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aintpen 님의 서재입니다.

데모니안 크로니클(Demonian Chronicle)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saintpen
작품등록일 :
2018.04.29 12:25
최근연재일 :
2018.07.13 22:32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29,273
추천수 :
78
글자수 :
372,329

작성
18.06.20 21:02
조회
375
추천
0
글자
13쪽

50. 라이칸슬롭의 기습

독보건곤수반아(獨步乾坤誰伴我) 천하를 홀로 걸으매 누가 나와 짝하랴.




DUMMY

저녁 식사를 한 후 로덴 부단장은 각 중대장을 불러 야간 보초를 정하고 방비 대형을 짜놓도록 지시했다. 진영의 중심에는 상행 마차들과 상인들의 텐트가 있었다. 이곳을 중심으로 용병단이 팔각형 형태로 보초를 서기로 했다.


보초들은 2인 1조로 구성했다. 라이젠을 포함한 블러디 사바스 멤버들은 두 시간에 한 번씩 교대를 하며 순찰을 돌기로 했다. 할리바드 가에서 나온 용병들은 보초 임무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라이젠의 중대는 절벽을 마주보는 세 군데 지역을 맡게 되었다. 라이젠은 도르리안을 데리고 보초를 서게 될 지역을 순찰했다. 그들의 진형 뒤에 있는 절벽의 경사는 깎아지른 듯 가팔랐다.


“ 몬스터들 중에서 이 정도 경사의 절벽을 타고 자유자재로 내려올 수 있는 것들이 있나?”


도르리안은 라이젠의 질문에 빙긋 웃음을 지었다.


“ 흐흐···대장님은 순진하시군요. 이 정도 경사의 절벽은 예사로 여기는 놈들이 수두룩합니다. 라이칸슬롭, 스네이크버드, 타이거 몽키 같은 놈들은 여길 평지처럼 다닐 수 있을 겁니다. 괜히 몬스터라고 부르는 게 아닙니다.”


“ 그렇단 말이지?···”


라이젠은 구름이 덮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천공에 만월이 둥실 떠올라 있었다. 주변을 환히 밝히는 만월을 바라보는 라이젠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라이젠은 도르리안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도르리안은 묵묵히 경청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대장님의 감이 그렇다면 따라야죠. 지금 즉시 대원들에게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 나도 같이 가지.”


두 사람은 막사로 돌아와서 중대원들을 집합시켰다. 대원들 모두 서두르는 기색이 전혀 없었는데도 집합을 요구한 지 거의 1분 만에 집결이 완료되었다.


“ 오늘 야영 시 보초 위치가 정해졌다. 그에 관해 전달사항이 있어서 중대를 집합시켰다.”


도르리안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중대원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부중대장의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긴장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 저기 보이는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절벽이 오늘 우리의 보초 지역이다. 칸터?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떨 것 같나? 저곳으로 침입할 놈들이 있을까?”


도르리안이 중간에 서 있는 키가 크고 근육질이 두드러진 중년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칸터라는 인물은 당황하지 않고 잠시 생각하더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 어지간한 도적 놈들이라면 저곳으로 침입을 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적을 도적 떼들이 아니라 몬스터들이라고 가정하면 답이 전혀 달라집니다. 충분히 저곳으로 침투할 수 있습니다.”


도르리안이 칸터의 대답을 듣고 만족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역시나 짬밥은 무시 못하는군. 그렇다. 너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상대가 도적떼나 유랑 군인들만이 아니라는 거다. 몬스터들도 우리 상대로 포함시켜야 한다. 우리가 지킬 곳은 얼핏 보면 가장 안전하고 아무도 침입 못할 경로 같지만 오히려 반대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적들의 습격이 성공하는 경우는 대부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침입을 했을 때였다.”


용병들 몇몇이서 도르리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특히 우리가 지켜야 할 곳은 상단 멤버들이 있는 곳과 직결되어 있으니만큼 우리가 적의 습격을 놓치는 순간 다른 형제들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러니 절대로 주의를 놓치거나 경계를 게을리 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


“ 알겠수다. 걱정 마시구랴!”


턱수염을 거의 반 규빗 넘게 기른 흑인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되받았다. 키가 큰데다 덩치도 엄청난 거인이었다.


“ 파미르. 네놈만 믿겠다. 잠입하는 놈은 무조건 죽여라.”


도르리안은 보초 경계를 위해 용병들을 두 명씩 조로 묶어 주었다. 저녁 시간은 경계 근무를 준비하느라 금방 흘러갔다. 단순히 적과 싸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용병 생활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잡일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오자 첫 보초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무기를 휴대하거나 차고 자는 용병들도 많았다.


라이젠은 잠을 자는 대신 오랜만에 음양혼원무극공을 일주천하기로 했다. 잠을 푹 자는 것보다 기공을 몸 구석구석 돌리면서 수련을 하는 것이 몸의 컨디션 조절은 물론 전투력 향상에도 훨씬 좋았기 때문이었다.


라이젠은 명상 상태에 빠졌다. 주변의 모든 소음이 점차 사라져갔다. 이윽고 내면의 나를 대면할 수 있는 극도의 고요한 순간을 맞았다. 이 순간 그의 감각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하게 살아 있었다.


라이젠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자신의 장기와 몸 내부를 바라볼 수 있었다. 피와 근육의 상태, 몸에 쌓아놓은 마나의 상태 등이 일목요연하게 들어왔다. 그의 아랫배에서 마나의 기운이 일어나더니 전신을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나가 전신을 돌기 시작하자 라이젠의 전신이 희미한 갈색 아우라에 뒤덮였다. 누군가 옆에서 그 광경을 보았더라면 눈을 비비며 시력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라이젠이 일주천을 끝내고 30분 정도 흘렀을 때 골라디안이 찾아왔다.


“ 역시 안 자고 있었군.”


“ 사형도요.”


“ 나야 이제 이 바닥 생활이 십년이니 그럴 만도 하지. 뭐 걸리는 게 있나?”


“ 낮의 트롤 공격이 예사롭지 않아서요. 사형 말씀대로 그게 저를 노리는 공격이었다면 아마도 다음 공격이 있을 겁니다. 제가 적이었다면 오늘 공격을 물리치고 모두가 안심하고 있을 지금을 노려서 절벽으로 습격을 할 겁니다.”


골라디안은 어린 사제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 사부님이 사문의 계승자는 제대로 본 것 같군.”


“ 아직은 모르죠. 제대로 된 적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


라이젠이 갑자기 이야기를 멈추고 밖에 귀를 기울였다.


“ 놈들이 왔습니다. 절벽 반대쪽을 기어오르고 있군요.”


라이젠의 말을 들은 골라디안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 절벽 반대편? 사제는 여기서 그쪽의 기척이 들린단 말야?”


“ 지금 일주천을 끝낸 후라 감각이 예민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나가 보시죠.”


라이젠은 어안이 벙벙한 골라디안과 함께 도르리안의 막사로 향했다.


“ 도르리안! 놈들이 왔다.”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도르리안은 막사 안으로 들어오는 인기척에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행동 하나만 봐도 도르리안의 성격과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 어딘가요?”


“ 절벽 반대쪽이야. 골라디안 백부장님께서 순찰을 돌다가 놈들의 기척을 파악하셨다는군. 지금 절벽 정상으로 올라오고 있어.”


골라디안이 라이젠의 말을 듣고 슬쩍 그를 쳐다보았다.


“ 가시죠. 애들을 준비시켜야죠.”


도르리안은 재빨리 막사를 나섰다. 초저녁의 당부 덕분인지 평소의 규율 덕분인지 경계를 서는 대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정상적인 보초 근무를 서고 있었다.


도르리안은 적이 오고 있으니 무기를 챙기고 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적이 지척에 있다는 그의 말을 들은 대원들의 안색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 나는 다른 중대장들에게 가 볼게.”


골라디안은 조용히 라이젠에게 이르고는 본부 쪽으로 사라졌다.


숨막힐 듯한 정적이 진영을 지배했다. 잠시 후 라이젠은 본부 쪽의 기세가 날카롭게 일어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골라디안의 말을 듣고 전열을 정비한 후이기 때문일 것이다.


1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50리드 높이의 절벽 위에 적의 형체가 나타났다. 달빛의 영향으로 라이젠은 그들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라이칸슬롭이었다.


(역시······)


초저녁에 허공에 떠 있는 만월을 보며 추측한 예감이 정확히 맞은 것이었다. 적들의 2차 공격의 주역으로서 라이칸슬롭들은 손색이 없었다. 야수의 민첩성과 공격성, 인간의 영민함, 몬스터의 괴력과 스피드를 갖춘 라이칸슬롭들은 트롤들이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라이칸슬롭들이 절벽을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수직에 가까운 절벽을 미끄러지지 않고 소리없이 내려올 수 있는지 보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그들 무리의 선두가 절벽을 절반쯤 내려왔을 때 본진 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 공격!”


호령이 끝나기 무섭게 불화살이 어둠 속을 가르고 절벽으로 날아갔다. 불화살들 일부는 절벽에 맞고 떨어지고 일부는 라이칸슬롭의 등에 꽂혔다. 특별주문해서 살 끝부분을 강화한 화살이었으므로 아무리 라이칸슬롭이라도 타격이 없을 수 없었다.


절벽 곳곳에서 화살에 맞은 라이칸슬롭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화살에 맞았다고 해서 후퇴하거나 전진을 멈추지는 않았다.


“ 천폭통 부대는 앞으로 나서라!”


로덴 부단장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천폭통 부대라는 건 뭐지?)


라이젠의 의문은 곧 풀렸다. 다시 한 번 본진에서 발사된 화살들이 밤하늘을 가르며 절벽으로 꽂혔다. 절벽에 맞은 화살들은 1차 화살처럼 그대로 땅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추락하는 대신 절벽에 맞는 즉시 폭발했다.


쾅! 쾅!


“ 크르르르······”


라이칸슬롭들이 주변에서 터지는 천폭통의 파괴력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30여 마리의 라이칸슬롭 중 천폭통에 맞지 않고 절벽을 무사히 내려온 것들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 백병전을 준비하라!”


로덴 부단장의 지시에 따라 용병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았다. 용병들은 네 명이나 방패를 잇대어서 단단히 보호진을 갖췄다.


그때 첫 번째 라이칸슬롭이 나타났다. 키가 족히 1리드(=2.7m)가 넘고 몸무게도 150kg 이상 나갈 것 같은 엄청난 체구의 녀석이었다. 놈은 이쪽을 바라보더니 전혀 머뭇거리는 기색 없이 라이젠의 중대를 향해 뛰어들었다.


단 한 번의 몸짓으로 라이칸슬롭은 네 명이 힘을 모아 구축한 합벽진을 무너뜨려 버렸다. 놈은 성인 어른 두 명의 허벅지 굵기를 합친 것과 같은 엄청난 어깨 근육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나오는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놈이 두 팔을 휘두르자 앞에 서 있던 용병들의 방패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너무나도 강력한 힘에 의해 방패를 쥐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말로만 듣던 라이칸슬롭의 전투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스피드로 움직이며 휘두르는 라이칸슬롭의 앞발은 용병들이 막아내기에 버거운 치명적인 무기였다.


“ 크악!”


방패가 날아간 뒤 휘두른 라이칸슬롭의 첫 번째 공격에 용병 한 명이 가슴 한복판이 움푹 파이는 중상을 입고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옆에 서 있던 다른 용병들도 가벼운 부상을 입을 정도로 위력적인 일격이었다.


슈욱!


어디선가 날아온 창이 라이칸슬롭의 어깨죽지에 박혔다. 창에 실려 있는 강력한 힘에 의해 라이칸슬롭이 그대로 뒷걸음질쳤다.


방금 전 창을 던져 라이칸슬롭을 멈춘 장본인은 라이젠이었다. 그는 드로리안과 함께 라이칸슬롭을 향해 달려들었다. 놈은 왼쪽 어깨에 박혀 있는 창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라이젠은 우측, 드로리안은 좌측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갔다.


라이젠이 차고 있던 천마수라도가 도갑을 벗어났다. 산맥을 나와 도법을 시전하기 위해서는 처음으로 뽑는 것이었다.


음양혼원무극공의 수련 단계가 정(晶)에 머물고 있는 라이젠은 마나가 부족해서 아직 완전한 천마수라도법을 펼칠 수 없었다. 고작해야 입문 단계의 수련도법을 펼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미완의 천마수라도법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카크라시안과 대결을 한 이후로 라이젠은 음양혼원무극공을 최소한 한 단계 이상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현재 머물고 있는 정(晶) 단계 다음의 수(秀)에 올라야만 호교십단공의 진수를 제대로 시전할 수 있었다.


자신의 수련에는 그에 걸맞는 상대가 필요했다. 호교십단공은 그야말로 실전 위주의 무공. 기술을 익히고 혼자 펼치는 것만으로는 정수를 완벽하게 익힐 수 없었다. 상대가 강할수록 깨달음도 깊어졌다. 절치부심하던 그에게 민첩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라이칸슬롭은 도법을 익히기에 실로 완벽한 상대였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데모니안 크로니클(Demonian Chronicl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0 60. 뜻밖의 행운과 새로운 여정 18.07.13 339 2 15쪽
59 59. 영웅의 최후 18.07.11 348 1 13쪽
58 58. 드라코피오와의 대결 18.07.08 335 0 12쪽
57 57. 밝혀진 비밀 18.07.06 333 0 18쪽
56 56. 사형제간의 정 18.07.04 354 0 16쪽
55 55. 감비아 후작의 비밀사업 18.07.01 399 0 19쪽
54 54. 상처뿐인 영광 18.06.29 348 0 17쪽
53 53. 오토마타의 위용 18.06.27 376 0 11쪽
52 52. 어스 드래곤(Earth Dragon) 18.06.24 353 0 13쪽
51 51. 죽고 죽이고 18.06.22 356 0 13쪽
» 50. 라이칸슬롭의 기습 18.06.20 376 0 13쪽
49 49. 트롤과의 전투 18.06.16 388 0 12쪽
48 48. 할리바드 가 18.06.14 392 0 11쪽
47 47. 반지의 비밀 18.06.10 426 0 14쪽
46 46. 전사의 죽음 18.06.08 433 2 13쪽
45 45. 방문객의 정체 18.06.06 493 1 12쪽
44 44. 새벽의 혈투 18.06.03 422 1 14쪽
43 43. 한밤의 방문자 18.05.30 441 1 14쪽
42 42. 태풍의 서막 18.05.27 496 1 11쪽
41 41. 10:1의 대결 18.05.25 439 1 13쪽
40 40. 괴상한 임관 의식 18.05.18 468 1 14쪽
39 39. 사형제간의 대결 18.05.18 516 1 13쪽
38 38. 사형 골라디안 18.05.17 486 1 13쪽
37 37. 블랙사바스 용병단 18.05.17 464 1 16쪽
36 36. 길드장의 한 수 18.05.17 482 1 10쪽
35 35. 악녀의 눈물 18.05.17 505 1 12쪽
34 34. 마도사의 소환술 18.05.16 536 1 15쪽
33 33. 베이트 길드장 18.05.16 534 1 11쪽
32 32. 암흑 속의 호접대 18.05.16 500 1 14쪽
31 31. 십관 돌파 18.05.13 481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