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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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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7.01 19:45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0,712
추천수 :
302
글자수 :
567,180

작성
24.02.13 19:45
조회
202
추천
6
글자
12쪽

13화 50%의 지지를 얻어라!

DUMMY

13화 50%의 지지를 얻어라!


별 도움도 안 되는 험멜과의 상담 후. 보다 못한 메이가 마을 주민들을 같이 설득하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지금. 마치 선거 유세를 하는 것처럼 와이스너 부부와 함께 일일이 그리지 마을의 한집 한집을 다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중 몇몇 집은 이미 안면이 있어서 흔쾌히 지지를 약속받았다.


처음에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주헌은 그 걱정이 정말 시답지 않은 것임을 느꼈다.


다른 주민의 집에 들를 때마다 ‘인사는 어떻게 하지?’, ‘뭐라고 말해야 할까?’ 같은 걱정이 있었는데 막상 마주하고 나면 주헌이 나설 새도 없이, 험멜이나 메이가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내용도 별 시답지 않은 거다.


‘오늘 날씨가 좋으니, 저녁에 술 한잔 하자’라거나 ‘요즘 날이 추워서 그런가, 피부가 쩍쩍 갈라진다.’ 같은 얘기였다.


그렇게 일상적인 대화가 끝나면 그제야 주민들은 멀뚱히 서 있는 주헌을 슬쩍 바라보고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저 친구는 왜?”


주헌과는 딱히 안면이 없었던 부부다.


“글쎄 이 친구가 그리지 마을에 살고 싶다지 않나.”


딱히 살고 싶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분명 몇몇 좋은 사람들이 많기는 했지만... 딱히?


“이 친구... 그 더러운 수인이랑 같이 다니지 않나?”


“어허! 더러운 수인이라니! 말조심해. 우리 그리지 마을이 언제부터 그리 박정했나? 우리 그리지 마을은 정 많고 평등한 마을 아닌가? 그건 자네가 잘 알 텐데?”


험멜의 호통에 남자의 눈빛이 순한 강아지 눈빛으로 바뀌었다.

“아니. 내가 말실수 했네.”

남자 옆에 있는 부인도 남자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살짝 가격하고는 눈치를 줬다.


“이 사람이 입이 좀 험하잖아요. 제가 잘 타이를게요.”


무슨 살얼음판 속 기싸움을 보는 것도 아니고 괜히 멀뚱히 서 있는 주헌은 식은땀이 뻘뻘 흘렀다.


“그건 그렇고 오늘 술은 언제 마실 건가?”


저놈의 술, 술.

살얼음판 같았던 분위기가 금세 사르르 녹아내리며 다시 일상적인 분위기로 돌아왔다.


문제는 메이의 눈빛이 살얼음판으로 변했다는 것뿐.


그렇게 처음으로 안면이 없는 집 방문은 나름 무난?하게 마치고 다음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은 돗자리 장사를 할 때 물건을 사줬던 부인들이 연달아 나왔는데 그 중 몇은 메이와 험멜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닌 오히려 주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저번에 샀던 제품 너무 잘 쓰고 있어. 남은 수량 더 없어?”


“어머, 물건 잘 쓰고 있어요. 사용해 보니 너~무 좋더라! 수저 세트를 가족 수만큼 맞춰서 사고 싶은데 물건은 언제 들어와?”


따위의 목적성이 뚜렷한 인사였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한 달 이내에 들어올 것 같아요.”


주헌은 현재 주민증을 받을 수 있을지 확정적이지 않았기에 애둘러 표현하면서 대화를 마무리했다.


“응? 무슨 제품이었길래 다들 물건이 좋다고 해?”


계속되는 부인들의 칭찬에, 메이도 궁금했는지 주헌에게 물었다.


“목공품이요. 컵이랑 그릇 같은 식기류였어요.”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에 말하지... 우리 식기류 많이 필요한데.”


메이는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다. 생각보다 실망감이 좀 컸던 모양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이 뭔가 쎄하다.


“어허... 저건 좀 위험한데.”


거기다 험멜이 이상한 혼잣말까지 하고 나니. 주헌은 상황이 뭔가 긴박함을 느꼈다.


“에이, 메이 누나한테 어떻게 팔아요. 도와준 게 있으니까, 이번에 다녀오고 나서 선물로 드리려고 했죠.”


앞서 먼저 걸어가던 메이가 들을 수 있게 주헌은 일부러 크게 말했다.


메이는 주헌의 속셈은 모르고 그대로 자리에 멈춰서더니 미소를 지으며 손을 좌우로 저었다.


“어머, 선물은 무슨! 내가 동생 사정 다 아는데 어떻게 공짜로 받아. 당연히 돈 주고 사야지.”


“어휴. 누나가 도와준 게 몇 갠데요. 섭섭한 소리 하지 마세요.”


“아이, 참.”


말은 거부하고 있으면서도 표정을 전혀 숨기지 못하고 웃고 있는 메이였다.


“와... 이걸 이렇게?”


험멜은 메이의 기분이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것을 보고 감탄하며 주헌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


시간이 흐르고.


현재 그리지 마을 가구의 절반 정도를 방문했을 때, 흔쾌히 지지를 약속한 가구는 9가구.

2가구는 탐탁지 않아 했지만, 험멜과 메이가 있어서 그런지 ‘알겠어.’라고 간단하게 말한 집이었다.


8가구는 대부분 물건을 샀던 부인들과 험멜에게 추천받아 주헌에게 가정불화나 부부관계에 대해 상담을 받은 남성들이 있는 집이었다.


이제 10가구 정도를 더 돌아야 하는데, 이제 주헌과 안면이 있는 집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아, 저 집은 패스하자고.”


험멜이 허름한 오두막 앞에서 머뭇거리며 노크를 하려다가 포기했다.


“아무래도 여기는 그렇죠.”


기가 센 메이조차도 수긍하는 걸 보니 만만치 않은 이가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타이밍이 왜 이리 구린 건지...


한 노파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동안 마을에서 보지 못했던 우아한 자태의 복장이며 비싸 보이는 장신구를 차고 있는 노파. 거기다 나이답지 않게 허리가 굽지 않고 꼿꼿이 세워진 모습하며... 마치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남의 집 앞에서 왜 이리 수군거리지?”


험멜과 메이는 곧장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아, 쉬고 계시는데 죄송합니다, 부인. 얌마, 너도 인사 해.”


험멜이 멀뚱히 서 있는 주헌의 등을 툭툭 쳤다. 주헌도 일단 눈치껏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저번처럼 또 우리 집에 토사물을 내뱉으러 온 건 아닌 것 같군.”


노파가 무표정으로 험멜을 내리깔며 보고 있는데, 노파의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었다.


뭐, 물론 누구라도 자기 집 앞에 토를 하고 간다면 그리 고깝게 보이진 않겠지만.


메이는 처음 듣는지, 허리를 굽히고 있는 상태에서 험멜 쪽으로 고개를 돌려 입술을 꽉 깨물고는 화를 참아내고 있었다.


“아, 아이고 부인 그 때는 제가 너무 취해서 실례를 범했습니다.”


“자네가 술 먹고 주정부리는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됐고 우리 집 앞에서 무슨 작당을 하고 있었는지나 말하게.”


“그게 이 친구가 그리지 마을에서 살고 싶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 친구의 인성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서 저희가 도움을 좀 주고 있었습니다.”

험멜이 저렇게 쩔쩔매는 모습은 메이 이후로는 처음 본다.

도대체 노파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메이며 험멜이며 이렇게 저자세로 나가는지 주헌은 궁금했지만 괜히 불똥이 튈 것 같아 조용히 있었다.


“아, 야밤에 떠들썩한 사건을 일으켰던 주인공이구만. 수인하고 같이 다닌다고 했던가?”


“예. 그런데 그 이 친구가 정말 착하고...”


“착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지. 수인하고 같이 다닌다는 것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거나 천박하다는 증거겠지.”


이건 무슨 개떡 같은 소리일까?

주헌은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메이가 주헌의 옷깃을 잡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하하하... 부인, 그 수인이란 친구도 타이칸 제국의 첫 수인 상단의 상단주로 열심히 하는...”


“세상에! 말세야 말세. 요즘 귀족들이 귀족 정신을 잃어버렸구만. 어찌 천박한 수인을 상단주로 인정한단 말인가?”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노파에 질렸는지 험멜과 메이는 쓴웃음만 지어보이며 빠르게 상황을 마무리지었다.


“뭐... 높으신 귀족들이 생각하는 걸 저희가 알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럼 저흰 이만.”


인사를 마치고 자리를 뜨는 험멜과 메이.

주헌은 그들을 따라나서며 슬쩍 뒤쪽을 바라봤는데 노파는 뭔가 아쉬운 듯한 모습을 하며 오두막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노파의 모습에 대한민국에서 혼자 외로이 지냈던 기억이 떠오르는 주헌이었다.


***


와이스너 여관.


와이스너 부부의 도움을 받아 주헌은 어느 정도 지지를 얻었다. 전체 가구 중에서 12가구의 안전한 지지세력을 확보했다. 지금 이대로 주민투표를 진행하면 주헌이 그리지 마을 주민이 되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주헌은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일반적인 주민들과는 달리 유독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노파.


그녀가 계속 신경 쓰여서 험멜과 메이에게 그녀에 대해 물어봤지만, 알 수 있는 것은 그 노파가 몰락 백작가의 백작부인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름과 나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는 촌장 외에는 없고, 대부분 부인 또는 코라 부인이라고만 부른다고 했다. 그 외적인 부분은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도 없어서 모른다고 하고...


주헌은 계속 마지막 보았던 코라 부인의 모습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노크를 하지 않았는데도 바로 누굴 기다린듯 열린 문하며, 마지막에 떠날 때 아쉬워하는 모습이 꼭...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길 바랐던 것처럼.


“얘기는 잘 끝내신 거예요?”


엘로는 같이 따라나서지 않고 계속 여관에 있었기에 바깥에서의 상황은 알지 못했다.

엘로 본인도 수인이기 때문에 본인이 같이 다니면 문제가 생길 것을 알고 있었기도 하고, 와이스너 부부도 엘로에게는 호감적이긴 했지만 주민투표가 관여되어 있어서 따라나서는 것을 만류하기도 했다.


“어... 뭐 일단 잘 해결 된 것 같기는 해. 오늘 저녁에 주민투표 하기로 했어.”


“그런데 왜 표정이 안 좋아요?”


“뭐... 그냥...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어서.”



***



해가 저물고 밤이 되자, 여관에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안면이 있는 이들은 주헌의 등을 토닥여 주며, 주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마디씩 거들었고, 안면이 없는 이들은 주헌을 위 아래로 훑어보고는 그냥 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 이 마을과는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리 화려하지도 않고 녹색의 단조로운 드레스를 입은 코라 부인도 구석 자리에 혼자 자리했다.


‘다들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코라 부인만 따로 앉네.’


굳이 주헌이 신경 쓸 내용은 아니었지만, 계속 그녀가 눈에 밟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 이제 다들 모인 것 같구만.”


마을 주민들이 모두 여관에 모인 것이 확인되고 나서 촌장은 어정쩡하게 서 있던 주헌에게 손짓하여 그를 불렀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오늘 이 친구가 우리 마을 주민이 되는 것에 대해 주민투표를 할 생각이네. 여러명의 의견을 수렴도 해야하니 잠깐 회의를 하여 의견을 조율하도록 하지.”


본인 할 말을 마친 촌장이 주헌의 등을 토닥이며 지팡이로 빈 자리를 한 곳 가리켰다.


‘아... 하필이면...’


촌장이 가리킨 빈 자리는 혼자 앉아있던 코라 부인이 있는 곳이었다. 주헌은 다른 곳을 둘러보며 빈자리를 찾았지만, 다들 아는 사람끼리 뭉쳐있고 마치 코라 부인을 피하는 것처럼 그 자리만 비어있어서 주헌은 어쩔 수 없이 코라 부인의 앞 자리에 앉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부인...”


아무 말도 안 하고 앉기는 어색하니 인사라도 건네는데, 부인은 눈도 꿈쩍앉고 살짝 주헌을 쳐다보더니 바로 눈을 돌렸다.


‘와... 위 아퍼.’


“다들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하지. 의견을 내고 싶은 이는 손을 들게.”


촌장이 발언하자 주헌과 안면이 없던 이가 손을 들었고 촌장은 그를 지팡이로 지목했다.


“저는 외지인을 주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반대합니다.”


‘어... 이건 예상 외인데?’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 피드백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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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내가 데려다 줄게 +4 24.02.05 342 11 12쪽
4 4화 맛있는 생선구이 +2 24.02.04 37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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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어딘지 모를 숲 24.02.02 441 11 13쪽
1 1화 그냥 쉴걸 +9 24.02.01 518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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