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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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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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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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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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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용을 끌어내리다(7)

DUMMY

흑도 놈들답게 창고에 쌓아둔 금화들과 보석들이 창고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살문의 하수인이고, 그들이 거대 흑도 조직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많은 돈이었다.

하지만 무현은 자금에 관심이 없었다.


‘찾았군.’


고급스럽게 마감된 상자 안에서 낡은 서책을 꺼내 들어 펼쳤다.


‘무한상단과 서문세가. 여기에 전부 있군.’


그 외에도 호북에 내놓으라는 유명 상단과 문파도 적혀있었다.


‘일단 신주세가는 내버려둔다.’


신주세가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살문에 접근한 건 신주세가의 삼남뿐.

그 외는 해당 사항에 없었다.


‘괜한 학살은 시간만 낭비할 뿐.’


그렇게 장부를 회수한 무현이 창고를 나가려고 할 때.


“나와라.”


지붕 위로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인영들이 튀어나왔다.

전부 성검련 소속 무인들이었다.


“···하명하십시오.”

“혈견문의 장부다. 이걸 가지고 가서 해독하고 오도록.”

“존명.”

“나는 무한상단을 치러 갈 것이다. 그때까지 이곳을 뒷수습하고 정리해라.”

“명 받들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수하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럼 어디 한번 들쑤셔 볼까.’


무현은 걸음을 옮겨 혈견문 밖으로 나갔다.


***


제갈세가.


호북성 무한을 지배하는 거대 세가이자, 현재는 오대세가 중 하나다.

과거엔 여러 차례의 몰락 위기를 겪으며 오대세가에서 축출되었다.

지금은 제갈천이라는 불세출의 천재를 낳은 제갈세가는 현재 오대세가의 일인으로서 한창 비상하고 있었다.


수십 명에 지나지 않았던 식솔은 현재 수백 명이 채 넘었으며, 뛰어난 수완으로 이득을 본 덕에 그들의 곳간에는 항상 식량과 비단이 쌓여만 갔다.


그런 제갈세가를 키운 제갈천은 그럼에도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오대세가의 일인이라지만, 결국 한 좌를 차지하는 것뿐.

무인으로서의 재능은 평범했던 제갈천에겐 만족스러운 자리가 아니었다.


제갈천의 야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중원 무림의 절대자가 되고 싶었다.

지금도 호북성에서 절대자로 군림하고 있었지만, 그보다 큰물에서 놀고 싶었다.

만인이 우러러보는 절대자의 자리.

무림의 절대자가 되고 싶었던 제갈천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무림맹의 맹주가 되기로.

정도 무림의 수장이자, 중원 무림의 절대자 중 하나가 되기로.


다행히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림맹주 운허의 은퇴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은 치열했다.

오대세가뿐만 아니라, 구파일방까지 끼어들었고, 거기에 여러 명문세가들이 합세했다.

안 그래도 혼란한 판국에 잡졸들이 끼어드니, 제갈천의 입장에선 미칠 지경이었다.

경쟁이 한창이나 진행될 때쯤.


그런 제갈천의 앞으로 손님 하나가 찾아왔다.


"······."

"······."


느닷없이 찾아온 손님에 제갈천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뇌제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어쩐 일로 오시게 되었습니까?"


뇌제 남궁혁.

지금은 무림맹 정계에서 물러난 지 오래지만, 그래도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자네에게 부탁 좀 하나 하려고 하네."

"부탁 말씀입니까?"


그 말에 제갈천은 마른침을 삼켰다.

상계와 정계를 두루 갖춘 제갈천의 입장에선, 남궁혁의 발언은 천금과도 같은 무게를 지졌다.

정도 무림인,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절대자의 입에서 부탁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으니.


"그 부탁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제갈천은 마른침을 다시 한번 삼키곤 질문을 던졌다.

남궁혁은 품에서 서신을 꺼내 제갈천의 앞으로 건넸다.

서신을 받아 든 제갈천의 표정엔 이게 무엇이냐고 쓰여있었다.


"살문의 본거지가 적힌 서신이오."

"······!"


순간 뇌리가 번뜩인 제갈천은 서신을 펼쳤다.

내용을 읽는 내내 제갈천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제갈천은 빠르게 머리를 식혔다.

자세히 생각해 보니 굳이 왜 제갈세가까지 직접 찾아와서 살문의 본거지가 담긴 서신을 건넨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언가 목적이 있는 의도였다.


"이걸 제게 보여준 이유가 무엇입니까?"


신각이라는 별호답게 눈치가 빨랐다.


"천라지망. 펼칠 수 있겠소?"

“······!"


천라지망(天羅蜘網).

제갈세가의 절기 중 하나이자, 적을 완전히 말살하기 위한 진법이다.


"···세가의 천라지망이라도 놈들을 붙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습니다."

"그 부분은 본가의 창천검대가 직접 나설 것이오."


확실히 창천검대라면 충분하다.

살문이라한들 어지간한 대문파의 저력과 맞먹는 창천검대를 상대로 빠져나오는 건 요원할 것이다.


"그나저나 이 서신은 어떻게 얻으셨습니까?"

"···내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얻게 되었소."


차마 무현의 이름을 말할 수 없었기에, 남궁혁은 대충 둘러댔다.

서신을 받아 든 제갈천은 머리를 바삐 굴렸다.


"제게 이 서신을 건넨 이유가 무엇입니까?"


여차하면 남궁혁 본인이 직접 나서 놈들을 처리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무림맹의 여러 추궁과 뒷소문이 꼬리표처럼 달라붙겠지만, 애초부터 무림맹과 연을 끊다시피 한 남궁세가다.


"물론 공짜로 주겠다는 건 아니오. 나 역시 어떠한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니."

"그 목적이라는 건?"

"무림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요."

"무림의 혼란?"

"섬서의 동천 학살, 호남에서 벌어진 사건, 그리고 형산파와 사도천 백후 간의 격전. 여기서 공통점은 전부 사도천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


남궁혁은 제갈천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조만간 정사전쟁이 크게 발발할 것이오."

"···그 중심지가 될 수 있는 게 바로 이곳 무한이라는 말씀입니까?"


남궁혁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영역이 조만간 혼란의 격전지가 된다는 사실은 제갈천 입장에선 크게 와닿았다.

하지만 제갈천은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맹주 선발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 속.

제갈세가의 영역에서 살문의 본거지가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무림맹은 이 사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갈세가는 맹주 선발전에서 떨어질 것이고, 천문학적인 투자 금액도 그대로 손실되고 말 것이다.


결국.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제갈천은 난색을 표하며 서신을 도로 내민 것이다.


남궁혁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맹주라는 자리가 얼마나 달콤한지.

무림의 절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없었기에, 제갈천이 이런 자세로 나온 것도.


남궁혁은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경고 하나만 하겠네."

"조언입니까?"

"무인으로서의 조언보단···세가의 가주로서일세."


남궁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제갈천을 쏘아보았다.


"무림의 평화는 이미 끝났네. 그리고···내부를 조심하게."


그 말을 끝으로, 남궁혁은 가주실에서 나갔다.

남궁혁이 나간 자리를 쳐다보던 제갈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가주님!"


염소수염의 사내가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오, 윤 총관."

"큰일났습니다!"


제갈천은 윤 총관이 가져온 서신을 빠르게 펼쳐 읽었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오늘 남궁혁을 두 번이나 충격에 빠뜨리게 했다.


"무한상단이 무너졌다고···?"


***


무현이 다시 호남에 돌아온 지 한 달이 되었다.


이제껏 무현은 무언가에 쫓기듯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물론, 목적이 있는 행동이지만 어느 정도 피로가 쌓였던 듯했다.

육체적인 피로보단 정신적인 피로였지만.


'당분간 얌전히 있겠지.'


무한상단이라는 막대한 자금줄을 잃어버린 이상, 살문은 당분간 자금 조달에 힘을 쏟아야 할 상황에 놓였다.

물론,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무한상단은 시작일 뿐이다.'


무한상단은 살문에게 보낼 경고에 지나지 않을 뿐.

앞으로 수많은 살문의 지부들이 무현의 손에 의해 쓸려나가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의 피가 흐를 것이다.


물론, 전부 막지는 못한다.

남궁세가와 제갈세가가 협조적으로 군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겠지만, 여타의 모든 문파가 그렇든 모두 이익만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짙었다.


'그 양반이 신각을 설득해 주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상황은 언제나 좋게만 흘러가지 않기 마련이었고.


그 불안감은 지금 눈앞에 찾아왔다.


***


"···설득엔 실패했네."


남궁혁은 찻잔을 사이에 두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미 예상한 바가 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애초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맹주 선발에 진심이라고 해도···."

"그 병신들에겐 사도천보다 중요한 부분이죠."


무림맹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무인으로서의 영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정도 무림을 통솔하고 통치할 권한이 생기는 것으로, 이는 중원 무림의 안녕을 기원하는 명분에서 무림맹에 속한 명문정파의 권한과 힘을 견제할 수단이 생기게 된 셈.

즉, 합법적으로 정도 무림에 대한 지배권이 들어오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빼놓고 진행하는 수밖에요."

"제갈세가의 천라지망이 없으면 놈들을 본거지를 소탕하기란 불가능할걸세."

"뭣하면 수하들을 시켜 그들을 막으면 됩니다."

"수하들이 많이 강한가?"

"다들 제값은 제법 합니다."


성검련의 교육 과정은 무현에게 직접 보고되어 점검을 받는다.


무현이 성검련의 무인들을 위해 직접 창안한 무공과 검술.

거기에 각자의 특성에 맞게 조금씩 변형을 주었다.

명문정파 수준의 무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성한다면 그에 못지않은 상승의 무공이라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최근에 합류한 투존의 혹독한 가르침이 더해져, 성검련의 무인들은 나날이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선발된 무인들 대부분은 외부로 보내져 임무를 수행한다.

이매 또한 무현의 교육 과정을 통과하여 호남 지부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도 찝찝함이 남는지, 남궁혁의 표정엔 의심이 채 아직 가시지 않았다.


"자네도 알겠지만, 무림엔 강자가 너무 많네."


삼제의 일인이자 천하제일검가의 수장 남궁혁의 말치곤 너무 겸손했다.

그는 진중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상천십삼좌. 즉, 제존왕의 격차는 크게 차이가 나네. 살왕은 그중에 말단이지만, 살수의 신분으로 무림의 절대 고수가 되기란 쉽지 않았겠지."


남궁혁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맹주나 사도천주나 사실 모두 고금제일의 후보가 될 수 있네. 그 약아빠진 놈들이 제 실력을 드러내지 않기에 정확한 무력은 측정할 수는 없지만. 다들 한 명 정도는 골로 보낼 비장의 수는 하나씩 숨겨 뒀을 것일세."


남궁혁은 나름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려 했던 것일 테다.

전생에서 그들과 부딪쳐 본 경험이 있는 무현은 상천십삼좌 간의 무력을 알고 있었다.

무림공적에 올라 그들을 죽였던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특히 살왕을 조심하게. 무력 자체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살수라는 신분 특성상 좋게 끝날 가능성은 없으니."


남궁혁은 남궁무애를 도와 수련을 돕는 창천검대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들의 피도 적지 않게 흘리겠지."

"저들을 많이 아끼십니까?"

"전부 내 손으로 키운 녀석들이니까."


창천검대는 강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람이다.

그렇기에 언제든지 방심할 수 있으며,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제아무리 고수라한들 죽을 수도 있었다.


"무한상단은 자네가 무너뜨렸나?"

"그렇습니다."

"···쉽게 대답하는군."

"어차피 확신을 가지고 말씀하신 게 아닙니까."

"···어떻게 알았나?"

"혈견문의 입에서 무한상단이 나왔습니다. 장부는 확보 중에 있고, 현재 수하들에게 해독을 맡겨둔 상태입니다. 조만간 해독본을 드리겠습니다."


무현은 차를 홀짝이며 목을 축였다.


"그래서 살문을 처리할 자신은 있나?"


남궁혁과 무현의 대화는 결국 무공으로 귀결됐다.

무현은 그동안의 수련 과정을 설명했다.

남궁혁은 그것으로 무현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했다.

물론, 기운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랜만에 칼 좀 휘둘러야겠군."

"좋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일어섰다.

한창 수련 중인 창천검대와 남궁무애가 두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남궁혁이 말했다.


"보고 싶은 사람은 봐도 좋다. 고수의 싸움을 보는 것만큼은 좋은 경험이 없겠지."

"예···!"


모두가 지체하지 않고 싸움을 관찰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지."


두 사람이 연무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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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을 끌어내리다(7) +4 24.04.19 1,933 29 13쪽
63 용을 끌어내리다(6) +3 24.04.18 1,968 30 13쪽
62 용을 끌어내리다(5) +4 24.04.17 1,954 31 13쪽
61 용을 끌어내리다(4) +1 24.04.16 2,003 30 12쪽
60 용을 끌어내리다(3) +1 24.04.15 1,961 32 12쪽
59 용을 끌어내리다(2) +1 24.04.12 2,120 33 13쪽
58 용을 끌어내리다(1) +1 24.04.11 2,175 36 13쪽
57 지부 소탕(3) +2 24.04.10 2,153 32 13쪽
56 지부 소탕(2) +2 24.04.09 2,111 35 13쪽
55 지부 소탕(1) +3 24.04.08 2,206 34 12쪽
54 형산파(3) +1 24.04.05 2,183 34 12쪽
53 형산파(2) +1 24.04.04 2,101 33 14쪽
52 형산파(1) +3 24.04.03 2,257 32 13쪽
51 태동(3) +1 24.04.02 2,277 32 13쪽
50 태동(2) +2 24.04.01 2,268 32 13쪽
49 태동(1) +2 24.03.29 2,394 37 14쪽
48 무녀(2) +1 24.03.28 2,373 31 13쪽
47 무녀(1) +3 24.03.27 2,522 38 14쪽
46 귀환 +3 24.03.26 2,567 36 13쪽
45 정리 +1 24.03.25 2,530 37 13쪽
44 쥐새끼 소탕(3) +1 24.03.22 2,638 36 14쪽
43 쥐새끼 소탕(2) +1 24.03.21 2,559 33 14쪽
42 쥐새끼 소탕(1) +1 24.03.20 2,688 39 14쪽
41 청룡상단(3) +1 24.03.19 2,696 36 14쪽
40 청룡상단(2) +3 24.03.18 2,678 3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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