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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30 19:45
연재수 :
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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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글자수 :
561,751

작성
24.02.1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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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2화 신분증 그런 거 없는데요

DUMMY

12화 신분증? 그런 거 없는데요?


엘로의 목공품을 판 돈과 험멜과의 내기에서 얻은 돈, 자잘한 소일거리를 하며 번 돈으로 며칠 간 그리지 마을에서 숙박하며 지냈다.


처음에는 다들 꺼려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딱히 배척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소통 창구인 여관 주인 와이스너 부부의 호감을 산 것이 가장 컸다.


메이는 자진해서 일을 도와주는 주헌을 곱게 봤고, 험멜은 부부간의 갈등을 해결해 준 주헌을 거의 떠받들다시피 했다.


다음으로는 장사할 때 물건을 사 갔던 부인들의 영향도 컸다.

누나라고 부르며 서비스를 챙겨줬던 부인은 지나가다 마주치면 늘 먼저 말을 걸며 남편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일종의 말동무 같은 느낌이랄까?


나중에 물건을 사 갔던 부인들은 늘 뭉쳐 다녔는데 그들도 물건이 좋다며 새 물건은 없냐며 물어보는 등 관심을 가져줬다.


이렇게 하나둘 대화를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한마디씩 꺼내게 되었고, 점점 마을 주민들에게서 호감을 샀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와이스너 부부의 갈등을 해결한 해결사로도 소문이 나면서 한동안 마을 남성들이 상담을 걸어오기도 했고.


그리지에서의 며칠간은 꽤 즐겁게 지냈다.


하지만 계속해서 여기에 머물 수는 없었다. 마땅히 집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외지인에 불과했기에 숙박하는 방법 외에는 머물 수단이 없었다.


숙박을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는데 소일거리가 없는 경우도 있고... 있더라도 물건을 팔 때 보다는 수익이 적기 때문에 결국 물새는 독에 불과했다.


그런데 왜 엘로는 가만히 있는 건지.


말다툼 이후 오해를 풀고나서는 뭘 하자고 하면 그냥 수긍했다.

일하러 가자하면 같이 갔고 쉬자고 하면 쉬었고 밥 먹자하면 먹었고... 뭔가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주헌은 며칠간 노독을 풀면서 쉬고 여행 채비를 마친 엘로가 가자고 하면 바로 출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계속 가자고 말을 안 하니, 자기 고향 가는 건데 괜히 자신이 말해서 재촉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너무 말이 없어 답답한 나머지 주헌은 바닥에서 뒹굴며 늘어져 있는 엘로에게 말을 걸었다.


“엘로.”


“네?”


“너 이렇게 오랫동안 쉬어도 되는 거냐?”


“아침에 옆집 마당 청소했는데요?”


엘로는 주헌의 말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아니, 상단 말이야. 상단!”


“며칠 쉬자고 하셨잖아요?”


엘로는 갸웃하면서 오히려 되물었다.


주헌이 먼저 쉬자고 했고, 당연히 도움을 받는 입장이기에 주헌이 먼저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여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던 것.


“충분히 쉬었잖아? 이제 돈도 슬슬 떨어지고 여행 채비 마쳐서 가는 게 낫지 않냐? 아직 준비할 게 남은 거야?”


순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엘로.


“형님이 준비할 게 남으신 거 아니었어요?”

이래서 소통이란 게 중요한 거다. 아니 이 경우는 오히려 서로간의 배려가 많았던 탓일지도...


“야... 내가 준비할 게 뭐가 있냐... 그냥 먹을 거나 2~3일치 있으면 충분하지... 메이 누님한테 빵이나 좀 몇 개 챙겨달라 하기만 해도 바로 준비 끝인데?”


며칠간 와이스너 부부와 친해진 주헌은 이제 험멜 형님, 메이 누님이라고 부른다.


“어... 저는 형님이 가자고 하기만 기다렸는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안 게 어딘가.


주헌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괜히 분위기만 뒤숭숭해질 것 같아 더 이상 말하진 않았다.


“이미 지나간 일은 덮어두고. 그래서 언제 갈 거야?”


“오늘도 돼요?”

“나야 상관 없다니까.”


“그럼, 지금 바로 준비할게요.”


바닥에 뒹굴며 누워있던 엘로가 벌떡 일어나선 자신의 물건을 챙기기 시작하더니 금세 마치고 자기 키보다 큰 가방을 멨다.


‘저 모습은 계속 봐도 신기하단 말이지.’


여관방을 나서며 계단을 내려가자. 영업준비를 하던 메이가 살갑게 둘을 맞이했다.


“어머, 어디 가는 거야?”


“아, 아. 엘로 고향에 데려다주기로 해서요.”


“쥐족 마을은 여기서 꽤 멀 텐데... 마차는 구했고?”


“에이. 마차는 돈 아깝잖아요.”


순간 메이는 돈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는 동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돈이 부족한 거야?”


“아뇨. 아뇨.”


주헌이 손사래를 치면서 극구 부인하자. 메이는 주헌이 도움받기 부담스러워 그러는 걸로 오해했다.

“돈이 부족하면 내가 조금 보태줄 게 그동안 도와준 것도 있고 말이야...”


“예?”


주헌은 메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되묻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으음... 아침부터 무슨 소란이야.”


1층 주점 옆방에서 잠에서 깬 험멜이 배를 벅벅 긁으며 나왔다.


“응? 뭐야 둘이. 그 짐가방은 뭐고? 어디 멀리 가는 거야?”


“여보. 글쎄 주헌이가 돈이 없어서 마차를 안 타겠다고 하잖아요.”


“갑자기 무슨 마차? 진짜 멀리 가기라도 한다는 거야?”


“엘로 고향에 데려다주기로 했다는데... 짐마차는 돈이 아까워서 타질 못하겠데요.”


상황이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주헌이 오해를 바로 잡으려고 말을 하려는데...


“어이. 동생! 내가 돈 내줄테니까. 마차 타고 가. 엘로도 마찬가지고. 이 추운 날씨에 그 먼 곳까지 걸어가는 건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야. 돈이 없으면 말하지 그랬어. 그 정도도 못 도와줄까.”


험멜이 잠시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짤랑거리는 주머니 하나를 들고 나왔다.


“자, 이거 가져가.”


주헌은 극구 거부했다. 손바닥 만한 주머니였는데 누가 봐도 동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쿠퍼만 들어있는 것이라면 몰라도 살짝 찢어진 빈틈으로 보이는 은색 빛은 동전들이 실버임을 인정했다.


지금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많은 돈은 필요 없을뿐더러 진짜 돈이 추가로 필요하지 않았기에 받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쓰읍! 으딜 어른이 말하는데!”


험멜은 계속 거부하는 주헌에게 꾸지람을 하고는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엘로의 가방에 실버로 가득 찬 주머니를 기어코 집어넣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결하냐...’



***


서로 간에 계속되는 배려?의 실랑이 끝에 결국 주헌은 눈으로 보여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누님, 형님. 제가 왜 마차를 안 타려고 하는지 그냥 보여드릴게요!”


그렇게 억지로 험멜과 메이를 이끌고 버스가 주차되어있는 마을 입구로 향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


경비병 두 명이 창을 엑스자로 가로 막았다.


“신분증하고 통행료.”


주헌은 어버버하면서 가만히 있었는데. 엘로는 곧바로 짐 속에서 상인등록증을 꺼냄과 동시에 1실버를 꺼냈다.


“통과. 자, 다음.”


“어... 신분증이 없는데... 통행료만 내면 안 되나요?”


“안 돼. 저번에 들어올 때는 촌장님이 지시하셨으니 특별히 받아준 거고... 지금은 마을을 나가는 거니까. 규칙대로 해야지. 한 번 봐주면 그게 두 번, 세 번 되는 거라고.”


애초에 이세계 사람이 아닌데 신분증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주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로와 와이스너 부부는 오히려 주헌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제가 사고를 당해서 기억을 잃고... 그 뭐냐... 도적들에게 가지고 있던 짐을 다 빼앗겨서...”


“그런 거짓말은 숱하게 많이 들어왔지.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경비병은 코웃음을 치며 단호하게 주헌을 막아섰다.


어쩔 수 없이 주헌은 여관으로 되돌아갔다.


이미 돈을 냈던 엘로는 사정사정하면서 통행료를 돌려받고 주헌을 따라 나섰고, 와이스너 부부에게는 제대로 된 해명도 하지 못했다.


“엘로. 신분증은 어떻게 얻냐?”


다시금 짐을 바리바리 풀고 있던 엘로가 주헌의 말에 대답했다.


“보통은 마을에서 주민증을 발급받아요. 모험가나 상인의 경우는 각 길드에서 모험가증이나 상인등록증을 발급받죠.”


“주민증은 어디서 발급받아?”


“보통 마을 촌장이 발급해 줘요. 그런데...”


엘로는 뜸을 들이며 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바로 말하지 못할 이유가 있나 본데.’


“그냥 편하게 말해.”


“그게, 외지인이 마을 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 절반의 동의가 필요해요.”


왜 뜸을 들였는지 알만한 대목이었다.


첫 단추부터 주민들과는 그리 달갑지 않은 만남이었고, 한동안은 좋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지냈으니까. 그렇지만 며칠 간 그리지 마을에 지내면서 친해진 주민들도 상당수 있긴 했다.


그리지 마을 주민은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40명 정도인데. 그 중 장사를 하며 친해진 이와 와이스너 부부, 그리고 와이스너 부부네의 관계 개선에 관심을 가지던 남자들까지 다하면 10명 정도는 될 터였다.


물건을 사 간 부인들이 남편들을 잘 설득한다면 15명까진 늘어날 거고... 아슬아슬하게 채울 것 같긴 한데, 확신할 수는 없으니 애매모호한 상황이었다.


“그... 혹시 동의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돼?”


“그냥 외지인으로 지내야죠.”


“밖으로 나갈 때도 신분증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경우는 촌장님이 들여보내준 거라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경우는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다구요.”


이게 바로 들어오는 건 되지만 나가는 건 안 된다는 건가?


주헌은 도통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


1층 주점.


얼마나 머물러야 할지 기약이 없어진 상황에 주헌은 맥주만 들이키고 있었다. 엘로는 지금 상황이 딱히 크게 다가오지 않는지 밥만 맛있게 먹고 있고.


‘넌 지금 밥이 넘어가니?’


“왜 그렇게 한숨을 푹푹 쉬어 대?”


험멜이 주점 일을 도와주다가 말고, 주헌이 있는 테이블에 와서 앉았다.


“신분증 때문에 그러는 거야?”


“네... 제가 지금 가진 것도...”


“이거 대화가 길어지겠구만, 잠시만.”


주헌이 말도 채 끝내지 않았는데 험멜은 뭐가 기쁜지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으며 컵에 맥주를 가득 따랐다.


“당신 이제 술 줄이기로 했잖아요.”


곧바로 메이가 술잔을 뺏으려 했는데, 험멜은 그런 메이의 손길을 슬쩍 피하며 맥주잔을 머리 위로 높게 들었다.


“아니, 나도 안 마시려고 했지... 그런데 주헌 동생이 지금 많이 힘들다고 하잖아... 얘기 좀 들어주려고 했지. 그리고 딱 한 잔만 마실 거야.”


‘하... 결국 자기가 마시려고 접근한 거였네.’


주헌은 기분이 울적한 와중에 험멜의 행동이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험멜의 대답에, 메이는 설득당했는지 오히려 험멜의 등을 토닥이며 주헌 쪽으로 밀어버리는 모습을 봐서는 험멜의 작전은 대성공으로 끝난 것 같다.


거품기가 흘러넘칠 듯한 맥주잔은 들고 온 험멜은 곧바로 주헌 앞에 자리했다.


“신분증이면 주민증도 되잖아? 주민증은 촌장님한테 가면 주실 거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다.


하지만 험멜은 호탕하게 웃으며 주헌의 등을 두드리고는 맥주를 벌컥벌컥 마셔댔다.


순식간에 사라진 맥주.


그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맥주를 따르러 가는 험멜의 모습은 누가 봐도 ‘술 더 마셔야징.’이었다. 상담이 목적이 아니라 술이 목적인...


이번엔 메이도 눈치를 챘는지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까완 달리 주헌보다 더 죽상이 되어서 자리에 돌아온 험멜은 힘없이 풀썩 자리에 앉았다.


누가 보면 주헌이 위로를 해줘야 할 상황으로 오해할 것이다.


“하아... 그래. 이제 해결된 거지?”


저기요. 대화 시작한 지 2분도 안 된 것 같은데요.


“주민증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주민들 절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들어서요.”


“그래... 그랬구나... 그런데 그... 맥주를 오랫동안 안 마시네? 내가 대신 마셔줄까?”


주헌은 험멜을 때리고 싶다는 욕구를 참을 인을 새기며 참아냈다.


“네. 드세요. 많이.”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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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호감을 얻자! (2) 24.02.08 256 7 12쪽
7 7화 호감을 얻자! +1 24.02.07 280 9 12쪽
6 6화 그리지 마을 +2 24.02.06 318 10 13쪽
5 5화 내가 데려다 줄게 +4 24.02.05 341 11 12쪽
4 4화 맛있는 생선구이 +2 24.02.04 373 9 12쪽
3 3화 히터의 따뜻한 온기 24.02.03 386 12 12쪽
2 2화 어딘지 모를 숲 24.02.02 437 11 13쪽
1 1화 그냥 쉴걸 +9 24.02.01 515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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