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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글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반선(回歸半仙)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국룡
작품등록일 :
2021.01.18 09:52
최근연재일 :
2021.01.30 11: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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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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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9,744

작성
21.01.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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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개사냥(3)

DUMMY

-회귀반선(回歸半仙)


3화. 개사냥(3)




방 안의 사람들이 무슨 소리인가 하고 고개를 돌렸을 때 좌중의 시선은 서태환 보단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앉아 있던 개수혈의 상반신 없는 시체에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곧 태환의 손에 들린 박달나무 몽둥이로 옮겨 갔다.


몽둥이는 피범벅이 된 채로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가장 놀란 것은 채주 개운방 이었다.


개운방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그러나 빠르게 눈앞에 전개된 이해 못할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서태주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멍해진 정신을 부여잡고 머리 속의 주판알을 필사적으로 튕기기 시작하였다.


남궁연 또한 목전에 펼쳐진 상황을 아직 완전히 해석하지 못하였지만 곧 남궁세가와 서가장에서 동원할 수 있는 인원과 장강수로 흑룡채의 머리수에 대해 계산하기 시작했다.


곧 서태주의 계산이 정리되었다. 결론은 이건 아무래도 돈으로 무마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이에 그냥 일으킨 몸을 의자에 내려 앉혔다.


남궁연도 빠른 계산 끝에 일단의 전면전에서는 역시 우리 쪽이 유리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뒤 자리에 앉았다.


개운방의 계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과 순식간에 모든 것이 꼬여버린 자신의 계획안에서 갈팡질팡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닳고 닳은 채주답게 의연한 척 좌중들이 앉아 있는 탁자가 아닌 창문 가까운 자신의 서탁으로 가서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자기에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서태환을 애써 못 본 척 무시하며 손을 상위에 나란히 모았다.


아마도 반격의 의사가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무의식에서 나온 본능적 행동일 것이다.


“어이.”


말을 건네며 서태환이 피에 절은 몽둥이를 상에 짚으며 얼굴을 개운방 쪽으로 숙였다.


잠시 눈알만 굴려 서태환의 얼굴을 힐끗 본 후 시선을 전방으로 고정하는 개운방이었다.


‘시발, 시발, 시발.’


서탁 밑에 숨긴 다리가 덜덜덜 떨렸다.


곁눈으로 동생의 사체를 흘낏 보고 다시 전방으로 시선을 고정시킨다.


개운방은 다섯 살 이후 자기가 한 악행들을 지금 되짚어 보고 있다. 몇 명을 죽였는지 자기가 훔친 재물들이 얼마나 되는지 또한 장강수로 본채 몰래 빼돌린 황금이 얼마인지 그걸로 사먹은 영약이 얼마나 되는지 이 대목에서 잠시 용기가 솟는 듯 하였으나 피묻은 몽둥이가 시야에 잡히자 급히 치기를 지워버린다.


나무몽둥이로 사람의 상반신을 지워버리는 놈을 어떻게 당해낼 것인가.


“야.”


다시 못 들은 척 앞만 쳐다 본다.


“하아.”


자신이 품은 의문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개운방은 그 사실만이 자신의 계획에서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의문의 소지를 남겨두면 모든 것이 어그러진다는 자신의 원칙이 옳은 것이었다.


그제야 상황은 명쾌하게 정리되었다. 무조건적인 복종만이 당면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이번에도 대답안하면 죽는다. 광구.”

“네, 넷. 서태환 공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개운방이 서태환 앞에 꼿꼿한 자세를 취한다.


“내 말 잘 들어라. 오늘 작은개도 잡고 큰 개도 잡으려고 했거늘 내 한 번 더 자비를 베풀어 본다. 앞으로 우리 서가에 장강수로 놈들이 하나라도 보이면 내 다시 여기 올 것이니 명심토록 해라. 내 다짐이 결코 엄포만이 아님을 여기 이 몽둥이를 보면서 나날이 되새겨라.”


말을 마침과 동시에 서태환은 몽둥이를 거꾸로 잡고 창문 옆의 돌 벽에 박아 버린다.


-꽝.

소리와 함께 몽둥이는 돌 벽에 세 치도 넘게 박혀버린다.


거침없이 돌아선 서태환이 말한다.


“아버님, 외숙부님. 이제 그만 돌아가시지요.”


넋이 나간 서태주를 이끌고 남궁연이 일어선다.


“그래, 가자. 환아.”


남궁연은 운신을 서두른다.


일단 이 사태는 차치하고 혹시 모를 전투에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방 밖으로 나가려던 서태환이 돌아서서 개운방을 노려보며 말한다.


“운송비와 상납금은 시세와 같이 해 줄 터이니 딴 마음 품지 말고 찌그러져 있어라. 알겠냐?”

“네, 넵.”


다시 부동자세를 취하며 대답하는 개운방의 바지는 자신의 실금으로 젖어 있었다.


본채를 빠져 나가는 서태주 일행을 쳐다보는 장강수로 수적 떼들의 눈은 의문으로 가득 차 있다.


‘두목의 방에 들어간지 채 한식경(30분)도 되지 않아 나온다?’


두목의 성정을 볼 때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성질은 더럽지만 일은 확실히 처리하는 것을 한두해 겪어본 수하들이 아니었다. 협상이 잘 될수록 더 공들여 상대를 괴롭혀 뼛골까지 뽑는 것이 두목의 방식이다.


뭔가가 잘못 된 것이 분명하다!


그 때였다.


“잡아라!”


한 조직에는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법이다. 다 똑같은 사람들이 있으면 조직엔 발전이 없고 또한 변화의 생동감이 부족하며 그런 조직은 곧 쇠퇴하는 법이다.


하지만 또한 조직을 굳건히 떠받치는 충심에 가득 찬 보수적인 인물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재목이다.


방금 전의 사태를 방 안에서 지켜본 개운방의 오른팔 철두공 동패가 딱 거기에 부합하는 인물이며 끓어오르는 충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치욕을 당한 두목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서태주 일행에게 막 공격을 지시한 자이다.


-와아아아.


또한 이 장강수로 흑룡채 수적 떼의 또 하나의 무서움은 일단 내려진 명령을 접수한 수하들은 앞뒤 살피지 않고 곧 명령을 이행한다는 점이고 이 또한 개운방이 달성한 소기의 성취라 하겠다.


“활로를 뚫어라.”


거침없는 남궁연의 외침에 곧 두 호위무사의 신형이 전방으로 치닫는다.


나가는 문까지는 멀지 않다.


호위무사 둘이 좌우로 갈라지며 일행 쪽으로 쇄도하는 수적들을 도륙한다.


“형님, 얼른 밖으로 나갑시다. 갇히면 저희가 불리합니다.”


서태주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부리나케 호위무사를 뒤따라 내달린다.


“환아, 너도 아버지를 따라 얼른 움직여라.”


태환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를 뒤따른다.


밖으로 나오는 것 자체는 수월하였다.


하지만 문 밖의 공터는 이미 수적떼거리들로 뒤덮여 있었다.


“삼합진!”


남궁연의 외침과 함께 두 호위무사가 남궁연 곁으로 신속히 이동해 삼인 합동진을 형성한다.


“형님, 환아, 진 안으로.”


-와아.


때마침 눈에 살기를 흘리며 놈들이 사방에서 덤벼들기 시작한다.


남궁연은 이름에 걸맞게 제비같은 몸놀림의 쾌검으로 가전절기인 창궁비연검(蒼穹飛燕劍)의 초식을 시전한다.


두 호위무사도 주인의 검법에 맞춰 마치 톱니바퀴가 돌 듯 진 주위에 검풍을 형성한다.


마구잡이로 들이닥치던 수적 떼는 거친 검풍에 휩쓸려 낙엽이 쓸리 듯 갈려 나간다.


남궁세가! 역시 명문세가의 무예는 비록 당금에 있어 그 위명이 예전만 못 하더라도 역시 명문의 이름은 어디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금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순식간에 수적 떼의 절반이 죽거나 다친 채 피칠갑이 되어버리고 잠시의 소강상태가 되었다.


이 광경을 위에서 창문으로 보고 있던 개운방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아가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


‘죽일순 없다. 하지만 여기서 제압할 수만 있다면...’


“나는 철두공 동패다. 여기서 우리가 다 죽는 한이 있어도 너희 놈들을 젓갈을 담을 터이니 각오하거라.”


어느새 밑으로 내려온 동패가 호기롭게 외친다.


개운방은 수하 동패의 패기로운 외침에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했다.


남궁연과 호위무사들은 순식간에 진력을 쏟아 낸 듯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운기가 필요할 듯 하다. 환아. 잠시 버틸 여력이 있겠느냐?”


태환이 앞으로 나선다.


“외숙부님, 여기부터 이 조카에게 맡겨주십시오.”


태환은 일행의 앞에 서서 수적 떼들을 빙 둘러본 후 동패라 불린 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무의미한 살상은 하고 싶지 않으니 니 놈이 무리를 대표해서 나랑 붙는 것이 어떻겠냐? 물론 내가 이기면 우릴 보내주고, 니가 이기면 처분대로 하마.”

“뭐야? 이 건방진 놈이. 우리 동패형님과 붙기 전에 나부터 넘겨 봐라. 이 개놈아.”


짧딱막한 동패완 대조되게 키가 장대같이 큰 녀석이 작살을 들고 나서며 태환에게 욕지기를 한다.


“잔챙이는 비켜라.”

“아앙? 이 놈이 귓구멍이 막혔나. 뭐라고 씨부리는 거냐?”


흥분한 녀석은 작살을 꼬나 쥐고 태환에게 달려온다.


“비키라면 그냥 좀 비켜라. 귀찮은 놈아.”


태환이 일성을 내지르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이동하여 멀대의 싸대기를 후려갈긴다.


멀대는 바닥에 내팽겨 쳐지는 개구리 마냥 사지를 휘저으며 땅바닥을 몇 바퀴나 굴러 수적떼 무리에 처박혀 버린다.


남궁연의 눈에 이채가 띄인다.


‘내공은 아닌 거 같고 외공도 아닌 거 같고 그렇다고 특별한 무술인거 같지도 않은 저건 대관절 무슨 용력인가?’


동패를 비롯한 수적 떼들은 입에 피거품을 물고 목이 꺽인 채 죽어버린 멀대를 바라보며 아까의 살기는 어디로 갔는지 이제 주눅마저 드는 눈치이다.


그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린다.


“어르신들을 가시게 두어라. 서태주 가주님. 오늘의 실례는 부디 잊어 주시고 소협이 조만간 사죄를 하러 찾아 가도록 하겠습니다.”


창을 올려다 보니 포권을 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개운방이 보인다.


서태주는 어색하게 손을 몇 번 흔들어 주고 돌아선다.


태환도 잠시 그를 쳐다보다 이내 몸을 돌려 말 쪽으로 걸어간다.


고개를 숙인 개운방의 눈이 태환의 뒷모습을 따라 간다.


다섯의 신형이 사라지고 나서야 개운방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무서운 놈이다, 서태환. 저런 놈이 어쩌다 이제 나왔는고..”


개운방은 고개를 들어 수혈의 반만 남은 사체를 본 후 고개를 저어 버린다.


서태주는 마치 꿈을 꾼 듯한 기분이다. 아들이 나서니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장강수로의 위협 일소, 운송비와 상납금의 정상화, 덤으로 십년 묵은 채증이 사라지는 듯 한 이 속시원함.


허나 태환은 분명 자기가 알던 게으른 아들 그 태환이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용력과 사정 봐주지 않는 손속, 혹시 이름 모를 요괴가 빙의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하게 되는 것이다.


“태환아.”

“네, 아버님. 하문하시옵소서.”

“너, 태환이가 맞는 것이지? 내 아들 맞는 게지?”

“하하하, 아버지, 무슨 농을 하십니까? 저는 분명 조부 서태림의 손자, 서가장 가주 서태주, 그 부인 남궁휘의 아들 태환이가 맞습니다. 맞고 말고요. 아침에도 말씀드렸듯이 달라진 모습만 보여 드릴 터이니 심려 마시옵소서.”

“그래, 허허. 암, 내 아들 서태환이 맞구나. 맞아. 허허허.”


후덥지근한 바람도 잊을 만큼 속까지 다 시원해지는 웃음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렇게 웃어 본다고 생각한 서태주였다.


“환아, 너의 용력의 근원이 무엇이냐?”

“외조부님, 우연하게 진원진기를 운용하는 법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그러하냐.. 기연이 있었던 모양이로구나.”


그렇게 입을 닫은 남궁연은 순식간에 살이 빠져 몸집이 조금 줄어든 태환을 보고도 더 추궁하지 않는다.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리고 있던 서가 식구들은 무사히 돌아오는 다섯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리고 서태주의 약간의 과장이 담긴 술회를 듣고 나서 입이 마르도록 태환을 칭찬하였다.


서태환도 식구들의 들떠하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미 세속 오욕칠정에는 초연해 졌다 생각을 하였는데 역시 아직 수행이 부족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태환은 속으로 결심을 하였다. 모든 인과를 해결하고 나서 다시 등선(登仙)을 하고야 말겠다고..


그 날 밤 천기를 살피던 서태환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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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반선(回歸半仙)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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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화. 흑룡채(黑龍寨)(5) 21.01.30 767 9 12쪽
14 5화. 흑룡채(黑龍寨)(4) 21.01.29 823 11 11쪽
13 5화. 흑룡채(黑龍寨)(3) 21.01.28 875 11 11쪽
12 5화. 흑룡채(黑龍寨)(2) 21.01.27 900 13 12쪽
11 5화. 흑룡채(黑龍寨)(1) 21.01.26 958 14 12쪽
10 4화. 검은 달(黑月)(5) 21.01.25 1,032 16 12쪽
9 4화. 검은 달(黑月)(4) 21.01.24 1,033 17 11쪽
8 4화. 검은 달(黑月)(3) 21.01.23 1,089 19 12쪽
7 4화. 검은 달(黑月)(2) 21.01.22 1,186 19 12쪽
6 4화. 검은 달(黑月)(1) 21.01.21 1,332 18 12쪽
» 3화. 개사냥(3) 21.01.20 1,359 24 12쪽
4 3화. 개사냥(2) 21.01.19 1,416 22 12쪽
3 3화. 개사냥(1) 21.01.18 1,543 25 12쪽
2 2화. 다시 태어나다. +2 21.01.18 1,761 28 12쪽
1 1화. 다시 죽다. +3 21.01.18 2,101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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