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을 미루지 말자!
“여신 남무의 대리인, 이 나라의 왕비인 애쉬나라고 합니다.”
왕비가 통역을 통해 직접 말했다.
“음··· 뭐 직접 대답해도 상관없긴 한데, 이 놈 때문에 지금 안타까운 생명이 꽤 많이 죽었거든. 난 이 놈이 궁금해. 도대체 누굴까. 사실 누가 대답해도 상관없어. 올바른 대답을 할 놈이 아니거든.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누군 줄 알아?”
모두가 조용했다. 통역도 조용히 내 말을 전달했다.
“날 상대로 사기치는 새끼야. 그런데, 지금 이 녀석이 나를 몇 번 엿 먹였는 줄 알아?”
나는 내가 조금 흥분했다는 걸 느꼈다.
‘릴랙스. 다 된 밥에 코 빠트리지 말자.’
“뭐, 덕분에 준비를 철저히 하고 들어오긴 했어. 자 이놈 마누라가 여기 근위병이라는데, 누구지?”
잡혀온 초병들의 시선이 한 여자를 향했다.
왕비라는 여자와는 다르게 평범한 두상이었다.
그리고 초병들 중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미모를 갖고 있었다.
나는 내 턱을 만지작거렸다.
“음··· 일단 이건 사기 치지 않은 모양이군. 뭐지? 이 녀석 혹시 근위 대장인가?”
이번에는 초병들이 왕비를 쳐다봤다.
“아이 썅, 아니지··· 참아야지.
욕해서 미안.
자. 우리 이제 상황 종료된 거 다 알잖아?
내가 스무고개 하자고 여기 온 게 아니라고.
내가 아이로 보이겠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거든.
다들 어떻게 생각해?”
“네, 맞습니다. 왕자님. 어른들 저리 가라시죠.”
어째 시원시원하게 대답은 하는데, 씁쓸한 이유는 뭘까?
통역이 이런 대화까지 모두 안 놓치고 전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우리 통역은 정말 열심히 쉬지 않고 말을 하고 있었다.
어쨌든 내 말이 제대로 전달은 되고 있는 분위기다.
통역도 노예인데, 자유 신분으로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로마시대에는 노예들이 노예신분으로 귀족들의 재산까지도 관리했다고 하는데,
이 시대는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빨리 대답 안 해?”
나는 초병들을 노려봤다.
초병들이 불어대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광대근육이 꿈틀꿈틀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
이런 미친 것들, 역시 이 시대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예쁘장(?)하게 생겼다는 여자가 근위대장, 남자는 왕의 동생, 왕비는 형수이긴 한데, 동생과 애인사이란다.
웃기지도 않아서. 아니 근위대장이랑 왕비가 한 남자를 두고 연적관계라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근위대장도 왕비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하니 뭐··· 이거 설마 19금인가?
‘나 여기 나이로 일곱 살 애라고.’ 그냥 못 들은 걸로 했다.
“저 놈 얼굴을 봤으니, 우리가 누군지 정도는 짐작하겠지? 우리 소개가 필요한가?”
왕비가 내가 누군지 물었다.
궁금할 거다.
도저히 어린 아이로 밖에 안 보이는데,
우리 병사들 모두가 내 말 한 마디에 나의 수족처럼 움직인다.
절대 보통 사람처럼은 안 보일 거다.
“이 나라의 왕비라는 사람이 물어보니 대답은 해줘야 예법에 맞겠지?”
이 시대가 마냥 야만의 시대 같아도, 전생의 상식과 안 맞는 게 워낙 많아서 그렇지, 나름 법도도 있고 지켜야할 예법도 있다.
사람 사는 동네는 그 곳이 어디든, 함께 살기 위해 서로 지켜야할 규칙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우르크의 둘째 왕자 ‘루갈 반다’라고 나름 정중하게 내 소개를 했다.
저들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나 보다.
왕비를 제외한 모두가 엎드려 고개를 숙였다.
이제 자신의 주인이 누군지 확실히 인식을 했다는 표현이었다.
약탈을 하러 간 왕은 보이지도 않고, 그 동생은 붙잡혀 있으며, 그 나라의 왕자란 사람이 지금 점령군의 사령관이다.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왕의 동생이란 녀석을 어떻게 처리할까 잠시 궁리를 해봤다.
녀석이 인질로서 적국의 초소병들을 굴복시키는데 확실히 제 역할을 하긴 했다.
비밀 통로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놈이 완전히 사기를 친 것도 아니다.
일단은 살려 두고, 노예 신분에서 자유롭게 해주겠다는 말은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엿 먹인 대가는 치러야 할 게 아닌가.
바깥 상황이 무척 궁금했다.
“이 사람들 모두 묶고, 왕족들이라고 하는 녀석들은 재갈도 물려. 특히 쟤!”
당초 계획은 잘 타일러서 인명 피해 없이 왕비든 여왕이든 이 나라의 우두머리와 내 조건을 네고하고 700명 정도만 노예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나머지는 도망가지 않을 경우, 이 땅에서 계속 농사짓고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생각이었다.
그래봐야 대우는 중세 농노와 비슷할 테지만, 이 시대 노예보다는 훨씬 나은 처지일 거다.
적어도 주인 마음에 따라 목숨이 오락가락 하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어차피 정복자는 나다.
네고할 필요가 없다.
오마르 아저씨가 얼마나 생포했는지에 따라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우르와 에리두로 도망친 사람들이 다음 도시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점령할 필요가 있다. 야음을 틈타 공격한다는 건 조금 어려울 것 같다.
나는 현장(?)을 빨리 마무리 짓기로 했다.
왕궁이 적당히 수습이 되는 것을 보고 왕궁을 나왔다.
아르반드도 집에 숨어 있던 주민들을 모두 끌고 나와 왕궁 앞 거리에 한데 모아두고 있었다.
어림잡아 대략 100여 명쯤 되어 보이는데, 아이들이 좀 많았다.
아이들이 우는 소리에 귀가 아플 정도였다.
어른은 여자들이 대략 30명쯤 되어 보였고, 남자는 다 늙은 노인 두 명이 전부였다.
모두 천조각에 줄줄이 묶여 있었다.
거리에는 화살을 맞고 쓰러져 죽은 초병 세 명과 남자 넷이 눈에 띄었다.
“아르반드, 잘 했고, 수고했다. 녀석들 잘 감시하고, 궁병들은 나를 따라와”
이미 쪽수에서 압도적인 차이였다.
지지 않을 것은 확신했지만, 사망자가 0명이란 사실은 고무적이었다.
물론 갑옷이 닿지 않는 부분에 화살을 맞아 부상을 입은 병사는 몇 명 있었다.
워낙 어두웠기에 아군도 적군도 모두 허공에 대고 쏜 화살이 많았다.
하지만 아군은 신병이긴 해도 적보다 무려 열 배나 많았고, 쇠뇌의 장전 속도가 일반 화살의 절반 밖에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사거리나 위력에서 비교가 안됐다.
쇠뇌는 상대 갑옷을 가차없이 뚫었고, 그 결과가 바닥에 떨어져 죽은 세 명이었다.
아군의 실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상대가 함부로 공격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에 우선적인 의의를 뒀고, 아주 약한 상대를 대상으로 실전 경험을 쌓았다는 것에 두 번째 의의를 뒀다.
일종의 백신을 맞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또 한 가지, 적이 근위병이었다는 특성상 아군을 명중시킨 경우도 제법 있었지만, 침투조는 전원, 주택조와 암살조(?)는 반 수 이상이 신형 갑옷을 입고 있었기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던 것도 주효했다.
전력 차이가 그렇게 대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적군의 사망자가 바닥에 떨어진 사람은 고작 세 명이란 사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대목이었다.
아무래도 지붕 위의 사망자까지 집계를 해봐야 아군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누구(그러니까 그 왕의 동생이란 놈)때문에 전투가 너무 싱겁게 끝난 탓일 수도 있다.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르반드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곳곳에서 수많은 횃불이 골목골목을 비추고 있었다.
아직도 집안에 숨어 있는 사람들을 색출하는 작업이 덜 끝난 듯하다.
간혹 개의 시체도 보였다. 겁없이 달려들다가 칼이나 도끼에 베였을 거다.
“오마르 장군님, 고생하셨습니다. 빠져나간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나요?”
“한 밤중이라 못 보고 놓친 사람도 있을 순 있겠지만, 이미 눈에 띈 사람들 중에는 사망자는 있어도 탈주자는 없을 겁니다.
포위를 뚫고 달아나는 녀석들은 모두 이놈에게 당했어요.”
오마르 아저씨가 쇠뇌를 들어 보였다.
이 시대에 흔히 있는 일이다.
그저 명복을 빌어줄 뿐.
그들의 자식이, 혹은 남편이 아니면 형제가 우르크를 침략해 왔다는 죄밖에 없다.
밀밭이 넓긴 했지만, 밀밭은 도시와 배 사이에 있었다.
아군의 병사들은 그 밀밭 사이사이를 비집고 이 도시까지 왔다.
적선이 있는 곳으로 도망칠 멍청한 녀석은 없을 거다.
물론 역발상을 하는 녀석들도 있겠지만, 그런 인간들은 아주 극소수일 거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쳐들어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갖춰야 하기에 그럴 인간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만큼 우리는 빠르게 움직였다.
밀밭을 빼면 이 근처에서 몸을 숨길만한 엄폐물이 있는 곳은 이 도시가 유일하다.
그 얘기는 어설프게 도망가면 우리 눈에 다 띈다는 말이다.
그러니 무모하게 도망친 녀석들은 등이 고슴도치가 됐을 거라 상상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것 같다.
나 같으면 들키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포복해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이 야밤에 도시를 떠나 혼자 떠돈다는 건 자살행위에 가깝다.
그렇게 포복해서 도망치는 녀석이 적어도 네다섯 명은 되야 생존확률이라도 올라갈 거다.
병사들이 들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마르 장군님,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갈 겁니다.
이 사람들이 각자 누구에게 돌아갈지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이 사람들을 왕궁 안으로 몰아넣고 병사들은 따로 재우세요.
자는 장소는 장군님께서 알아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군공이 높은 자에 한해서, 왕궁 밖 흙벽집에서 자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배를 지키는 병사는 300명을 유지하겠습니다.
빠르면 내일 오후쯤, 늦어도 모레 아침이면 도주했던 적군이 이 곳까지 도착할 거라고 했었죠?
이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빨리 결정해야 되요. 일단 왕궁 안으로 몰아넣죠.”
오마르 아저씨를 뒤로 하고 나머지 두 지점도 둘러보았다.
두 곳 모두 이미 여자들과 아이들 그리고 노인과 남자들로 네 그룹이 나눠져 있었다.
지난 원정때가 생각났다.
이 분류법은 아무래도 우르크의 관습이 아닌가 싶다.
소수의 무장 세력이 다수를 억압할 때, 전생의 기준으로는 매우 잔인해 보였으나, 나름 유용한 통제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십분쯤 더 지났을까?
이제 더 이상 어디서 끌려오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세 군데의 포로들을 집계해 보니, 노인을 제외한 성인 여성이 400명가량 됐고,
아이들이 대략 700명 정도 됐다.
그 밖에 노인과 남성을 모두 합쳐 200명이 조금 안됐다.
궁 안의 인원까지 모두 합해도 1500명이 채 안됐다.
전투 중, 혹은 도주 중에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이 대략 100여명이었다.
그 중에 초병(근위병)은 왕궁 위에서 9명, 길 위로 떨어진 사람이 3명 모두 12명이 죽었다.
이번에 생포한 우바이드인을 보니 왕족포함 민간인이 약 1400명에 근위병(모두 여성) 42명이다.
여기 근위병도 3교대를 돌았던 것 같다.
페쇼탄은 당연히 근무하는 인원만 봤겠지.
왕궁은 옥상에 올라가서 보니 땅 부지가 대략 사오백평은 될 것 같았다.
노숙을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날씨였다.
그저 평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웃통을 안 입은 사람도 수두룩했다.
얼마 없는 남자들은 당연했고, 여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가리는 게 없으면 궁금할 것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간혹 비만인 여자들도 보였는데, 아마 귀족 계급이지 않을까 싶다.
지난 원정 때 밤에 봤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다닥다닥 붙여 놓으면 모포 같은 게 없어도 알아서 살 맞대고 잘 것 같다.
오마르 아저씨는 왕궁에만 300명의 병사를 배치했다.
3교대로 보초를 서고 잤다.
왕궁에 가장 넓은 방들이 병사들의 숙소가 됐다.
아저씨의 포로 감시법은 지난 번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아이가 있는 여자와 없는 여자로 나누고 아이 있는 여자들이 없는 여자를 감시한다.
여자들은 누가 도망 가던 도망가는 인원 수만큼 아이들이 죽는다.
노인 및 남자들은 따로 떨어트려 두었다.
이들에 대한 처우가 가장 혹독했다.
벌써부터 일을 부려먹기 시작했다.
노인들은 잠이라도 잤지. 이런 저런 이유로 도시에 남아있다가 붙잡힌 남자들은 잠도 못 잘 운명이었다.
흙벽집 옥상에도 쇠뇌병들을 집집마다 여섯 명씩 배치했다.
두 명씩 삼교대로 옥상을 지키고 나머지는 흙벽집 뒤쪽에 위치한 갈대집에서 잠을 자도록 지시했다.
나와 오마르 아저씨 등은 흙벽집을 하나씩 잡고 잤다.
번개가 그립다. 다음 원정부터는 번개도 데리고 다녀야겠다.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안 할 수가 없다.
엄마는 어쨌거나 나를 애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나는 분명 근위대 여전사들을 왕비나 그에 준하는 여성 지도자와 협상할 때 자문을 구할 목적으로 데려왔다.
그래서 총 10명 중 4명은 특별히 애쉬나라고 하는 그 왕비를 감시하기 위해 보냈다.
4교대로 돌라고 지시했다.
그럼 나머지 6명은? 두 명이 내 방문 안쪽 양 옆에서 보초를 서고,
나머지 4명은 내 방 밖에서 자고 있다.
한 집에서 자고 있다는 얘기다.
‘아니 내가 왜 여자 초병의 보호를 받으며 자야 하냐고?’
엄마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
하긴 여자들 입장에서 내 옆에서 자는 게 가장 안전할지도 모른다.
다 큰 성인 남성들과 자느니, 어린 내 옆이 안전하겠지.
‘이거 공생 관계인가?’
한 밤 중에 선을 넘은 녀석들이 몇 명 있는 듯하다.
오마르 아저씨가 노발대발 난리가 났다.
나는 그냥 모른 척 지나갔다.
피가 들끓을 테니 그런 이탈자가 없다면 오히려 더 이상하다.
이 시대는 아직 특별한 군법이란 것은 없다.
대장의 말이 곧 법이다.
나는 오마르 아저씨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내버려뒀다.
어린아이가 성인의 일을 참견할 수는 없지 않나?
뭐 다른 건 다 감놔라 배놔라 하고 있지만.
녀석들은 결국 매를 열 대씩 맞았다.
그것도 지들이 범한 여자들 앞에서 맞았다.
일명 태형(笞刑)이다.
곤장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것보다는 프로야구 선수가 가는(?) 대걸레 자루를 있는 힘껏 휘둘러 때리는 거라고 이해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내가 잠깐 봤는데, 한 대 맞을 때마다 쭈그려 앉아 일어나질 못했다.
여자들은 대체로 속 시원해하는 듯 보였다.
‘저 양반 여자 마음을 읽을 줄 안다니까’
물론 거기서 그치는 건 아니었다.
앞으로 전투에서 특별한 군공을 세우지 않는 한, 모든 전리품 배분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전리품에는 당연히 노예도 포함된다.
나는 오마르 아저씨, 그리고 배를 지키던 또 다른 장군 한 명과 상의해서 선발대만 먼저 보내 우르를 간 보기로 했다.
도망간 그 놈은 분명 우르의 왕이라고 했다.
놈이 도착하기 전에 배후를 확실히 유린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런 목적이라면 우바이드보다는 우르를 먼저 치는 게 옳았으나,
등 뒤에 적을 두고 멀리 있는 적을 치러간다는 게 꺼림칙 했다는 게 문제였다.
실상을 알았다면 우르를 먼저 치는 게 백 번 옳았다.
해시계를 보니 아침 8시였다.
지난 밤에 별이 위치로 봤을 때,
상황이 모두 종료됐을 때가 대략 새벽 1시쯤이었다.
평균적으로 3교대를 하며 잤을 테니 4시간 정도 잤을까?
나야 교대 없이 잤으니 6시간은 잤다지만,
나 또한 한참 키가 쑥쑥 크는 나이라 그런지 6시간 수면은 턱없이 부족했다.
우르 왕이 중간에 도적떼를 만나 병력이 더 줄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노예들을 확보해서 병력이 늘어났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잠을 푹 자고 우르를 공략하러 가면,
우르를 함락시키는데 좀 더 수월할지는 모르나,
그 사이 우르 왕이 우바이드에 도착해서 아군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도시를 보루 삼아 싸우면,
남아있는 병력만으로도 충분히 이기기는 하겠지만,
놈의 실력을 생각했을 때, 다소간의 병력손실은 감수해야할 것 같다.
그러기 보다는 애쉬나 같은 인질을 잡고 우르가 함락됐다는 것을 알리고 항복을 이끌어내는 게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전투는 어쩔 수 없이 휘말리는 것보다는 모든 판을 미리 다 깔아 놓고,
승산이 확실할 때 싸우는 것이 백 번 낫다.
이순신 장군님이 늘 그렇게 이기시지 않았나?
여기서 우르까지는 배로 넉넉잡고 가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모자란 잠은 우르만 먼저 조져 놓고 나서 보충하기로 했다.
- 작가의말
1일 3연참은 어렵네요. 주말 이틀 4연참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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