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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나 님의 서재입니다.

검사딸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중·단편

배나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1
최근연재일 :
2017.07.24 07:01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6,211
추천수 :
254
글자수 :
154,888

작성
17.06.29 12:44
조회
161
추천
6
글자
8쪽

사망

DUMMY

황검사 아버지는 순희가 일단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라는 게 가장 맘에 들었다.


' 기특한 놈, 줏대는 있어 결혼시켜달라고 고집을 부리고..'


자기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좋은 곳에서 혼담이 들어왔다며 선을 보라고 했고, 그냥 그렇게 결혼을 했다. 결혼식 날 어머니는 친척들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고 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어머니는 아들을 대학교수 만들 수 있어 기뻤다고 한다. 황검사 어머니 유씨네는 대학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사학 재벌이다.


결혼 생활은 그냥 참을 만 했다. 그녀를 알기 전까지.. 어느 날 학회 세미나에 참가했고, 거기서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좀 우습지만 첫사랑이었다.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 유부남이 첫사랑이라니..

말도 안 돼는 소리.. 하지만 사실이었다.

황씨는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살 던 사람이었다.


' 아~ 이런 거구나 사랑에 빠진다는 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게 이런 감정이구나..'


부질없었다. 구애를 할 수도, 결혼을 할 수도, 한번 사귀어 볼 수 도 없는 사이였다. 황씨의 가슴앓이는 그렇게 유약하고 반듯하게 타들어갔다.


예전과 달라진 건 없지만, 그의 결혼 생활은 훨씬 더 불행해졌다. 그가 그렇게 느끼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들이 마음에 드는 아가씨가 있다고 했을 때 그 사랑을 지켜주고 싶었다.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


그가 매일 꿈꾸던 삶이다. 아들만은 그렇게 살길 바랬다. 그래서 순희도 예뻐했다. 딸처럼, 태경이 나나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다. 자신의 행복하지 않았던 결혼생활을 보상받듯 아들의 행복을 보면서 아버지도 행복했었다.


그런데 지금.. 아파하는 아들을 보면서 아버지도 가슴이 아팠다. 하늘을 원망했고, 신이 미웠다.


'어떻게 사나,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나..'


말 그대로 앞이 막막하다.


"그래도 산다.. 그래도 살아지더라.. 어떻게 사나 이제는 못 살겠네 했는데.. 죽지 못해 살아지더라"


황씨 어머니가 막내 보내고 나서 자주 하는 말이었다.


' 그 말이 나한테도 해당될까? 나도 어머니처럼 그래도 살까? 죽지 못해 사는 게 사는 걸까? '


' 내 아들은.. 손자 태경이는.. 불쌍한 우리 며느리는.. 걔들도 죽지 못해 살아야하나.. '


' 아직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데 그 긴긴 세월을 그렇게 고통 속에서 살아야하나.. '


' 내가 죄가 많다. 다 내 죄다. 내가 덕이 없어서... 우리 집안이 이런 꼴을 당한거다. '


아버지 황씨는 모든 게 자기 탓만 같았다. 그래서 죽고 싶었다. 죽으면 모든 게 덮어질 것만 같았다.




장기자 안경은 몇일 째 노란 고무줄을 달고 다닌다.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맘의 여유가 없다. 나나 사건에 장기자는 완전히 꽂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성과가 없다. 오리무중... 몇일 째 그렇다.


' 청자다방 '


아침부터 다방에 왔다. 당연히 영업전이다. 차반장을 만날 수 있다고, 슬쩍 서대문서 지인이 찔러줬다. 서대문서에는 나나 사건에 대해서 함구령이 내려 아무도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사건 담당이었던 차반장을 만나려고 해도 밖으로만 도는 지 도통 만날 수가 없었다.


' 맛있는 냄새가 난다 '


장기자는 배고픔이 화~ 악 밀려왔다. 차반장은 콩나물국으로 해장 중이었다. 창자다방 마담은 부산 사람인데 차반장 누나겸 애인이다. 같은 고향 누나라서 동생 챙기듯 챙기다 애인이 됐다.


부끄럽고 힘든 일이 생기면, 비오는 날 누렁이가 처마밑을 기어들어가듯 그렇게 차반장은 청자를 찾았다.


일하는 꼬마 아가씨가 장기자 콩나물국을 가져다줬다. 얻어먹는 밥이라 그런 가 너무 맛있다. 장기자랑 차반장은 같은 고향이라 장기자가 서대문서 막 출입했을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다. 사건 터지면 물 안 먹게 차반장이 챙겨주기도 했다.


" 형 ! 얼굴은 왜 그래요? 심하게 터졌네.. "


얼굴만 터진 건 아니다. 온 몸이 아프다.


" 지금 나나집에 갔다 오는 길인데 아무도 없어요 "


차반장은 말이 없다.


평소에도 말이 별로 없는데 그래도 할 말은 다 한다. 장기자는 안다. 차형이 말 나올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아까 밥 가져다준 꼬마 아가씨가 방정맞게 걸어온다. 청자담배를 하나 갖다 주더니 옆 테이블에 앉는다.


" 그 집 며느리가 집안을 말아 먹었데요.. 남편 출세 길도 막히고, 친정 아버지가 간첩이래요 "


꼬마 아가씨가 계속 떠든다. 요새 청자다방 손님들의 핫이슈는 '나나 사건'이다. 시체를 봤다는 사람, 서대문서 누굴 안다는 사람, 검찰청에 친척이 있다는 사람 등 저마다 신뢰 높은 언론을 자처하며 열심히 말을 만들어 낸다.


"손님들이 그러는데요. 그 집 운전기사 아들이 월남 파병 갔었대요. 그런데 다리가 다 잘려서 왔대요. 글쎄..... 아후 끔찍해 그래서 자기 아들은 빨갱이 때문에 병신이 됐는데 빨갱이 종자가 잘 먹고 잘 사는 게 너무 화가 나서 애를 유괴한거래요"


소문에 의하면 순희네 아버지는 골수 빨갱이었고, 이미 38선을 넘고 있었다. 애가 유괴된 것도 죽은 것도 다 빨갱이 때문이었다.


소문은 원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먹이 삼아, 약간의 사실을 양념 삼아 증폭되고 재생산되기 마련이다. 소문을 내는 사람들은 무슨 한을 풀 듯 침을 튀겨가며 소문을 만들어 내는 데 열을 올린다.


그들에게 이미 사실은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단지 씹어 댈 대상이 필요할지도... 씹히는 상대방이 아플지 그리고 얼마나 억울할지 그들에게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의로운지 아닌지는 더더욱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정론직필하는 언론인..'


장기자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차반장이 먹던 숟가락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소리가 꽤 크다. 시끄러우니 그만 떠들라는 신호다. 꼬마 아가씨가 샐쭉해져서 쪼로록 주방으로 도망간다.


" 그 사건 어제로 끝났어.. 다른 거 찾아봐 "


장기자가 눈이 동그래졌다. 궁금해도 참아야한다. 차반장은 끼어들면 말을 안해버린다.


" 운전기사 김씨가 어제 죽었어.. "


차반장은 자기 담배 거북선을 꺼내서 핀다. 청자는 장기자 가지라고 한다. 장기자도 청자는 안핀다. 하지만 챙겼다. 부장님 갖다 드릴려고..


' 허 억... 오늘까지다.. '


장기자는 운전기사 죽었다는 소식에 이어, 오늘까지 부장님이 추가 취재 해오라는 사건이 생각나서 연타로 심장이 철렁했다.


" 왜 죽었는지는 모르겠고, 피고인이 죽었으니 그걸로 사건 종결이야... 그러니 너두 신경 꺼.. "


왜 죽었는지 아는 사람처럼 말한다.


" 김씨가 가족도 없어, 주인집에서 먹고 살았어, 그래서 문제 삼을 사람도 없어.. 장례 치룰 사람도 없고.. "


경찰이든 검찰이든 그쪽 입장에선 사건이 깔끔하게 정리된 거다.


'.......'


" 나나 ... "


아이 이름을 부르면서 차반장은 목이 메인다. 애써 담배 연기 뿜으며 감추지만, 아이 엄마 생각을 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 꼭 찾아주고 싶었다 '


차반장은 원래 맘이 약하고 좋은 놈이다. 그래서 형사일이 잘 안 맞는다.


' 소방관이 될 걸... '


요새 많이 후회된다.


" 넌 혈액형이 뭐야? "


" 혈액형이요? O형 일껄요.. 왜요? "


" 아냐, 난 가봐야겠다. 너도 가봐..안 바뻐?"


" 왜 죽었는지 알죠? 진짜 범인 맞긴 맞아요? "


" 왜 ? 니가 신문에라도 내게? "


" 내야죠 .. 경찰이 사람 죽였는데..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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