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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나 님의 서재입니다.

검사딸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중·단편

배나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1
최근연재일 :
2017.07.24 07:01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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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0
추천수 :
254
글자수 :
154,888

작성
17.07.19 16:38
조회
118
추천
7
글자
9쪽

개과천선

DUMMY

유총장은 유씨에게 집을 사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유씨도 팔려고 내놓은 집이라 잠시 생각해 본다고 대답했다. 황검사가 마음에 걸렸다. 장남인데 집을 파는 문제를 상의는 해야 할 것 같았다. 나중에 황검사 물려줄 집이었다.


뒤돌아보니 그 집에서 참 행복했었다. 아버지 슬하에서 별 걱정 없이 살았고 남편하고 결혼한 이후에도 별로 다라진 것 없이 평온한 삶은 계속됐다. 유씨는 결혼 한 후 남편이 친정에 들어와 살았다.


남편이 생기고 아들 둘이 태어났다는 것 외에는 유씨 생활에 변화가 있는 일은 없었다. 살림은 아버지 집에 있는 가정부들이 했고 아이들은 유모들이 키워줬다. 유씨의 주업은 늘 그랬듯 놀고먹는 거였다. 살면서 힘들어 본 적이 없었다.


유씨는 아버지가 끼고 키워서 그런 가 소심하고 순진한 면은 있었다. 밖으로 도는 부류는 아니었다. 나나일을 겪으면서 유씨도 충격이 컸는지 성격이 좀 변했다. 자기중심 없는 건 여전했지만 고통을 잊으려고 다른 사람처럼 살았다. 못 먹던 술도 마시고 담배도 폈다. 차도 운전하고... 여기저기 혼자서 여행도 다녔다.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는 사람들 중에 추리소설을 쓰는 문 작가가 있었다. ‘ 살인의 추억 ’ 이라는 글로 유명해져 돈 벼락을 맞은 작가였다. 문 작가는 사람들이 유씨에 대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 무슨 저렇게 나쁜 년이 다 있어 ”


“ 손녀가 잘 못된걸 며느리 탓을 해서 이혼시켰데.... ”


“ 아들을 새 장가 보내려고 중매 자리를 알아본데... ”


“ 집안이 다 애가 안 되는 집안이레.. 큰 언니네도 그렇고 ”


“ 업보야.. 남의 재산 뺏어서 잘 먹고 잘 살더니... ”


처음에는 추리소설 아이템을 하나 얻어 볼까 해서 유씨에게 접근했다. 한참을 그냥 인사나 하는 정도로 지냈다. 유씨는 사람을 경계해서 식사도 혼자하고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다. 그래서 문 작가도 좀처럼 말을 트기가 힘들었다.


하루는 유씨가 못 먹는 술을 잔뜩 먹고 몸을 못 가누는 적이 있었다. 문 작가가 유씨를 방까지 업고 갔었다. 문 작가는 여자였는데 덩치가 좋았다. 거의 아저씨 등치였다.


유씨는 술이 취했는지 나나 이름을 부르면서 울었다. 그리고 문 작가를 붙잡고 마음 속의 말들을 쏟아냈다. 유씨는 느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문 작가가 유씨를 처다 보는 눈빛은 따뜻했다.


“ 사람들이 날보고 수군거리지 ? ”


“ 나쁜 년이라고 ? 손녀 잡아먹은... 며느리도 잡아먹고....”


“ 우리 집안이 망했어.. 내가 열심히 산건 없는데... 우리 나나를 내가 사랑했어..

우리 신랑, 아들.. 내 자랑거리였어... 나는 못 났지만 잘난 신랑이랑 아들들.. 늘 자랑스러웠어... “


“ 나보고 나쁜 년이라고 하지. 우리 손녀가 죽었는데 난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내가 왜 나쁜 년인데... 말 좀 해줘... 말 좀 해줘... 왜 내가 나쁜 년인지.... ”


“ 보고 싶다고 우리 나나, 내 새끼가 보고 싶다고.... ”


문 작가는 보기 드문 여성작가였다. 유명한 추리소설작가 애거사 크리스틴 덕후였다. 이 사람 책을 읽다 작가가 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문 작가는 사람들에게 원래 관심이 많았다. 특히 그 사람들 마음속에 숨긴 이야기들에 대해....


그래서 심리묘사가 뛰어난 애거사 크리스틴의 작품에 빠졌는지 모른다.


‘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 는 옛 속담처럼 사람 마음처럼 복잡한 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치 남을 훤히 들어다 보듯 자기 잣대에 비춰서 남의 이야기들을 해댄다. 남의 속도 잘 모르면서, 남의 사정도 모르고,


문 작가는 유씨가 불쌍했다. 마주칠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유씨 눈빛은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껍데기만 남은 영혼 없는 시체가 죽지 못해 밥을 먹고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


‘ 왜 저렇게 됐을까 ? ’


문 작가는 동정어린 마음으로 유씨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같이 술도 먹고 밥도 먹으면서 유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말을 잘 안하려고 하던 유씨도 그간 마음속의 응어리가 많았는지 문 작가에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유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 작가는 몇 가지 느끼는 바가 있었다.


첫째 소문은 정말 믿을 것이 못 된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들은 대부분 근거 없는 헛소문들이다.


둘째 절대 악인은 없다. 사정을 알게 되면 이해 안 되는 것이 없었다.


셋째 사람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사람은 근본이 모두 착하기 때문에 스스로 각성을 잘 한다면 죄를 뉘우치고 개선될 여지가 많은 존재였다. 유씨도 그랬다.


유씨를 개조하는 데 일조한 것은 술이었다. ‘ 술 ’ 때문에 평소와 달리 경계가 풀어지면서 문 작가랑 말을 트게 됐고, 자존심과 부끄러움 때문에 열리지 않던 속마음도 술을 핑계로 문 작가에게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술 때문에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뭐든지 마음속에 담아두면 병이 된다. 좋은 거든 나쁜 거든, 적절하게 배설하는 게 인간에게는 필요한 거 같았다. 꽉 막혀 있던 걸 술 때문에 밖으로 토해내며 사니깐 유씨는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


유씨는 문 작가 방에 들락거리며 추리소설도 빌려 읽었다. 시간은 치유의 힘이 있는데 시간을 보내는 데는 이런 추리소설만한 것이 없었다.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이 후딱후딱 잘 갔다. 그리고 소설에 빠져 있다 보니 너무 강하게 박혀서 절대 안 뽑힐 것 같던 끔찍한 기억들이 차츰 작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추리소설의 소재는 대부분 끔찍한 살인사건이었다. 이런 사건들을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유씨는 소설을 통해 배웠다. 탐정이 사악한 살인자를 잡아내서 벌주는 장면에서는 통쾌함을 느꼈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났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 이젠 모든 게 끝났다 ’ 고 절망했던 유씨는 문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소설을 통해 치유 받고 있었다.


유씨가 두서 없이 쏟아내는 많은 말들을 들으면서 문 작가는 유씨 큰 언니에 대해 안 좋은 느낌을 받았다.


우선은 유씨가 너무 큰 언니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게 위험해 보였다. 유씨는 분명히 다른 가정을 꾸려 집안의 어른으로 살고 있었지만 자기 중심 없이 큰 언니에게 모든 걸 휘둘리고 있었다.


그 다음 유씨를 쥐고 있는 큰 언니의 삶이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유씨는 그런 큰 언니를 자꾸 자극하고 있었다.


유씨 말 중간 중간에 유씨는 분명 큰 언니에게 열등감을 갖고 살았던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유씨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 즉, 남편, 아들, 며느리, 손자손녀들에 대해 유총장 앞에서 무척 내세우고 살았다. 쉽게 말해 너무 잘난 척을 많이 했다. 이런 점이 유 총장의 비위를 건드렸을지 몰랐다.


마지막으로 유총장이 집을 사겠다고 말한 게 더 이상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흉한 일이 벌어진 집인데,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 ? 문 작가는 유총장이 유씨가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고 싶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더욱 이상한 건 그 무당이었다. 유총장이 소개시켜준 그 무당이 유씨를 조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 작가는 그 무당이 혹시 유총장의 사주를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작가적 상상을 해봤다.


의도적으로 문 작가는 유씨와 이야기할 때 유총장과 무당 이야기를 많이 물었다.


유씨도 내 놓고 유총장과 무당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문 작가가 처음이었다. 말하다 보니 유씨도 자신의 말이 꼬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헤매고 있는 유씨를 위해 문 작가는 질문을 하나했다.


“ 유총장과 무당은 적일까요 ? 아군일까요 ? ”


종이를 하나 주면서 반으로 접었다. 유씨보고 적군과 아군을 나눠보라고 했다.


유씨는 볼펜을 잡았다가 놓았다. 그리고는 문 작가를 처다 봤다. 유씨는 띵하고 머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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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검사딸살인사건 작품 소개 17.07.12 224 0 -
38 생명을 살리는 힘 +4 17.07.24 141 5 12쪽
37 각설탕 +4 17.07.21 123 7 9쪽
36 펜은 칼보다 강하다 +4 17.07.20 115 7 7쪽
35 박선택의 몰락 +4 17.07.20 115 7 7쪽
» 개과천선 +6 17.07.19 119 7 9쪽
33 장기자와 예선이 +4 17.07.19 107 7 8쪽
32 공개수사 = 사냥 +4 17.07.18 139 7 13쪽
31 뒤집기 +4 17.07.17 113 6 14쪽
30 증거인멸 +4 17.07.14 110 6 14쪽
29 불안한 동업 +4 17.07.13 103 6 11쪽
28 협박전화 +4 17.07.13 92 7 10쪽
27 더러운 거래 +4 17.07.12 95 6 10쪽
26 실종 D-day +4 17.07.12 90 7 11쪽
25 음모 +4 17.07.11 100 7 8쪽
24 해결사 +6 17.07.11 91 7 9쪽
23 집안의 보물 +4 17.07.10 95 7 9쪽
22 한끼 식사 +4 17.07.10 115 7 10쪽
21 갓난이 +4 17.07.09 114 7 9쪽
20 혈액형 +4 17.07.09 98 7 7쪽
19 상희와 옥희 +4 17.07.08 115 7 10쪽
18 가족 +4 17.07.08 107 7 9쪽
17 암살 +4 17.07.07 152 7 11쪽
16 복수 +4 17.07.07 129 6 9쪽
15 사이비 종교 +4 17.07.06 123 7 9쪽
14 탈출 +4 17.07.06 114 8 9쪽
13 예선이의 고백 +4 17.07.05 227 7 7쪽
12 천도제 +4 17.07.05 139 6 7쪽
11 집안의 우환 +4 17.07.04 241 6 8쪽
10 돌아온 여고생 +4 17.07.03 248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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