이 될 터이니 그리 알아라.”


동패는 잠시 기다리다 동굴 안을 들여다 보았다. 거기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


+++++


서신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남궁세가의 정보력으로 구파일방에 문의한 결과 당금 무림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객 중 그 소재가 파악된 자가 셋, 비도문의 월영, 무영자객 해심탄, 북해빙궁 설흔자 소재불가가 둘 사천당문 흑월, 해남의 혈해랑 이 있다. 이 중 현재 안휘 쪽에 은거해 있다는 흑월이 시간, 소재상의 근거로 살수로서 제일 유력하고 그 의뢰 주체는 장강수로 흑룡채로 추정된다. 이상.]


“이정도 정보로구나. 워낙 은밀히 움직이는 자들이다 보니 몇 줄 안되는 정보에 시간이 많이 걸렸구나.”

“흑월이라.. 외숙부님은 들어 본적이 있는 이름이옵니까?”

“이미 운신을 않은지 오년이 되었다고 들었다. 사천당문에서 모종의 사건으로 갖은 고문 끝에 겨우 살아나서 추방당한 후론 본 사람이 없다고 하지.”

“사천당문은 뭐하는 곳이옵니까?”

“사천당문은 암기술과 용독(用毒)으로 유명한 세가이다. 하지만 그들도 정파인지라 대놓고 독을 쓰진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서 쫓겨난 자객이라면 말은 다 한 게지.”

“독이라.. 다른 식구들한테 피해가 가면 안될텐데..”

“내가 아는 흑월이라면 그 자신의 위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너 하나만 노릴 테니 그 점은 안심 하거라.”

“장강수로 녀석들을 찾아가서 추궁을 해볼까요?”

“아니다, 확실한 물증이 잡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날로부터 일절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변고를 느낀 건 몇일 뒤 조식 자리였다.


“어머니, 저희 집 숙수장이 바뀌었습니까?”

“벌써 십 년째 왕요라는 사람 그대로인데. 왜 그러는 게냐?”

“아닙니다, 소자. 조식이 너무 맛있는지라 다만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이제 살도 많이 빠져 보통사람과 똑같이 되었으니 많이 먹어도 무방할 것이다. 많이 많이 들거라. 내 아들.”


‘이건 독 맛인가 보군.’


슬며시 먹던 죽그릇을 내려 놓고 가운데 접시에 수북히 쌓인 만두를 하나 집어 들어 입에 넣는다.


‘이건 이상 없군.’


공동으로 손을 대는 음식은 괜찮고 자기한테만 나오는 음식은 다 미묘한 씁쓸한 맛이 느껴졌다. 생각없이 그냥 먹으면 넘길만큼 극히 미미한 차이였다.


‘시작인가 보구나.’


태환은 그 아침으로부터 신변의 모든 것에 더욱 주의를 기울였다.


때로는 신발 안에 자세히 봐야 겨우 보일 만한 머리카락 굵기의 얇은 바늘이 있었고 또 어느 때는 방안 구석에서 조금씩 눈에도 잘 안 보이는 미세한 연기가 피어날 때도 있었다.


차라리 눈앞에 나타나면 한 방에 해치울 자신이 있으련만. 이런 방식의 공격에는 익숙치 않은 태환은 고민을 하였다.


늘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심신이 피곤하였다.


꼭꼭 숨어서 집요하게 자기를 노리는 이 살수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차라리 선법(仙法)을 써서 한 번에 녀석의 숨통을 끊을까?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흔든다.


‘아직은 안된다. 아직은...’


그 때 미세한 바람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그 소리에 고개를 급히 뒤로 뺌과 동시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눈앞을 스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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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화. 흑룡채(黑龍寨)(5) 21.01.30 769 9 12쪽
14 5화. 흑룡채(黑龍寨)(4) 21.01.29 823 11 11쪽
13 5화. 흑룡채(黑龍寨)(3) 21.01.28 875 11 11쪽
12 5화. 흑룡채(黑龍寨)(2) 21.01.27 900 13 12쪽
11 5화. 흑룡채(黑龍寨)(1) 21.01.26 959 14 12쪽
10 4화. 검은 달(黑月)(5) 21.01.25 1,033 16 12쪽
9 4화. 검은 달(黑月)(4) 21.01.24 1,033 17 11쪽
8 4화. 검은 달(黑月)(3) 21.01.23 1,091 19 12쪽
7 4화. 검은 달(黑月)(2) 21.01.22 1,186 19 12쪽
» 4화. 검은 달(黑月)(1) 21.01.21 1,333 18 12쪽
5 3화. 개사냥(3) 21.01.20 1,359 24 12쪽
4 3화. 개사냥(2) 21.01.19 1,417 22 12쪽
3 3화. 개사냥(1) 21.01.18 1,543 25 12쪽
2 2화. 다시 태어나다. +2 21.01.18 1,762 28 12쪽
1 1화. 다시 죽다. +3 21.01.18 2,101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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