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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이후의 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덕
작품등록일 :
2019.01.06 20:15
최근연재일 :
2019.01.22 20:25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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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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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글자수 :
13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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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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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생포 의뢰 (4)

DUMMY

도미닉은 부서진 망원 조준경을 살폈다. 총알이 관통한 탓에 도무지 써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아주 박살을 냈군.”

“그러게, 이게 왜 부셔졌을까. 하하.”

제인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노리고 쏜 것도 아니다. 그저 목표물을 향해 쐈는데 재수 업게 하필 총알이 조준경을 뚫고 지나간 것이다.

“조준경이 있다는 말에 기껏 포획해놓은 괴물을 풀어줬더니만.”

“미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미안할 필요는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표정이 엄청 아쉬워하는 얼굴인데...”

“그럴 리가. 지금 난 이 정도 거리에서 단 한 발에 저격에 성공한 거에 대해 감탄하는 중이었다.”

그는 실제로 감탄했다. 도트사이트로 이런 먼 거리를 저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래?”

“물론. 다만 이래서야 포획을 한 번 더 해야 되겠군.”

도미닉이 작게 읊조렸다. 그는 이번 사격 실력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제인에게는 망원 조준경이 필요하다고. 도트사이트로 이 정도 사격실력을 보여주는 것을 보니 망원 조준경을 달아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터였다.

“일단은 쉘터로 돌아가자. 시간을 너무 지체할 수는 없으니까. 의뢰는 복귀하는 도중 괴물이 보이면 포획하는 걸로 하고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쉘터로 돌아가는 길에 인간형 괴물을 마주친다면 포획하기로 마음먹었다. 애초에 포획 의뢰에 쏟을 시간은 오늘 하루로 정해놓았다. 주된 목표는 제인의 의뢰였으니 더 이상의 시간을 지체하는 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 진짜. 왜 이런 것들이 튀어나와가지고.”

제인의 불만은 슬레이어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묵묵히 놈의 옷을 뒤졌다. 조준경을 얻지 못하게 되었으니 얻을 수 있는 거라도 최대한 챙길 생각이었다.

“한 놈은 살려 둘 걸 그랬나.”

일개 슬레이어치고는 무장의 상태가 너무 좋았다. 한 놈쯤 살린다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괴물이라는 것은 통제가 안 되는 놈들이었기에 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

“별거 없잖아.”

수색을 마친 제인이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놈의 옷에서는 7.62mm 탄창 한 개 분과 보존식량 한 개가 전부였다. 조준경을 날린 것 치고 형편없는 수확이었다.

“무기는 어떻게 할까?”

총알이나 식료품 및 기타 자잘한 물건들은 부피가 크지 않아 배낭에 넣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총기였다. 부피도 크고 가방에도 들어가지 않는 이것들은 사실 한 개만 있어도 충분한 것들이다. 같은 종류의 총을 여러 개 들고 다닌다고 해 봐야 쓸 일이 어디 있겠는가.

“흐음.”

도미닉은 고민을 했다. 이것들을 가져가서 전부 팔아버릴지, 아니면 잘 숨겨둘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쉘터에 돌아가 판매하는 것이겠지만, 지금 그에겐 무기를 판매할 시간이 부족했다. 구매자가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나타난다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값에 사기 위해 흥정을 시도할 일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구매를 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빠르게 놈들의 흔적을 쫓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껄끄러운 일이었다.

“일단 가져간다.”

그렇다고 이곳에 숨겨두는 것은 원치 않았다. 언제 여기 다시 올지 모르는 일이기도 했으며 다른 생존자들이 찾아내어 노획할 가능성도 컸으니까. 그렇기에 도미닉은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장소에 보관하기로 했다.

“혹시 모르지, 이 총들을 전부 주면 망원 조준경이랑 바꿔 줄 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리고 릭에게 말해 의뢰의 보수 대신 총기들과 교환하자고 제안할 생각이었다. 망원 조준경 한 개를 총기 여섯 자루와 교환하는 것은 꽤 수지맞는 교환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가 거절한다면 단순히 보관을 맡겨도 되는 일이다. 아니면 당장 블랙스톤으로 싸게 팔아넘기는 방법도 있다. 제 값은 치루지 못하겠지만 땡전 한 푼 벌지 못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음, 이것들을 다 챙기려면 큰 가방이 필요하겠는데.”

안타깝게도 슬레이어들은 배낭을 한 개밖에 들고 다니지 않았다. 그것도 탄창과 식료품을 넣으니 전부 가득 찼다.

“어쩔 수 없지, 대충 묶고 가는 수밖에.”

도미닉의 말에 제인은 묶을만한 끈이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이미 황무지가 된 이곳에 끈은 물론이요 끈으로 쓸 만한 것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뭐 이렇게 텅텅 비었다냐.”

건물을 돌아다니며 이리저리 둘러보던 제인이 중얼거렸다. 이제 끈은 바라지도 않는다. 비닐 쪼가리라도 찾아 묶을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쩔까?”

흘끔 도미닉에게 물었지만 도미닉은 무너져서 철골이 들어난 벽을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왜 저래?’

제인은 그가 뭘 하려하는지 지켜봤다. 잠시 후 그녀는 경악했다.

“아니, 방금 어떻게 한 거야?”

도미닉이 갑자기 철골을 잡더니 엿가락 휘듯 꺾어버린 탓이었다. 지름 1센티 정도 되는 철골이 순식간에 휘었다.

“내가 힘이 좀 세.”

“아니, 아니, 이건 힘이 센 범주가 아니잖아. 아무도 그걸 힘이 조금 세다고 말하지 않아.”

도미닉은 제인의 호들갑을 뒤로한 채 작업을 계속했다. 오른쪽으로 한번 휘게 한 후, 다시 반대쪽으로 힘을 줘 꺾어낸다. 그 작업을 반복하자 약해진 철골이 딱 좋은 길이로 끊어졌다.

“이거면 될 거다.”

그 말에 제인은 도미닉이 저 철골을 총을 묶는 데에 사용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저씨, 사람 맞지?”

“걱정하지 마라. 괴물은 아니니까.”

괴물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 괴력은 충분히 괴물이라 불릴만했다. 도미닉은 총 여섯 자루를 모은 뒤 끊어낸 철골을 이용해 노끈 묶듯이 묶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제인은 다시 한번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거 아냐?”

그 철골로 만든 끊을 풀어보려 했지만 당연히도 풀어질 리가 없었다.


쉘터에 도착하기 전, 도미닉이 잠시 바이크를 멈췄다.

“무슨 일 있어?”

제인의 말에 도미닉은 묵묵히 총기를 묶어둔 끈을 풀었다.

“이건 왜 풀어?”

“남들이 보기에 이 쇳덩이로 총을 묶어 다닌다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겠나?”

그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에 제인은 놀랐다.

“정상적이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구나.”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

“그런데 내 앞에서는 왜 그렇게 하는 거야? 아무 거리낌도 없었잖아.”

“너는 오래 볼 사람이기 때문이지. 의뢰를 할 동안 계속 붙어있어야 할 거 아닌가. 구태여 숨길 필요는 없지.”

쉘터에 도착한 그들은 괴물의 생포를 의뢰한 의뢰인에게 다시 찾아갔다. 그는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온 그들을 보고 놀랐으며 도미닉 손에 한아름 들려있는 총기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의뢰를 잘못 전달했나?”

“어쩔 수 없었다. 불의의 사고가 있었거든, 뭐, 의뢰는 나중에 천천히 해결하도록 하지, 어차피 급한 것도 아니잖아? 뭣하면 다른 놈에게 맡겨도 상관없고.”

능청스러운 태도에 릭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의뢰를 누구한테 맡겨? 어쨌든 잊지나 말아. 네 말대로 그리 급한 의뢰는 아니니까.”

“그러도록 하지.”

“그래서 이 총들은 다 뭐야?”

사내가 턱짓으로 총을 가리키며 물었다.

“괴물대신 얻은 것들이지. 총 여섯 자루. 이 정도면 원래 의뢰로 받기로 한 망원 조준경과 교환하기엔 꽤 충분하다고 생각되는데.”

사내는 턱을 쓸었다. 망원 조준경이 꽤나 귀한 물품이라 부르는 게 값이기는 했지만 총기 여섯 자루도 꽤 값이 나가는 물품이다. 원래는 의뢰 보수로 주려 했지만, 어차피 보수는 블랙스톤으로도 줄 수 있다. 하지만.

“여섯 자루로는 조금 아쉬운데.”

사내는 승낙하지 않았다.

물론 도미닉의 말처럼 총기 여섯 자루와 망원 조준경의 교환은 나쁘지 않은 거래이기는 했다. 망원 조준경은 값어치가 매우 비싼 물품이기 때문에 많은 양의 블랙스톤을 보유하고 있는 자가 아니라면 구매할 엄두조차 내지 않는 물품이다. 그에 비해 총기류는 판매하기도 편하고 수요도 있으며 가격도 적당하다. 더군다나 가격도 얼추 비슷하니 확실히 망원 조준경에 비해 블랙스톤과 교환하기 쉬운 총기류가 판매용으로는 좋다.

그렇지만 어찌 되었든 총기 여섯 자루보다 망원 조준경이 값이 더 나갔으며 손해를 보고 교환한다는 것은 릭에게 있어서 조금 꺼려지는 일이었다. 블랙스톤에 허덕이고 있었다면 바로 교환했겠지만, 릭에겐 충분한 스톤이 있었다.

“장사 수완이 늘었군.”

“네가 나에게 씌운 바가지를 생각해. 도미닉.”

“바가지라니, 합리적인 요구였지.”

“퍽이나.”

“좋아, 그럼 7.62mm탄환도 얹어주지. 합쳐서 200발은 될 거야.”

도미닉은 바로 총알도 포함했다. 어차피 7.62mm 탄환은 도미닉이 쓰고 있는 라이플에는 사용 할 수 없었다. 제인이 사용하는 라이플에 필요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많은 양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든 이 총알도 처리해야하는 품목이었으니 이왕 같이 보내버리는 것이 속이 편하다. 총기 여섯 자루에 탄환 좀 얹어준다고 큰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사내의 말대로 도미닉이 사내에게 씌운 바가지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선물로도 줄 수 있는 양이었다.

도미닉에 의견에 남자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곧 꺼내오지.”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내가 있던 방에 문을 열고 창고로 향했다.

“의외네. 이렇게 쉽게 교환해 줄 줄이야.”

“나쁘지 않은 거래니까.”

잠시 후 나온 사내의 손에는 망원 조준경이 들려있었다.

“여섯 배율 조준경이다. 한 번 확인해 봐.”

조준경을 받은 도미닉이 물건을 이리저리 살폈다. 멀쩡히 작동이 되는 놈이었다. 더군다나 배터리가 필요 없는 모델이기도 했다.

“꽤나 상등품인데.”

도미닉은 이 정도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배터리로 작동되는 물건이라도 고맙게 받을 자신이 있었지만, 배터리를 찾으러 폐허를 뒤지지 않아도 된다니. 왜 라이플 6개와 교환하지 않으려 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내가 말했지. 믿을 만한 물건이라고.”

사실 총기 여섯 자루와 바꾸기엔 아까운 물건이었다. 아무리 7.62mm 탄환을 200발 가량 얹어줬다고 해도 엄밀히 따지자면 사내에게 손해인 교환이었다.

“본의 아니게 또 바가지를 씌웠군.”

“알았으면 의뢰나 확실히 해결해줘. 그 의뢰에 대한 선 수금이라 생각하면 될 거다.”

“물론, 사냥꾼은 선수금을 떼먹지는 않는다.”

도미닉은 그리 말하며 망원 조준경을 제인에게 건네줬다.

“어, 정말 받아도 돼?”

그 말에 도미닉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필요 없나?”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기뻐서 그래. 기뻐서.”

도미닉 손에서 휙 낚아챈 제인은 산타클로스에게 선물 받은 어린이마냥 이리저리 망원 조준경을 살펴봤다.

제인은 자신이 사격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 부쩍 총기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자신이 재능이 있는 분야를 찾게 되면 자연스레 흥미가 생기는 법이다.

“근데 이거 어떻게 껴?”

물론 아직 무지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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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인 (4) 19.01.10 208 1 12쪽
6 제인 (3) 19.01.10 21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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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미닉 (2) +4 19.01.06 437 6 13쪽
2 도미닉 (1) 19.01.06 661 7 11쪽
1 Prologue +2 19.01.06 806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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