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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 존칭 없습니다. 어른과 아이에 대한 구분도 모호한 세상, 위계가 흐릿한 기원전 4만년으로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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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이제 서로 창은 내려놓지? 우리가 먼저 창을 내려놓자고.”
여울이 알아듣게 말한 다음 다시 에흘린을 쳐다봤다.
에흘린은 다시 무치에게 통역해 주었다.
초초이카는 상대방이 모두 창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발을 쩔뚝거리며 일행에게 돌아갔다.
“한 명은 다리를 다쳤고···, 그 아이를 찾으러 온 것은 알겠는데, 어쩌려고 한거지? 우리가 아이를 잡아먹기라도 했으면 싸울 생각이었나?”
에가는 어린 아이 한 명이 없어졌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온 작은머리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아이 없으면 못 살 사람이 여기 몇 명 있지. 그 몇 명이 죽을 각오로 왔고, 그 사람이 죽으면 힘들 사람들이 또 몇 명 더 따라오게 됐지.”
여울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 이거 연적이 많다는 얘긴가?”
올간이 앞으로 나오며 한 마디 끼어들었다.
“올간, 넌 좀 빠져! 이게 다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넌 네 발로 나가 놓고 뭔 낯짝으로 다시 기어 들어와?”
남무는 에가가 올간을 나무라도 그저 잠자코 있었다.
구구절절 틀린 말이 없었다.
“누나! 뭐 잘못 먹었어? 세바히쿠가 뒤에 있으니 내가 우습게 보이나봐? 날 어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올간은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세바히쿠는 지금 에가에게도 불만이었고, 올간은 한 대 패주고 싶었다.
딱히 어느 편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가만히 잠자코 둘이 싸우는 것을 지켜봤다.
올간은 세바히쿠가 가만 있자 이난나 앞으로 갔다.
“니네가 내 도움 없이 이 곳을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 에가 누나가 널 보내준다고? 어떻게? 세바히쿠는 널 죽일 기회만 엿보고 있을텐데? 방금 전 그 몸싸움이 우연인 거 같아?”
올간은 이난나에게 세바히쿠가 누구인지 가리키며 말했다.
세바히쿠는 올간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몰랐으나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 좋은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네 녀석이 이난나를 끌고 갔지?”
초초이카가 주먹을 쥐고 한 대 치려는 듯이 나왔다. 이내 발을 절었다.
“아저씨 창솜씨 죽이던데?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 했어.”
올간은 초초이카를 향해 엄지를 치겨올렸다.
초초이카는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뭔가 이상야릇했다.
남자는 방금 더듬더듬 말하던 여자보다 훨씬 유창하게 말했다.
마치 자기 씨족에게 자란 아이 같았다.
“자. 여기 창. 또 나한테 던지면 곤란해. 저기 말 잘하는 여자는 누나고, 그 뒤에 있는 세바히쿠는 누나 짝이야. 그리고 세바히쿠는 혼자서 너희 서넛은 거뜬할거야. 세바히쿠 말고도 여기 한 명 한 명이 니네 두 명 이상 실력은 돼.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고? 나도 들은 얘기야. 니네는 우리한테 쪽도 못쓴다는 걸.”
사리나는 올간의 말을 들으며 묘한 느낌이 들었다.
말투가 이상하게 익숙했다.
“너···엄마가 누구니?”
올간은 느닷없이 자신의 엄마를 찾는 사리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문득 할머니의 얼굴이 겹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난나의 엄마라는 것은 조금 전에 알았다.
남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엄마, 이 아줌마가 엄마를 찾는데?”
남무는 어릴 때 엄마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빠한테 잡혀오기 전에 작은머리 가족과 살았다고, 그리고 아직 살아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언니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남무는 사리나가 자신의 엄마를 무척 닮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남무가 사리나 앞으로 다가갔다.
“혹시 엄마 이름이···?”
남무는 혹시나 자신의 엄마와 연관이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사리나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이리나?” “이리나!”
둘은 동시에 같은 이름을 내뱉었다.
올간, 남무, 사리나, 심지어 이난나와 도치, 에흘린, 에가, 하모마까지 모두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초초이카나 여울 등 말을 알아듣는 나머지도 별반 차이 없었다.
“엄마는?”
둘이 또 동시에 이리나의 행방을 물었다.
“여울아. 우리도 모두 창을 내려놓자.”
놀람의 연속이었다. 실상은 이랬다.
이리나는 작은머리 남자와 사리나를 낳고, 큰머리 남자와 사이에서 알라하와 남무를 낳았다.
사리나가 제일 언니지만 일찍이 낳았던 아이들은 모두 죽고 도치와 이난나만 살아남았다.
알라하는 에가와 하오마를 낳았고, 남무는 에흘린과 올간을 낳았다.
이들은 모두 이리나의 후손이었다.
양측의 가장 큰 어른이 서로 언니 동생 사이다.
긴장은 어느새 놀람과 환희로 뒤바뀌었다.
이 상황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사람은 올간 정도뿐이었다.
이난나가 에가나 하오마 같은 존재였다.
큰머리 인간들은 같은 씨족끼리는 좀처럼 짝을 이루지 않는 풍습이 있었다.
세바히쿠는 상황을 파악한 후로 올간과 이난나가 엮일 가능성이 줄었다는 점이 좋았다.
썩 만족스럽진 않아도 나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뭐야? 동생이었어?”
원수같던 올간이었다.
도치는 조금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난나는 오히려 반대였다.
재수덩어리처럼 보이던 사람이 알고 보니 엄청 가까운 친척이다.
자신이 위험할 때 구해준 것도 사실이고, 신부 삼겠다고 납치한 것도, 뻔뻔한 자신감도 새롭게 보였다.
이난나의 심장은 제 멋대로였다.
#20
하르게는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못 일어나겠어. 힘이 안 들어가.”
테오로가 세바히크를 불렀다.
세바히쿠가 걸어가자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함께 움직였다.
초초이카와 부딪히며 방향이 틀어졌다.
돌부리 쪽으로 넘어지며 허리를 다친 듯했다.
세바히쿠를 원망의 시선으로 쏘아보다가 곧 탄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만족하냐?”
“하르게”
세바히쿠는 하르게의 이름만 부를 뿐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죄책감이 일었다.
테오로가 봤을 때 하르게는 그저 찰과상에 불과했다.
운이 따라준 것인지 돌부리와 부딪칠 때 척추를 비켜갔다.
멍은 들겠지만 움직일 수 없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었다.
세바히쿠도 미안해 하기만 할 뿐 방법을 못 찾았다.
할 수 없이 올간을 불렀다.
올단은 테오로가 불러도 못 들은 척 계속 사리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리나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테오로는 계속 불렀고 계속 무시하기에도 민망했다.
왜 귀찮게 자꾸 부르냐는 식으로 테오로에게 고개를 돌렸다.
“올간! 나중에 네 부탁 하나 들어줄께. 와서 좀 도와주라.”
테오로의 당근책이었다.
올간은 마지못하는 척 자리를 옮겼다.
“상처의 위치를 봐서는 가운데 등뼈를 비켜간 게 분명한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움직일 수 없다고 그러네.”
“나 아녔으면 하르게가 아니고 저 여자애가 그 돌부리에 부딪힐 뻔했지. 하르게 덩치에 밀려서 저 돌부리에 처박히기라도 했으면. 어휴.”
“그게 하르게 잘못은 아니잖아.”
테오로는 올간을 달랬다.
“모르지, 참 절묘했어. 차는 사람이나 밀리는 사람이나 마치 노린 것처럼 말야.”
세바히쿠는 올간의 예리함에 뜨끔했다.
“올간, 그러지 말고 좀 도와줘.”
올간이 여전히 뜨뜨미지근 하자 지켜보던 하오마가 나섰다.
“테오로도 어찌 못하는데 올간이라고 별 수 있겠어?
말은 하오마한테 했으나 올간이 들으라는 소리였다.
“저쪽은 사리나 아줌마가 다친 남자를 보고 있던데, 하오마 그러지 말고 아줌마한테 가서 부탁해 보자.”
에가는 하오마를 데리고 사르나를 향해 갔다. 하지만 거기도 금방 끝날 기미는 안 보였다.
- 작가의말
네안데르탈인 주요 등장인물
(네 : 네안데르탈인, 사 : 호모 사피엔스)
올간 : 주인공, 네 75%, 사 25%, 남성, 만 14세
남무 : 올간의 엄마, 네 50%, 사 50%, 여성, 만 35세
이리나 : 올간과 이난나의 외할머니, 씨족의 할머니, 사리나와 남무의 엄마, 사 100%, 여성, 만 60세
세바히쿠 : 에가의 남편, 네 100%, 남성, 만 26세
무치 : 올간의 친구, 네 100%, 남성, 만 14세
하오게 : 네 100%, 남성, 만 23세
테오로 : 네 100%, 남성, 만 30세
에흘린 : 올간의 친누나, 네 75%, 사 25%, 여성, 만 19세
에가 : 알라하의 딸, 올간의 사촌누나, 네 75%, 사 25%, 여성, 만 22세
하오마 : 알라하의 딸, 올간의 사촌누나, 네 75%, 사 25%, 여성, 만 17세
알라하 : 남무의 언니, 네 50%, 사 50%, 여성, 사망
엔리케 : 남무의 남편, 네 100%, 남성, 사망
호모 사피엔스 주요등장 인물
(전원 호모 사피엔스 100%)
이난나 : 주인공, 호모사피엔스 100%, 여성, 만 13세
이리나 : 올간과 이난나의 외할머니, 씨족의 할머니, 사리나와 남무의 엄마, 사 100%, 여성, 만 60세
사리나 : 이난나의 엄마, 아므하의 전처, 여성, 만 43세
초초이카 : 사냥, 이동 시 대장 역할, 남성, 만 24세
도치 : 이난나의 이부 오빠, 남성, 만 18세
여울 : 발륵치의 현재 아내, 여성, 만 2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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