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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HUNTER n GATHERER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대체역사

9도
작품등록일 :
2020.05.12 10:30
최근연재일 :
2020.07.03 07:11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4,913
추천수 :
689
글자수 :
289,832

작성
20.05.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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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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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생존

존댓말, 존칭 없습니다. 어른과 아이에 대한 구분도 모호한 세상, 위계가 흐릿한 기원전 4만년으로 안내합니다.




DUMMY

#14


에가는 어이가 없었다. 사슴이라니.


제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알려주고 있는데 태평하게 사슴이나 찾고 있는 모습이 기가 찼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에가는 혼자 중얼거렸다.


“풉”


에흘린은 순간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에흘린, 아기 사슴 봤어?”


“어? 어, 언니 잠깐만”


에흘린도 둘의 대화를 듣다가 순간 정신줄을 놓을 뻔했다.


고개를 돌려 조금 전에 사슴이 있던 자리를 쳐다봤다.


“저기 있네.”


사슴은 무치가 고기 손질하는 곳에 데려다 놨다.


아기 사슴도 곧 엄마를 따라갈 운명이었다.


“에가, 부탁 하나 해도 돼?”


“뭔데? 얘기해봐. 일단 들어나 보자.”


“저 사슴 나한테 줄 수 있어?”


별난 애였다.


”세바히쿠, 이 애가 저 사슴을 자기한테 달라는데?”


세바히쿠는 어깨를 들썩이며 무치를 불렀다.


“무치! 그 사슴 필요해?”


“어··· 아니! 없어도 돼”


“그럼 이 애한테 그 사슴 갖다 줘.”


무치는 아기 사슴을 안아 이난나 앞에 내려놓았다.


묘하게 끌리는 여자애였다.


쓰러져 있을 때와 사뭇 달랐다.


사슴을 내려놓는데 심장이 콩닥거렸다.


힐끔힐끔 몇 번이나 쳐다보았다.


에가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무치!”


무치는 에가가 갑자기 부르자 화들짝 놀라 쳐다봤다.


“떽!”


“아 진짜! 에가! 깜짝 놀랐잖아. 내가 애야? 떽이 뭐야 떽이”


사방에서 푸하하 난리가 났다.


이난나는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으나 뭐 때문에 웃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직감으로 알았다.


볼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에가는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 사슴 너 가져! 너 늑대랑 대화도 할 수 있다며? 음...이건, 말하는 거랑은 또 다른 문제겠지만, 대신”


에가는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


이난나는 에가가 또 무슨 의도로 얘기하는 건지 촉을 세웠다.


“세바히쿠, 하르게, 테오로, 그리고 무치, 너희들이 저 아이를 데려왔잖아. 저 아이가 사슴을 살려내면 아이를 온전히 데려다 주는 것 어때? 못 살리면···그냥 혼자 보내주고. 같이 있는 건 반대야. 너희 생각은 어때?"


무치는 세바히쿠를 쳐다보았고, 하르게, 테오로는 좋다고 동의했다.


세바히쿠가 보기에도 아기 사슴은 살아날 가망이 적었다.


혼자 보내면 숲에서 헤메다가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괜히 딴소리 했다가 에가의 오해를 사느니 그냥 하자는대로 내버려두는 게 속편했다.


“뭐···나도 좋아!”


“네가 사슴을 살려내면, 내가 책임지고 널 네가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겠어. 못 살린다고 해도 보내주긴 할텐데 그 땐 너 혼자 돌아가야해. 뭐 네가 선택할 문제는 아니지. 사슴을 주는 댓가야”


아기 사슴은 마치 이미 죽은 것처럼 보였다.


사슴의 코에 손을 대 보았다.


미세하게나마 숨은 쉬고 있었다.


어미가 죽고 시간이 오래 지난 듯 보였다.


한동안 젖을 먹지 못했고, 발은 묶여 있고 이미 기력을 다한 것이 분명했다.


어미가 죽은 마당에 잠깐 살려낸다고 해도 오래 살 수 있는 가망은 없었다.


이난나는 사슴이 가여웠다. 몸통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머리도 문질러 보고, 생각에 빠졌다.


모두가 이난나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아므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솔다따스님, 이 사슴에게 생명의 구원을 내려주기 바랍니다.’


아므하는 몸 속에 영을 그러모으면 솔다따스님과 소통할 수 있다고 했다.


들숨을 배꼽 밑으로까지 내렸다가 등줄기를 지나 머리꼭지 올리고 다시 코로 내뱉으라고 배웠다.


손끝에서 나오는 보이지 않는 열기를 느껴보라고 했다.


영의 힘을 그러모으는 시작이었다.


아기 사슴의 심장이 있는 부위에 손을 갖다 대었다.


심장의 희미한 박동이 느껴졌다. 분명 지쳐 있었다.


“혹시···주머니 같은 걸 줄 수 있어? 그리고 목을 축일 수 있을 만한 것도”


에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에가는 다시 하오마를 보며 개울가에서 물을 떠다 주라고 했다.


이난나는 그러는 동안에도 아므하에게 배운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다시 사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물을 가져오자 주머니에 구멍을 내도 괜찮은지 물었다.


에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모두가 이난나를 지켜봤다.


“내가 말했지, 저 아이 늑대랑 대화하는 아이라고, 동물과 말을 한다는 얘기야. 만약 저 아이가 사슴을 살려낸다면, 네가 저 아이에게 한 약속을 어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세바히쿠는 에가에게 귓속말로 경고했다.


에가는 세바히쿠를 째려봤다.


이난나가 둘의 대화를 알 턱이 없었다.


사슴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이난나는 물주머니에 구멍을 내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구멍 주위를 동여맸다.


그것은 마치 젖꼭지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사슴의 입에 물을 축였다. 사슴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물을 받아 마시는 것이 분명했다.


에가는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었고, 에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15


홧김에 일단 뛰쳐나오긴 했는데, 올간은 어디로 가야할 지 난감했다.


해가 저문 지 꽤 됐다. 사냥은신처는 가깝기는 해도 그 다음이 막막했다.


혼자 잠을 청하기에는 적당한 장소가 아니었다.


숲이 우거져 불을 피우면 위험했다.


조금 전에 엄마가 한 말이 떠올랐다.


에가도 그렇고, 여자아이를 돌려보내야한다고 했다.


세바히크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다면 내일쯤 돌려보낼 것이다.


올간은 에르호로 가서 잠복해 있다가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여자아이를 설득해서 작은 머리 인간들과 함께 지내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호숫가라면 모닥불만 적당히 피워도 맹수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가는 동안 횃불이 필요했다.


달빛이 아무리 밝아도 밤길을 맨눈으로 걷는 것은 위험하다.


횃불은 맹수의 습격도 막아준다.


불쏘시개가 될 만한 것이 있는지 찾았다.


한여름 밤 우거진 숲 속에서 마른 풀을 찾으려니, 차라리 그냥 맹수랑 싸울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멍청하게 달랑 창 한 자루 들고 나온 자신이 한심했다.


'되돌아 가서 별 일 없었다는 듯이 그냥 잘까?'


아침에 잠깐 눈총을 받고 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오늘만은 그럴 수 없었다.


그 여자아이가 있는 데서 그럴 수는 없었다.


큰 소리치고 나왔는데 그렇게 들어가면 여자아이가 자신을 어떻게 볼지 뻔했다.


그 아이는 자신을 이미 싫어하는 눈치였다.


마음을 고쳐먹고 창이라도 들고 나왔으니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부싯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집(?) 나오면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동굴 일족이 불을 붙이는 방법은 조금 특이했다.


보통은 굵은 가지에 홈을 파고 그곳을 작은 가지 끝으로 빠르게 회전시키면 그 마찰열로 그을음이 생기고 그 그을음을 마른 풀에 옮겨 불을 붙인다.


그런데 올간은 그 간단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


질긴 풀뿌리를 찾았다. 가는 나뭇가지도 찾았다.


몸돌을 꺼내 껍질을 벗기고 섬유의 결대로 나뭇가지를 갈랐다.


풀뿌리 한 가닥에 나무에서 뽑은 섬유질 두 가닥을 섞어 새끼줄을 꼬았다.


그 새끼줄을 다시 같은 방법으로 꼬아 튼튼하고 질긴 끈을 만들었다.


끈은 허리춤에서 바닥에 닿을 만큼 길었다.


시간이 한참 흘렀다.


적당히 마른 나뭇가지도 찾았다. 손목 정도 굵기라 딱 좋았다.


끈으로 한참 비비고 당겨도 부러지지 않아야 한다.


불쏘시개가 될 마른 풀도 조금 모았다.


끈은 나뭇가지 밑에 두고, 한 쪽 끝을 양발로 단단히 고정했다.


허리를 숙이고 살짝은 쪼그린 자세를 만들었다.


끈의 양쪽 끝도 나뭇잎으로 감쌌다.


끈을 쥐고 좌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마찰력으로 인해 끈은 빠르게 가늘어졌다.


나뭇가지 밑으로 마찰된 부분이 그을러 지면서 겨우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준비해 둔 불쏘시개를 올리고 조심스럽게 바람을 불어넣었다.


겨우 불이 붙었다. 죽은 나뭇가지 몇 개를 더 올렸다.


활활 타올랐다.


이제 횃불이 될 만한 굵은 가지만 있으면 된다.


허리를 펴고 일어난 찰나였다.


멀리서 어스름한 불빛이 보였다.


에르호 방향이었다.


‘누구지?’


얼른 흙을 덮었다.


힘들게 피운 불은 정말 어이없이 죽었다.


“아~ XX”


나직히 욕설이 튀어나왔다.


작가의말

네안데르탈인 주요 등장인물

(네 : 네안데르탈인, 사 : 호모 사피엔스)

올간 : 주인공, 네 75%, 사 25%, 남성, 만 14세

남무 : 올간의 엄마, 네 50%, 사 50%, 여성, 만 35세

세바히쿠 : 에가의 남편, 네 100%, 남성, 만 26세

무치 : 올간의 친구, 네 100%, 남성, 만 14세

하르게 : 네 100%, 남성, 만 23세

테오로 : 의술이 좋음, 네 100%, 남성, 만 30세

에흘린 : 올간의 친누나, 네 75%, 사 25%, 여성, 만 19세

에가 : 알라하의 딸, 올간의 사촌누나, 네 75%, 사 25%, 여성, 만 22세


호모 사피엔스 주요등장 인물 

이난나 : 주인공, 호모사피엔스 100%, 여성, 만 1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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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 SHINWOO
    작성일
    20.05.23 02:51
    No. 1

    아.. 아까워라. 힘들게 피운 불이..

    올간 부족은 불 피우는 방법이 좀 더 좋네요. 혹시 사피엔스와의 혼혈인 남무에게서 배웠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5.23 03:03
    No. 2

    올간은 할머니(호모 사피엔스100%)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네안데르탈인으로 나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SHINWOO
    작성일
    20.05.23 03:08
    No. 3

    아, 맞다. 할머니를 깜박했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5.23 03:19
    No. 4

    ^^ 많은 관심과 성원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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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수색 +9 20.05.12 149 15 9쪽
4 동굴 +16 20.05.12 180 15 8쪽
3 여자 +9 20.05.12 250 21 8쪽
2 파호 +14 20.05.12 371 29 10쪽
1 실종 (6월 1일 수정) +56 20.05.12 901 8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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