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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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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7.16 20:10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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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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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560

작성
24.04.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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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2쪽

용을 끌어내리다(10)

DUMMY

"···대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가."


단순한 정의심과 의협심만이라면 이렇게까지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남궁혁이 보기엔 무현의 행동은 그런 감정적인 부분에서 나올 만한 부분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말하게."

"그냥 X같아서 그렇습니다. 이 모든 게."


옆에서 지켜보던 창천검대의 두 눈이 단박에 커졌다..

그건 남궁혁도 마찬가지였다.


"섬서의 동천 학살 사건, 호남의 형산파 사건. 호남과 호북의 간자들 생포 작전도, 저와 성검련이 전부 막았습니다. 그리고 이거 보이십니까?”


무현은 품에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살문과 거래를 튼 상단과 문파, 그리고 살문과 명문정파와의 거래 기록이 적힌 장부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이걸 중원 전역에 뿌려버릴 수 있습니다.”

"······!"


충격의 연속으로 창천검대는 그야말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나 남궁혁이 더 가관이었다.

목석이나 다름없던 그의 표정이 점점 창백해져만 가고 있다는 것만 보면,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사실 무현이 이렇게까지 나올 필요는 없었다.

어떻게든 구슬리면 정도 무림 또한 어쩔 수 없이 살문을 막아야 하니, 알아서 정도껏 나올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살문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북의 정도문파를 중점적으로 대학살을 벌이고 있다.

그 여파가 만약에 호북의 백성들에게 번진다면?

호북의 대학살은 정도 무림의 멸망으로 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두들겨 패는 한이 있더라도, 그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이게 만들어야 했다.


"···원하는 게 뭔가?"


잔혹한 현실을 앞두고 방도를 갈구해 봤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무현이 말했다.


"지금 당장 안 튀어나오면 살문과 거래를 튼 명문정파의 이름을 중원에 공표해 버리겠다고 맹주와 제갈천에게 말하십시오."

"기간은?"


무현이 손가락을 세 개 피면서 대답했다.


"사흘 후. 교구로 당장 집결하라고 이르십시오."


***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다는 말인가."


곳곳에 깨지고 부서진 장식물들이 어지러이 널브러진 방 안.

머리를 풀어 헤치고, 술병을 쥔 채 홀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제갈세가를 오대세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사내이자, 맹주를 꿈꾸는 야심을 가진 불세출의 천재의 모습이 정말 초라했다.


"···귀담아들었어야 했나."


제갈천은 한 달 전에 만났던 남궁혁의 말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 무림의 평화는 이미 끝났네. 그리고···내부를 조심하게.


오만했다.

그리고 오판했다.


야심에 눈이 멀어 제 주변도 살피지 못했다.

스스로의 교만이 다시 한번 제갈세가를 몰락시켰다.

용의 머리를 탐낸 사내는 뱀의 꼬리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뭐가 소용 있겠나.'


제갈천은 다시 일어섰다.


자신의 오만이 만들어 낸 참상을 딛고 이겨내야 한다.

용의 머리가 될 수 없다면 뱀의 머리가 되자는 심정으로.

신각 제갈천은 다시 한번 일어섰다.


"···거기 아무도 없느냐."


조용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퍼져나가고.

온갖 잡기들이 널브러진 가주실 안으로 누군가 들어섰다.

자신의 딸 제갈린이었다.


"···부르셨습니까.“

"내 앞으로 온 서신이 있더냐."

"예. 조금 전에···."


제갈천은 빠르게 그녀의 손에 들린 서신을 뺏어 펼쳤다.

그리고.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수는?"

"제연각은 350명. 진법각은 200명이 채 조금 못 됩니다. 그마저도 대부분 사망하거나···."

"그들을 전부 불러 모으거라."

"예? 하지만···."

"어서 불러오거라."

"···알겠습니다."


제갈린은 고개를 숙이고 가주실을 나섰다.


잠시 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제연각주 제갈문과 진법각주 제갈문종이 부름을 받고 가주실 내로 들어섰다.


"이 일에 앞서 자네들에게 할 말이 있어 이리 불렀네."


제갈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행동은···.


"···!"

"가, 가주님!"


제연각주와 진법각주뿐만 아니라,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제갈린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갈세가 내에서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우던 사내가.

정파의 기둥이라 불리우던 제갈세가의 수장이.

지금 두 사내의 앞에서 고개를 숙인 것이다.


"내 교만으로 제갈세가가 다시 한번 몰락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소. 내 긴말은 하지 않겠소. 내 가주 직을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살문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오.”

“······.”

"세가의 가주로서 백의종군하여 죽을 때까지 이 일은 속죄하겠소. 그러니···."


제갈천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지금은 내 말에 따라줄 수 있소?"

"······."

"······."


만나자마자 사죄를 청하는 그의 저돌적인 태도에, 그들은 다소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고 제갈천의 물음에 답했다.


"···가주께서 오판하셨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는 가주님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할 짐이자, 문제입니다. 그러니···."

"저희는 가주님의 명령에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다."

"부디 그 혜안으로 제갈세가를 다시 한번 일으켜 주십시오."


두 사내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이며 제갈천에게 예를 표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가만히 보던 제갈린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그런 제갈린을 두고 제갈천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제연각주."

"하문하십시오."

"개방에게 연통을 넣으시오. 살문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무림맹과 뇌제께 즉시 전서구를 보내시오."

"알겠습니다!"

"진법각주."

"예, 가주님."

"교구로 진법사들을 파견하고 천라지망을 펼치라고 지시하시오. 그곳에서 살문을 모조리 처리하겠소."

"명 받들겠습니다!"


제갈천이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뇌제께 바로 서신을 보내시오."

"뭐라 보내드리면 되겠습니까?"


제갈천이 굳게 다짐한 표정으로 답했다.


"나 역시 살문 소탕 작전에 참여하겠다고."


제갈세가의 불세출의 천재.

정도 무림의 두뇌.


자신의 죄를 속죄하기 위해 직접 중원 무림에 발을 들였다.


***


사흘 후.


호북성 무한 교구.

교구에 숨어는 살문을 처리하기 위해 정도 무림의 정예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었다.


무림맹 측.


화경 2명.

초절정 62명.

절정 368명.


제갈세가 측.


화경 1명.

초절정 45명.

절정 239명.


남궁세가 측.


현경 1명.

화경 4명.

초절정 30명.


그 외.


현경 1명.

화경 1명.


당장이라도 씹어 먹을 것처럼.

그들의 눈빛엔 살갗이 아릴 정도의 살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앞으로.


"시간이 없으니, 인사는 받지 않겠소."


뇌제 남궁혁인 잔뜩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천라지망은?"

"천라지망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대략 세 시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놈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단단히 구축하도록.”

“존명!”

“제갈천.”

“하문하십시오.”

"놈들의 도주 경로가 어디라고 생각하나?"

"이곳입니다."


제갈천은 지도를 펼쳐 손으로 한 곳을 짚었다.


"의창(宜昌)?"

"의창은 너무 멀지 않나?"

"설령 천라지망을 빠져나간다 한들 놈들이 의창까지 갈 힘이 있소?"


의창은 무한에서도 제법 먼 곳이었다.

설령 살수들이 천라지망을 빠져나간다고 해도, 무한에서 의창까지의 거리는 제법 되었다.


"장강수로채 때문입니다."

"응?"

"잠만···그들이라면?"


장강수로채(長江水路寨).


장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수적으로 신주사패이자, 동시에 사도천의 주요 세력 중 하나.

그리고 장강수로채의 우두머리는 상천십삼좌 중 왕급에 해당하는 강자였다.


"···창왕(槍王)의 개입을 염두 한 것이오?"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아셨으면 합니다."

"아직 확실한 건 없다는 거군."

"하지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오."

"사도천의 입장에서 보면 살왕의 부재는 크나큰 손실이니."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제갈천의 의견을 수용했다.


"혹시 모르니, 의창 지부로 전서구를 보내시오."

"알겠습니다."

"그래서 언제 시작할 겁니까?"


제갈천은 깃털로 만든 부채를 펄럭이며 말했다.


"···두 시진 후. 그 안으로 놈들을 치겠소."


제갈천이 다짐 어린 대답을 하며 천막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단단히 준비하라 이르시오. 어쩌면···."

"정사대전 규모로 커질 수 있겠구려."


취걸개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보고드리겠습니다. 조금 전에 별동대가 무사히 영역 안으로 진입했다는 소식입니다!"


천막 안으로 들어온 무림맹원이 보고를 올렸다.


"별동대는 어느 정도 규모로 조직했습니까?"

"내 딸아이와 무현이라는 자요."


남궁혁의 대화를 듣던 이들이 잠시 멈칫했다.


"···응?"

"잠시만···지금 단둘이서만 진행하겠다는 소리입니까?"

"그렇소."

"제정신입니까?!"

"아직 무림 초출에 불과한 둘을 사지로 내몰 생각입니까?!"


그들의 질타에도 남궁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럼 누가 나설 건가?. 내가? 아니면 자네들이?"


남궁혁의 일침에 모두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건···."

"크흠."


하지만 그들의 표정엔 불만이 채 사라지지 않았다.


‘어리석은 놈들 같으니.’


겉으론 걱정하는 듯해 보여도, 실상은 죽음이 두려워 저렇게 복날 개처럼 덜덜 떠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도 일리 있었다.

무림은 언제든지 비명횡사할 수 있는 세계.

무공의 고강함을 떠나서, 언제든지 칼 맞고 죽기 쉬운 세계가 바로 무림이었다.


더구나, 그 둘은 이제 막 약관을 넘은 초출.

실력으로만 보면 충분할지 모르나, 아직 살인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소검성 무현. 그는 얼마 전에 현경의 경지를 돌파했소."


남궁혁이 그들의 불만을 일축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

"아니···그!"

"그게 정말입니까?!“


제갈천뿐만 아니라, 취걸개도 이를 믿지 못한 눈치였다.


현경이 무엇인가?


중원 무림을 양분하는 절대 강자들을 일컫는 말이자, 무림의 패권을 뒤바꿀 수 있는 경지다.


근데 그런 불역의 경지를 아직 무림 초출에 불과한 소검성이 도달했다?

이는 무림사를 뒤져도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대사건 중의 대사건이었다.


"뇌제의 이름으로 그의 신분을 내가 보장하오."


이 짧은 대화 사이, 어느덧 날이 환하게 동이 트기 시작했다.

등선 너머로 여명을 품은 태양이 빛을 내뿜으며 기상했다.


"그럼 지금 그들은 어디에?"

"그들은 이미 살문의 영역으로 들어갔소."


남궁혁은 내면에서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누른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 우린 그들이 이번 작전이 성공하길 빌어야 하오."


남궁혁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부디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너라.'


남궁혁은 애써 누른 불안감을 억누르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한 명의 아비로서, 아직 딸아이에게 못한 사과와 죄책감이 남궁혁의 마음 한구석을 괴롭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불안감은 점점 남궁혁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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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용을 끌어내리다(9) +3 24.04.23 1,830 29 13쪽
65 용을 끌어내리다(8) +1 24.04.22 1,855 28 12쪽
64 용을 끌어내리다(7) +4 24.04.19 1,933 29 13쪽
63 용을 끌어내리다(6) +3 24.04.18 1,968 30 13쪽
62 용을 끌어내리다(5) +4 24.04.17 1,954 31 13쪽
61 용을 끌어내리다(4) +1 24.04.16 2,003 30 12쪽
60 용을 끌어내리다(3) +1 24.04.15 1,961 32 12쪽
59 용을 끌어내리다(2) +1 24.04.12 2,120 33 13쪽
58 용을 끌어내리다(1) +1 24.04.11 2,175 36 13쪽
57 지부 소탕(3) +2 24.04.10 2,153 32 13쪽
56 지부 소탕(2) +2 24.04.09 2,111 35 13쪽
55 지부 소탕(1) +3 24.04.08 2,206 34 12쪽
54 형산파(3) +1 24.04.05 2,183 34 12쪽
53 형산파(2) +1 24.04.04 2,101 33 14쪽
52 형산파(1) +3 24.04.03 2,257 32 13쪽
51 태동(3) +1 24.04.02 2,277 32 13쪽
50 태동(2) +2 24.04.01 2,268 32 13쪽
49 태동(1) +2 24.03.29 2,394 37 14쪽
48 무녀(2) +1 24.03.28 2,373 31 13쪽
47 무녀(1) +3 24.03.27 2,522 38 14쪽
46 귀환 +3 24.03.26 2,567 36 13쪽
45 정리 +1 24.03.25 2,530 37 13쪽
44 쥐새끼 소탕(3) +1 24.03.22 2,638 36 14쪽
43 쥐새끼 소탕(2) +1 24.03.21 2,559 33 14쪽
42 쥐새끼 소탕(1) +1 24.03.20 2,688 39 14쪽
41 청룡상단(3) +1 24.03.19 2,696 36 14쪽
40 청룡상단(2) +3 24.03.18 2,678 37 15쪽
39 청룡상단(1) +1 24.03.15 2,825 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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