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27 19:45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10,376
추천수 :
299
글자수 :
550,317

작성
24.02.10 19:45
조회
224
추천
8
글자
12쪽

10화 돈 아깝게 마차를 왜 타?

DUMMY

10화 돈 아깝게 마차를 왜 타?


“어떻게 이런 일이!”


금세 동이 나 비어버린 돗자리를 바라보며 엘로가 말했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팔아도 한두 개나 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주헌의 활약으로 2시간 만에 가지고 있던 재고를 모두 팔았으니 말이다.


20개 남짓이었던 목공품들은 매진되었다.

엘로는 짤랑거리면서 소리를 내는 주머니를 작은 손바닥에 뒤집어 훌훌 털었다.


“하나 둘...”


주머니에서 나가 떨어진 동전을 세어보니 75쿠퍼다. 실버로 환산하면 7실버 5쿠퍼.


“이야. 이제 며칠 간은 걱정 없겠네!”


옆에서 지켜보던 주헌이 엘로에게 어깨동무하며 말했다. 일단 가장 급한 불이었던 숙박비와 식비를 당장은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엘로의 표정은 그리 곱지 않았다.


“뭐야? 장사도 잘됐는데 표정이 왜 그러냐?”


“며칠이야 이곳에서 지내면 된다지만, 언제까지고 이곳에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이젠 팔 물건도 없고...”


“물건이야 다시 가져오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랫트 마을은 여기서 마차를 타고 2~3주나 걸려요. 짐마차 하루 대여비는 제일 싼 게 1실버 그러니까 못해도 14실버는 있어야지 랫트 마을에 도착하거나 근처까지 갈 수 있다는 거죠...”


“에이. 돈 아깝게 그런데 돈을 쓰고 그러냐? 일단 당분간은 좀 푹 쉬자. 너도 그동안 고생했고 나도 숲에서 헤매느라 노독이 이만저만 아니잖아. 그리고 돈은 열심히 일하면 금방 벌 수 있는 거고.”


엘로는 깊게 한숨을 쉬며 주헌을 슬쩍 째려보다가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순수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짓는 주헌에게 뭐라 화를 내기도 버거웠다.


“저는 인간이 아니라서 일을 구하기도 힘들고, 구한다고 하더라도 급료가 더 적어요. 그게 이 곳 타이칸이니까요... 저한테는 상단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게 돈 벌 유일한 수단이고요. 그런데 짐마차를 빌리는 게 돈이 아깝다느니 당분간은 쉬자느니... 저로서는 이해가...”


참고 있었지만, 울분 섞인 목소리로 대꾸하는 엘로의 모습에 당황한 주헌이었다.


“어? 아니... 뭔가 오해가.”


“형은 인간이니까... 그래요. 우리 수인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할 거란 건 알고 있었어요. 수인들은 매일 가난에 허덕이며 살죠. 배를 곯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에요.”


“아니. 아니. 잠깐만. 진정하고 말 좀 들어봐.”


주헌이 엘로의 양팔을 붙들며 그와 눈을 마주쳤다. 엘로는 굳은 결심이라도 했는지 눈 하나 껌뻑이지 않고 쳐다봤다.


“무슨 오해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솔직히 너도 돈 없고, 나도 돈 없잖아? 그러니까 난 쓸데없이 짐마차에 돈 쓰지말고 아끼자는 입장에서 말한 거지, 네가 수인이라서 일하기 힘들다는 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나는 내가 일을 해서 같이 돈을 보탤 생각이었고, 당분간 쉬자는 거는 정말 순수하게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자는 의미야.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엘로는 일을 하는 부분에서의 오해를 풀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짐마차에 돈을 아낀다는 부분.


이 부분 때문에 엘로는 순간 주헌도 다른 인간들처럼 자신을 이용해 먹고 버리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랫트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짐마차를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런데 짐마차에서 돈을 아끼라는 것은 걸어가라는 말씀이신가요? 아니면 아예 가지 말라는 말씀이신가요?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주헌은 그제야 엘로가 어느 부분에서 화가 났는지 파악했다.


‘짐마차 부분에서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하... 미쳤다고 걸어가라고 하겠냐? 마차 타고 2~3주나 걸린다며... 버스로 가면 2~3일이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랫트 마을에 빨리 가고 싶었으면 말을 하지. 식량만 챙기고 바로 가도 나는 상관없다고. 그래 가자. 가.”


“에?”


엘로는 버스를 태워줄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만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이가 이렇게까지 도와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엘로는 초롱초롱해진 눈으로 주헌을 바라봤다. 주헌은 엘로의 수인 인생에서 최고의 선인이었다.



***



와이스너 여관 안.


테이블 위에는 고기 스튜와 샐러드, 빵이 얹어졌다.


“자, 맛있게들 들어요. 돈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니 장사가 잘된 모양이죠?”


메이 와이스너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것도 그럴 게 엘로가 팁이라면서 추가로 5쿠퍼를 냈으니 그럴 거다.


“아. 하하... 네.”


대충 얼버무리고 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부인이 자리를 뜨자 주헌은 곧장 몸을 엘로 쪽으로 몸을 숙였다.


“너 갑자기 왜 이래? 불안하잖아...”


여관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싸움이라고 해야 할지 다툼이라고 해야 할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던 아까와는 달리 싱글벙글 웃으면서 밥을 사준다고 하지 않나... 돈에 조금 궁색한 느낌을 흘리던 엘로가 팁까지 거하게 내버리고는 잘해주니 마음이 시원치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저는 이제 형님만 따르겠습니다.”


‘이건 또 뭔 소리야.’


“사실 저는 형님이 저를 노예로 부려 먹으려는 줄 알았어요.”


“뭐?!”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그런 오해를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런 오해를 받았다는 게 기분이 좀 묘했다.


“아니, 생각을 해보세요. 짐마차를 타야 하는데 당분간 쉬자느니, 일을 하면서 벌면 된다느니... 꼭 몸으로 떼우라는 소리 같잖아요.”


“일하는 게 몸으로 떼우는 거지... 그게 이상해?”


“수인 입장에서 몸으로 떼운다는 건 노예를 하라는 의미 같았다구요... 고향에 가면 물건을 떼와서 돈을 벌 수 있는데 자꾸 짐마차에 돈을 쓰지 말라 하고, 그게 꼭 잡아두려는 느낌이었다구요.”


주헌은 전혀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도대체 이세계는 도대체 어떤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집까지 데려다 주신다고 하니... 이 엘로 정말로 감읍할 따름입니다.”


엘로가 의자에서 일어나 옆으로 나오더니 고상한 인사를 했다. 약간 품위 있어 보이는데 귀족식 인사 같은 건가 보다.


“야... 야. 우리 사이에 무슨... 내가 말했지? 너는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그렇게 따지면 형님도 제 은인인데요?”


“그러니까 서로 윈윈하면서 도와주는 거 아니겠냐고... 사람이 정이란 게 있지.”


“윈윈은 뭐예요?”


“아니다. 됐다... 그냥 내가 살던 곳에서 쓰던 말이야. 서로서로 돕고 이득을 본다는 얘기지. 자, 이제 밥이나 먹자고 네가 산다고 했으니까 많이 먹을 거야. 난 공짜 밥 좋아하니까, 나중에 다른 소리나 마.”


주헌은 먹음직스러운 고기 스튜에 숟가락을 가져갔다. 커다랗게 썰린 고기 한점과 국물을 함께 떠서 입 안으로 넣었다.


따뜻한 온기 때문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고기 스튜.


“호오! 호! 후후. 하.”


입천장과 혓바닥을 뜨겁게 달구는 국물과 고기덕에 입속에서 음식들이 이리저리 굴리며 목젖깊은 곳에서 공기를 불어대며 식히기 위해 애썼다.


이곳에 와서 먹은 거라고는 빵과 생선구이 뿐이었는데... 음식다운 음식을 처음으로 먹어본다.


따뜻한 온기가, 비어있던 뱃속을 뜨끈하게 만들면서 공간을 채워갔고, 국물에서는 감칠맛과 각종 향신료 향이 풍겨 나오며 냄새만으로도 배부른 포만감을 채워줬다.


고기는 조금 질기긴 했지만,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다.


“아... 맛있다. 이렇게 매일 먹고 싶다.”


저도 모르게 나온 말. 숲을 돌아다니며 굶고 다녔던 기억이 겹치며 이곳은 천국과도 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걸 또 옆에서 들었는지. 메이 와이스너는 눈웃음을 치며 가까이 다가왔다.


“입 맛에는 좀 맞을지 모르겠어요. 겨울철에는 상인들이 그리지 마을로 오지 않아서 재료 수급이 힘들거든.”


“와아... 그렇게 귀한 음식을 이렇게 막 해주셔도 되나요? 이거 죄송해서...”


“암~ 손님인데 못할 이유가 없죠.”


“남편분은 정말 복 받았어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어머... 말을 어쩜 이렇게 예쁘게 잘 해.”


“쳇...맛있기는 무슨. 고기 질긴 거 봐라. 고기 핏물 제대로 빼야 부드럽다니까. 당신 또 제대로 안 빼고 요리했지? 내가 말이야 음식에는 일가견이...”


퍽.


옆에서 듣고 있던 험멜이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한마디 거들자. 부인은 바로 험악한 표정을 짓더니 험멜에게 소쿠리를 집어던졌다.


“이 여편네가 위험하게 뭐하는 거야!”


“당신은 닭장에 가서 계란이나 가져와.”


“어? 지금? 이제 해 지는데?”


“그럼, 이 야밤에 닭장까지 내가 가리?”


부인이 옆구리에 손을 얹고 험멜을 험악하게 바라봤다.


험멜 근처에서 같이 술을 마시고 있던 남자들은 눈치가 보이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허... 험멜 다음에 보자고.”


“그래 그... 메이 속 좀 그만 썩히고 말이야.”


“어... 야! 너네 어디가냐. 더 안 마시게? 오늘은 내가 정당히 일하고 허락을 받았다니까!”


험멜이 두 남성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진정한 친구들은 친구의 가정이 화목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괜히 불똥이 자신에게 튈지 어떻게 알겠나... 작은 마을에 너도나도 다 아는 사람들인데 괜히 자신들의 부인에게 안 좋은 소리가 갈지도 모르고.


“저, 저. 배신자들 같으니라고.”


“어머... 더 있다 가셔도 되는데 참.”


부인은 내숭인지 험악한 표정이 금세 미소로 바뀌며 그들을 마중했다.


그렇게 마중이 끝나자, 문이 슬로우모션처럼 천천히 닫히는 것 같았다. 저 문이 아예 닫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손님이라고 해봐야 주헌과 엘로 뿐...


그렇게 문이 완전히 닫히고. 침묵 속에서 국물을 호로록거리는 소리만 잠깐잠깐 들려왔다.


“당신 이제 술 금지야.”


“뭐?! 왜! 아침에 분명히...”


“당신은... 뭘 잘못했는지를 몰라서 문제야.”


“어? 무슨 소리야? 나 뭐 잘못했어?”


“나가!”



***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오랜만에 따뜻한 한 끼에 감격한 것도 잠시... 체한 것 같다.


엘로는 딱히 아까 상황이 신경 쓰이지 않았는지 세면 세족을 마치고 잠자리에 먼저 들었다.


주헌은 체기를 가라앉힐 겸 잠시 여관 밖으로 나왔는데.


훌쩍-


문 옆에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쭈그려 앉아있다.


코를 먹는 소리가 나긴 하지만 일단 모른척했다.

그저 옆에 가만히 서 있을 뿐.


‘어우... 속이 더 더부룩하네... 들어가야겠다.’


그런데 누군가 주헌의 팔을 잡아당긴다.


바로 옆에서 훌쩍이고 있던 험멜이다.


“아내가 안으로 안 들여보내줘...”


그래서 뭘 어쩌란 말인가... 부부간의 상황은 부부간에 해결해야 하는 법이거늘.


그래도 저렇게 애처롭게 울고 있는데 무시하기도 좀 그런 상황이다.


“그... 사과는 하셨어요?”


“잘못했다고 했는데... 훌쩍. 뭘 잘못했냐고 말하라길래... 솔직하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더 화를 내서... 훌쩍.”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다니, 이 정도면 그냥 바보가 아닐까?


그런데 어찌 보면 이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남자들 간의 끈끈한 그런 걸로 말이다.


“형님. 제가 하라는 대로 한번 해보시겠어요?”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피드백과 추천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12화 신분증 그런 거 없는데요 24.02.12 198 5 12쪽
11 11화 부부클리닉 +2 24.02.11 211 7 12쪽
» 10화 돈 아깝게 마차를 왜 타? +2 24.02.10 225 8 12쪽
9 9화 던지고 밟아도 문제 없어요! 24.02.09 233 7 13쪽
8 8화 호감을 얻자! (2) 24.02.08 251 7 12쪽
7 7화 호감을 얻자! +1 24.02.07 275 9 12쪽
6 6화 그리지 마을 +2 24.02.06 313 10 13쪽
5 5화 내가 데려다 줄게 +4 24.02.05 336 10 12쪽
4 4화 맛있는 생선구이 +2 24.02.04 368 9 12쪽
3 3화 히터의 따뜻한 온기 24.02.03 380 11 12쪽
2 2화 어딘지 모를 숲 24.02.02 430 10 13쪽
1 1화 그냥 쉴걸 +9 24.02.01 508 1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