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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명 님의 서재입니다.

유진21세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우명(牛鳴)
작품등록일 :
2010.09.07 17:32
최근연재일 :
2013.01.03 16:5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798,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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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
글자수 :
157,162

작성
10.02.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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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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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Smells like teen spirit.

DUMMY

고효진은 20살이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겠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에 바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몇 군대 아르바이트와 작은 직장을 전전하면서 세상살이가 생각처럼 마음먹은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배웠다.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텃세도 있었고, 학력 때문에 알게 모르게 차별도 받았다. 가게의 간판이나 생활지에 나가는 광고를 제작하는 소규모 광고회사였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월급은 어찌나 짠지 한 달에 80만원을 겨우 넘었다. 그러다가 사장이라는 작자가 수작을 걸기에 그냥 때려치우고 나왔다. 남들은 대학가서 미팅이다 뭐다 하면서 지낼 텐데, 내 인생은 왜 이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고효진이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으로 나선 것은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냥 놀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상한 이름의 회사가 낸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취업에 성공했다.

고효진은 다른 것은 몰라도 포토샵 하나는 전문가 뺨치도록 잘했다.

타고난 센스도 센스였지만 노력까지 보태졌기 때문이었다. 광고회사 사장 놈이 클라이언트의 반응이 좋으면 보너스를 준다는 말에 속아서 죽어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보너스는 한 푼도 못 받았다. 맥을 쓰게 된 것도 광고회사가 맥을 썼기 때문이다. 맥OS 9를 쓰는 고물이었지만, 거기에 적응이 돼서 일반PC가 되레 어색해졌다.

고효진은 새로운 회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비록 회사의 건물이 허름하고 시내 외곽의 논 한 가운데 있었지만, 사람들이 참 좋았다. 특히 사장이란 분은 정직원 채용은 물론이고, 자신에게 익숙한 맥 시스템까지 맞춰주셨다. 그것도 최신형으로 말이다. 게다가 기본급도 200만원으로 웬만한 이름 있는 기업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저기 먼저 입사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여러 가지 수당과 보너스가 더해지면 신입사원의 첫 월급이 300만원이 넘는단다. 게다가 주5일 근무에 복지수준도 높고, 회사와 거주지가 거리가 있는 고효진 같은 사람들을 위해 회사버스도 곧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당연히 무료였고 말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자하면, 디자인팀의 팀에서 여자는 자신뿐이라는 것과 팀의 남자들이 모두 훈남이라는 것이었다. 모두들 고효진에게 친절했다. 특히나 팀장인 유진은 몸매도 탄탄하고, 옷도 잘 입는데다가, 얼굴까지 잘 생겼다. 무엇보다 직무를 수행할 할 때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합리적으로 진행해서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고, 약간의 호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무튼 오늘 그녀가 마트에 나온 것은 동생 생일 파티와 동시에 좋은 곳에 취직한 기념으로 꿍쳐놨던 비상금을 털어서 마트에서 여러 가지 가득 산 것이다.

평소엔 눈으로만 보고 지나쳤던 한우갈비와 1++A등급의 한우 꽃등심도 쇼핑카트에 담았고, 어린 동생이 좋아하는 과자와 치즈소시지도 샀다.

고효진이 두 손에 가득 든 쇼핑봉투를 가지고 밖으로 나와 보니 우중충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곧 크게 쏟아질 것 같은 예감에 바쁘게 걷기 시작했다. 집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였다.

그 때!

끼익 소리가 고효진의 주의를 끌었고, 옆을 보니 고급스런 자동차 한 대가 자신에게 바싹 붙어서 섰다. 자동차에는 관심이 없어 문외한인 고효진은 차의 제조사나 이름은 모르지만, 비싸 보이는 외제차다.

곧이어 조수석쪽의 유리창이 내려가더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어엇! 유진팀장님!?”

고효진은 유진이한 살 위였고, 직급도 높았기에 항상 ‘님’자를 붙여서 불렀다.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입에 익어서 이렇게 자동으로 나왔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첫 출근 때부터 언제나 자전거를 타고 오고갔던 유진 팀장에게 이처럼 비싸 보이는 외제차를 운전하고 있다니 말이다.

“곧 비도 쏟아질 것 같고, 들고 있는 짐도 무거운 것 같은데……. 타세요. 집 앞까지 태워 드릴게요.”

유진의 말에 고효진은 순간의 머뭇거림이 일어났다. 여러 가지의 복합적인 이유였다. 회사의 호감있는 직장 상관이지만, 겨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는 것도 있었고, 쉽게 차에 오르면 헤픈 여자로 보일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아…….”

그러나 시의적절하게도 한두 방울 내리던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더니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러자 유진이 차에서 내리더니 고효진 옆으로 와서는 그녀의 짐을 받아서 차 뒷좌석에 실었다. 그리고 조수석 문을 열어서 고효진을 차에 타도록 했다.

회귀 전 유진은 이런 매너 좋은 행동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본능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집이 어디에요?”

“아, 저기 보이는 한국아파트에요. 205동 1103호”

고효진의 말에 유진은 방향을 잡고 차를 몰았다. 차가 움직이자 순간의 정적이 차 안을 덮었다. 쏴아~하는 소낙비 소리가 조용히 흘렀다.

유진이 고효진을 차에 태운 것은 그냥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이번 생에서는 여자들에게 인기남이 되고 싶은 것이 유진의 솔직한 욕구였다. 다른 이유를 찾자면……, 고효진은 미인이라는 것도 있을 것이다. 회사 내 최고의 미인인 최현아와는 다른 느낌의 미인이다. 최현아가 소녀 같은 아름다움이라면, 고효진은 성숙한 느낌이 컸다. 특히 몸매를 비교해보면 이 차이는 극명히 드러난다.

자동차 운전에 집중을 하고 있던 유진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지금껏 맡지 못했던 향기를 느꼈다.

달달함과 상큼함이 적당히 섞인 향기. 세계 최고의 조향사도 만들어내지 못할 살아있는 향기였다. 유진도 향수에 대해선 어느 정도 조예가 있다. 뉴욕에서 사치스런 생활을 즐길 때, 부를 과시하기 위해서 100ml짜리 향수 한 병을 10만 달러나 주고 구입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유진이 쓸 건 아니었고, 돈냄새를 맡고 유진의 주변에 몰려든 여자들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무슨 향수 써요?”

“네? 향수요? 향수는 안 쓰는데요.”

단답식 대답에 유진은 또 말문이 막혔다.

뭐든 자신은 있지만, 이상하게도 대화하는 것은 힘들었다. 사회와 오랜 기간 격리되어 있던 영향이 지금도 남아 있는 모양이다.

유진의 자동차는 곧 한국아파트 205동에 도착했다. 유진은 교효진을 태웠을 때처럼 차에서 내려서 그녀의 짐을 엘리베이터 앞까지 들어줬다. 고효진은 태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소기의 성과는 있다. 고효진의 집 주소는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차에 오른 유진은 이번엔 진짜 집으로 방향을 잡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일요일이다.

일요일에 교회를 꼬박꼬박 나가는 개신교의 교인이었다면, 유진도 교회에 나갈 테지만, 유진은 아니었기에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다. 살짝 교회나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자신이 이렇게 죽었다가 과거로 오게 된 것은 신이 행한 일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니 말이다. 또한 미래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굵직한 사건들은 신의 존재를 증명했기에, 신의 존재를 유진은 확신했다. 다만 그 신이 기독교의 신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기에, 교회에 가자는 생각은 강하게 들지 않았다.

때문에 아침밥을 먹은 후 하릴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블룸버그 뉴스를 멍하니 보고 있다. 죄다 100% 영어였지만, 미국에서 살았던 유진에겐 모국어처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뉴스에 집중하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실제로 진행되는 것에 차이가 일어나는지 확인을 위해서였다.

경제전문 뉴스였지만, 경제라는 것은 인류의 모든 활동이 모여서 이루는 생명체와 같기 때문에 사소한 차이가 벌어지면, 유진의 머릿속 데이터와 오차가 생기게 된다.

이상 없음.

주가의 동향이나, 각종 천연자원의 가격, 화석연료의 가격은 유진의 기억과 100% 일치했다. 각 투자주체의 움직임도 기억과 동일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9월 1일 주가 폭락도 예전처럼 일어날 테고, 유진이 5억으로 세팅해 놓은 옵션상품들은 5억을 20억으로 불려줄 것이다.

확인을 끝낸 유진은 컴퓨터를 끄고, 옷을 갈아입었다. 운공할 때 입는 편안한 옷이었다. 그러나 유진은 운공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검술을 익히기 위한 기초 자세를 수련하기 위해서였다.


찌르기. 내려치기, 사선으로 베기.

위의 세 가지 기초 자세는 검강지경에 올라도 사용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치우부대는 물론이고 블랙쓰론즈의 워리어스쿨, 교황청의 성당기사단 같은 세계 최강의 전사집단의 기초교육은 하나 같이 저 세 가지 기초 자세를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추가해서 오래 달리기까지 있다. 심지어는 은거기인의 제자 수련법도 마찬가지였다.

공부에 왕도가 없듯, 하루아침에 절정고수가 되는 일도 없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전투감각과 재능이 있더라도 가다듬지 않으면 무용지물임을 유진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유진은 오늘부터 기초수련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찌르기 1천 회. 내려치기 1천 회. 사선 베기 1천 회. 그리고 오래 달리기. 오래 달리기의 경우엔 집 주변엔 달릴 장소가 없어서 런닝 머신 위를 2시간 달리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마당으로 나가서 쇠심을 박은 죽도를 두 손으로 쥔 유진은 가장 쉬워 보이는 찌르기부터 시작했다.

기초자세 수련 중 찌르기를 시작한지 1시간이 막 넘었을 때, 유진은 거친 숨을 내쉬며 주저앉았다.

힘들다.

유진의 솔직한 마음이다.

뚱뚱했던 살을 빼고 몸은 만들 때 했던 운동 덕에 체력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지만, 찌르기 자세는 평소 쓰지 않았던 근육을 거칠게 사용해서 근육피로가 심했다. 죽도가 무겁게 느껴졌고, 팔이 올라가지 않는다. 아직 500회도 못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다시 살아난 유진의 정신력은 이정도 피로에 포기하지 않는다.

5분이란 짧은 휴식을 갖은 유진은 다시 죽도를 잡고 찌르기를 시작했다. 이번엔 포스를 이용해서 찌르기를 해보기로 한다. 호흡과 움직임을 일치시켜서, 운공법으로 쌓은 신비한 힘 ‘포스’를 팔과 다리의 혈도로 보냄과 동시에 찌른다.

팡!

순간 공기가 울리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속도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육체적으로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곧이어 단전이 조금 허전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쌓은 에너지량이 부족하다보니 그런 모양이다. 포스를 이용한 검술 수련은, 나중에 포스가 충분할 때나 해야 할 것 같다.


유진은 기어코 찌르기 1천 회, 내려치기 1천 회, 사선 베기 1천 회는 물론 2시간의 오래 달리기까지 끝냈다. 그러나 그 시간이 문제였다. 오전 10시쯤에 시작한 수련이 밤 9시 30분 경에 끝난 것이다.

독한 마음을 먹은 유진이 자세가 흐트러진 상태로 휘두른 것은, 횟수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처럼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한 번 휘두를 때도, 기초수련법에 적힌 정자세로 정확히 휘둘러야만 숫자가 올랐다.

그만큼 힘든 수련 덕에 팔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 내일 회사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걱정보다 더 큰 성취감이 유진을 기분 좋게 했다. 또한 지금은 그 누구도 결코 익힐 수 없는 신인류의 수련법을 먼저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분을 더 좋게 해줬다.

그러나 이것으로 오늘 유진이 할 일을 모두 끝낸 것은 아니다. 유진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은 언제나 에너지운공법을 운공을 하는 것이었다.

욕실에서 땀과 먼지 범벅이 된 몸을 깨끗이 씻고 나온, 유진은 거실에 피라미드 파워를 모아주는 구조물을 안으로 들어가 운공법을 시작할 자세를 잡았다.


굉장하다.

한 호흡을 더할 때마다, 평소보다 훨씬 진한 기운이 몸 안에 쌓였다. 단지 기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 유진의 몸도 이에 반응했다. 평소보다 훨씬 빨리 달궈진 유진의 몸에선 여러 가지 반응이 나왔다.

전기처럼 찌릿하면서도 시원한 기운이 등의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고, 팔과 다리에 찜질을 하는 것처럼 후끈한 기운이 몰리기도 했다. 마치 몸 안에서 여러 가지 속성을 가진 에너지들의 잔치가 벌어진 것 같았다.

이것은 유진의 자연치유력이 운공과 함께 들어온 대우주의 기운과 포스의 힘으로 극대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파열된 근육은 재생되었고 여기에 새로운 근육이 더해지면서 보다 강력한 근육을 만들어 준다. 혈도는 넓어지고, 내공의 흐름도 보다 자유로워진다. 또한 많아진 혈류량과 혈도를 타고 도도히 흐르는 내공으로 인해 근육과 피의 노폐물이 걸러지면서 노화억제는 물론이고, 육체적으로나 내공으로나 보다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준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신비한 현상에 빠져든 유진.

그 때, 척추를 타고 훨씬 짜릿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쇠구슬이 데굴데굴 굴러 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있어서 검게 보이는 유진의 시야를 수직으로 가르는 빛줄기를 보았다. 백색이다. 오버시어의 전조현상인 것이다.

유진은 긴장했다.

예정보다 빨랐다. 유진은 대략 한 달 정도는 더 운공을 해야 다시 한 번 오버시어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김은동 사장이 보라고 준 돌멩이에서 큰 에너지를 쌓았기에 예정보다 빠른 지금 오버시어가 일어난 것이다. 때문에 아무런 대비도 없었고 무얼 보아야할지 우선순위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최근 보고 싶었던 것은 김은동 사장이 돌멩이 1, 2, 3, 4를 어떻게 입수했는가? 아니면 김은동 사장은 소문처럼 자신만의 비밀스런 수련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과 당장 익힐 검술을 획득하기 위해 은거기인의 비전을 훔쳐보는 것이 있었다.

유진은 결정했다.

바로 김은동 사장은 자신만의 비밀스런 수련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하고 있다면 지금 하는 수련에 김은동 사장이 하는 수련을 추가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마음이 정해짐과 동시에 백색의 빛줄기가 좌우로 크게 열렸다. 유진의 두근거림은 그와 비례해서 점점 커져갔다.

순간,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향기가 유진의 코를 자극했다.

오버시어는 상급의 경지에 들면 단순한 영상뿐만이 아니라 오감까지 전해준다. 그러나 유진은 이해되지 않았다. 회귀 전 유진도 그 정도 경지에 들기까지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들었다. 하물며 대격변이 아직 일어나지 않아 에너지 밀도가 크게 낮은 지금, 이런 현상을 보이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유진의 속마음이 뭐든 백색으로 열린 거대한 마음의 창에는 곧이어 영상이 나타났다.

뿌연 안개가 가득하다. 아니 안개가 아닌 것 같다. 수증기다. 그리고 전해지는 향기도 더욱 진해졌다. 순간 유진은 고효진이 떠올랐다. 그녀가 차에 탔을 때, 풍겨오던 향기와 똑같았던 것이다.

‘헉!’

수증기를 헤치며 나타난 사람은 고효진이었다.

이제 막 목욕을 끝냈는지, 머리엔 흰 수건으로 만든 모자를 썼고, 전신타월로 몸을 감싼 모습이다. 욕실 특유의 노르스름한 빛을 받은 그녀의 피부는 무척이나 매끄러웠다. 또 몸을 싸고 있는 전신타월이 조금 작아서 쪼였는지 가슴이 낮에 봤을 때보다 훨씬 도드라져 보였다. 라라라~ 작게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도 들려왔다.

왜!

자신이 보고 싶었던 것은 김은동 사장의 비밀수련 방법이었다. 순간적으로 유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오버시어는 풀렸고, 운공에서도 깨어났다. 짧은 시간 운공을 한 것 같았지만, 시계는 11시 20분을 막 지나고 있다.

작은 허탈감이 밀려왔다.

대주천의 시작을 알리며 덤으로 온 오버시어는 언제 또 올지 모른다. 그런데 방금 주어졌던 천금 같은 기회를 고효진이 목욕하고 나오는 모습을 보는 것에 써버린 것이다. 차라리 목욕 중인 모습을 본 것이라면 덜 아쉬웠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유진은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회귀 전 미국에 건너가 오버시어를 마음대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할 때, 알아낸 사실이었다. 그것은 오버시어의 컨트롤에는 이성적인 생각보다 무의식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었다. 즉, 지금 유진은 이성적으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행동을 생각하지만, 무의식이나 본능은 이성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오버시어 능력이 절정에 달하던 회귀 전 30대 후반의 유진은 오로지 보다 더 많은 부를 쌓는 것에 정신과 마음이 일치했었다. 그래서 돈을 버는 일이라면 원하는 것은 뭐든 볼 수 있었다. 한편으로 블랙쓰론즈에 잡혀서 짐승처럼 굴려질 때는 이성은 물론이고 본성까지 거세되어 기계처럼 움직였다. 때문에 그들이 주는 자극에 대한 반작용으로 오버시어를 펼쳤었다.

지금 유진의 본능은 육체의 나이인 21세 그대로. 그야말로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최고조에 달하는 때였던 것이다.

순간 유진은 엉뚱하게도 너바나의 유명했던 노래 제목이 떠올랐다.

Smells like teen spirit.

줄여서는 teen spirit.

충동적인 십대들의 정신 혹은 마음처럼, 유진은 자신의 본성은 되돌아온 영혼과는 상관없이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귀 후, 첫 번째 맞는 성장의 벽이다. 21세의 본능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유진의 성장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어쨌든 문제점을 알았으니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면 된다고 생각한 유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침실로 들어갔다.

수련복을 잠옷으로 갈아입고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자꾸만 고효진의 매끈한 몸매가 뇌리에 떠오른다. 그리고 달달하고 상큼한 향기도 느껴지는 듯하다.

아무래도 오늘은 쉽게 자기 틀린 것 같다.


=================================


2장 Smells like teen spirit이 끝났습니다~.

리플과 선작 너무나 감사합니다.


3장의 제목은 Welcome to the Jungle로 정했습니다만,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1

  • 작성자
    Lv.1 딸기는싫어
    작성일
    10.02.26 14:20
    No. 31

    이번편 너무 재밌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키온
    작성일
    10.03.01 09:22
    No. 32

    ㄱ ㅓㅍ ㅣ 하시길, ^ㅡ^]
    ..ㄴ...ㄹ 작가님 파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領天華
    작성일
    10.03.01 22:10
    No. 33
  • 작성자
    Lv.99 화일박스
    작성일
    10.03.02 18:24
    No. 34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허교주
    작성일
    10.03.03 07:49
    No. 35

    전편에선 고효진과 유진이 동갑이라고 나왔는데 지금은 유진이 1살 많다고 나왔습니다.

    또....
    사인검은 양날검이고 무게가 일반 장군검(1.2kg)보다도 4~5배 무거운 5.5kg입니다.
    그걸 들고 처음부터 1000번 베기를 하다니....
    힘이 아주센 사람이라도 처음엔 제대로된 내려치기 10회도 힘듭니다.
    일반 아령 10kg 드는거랑은 검 자체의 길이 때문에 차이가 많이 나요.
    내려치기 하는것 보다 그냥 20kg역기를 드는게 훨씬 쉽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허교주
    작성일
    10.03.03 07:54
    No. 36

    고효진과 동갑내기라고 쓰인건 14화 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무괴아심
    작성일
    10.03.19 16:02
    No. 37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룬Roon
    작성일
    10.03.27 10:23
    No. 38

    이런 ㅋㅋ 잘봤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0.03.31 21:57
    No. 39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wg*****
    작성일
    10.08.09 18:41
    No. 40

    음...
    위에 1천번 베기를 다들 문제삼고 있는데, 유진은 '포스'를 사용하는 '포스 유저'입니다.
    때문에 포스를 사용하는 수련의 일환이라고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후니칸
    작성일
    10.08.14 05:07
    No. 41

    포스를 이용한 수련은 나중에 하겠다.. 란 내용이 본문에 있습니다. 즉 이번 수련은 전적으로 근육의 힘만으로 행했단 뜻이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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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Welcome to the Jungle. +73 10.02.27 18,034 15 13쪽
22 Welcome to the Jungle. +65 10.02.26 18,279 11 11쪽
21 Welcome to the Jungle. +70 10.02.25 18,330 12 14쪽
20 Welcome to the Jungle. +44 10.02.24 17,461 12 10쪽
19 Welcome to the Jungle. +53 10.02.23 18,234 18 16쪽
18 Welcome to the Jungle. +81 10.02.21 36,816 36 10쪽
17 Welcome to the Jungle. +38 10.02.20 18,036 13 11쪽
» Smells like teen spirit. +41 10.02.19 18,028 14 18쪽
15 Smells like teen spirit. +34 10.02.18 17,465 15 13쪽
14 Smells like teen spirit. +27 10.02.17 18,266 17 14쪽
13 Smells like teen spirit. +12 10.02.17 16,978 16 10쪽
12 Smells like teen spirit. +62 10.02.13 23,366 19 12쪽
11 Smells like teen spirit. +111 10.02.13 18,603 13 9쪽
10 Smells like teen spirit. +18 10.02.12 18,380 18 12쪽
9 Smells like teen spirit. +21 10.02.11 19,289 13 12쪽
8 Highway Star. +109 10.02.10 20,339 30 12쪽
7 Highway Star. +23 10.02.09 19,306 16 12쪽
6 Highway Star. +70 10.02.09 51,169 1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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