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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수메르 왕이 되어 문명 리셋 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9도
작품등록일 :
2020.07.13 23:32
최근연재일 :
2020.10.03 23:48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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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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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9,898

작성
20.08.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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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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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싸워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DUMMY

이 나라 근처에 광산은 하나도 없었다.

그 흔한 철이 나올 만한 곳도 딱히 없었다.

기대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내가 무슨 희귀 광물이나 식물을 찾는 것도 아니고, 지구에 흔하디 흔한 게 철광석이고, 나무인데, 여긴 왜 이래? 여기가 정말 중동이 맞나보네. 나무와 철을 위해서라도 이 나라의 강역을 좀 넓혀야겠어.’


광산의 개념이 없는 게 맞다고 해야할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이 곳에서는 석유가 역청이란 이름으로 지천에 깔려 있다는 정도였다.


‘이 정도면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깔 수도 있겠는 걸?”


역청, 그러니까 이들이 말하는 역청은 석유를 말하는 것이었다.

석유가 난다고 표시되지 않은 지도는 없었다.


‘그럼 뭐하나? 이 시대에 석유가 많다 한들 어디다 써먹냐고요오! 자동차를 굴릴 것도 아니고’


아스팔트 도로는 좀 아니다 싶다.


‘그나저나, 철광석은 어떻게 가져온다는 거지?

이게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야, 산에서 캐든, 강바닥에서 긁어오든 할 텐데?’


누가 모아 놓은 걸 가져오는 게 아닌 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

청동도 없거나 드문 시대 같은데, 철광석을 미리 준비해 뒀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무도 당장 무기나 농기구를 만드는 데 전혀 문제가 안 될 만큼 충분히 확보한 것처럼 보였다.


아바다르드가 돌아오면 의문은 자연스럽게 풀리리라.


***


친위대 제2소대장 후즈바크는 처음에는 엿새에 한 번씩 오더니, 이제 삼일에 한 번씩 온다.

다른 전령보다 내게 얻어가는 게 많기 때문에, 내려가자 마자 전황만 파악하고 다시 올라오는 게 아닌가 싶다.


‘전령이 먼저 올까, 페쇼탄이 먼저 올까?’


상선대는 오늘쯤 도착한다고 했다.


나는 오늘도 병사들과 함께 편전 쏘기 훈련을 하고 있었다.

편전은 어느 덧 우르크 병사들의 훈련 필수 항목이 됐다.

보조병들은 일단 활쏘기 훈련이 먼저였다.


전령이 먼저 도착했다.

후즈바크는 내게 보고서 한장을 내밀었다.


기존 피해 : 아군 전사자 38명, 부상자 44명, 주민 사망 10명, 피랍 2명

신규 피해 : 아군 전사자 14명, 부상자 27명, 주민 사망 7명, 피랍 6명

누적 피해 : 아군 전사자 52명, 부상자 71명, 주민 사망 17명, 피랍 8명

적 현황 : 왕궁 내 약 칠십 명, 도시 외곽 약 오백 명(증가 추세)


불과 하루 사이에 숫자가 확 바뀌었다.


“도시 외곽 약 오백 명? 거기에 늘어나는 중이라고?”


전령이 오고 가는 데 하루라는 시간차가 발생한다.

불과 하루라는 시간을 감안하면 적도 더 늘어날 것이고, 아군 피해도 점점 더 커질 듯하다.


“왕자님, 말씀대로 도적떼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도시를 거의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럼 아군 전사자와 부상자가 늘어난 게 도적떼 때문이야?”


“네, 그렇습니다.”


‘그럼 그렇지. 놈이 믿는 구석이 있었어. 시간을 그렇게 끌어서는 안되는 거였는데.’


속전속결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게 아니라면, 전투는 빨리 끝내는 게 좋다.

아버지는 적이 짜 놓은 판세에 이미 휘말린 거다.

역시, 그동안 한 사람의 무력에만 의존해 싸운 게 분명하다.


‘혼자 그렇게 싸울 거면, 병력은 왜 그렇게 많이 끌고 간 거야?

어휴. 답답한 사람. 설마 소모전을 생각하고 데려간 건 아니겠지?’


인명(人命)을 경시하는 이 시대의 풍조를 생각하면, 절대 불가능한 가정이 아니다.

아군이 한 명 죽는 동안 적도 한 명 죽일 수 있다면, 숫자가 많은 쪽이 무조건 유리하니까.

아군이 두 명 죽는 동안 적군이 한 명이 죽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적은 성을 지키는 입장이고, 아군은 성을 무너뜨려야 하는 입장이라면, 아군이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반드시 유리한 것 만도 아니다.


동일한 조건, 아니면 유사한 조건이라도 만들어야 하는데, 결국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


“오백 명이 다 병사들은 아닐 거 아냐?”


“네, 그런데 적은 여자들도 무기를 들고 싸웁니다.

대략 절반 이상은 전투원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군 피해가 생각보다 너무 큰데? 전투원 중에 남자들은 어느 정도 되나?”


“무리 하나 당 대략 스무 명 내외로 보입니다."


무리가 여럿 된다는 얘기다.


"남자도 남자인데, 그 중에 키가 구 척(약 2.7미터)은 될 것 같은 거인들이 셋이나 있습니다. 아군이 죽거나 다친 건 대부분 그 거인들 때문입니다.”


‘이건? 아라타족이다!’


“한 사람이 지휘하나?”


“그건 아니고, 각자의 무리를 끌고 있습니다.”


“우르 백성들은?”


“아직 아군이 지키고 있습니다.”


“우바이드로 피신을 시켰어야지.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피신을 시켜야 할 텐데?”


‘우르라는 도시가 그렇게 병력을 희생시켜가며 지켜야 하는 가치가 있을까? 밀밭이야 거기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늘릴 수 있잖아? 대단한 특산품이 있는 도시도 아니고. 집이 있고, 거기 살던 사람들이니까 거기서 농사 지으며 살라고 내버려둔 것이었는데.’


농사 지을 땅은 우르크 주변에도 충분히 많다.

우르크로 데려오면 당장 거주할 집이 없으니, 그리고 앞으로 늘어날 인구를 대비해서 우르를 살려 뒀다.


지금 남아있는 인원이라면 그냥 우르크 근처에 집을 지어도 충분하다.


지키지 못할 집이라면 차라리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낫다.

하지만, 아버지 성격에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도 않을 터.


나는 시녀를 시켜 아심을 불렀다.


“아심, 곧 있으면 페쇼탄이 나무를 싣고 올 거야.

내가 저번에 그려준 사다리 수레부터 만들어.

철갑수레는 공성탑 만들 인부도 골라 놓고.

사다리 수레 다 만들면, 나와 같이 우르로 내려간다.”


“후즈바크, 너는 지금 바로 내려가서, 내가 내려간다고 전해.

아버지한테 얘기해서 오마르 장군한테 중대 하나를 맡겨서 우바이드로 주민 빨리 대피시키라고 하고, 대피 끝내면 오마르 장군은 내 대신 여기 지키게 올라오라고 해.

모레까지 안 올라오면, 안 기다리고 내려간다고 해.”


“네, 알겠습니다. 왕자님”


녀석이 대답하고 나가는데 왠지 얼굴이 밝아지는 것 같다.

왠만하면, 아버지가 이 왕국을 통치하는데 가만히 있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뒀다가는 애써 일궈 놓은 밭도 다 망쳐 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괜히 쿠데타가 발생하는 게 아니었어. 젠장!’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가장 상책이라고 했다.

상대가 싸울 의지가 생기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군이 절대 우위에 있으면 상대는 싸우려 들지 않을 것이다.

미친 놈이 아니고서야 질 게 뻔한데 왕궁에 그렇게 들어가 쳐박혀 있지 않을 거다.


‘버틸 땐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야지!’


아라타족의 피지컬이면 분명 보통 사람보다 월등히 좋을 것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함께 굴복시켰다고 했는데, 분명 힘이 아니라 지략으로 이겼을 것이다.

지금 아버지가 하는 걸 봐서는 그다지 믿음이 안 간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르크를 세운 건 할아버지이지, 아버지는 아닌 것 같다.


‘외할머니한테 직접 물어봐야겠어.’


***


“외할머니, 할아버지와 증조외할머니가 어디서 어떻게 만나신 거에요?”


“어? 그게 말이다. 네가 이해하려면 좀 더 커야 할 거다.”


‘이거 뭔가 있는데, 당췌 아무도 얘기를 안 한다 말이지. 도대체 뭐지? 족보가 이렇게 꼬여 있는 걸 보면, 보통 일은 아닌 거 같은데···’


“혹시 외할머니도 아라타라는 곳에서 살았어요?”


“아가야, 네가 거길 어떻게 아냐?”


“외할머니, 저 이제 아가 아니라니까요! 아~ 정말!”


“할미 눈에는 아직 아가 맞는데?”


외할머니는 자꾸 말을 돌리며, 아라타 얘기를 안 하려는 눈치였다.


“아라타라는 곳을 아시죠?”


“알지. 참 좋은 곳이었지.”


“그런데요? 지금은 아니에요?”


“지금도 좋을 거야. 한번 가보고 싶구나.”


“가시면 되잖아요? 일 년에 한 번씩 배도 왔다갔다 하는데.”


“그 배에 아라타 사람이 탔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니?”


“아뇨.”


‘그러고 보니, 아라타에서 가져온다는 광물도 나무도 모두 이 나라 상인들이 가져온다고 했지?

창고 관리들이 검수하고. 이번에 가져온다는 철광석도, 나무도 다 아라타에서 가져오는 건가?

그럼 그 많은 도자기와 비누는 어디다가 판 거지?

그동안 아라타 광물에는 철광석이 없었는데?’


아라타에서 오는 광물은 대체로 장신구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주로 금은동, 보석류 위주의 광물이다.

모두 이난나 여신에게 바치는 것이었다.


“아라타는 누구를 들여 보내주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아.”


“그럼 이미 나와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에요?”


“누가 나왔다는 거니?”


“외할머니는 아라타 사람 아닌가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라타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요?”


“완전히 아라타 사람은 아니지, 네 할아버지나 네 엄마는 거의 아라타 사람이 맞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야. 생각해 보니, 네 아빠보다는 네가 더 아라타 사람에 가깝겠구나.”


“네?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 게 있어.

아라타는 땅 자체가 아라타 사람이 아니라면 받아들이지를 않는다.

네게 고조할아버지가 되겠구나.

네 고조할아버지는 아라타 밖을 나갈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였어.

아라타 사람들은 움마 사람들에게 자주 물건을 사고 팔았지.

하루는 움마라는 도시의 한 여인과 사랑에 빠졌어.

그 여인, 그러니까 네 고조할머니가 되겠지.

그 여인이 네 증조할아버지를 낳았어.

네 고조할아버지가 여인과 아이를 데리고 아라타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여인은 아라타에 들어갈 수 없었지.

땅이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어.”


“땅이요? 죽기라도 했나요?”


“아니, 네 고조할머니 눈에는 그냥 눈 앞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데.

산 속 어딘가에서 갑자기 남편과 아들이 사라지니까 너무 당황해서 기절하셨다더군.

그래서 네 고조할아버지는 할 수 없이 아라타에서 네 증조할아버지를 데리고 나와서 여인과 함께 움마로 데려갔지.

그리고는 움마의 왕이 됐어.

그 뒤로도 네 고조할아버지는 가끔씩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아라타에 갔다 오곤 했대.

여인이 죽자, 네 고조할아버지는 아라타로 돌아갔고, 네 증조할아버지가 움마의 왕이 됐지.

그런데, 아무리 봐도 움마보다는 아라타가 더 좋더래.

다른 사람에게 움마의 왕 자리를 넘겨버리고 자신도 아라타로 들어가 버린거야.

그리고 아라타 여인을 만나서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

그 아이가 네 할아버지였어.

네 할아버지도 다 커서 움마로 나와 거래를 하게 됐지.

그리고 움마의 공주와 결혼을 했어.

네 아빠는 그렇게 태어난 거야.”


“그럼, 할아버지와 증조 외할머니는 어떻게 만난 거에요?”


“음···그건 말이다. 너도 신전에서 제를 올리는 걸 봤으니 잘 알거다.”


“할아버지와 증조 외할머니가 이난나 여신에게 제를 올렸어요?”


“그렇지.”


남자가 신전의 여인과 이난나 여신에게 제를 올린다는 말은 동침을 했다는 말이 된다.

둘 다 아라타 사람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거기서 외할머니가 태어났나 보다.


‘잠깐, 외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무슨 관계지? 할아버지가 외할머니의 아버지인 셈이네?’


“그럼 할아버지가 외할머니를 아라타에서 데리고 나온거에요?”


“아니, 증조외할머니가 데리고 나왔다.”


“네?”


“할아버지는 움마의 공주와 결혼을 했다고 했지 않니?

그런데, 움마에는 이미 왕도 있고, 왕자도 있었지.

움마 왕이 할아버지를 두려워 했단다.

자꾸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어.

그래서 네 할아버지는 움마 왕을 죽이고 아라타가 아닌 이 곳 우르크로 도망쳤어.

네 아버지만 데리고. 네 증조 외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찾아서 나왔는데, 사람이 도망치고 없네?

결국 이 곳까지 찾아왔지. 네 할머니와 같이.”


“할머니가 제사장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증조 외할머니가 제사장이었지.

아라타에서 나와서 할아버지한테 이난나 여신을 모시고 나오라고 시킨 사람도 네 증조 외할머니야.

그리고 돌아가실 때, 내게 제사장 자리를 물려주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어.

네 할머니에게 물려줬지.

네 할머니는 죽으면서 다시 내게 그 자리를 돌려준 거고.”


“할아버지는 우르크에서 어떻게 왕이 된 거에요?”


“네 할아버지는 대단했지.

움마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죽이겠다고 군대를 끌고 우르크로 몰려온 거야.

할아버지는 이 곳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움마 사람들을 반쯤은 죽이고 반쯤은 사로 잡았어.

이 곳에 나이 좀 많은 노예들은 다 그 때 잡힌 사람들이라고 보면 돼.

물론 아닌 사람도 꽤 있지만.

좀 험한 일을 하는 노예들은 거의 움마에서 온 사람들이야.”


“아라타 사람들은 우리한테 왜 보석과 광물을 바치는 거죠?”


“우르크에 바치는 게 아니야. 이난나 여신에게 바치는 거지.”


나는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

아라타가 우르크의 속국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이난나 여신 때문에 신전에 제물을 바치는 거에 불과했다.


이난나 여신의 제사장이 이곳에 있고, 신전이 있어서였다.


‘그래도, 외할머니나 어머니 형제들이 이 나라에서 큰 힘을 못 쓰는 건 이해가 잘 안돼.’


대등한 관계라고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버지에게 조금은 잡혀 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니면, 밤다트를 없애도 진작 없앴겠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정권을 잡으면서,

전 부인의 세력에게 뭔가 크게 빚진 게 아닐까?’


‘이 나라를 장악하려면, 토박이 세력부터 확실하게 누를 필요가 있어.

아라타족 피가 흘러야 아라타를 들어갈 수 있다.

이건 좋은 정보인데?

그런데 아라타 사람이라고 아무나 들락날락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어.

할아버지도 증조할아버지도 고조할아버지도 모두 자유롭게 들락날락 했다면,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외할머니는 아라타어를 할 줄 알아요?”


“알지. 왜?”


“아라타어 좀 가르쳐 주세요.”


“그건 배워서 뭐하려고? 왜? 아라타에 가보고 싶어서?”


“네, 그것도 그렇고, 지금 우르에서 아버지가 전 우르 왕하고 싸우고 있잖아요?

그런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서로 싸웠다는데, 아라타어를 쓴 것 같거든요.

저도 아라타어를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그건 이난나 여신에게 축복을 받아야 배울 수 있는 건데?”


“이난나 여신의 축복은 어떻게 받는 건데요?”


“어···그건, 너는 아라타를 직접 가야해. 그리고, 네가 어려서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


“왜요?”


“아라타 여인과 같이 자야하니까.”


‘그런 거였어? 하긴 신도 있는데, 이난나 여신이 정말 있는 건지도 모르지.

있다면 분명 그 짓에 환장한 여신일거다. 떱’


그 거인 세 명도 아라타 사람들일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아라타에서 어떻게 나왔을까?

우르 왕이나 네레이스도 이 곳 사람들과 혼혈일까?


외할머니와 얘기하는 사이에 페쇼탄이 도착했다.


“증조 외할머니와 할머니는 사이가 가까웠어요?”


“서로 필요한 사이였지.

네 할머니가 증조 외할머니를 돌봐줬다고 보는 게 맞을 거야.

이난나 여신의 제사장이란 지위가 꼭 필요했거든.

이 우르크 땅에 발붙이고 살려고 하니, 그게 필요 했어. 모두가 이 땅의 이방인이잖아.”


‘증조 외할머니보다 할머니가 더 불리했던 거 아닌가?

하긴 할머니가 더 어렸겠지?

그럼 우리 아버지란 사람은 어머니를 더 좋아해야 하는 거 아냐?

왜 그렇게 밤다트 남매 일이라고 하면 사족을 못 쓰는 거야?’


외할머니가 돌아가고, 나는 페쇼탄에게 보고받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움마 쪽 사람들이 아라타에 연락해서, 이걸 미리 준비시켰다는 얘기야?”


“네, 비누와 도자기를 자기들에게도 공급해 주는 조건으로 아라타에 미리 연락을 해뒀다고 합니다.”


“네가 준비시키지는 않았을 거고, 아바다르드야?”


“네, 상선대를 꾸린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할 때 아미라 사장에게 구체적인 수출품목이 무엇인지부터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합니다.”


‘구멍이 거기 있었군.

앞으로 유모에게는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겠어.

음··· 역으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겠는 걸?’


아미라는 우르크 호족(토착 세력?)이나 지식인 층,

전사 층 등 다방면으로 인맥이 넓었다.

그녀의 외모를 보면, 충분히 그럴 만했다.


‘진정 핵인싸지.’


“페쇼탄, 네가 없는 사이에 우르가 함락됐다는 건 알고 있나?”


“네, 오기 전에 들었습니다.”


“대군을 끌고 갔는데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것도 알고?”


“네, 아군 피해도 적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대략 오십명은 다치고 죽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50명은 적은 수가 아니다. 그리고 사망자만 이미 그 숫자를 훨씬 넘어섰다.


“그 거보다 훨씬 많아. 두 배 넘어.”


“그렇군요. 민심이 흉흉합니다. 차라리 왕자님이 낫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어요. 왕자님을 경계해야한다는 소문도 있고요.”


“너는 어떻게 생각해?”


“제게 그렇게 물으신다면, 이미 마음먹으신 것 아닙니까? 저는 무조건 왕자님 편입니다.”


‘태종 이방원이나 당태종 이세민도 자신이 위태롭다고 생각했겠지?’


“아버지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네?”


“내가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통보했어.”


“빨리 서두르셔야겠군요.”


“그렇지.”


역시 페쇼탄이었다. 이신전심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들었다. 내려가도 후환이 없도록 단속하는 일. 즉 밤다트 일당의 발을 묶어둬야 했다.


“아바다르드는 어떤가?”


“왕자님께서 믿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넌 지금 1중대를 이끌고 귀슈탐의 집을 봉쇄하고 가족들을 모두 사로잡아.

나는 바흐람을 데리고 밤다트를 치러갈 거니까.

지금이 5시야. 앞으로 두 시간, 7시까지 밤다트 일당을 일망타진한다.

무슨 말인지 알지?”


“상대가 반응하기 전에 기습으로 끝내버리겠다는 말씀이시죠?”


“맞아. 죽이지는 마. 우리한테 필요한 사람들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작가의말

나머지 한 편도 열심히 써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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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4 20.09.14 672 22 16쪽
60 죽을 뻔 했더니 +2 20.09.12 635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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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어벤져스???? +4 20.09.07 779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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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왕권 강화의 초석 +5 20.09.05 864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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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형세를 갖추어야 한다. +3 20.08.25 950 24 14쪽
43 허투루 시작한 게 아니다. +3 20.08.24 942 28 16쪽
» 싸워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3 20.08.23 990 29 18쪽
41 물량공세 +3 20.08.21 1,070 26 14쪽
40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일까? (초반부 내용 추가함) +5 20.08.20 1,061 28 15쪽
39 이 또한 지나가리라. +6 20.08.20 1,088 33 13쪽
38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자. +5 20.08.19 1,126 33 16쪽
37 급히 먹으면 체한다. +8 20.08.15 1,218 35 17쪽
36 족쇄가 꼭 쇠붙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8 20.08.14 1,272 29 15쪽
35 권력의 축은 이미 기운 것 아닌가? +4 20.08.13 1,292 36 14쪽
34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5 20.08.12 1,288 38 15쪽
33 나서야 할 때는 따로 있다. +2 20.08.11 1,302 31 15쪽
32 혼자 북치고 장구칠 때는 좋았는데 +9 20.08.11 1,360 29 17쪽
31 다 잡은 물고기라도 잘 가둬놔야 문제가 덜 생긴다. (삽화추가) +2 20.08.10 1,386 36 15쪽
30 소홀히 볼 게 아니었는데, 의외의 복병. +5 20.08.09 1,414 38 17쪽
29 정산을 미루지 말자! +5 20.08.09 1,472 41 16쪽
28 임기응변도 필요하다.(데이터 주의, 삽화 있음) +4 20.08.08 1,515 35 13쪽
27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5 20.08.08 1,436 42 15쪽
26 쇠뿔을 단김에 빼려면 +3 20.08.07 1,439 42 16쪽
25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 +7 20.08.06 1,472 43 14쪽
24 평온한 일상이 이어질 줄 알았다. +4 20.08.05 1,588 42 15쪽
23 역사도 모르면서 어떻게 미래를 계획하는가? +6 20.08.05 1,635 43 15쪽
22 인사가 만사라는데... +8 20.08.03 1,613 43 17쪽
21 변수는 언제나 있는 법 +6 20.08.02 1,638 54 17쪽
20 이 정도면 중증 덕훈데... +14 20.08.01 1,712 51 13쪽
19 나라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군 +13 20.07.31 1,724 52 16쪽
18 영혼까지 탈탈 털어 넣어라! +14 20.07.30 1,652 44 15쪽
17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7 20.07.29 1,696 50 16쪽
16 비누나 종이나! +6 20.07.28 1,791 46 16쪽
15 설마 내가 내 무덤 판 건 아니겠지? +7 20.07.27 1,779 63 15쪽
14 내게도 감투가 생겼다. +9 20.07.26 1,896 62 17쪽
13 전화위복? (단어 수정 했습니다.) +7 20.07.26 1,910 62 14쪽
12 한글은 날개를 달고,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6 20.07.24 2,003 56 15쪽
11 계획에 없던 일인데... 한글, 네가 거기서 왜 튀어 나와? +14 20.07.23 2,227 58 16쪽
10 업적이 있으면 보상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3 20.07.22 2,240 71 14쪽
9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10 20.07.21 2,410 70 13쪽
8 주입식 교육의 힘을 보여주마. +12 20.07.20 2,608 75 15쪽
7 선을 지켜라! +5 20.07.19 2,629 83 15쪽
6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12 20.07.18 2,775 93 15쪽
5 방심하지 마라! +8 20.07.17 2,890 90 15쪽
4 우선 순위를 정하자! +15 20.07.16 3,291 89 16쪽
3 할 일이 또 너무 많아! 대신 이번에는...(내가 하고 싶은 일이지.) +12 20.07.15 3,545 102 16쪽
2 이 정도면 중박? (삽화 추가, 소제목 변경함) +21 20.07.14 4,130 105 14쪽
1 예전처럼 살면 망한다. +27 20.07.13 5,333 10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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