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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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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7.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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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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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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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용을 끌어내리다(5)

DUMMY

처음엔 세 걸음 간격으로 무현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자, 살갗과 검 사이의 간격이 반보 내로 줄었다.

그 간격은 이내 반의반 보가 되고, 마침내 털끝을 스치는 정도가 되었다.


무현의 눈빛은 점점 흥미로움으로 물들었다.


남궁무애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는 건, 살수의 초식을 읽은 그녀가 반격의 준비를 나서게 되었을 뿐.

그 증거로, 언제부턴가 남궁무애의 옷깃을 스치는 일이 사라졌다.


살수를 상대하려면 보통 거리를 벌리는 게 정상이다.

살행을 하려면 목표와 근접해야 하기에, 검과 같은 장병기를 들고 다닐 수 없다.

해서 독과 암기 같은 부피와 크기가 작은 무기를 들고 다닌다.

반대로 말하면, 독과 암기를 던질 만한 거리만 좁힐 수 있다면 살수는 오히려 승리에서 멀어진다.


'후우.'


상대의 허점을 노리기 위한 무현의 무자비하고도 집요한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런 그의 공격에 맞서 남궁무애는 최소한의 보법과 움직임만으로 공격을 통제해 나갔다.

검들은 계속해서 부딪쳐 나갔고, 남궁무애의 급소를 노리던 공격들은 오히려 그녀의 공격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하나의 검식이 돌연 수십 갈래로 쪼개지며 확 퍼졌다.

동시에 사각지대에서 접근해 오던 무현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거대한 충격음.


콰아아앙-!!


먼지구름이 일고, 모래와 돌조각들이 나뒹굴었다.

남궁무애가 검을 회수하자,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뒤에서 무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걸로 끝."


살수를 처음 상대해 봤기에, 부족한 부분은 많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없었다.

그녀가 살수의 방식을 체득했고, 이점을 이용해 반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현은 충분히 만족스러워했다.


"···방금 피하실 때 섰던 보법은 뭔가요?"

"무영보(無影步)라고, 옛날에 어떤 살수가 쓰던 거다."

"무영보요?"


무영보는 과거 200년 전에 활동했던 전설적인 살수, 암향신살(暗響神殺)이 쓴 보법이다.

그림자에 숨어들어 상대를 기습하기 위해 만든 보법으로, 남궁무애를 상대할 때 사각지대로 파고들어 썼던 보법이자 신법이다.

물론 남궁무애는 알 리가 없었다.

무영보의 주인, 암향신살의 무공은 정해진 후계자가 없어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건 어떻게 얻었어요?"

"우연히. 가르쳐 줘?"

"네."


짧은 대화였다.

무현은 그럴 줄 알았다며 피식 웃었다.


아직 가르쳐야 할 방식은 너무나도 많지만, 기본적인 지식은 이미 충분했다.

살수와 무인의 방식은 비슷하다.

하지만 두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무인은 자존심과 실리 둘 모두를 챙기려 들지만, 살수는 실리만 얻으려는 점.


무현은 남궁무애를 일으켜 세웠다.


"다 쉬었지? 이제 시작하자."

"···조금만 더 쉬면 안 돼요?"

"반응도 하지 못한 주제에 쉬려고 했어?"


무현의 능글맞은 표정엔 사람이 본능적으로 주먹을 쥐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남궁무애는 본능을 거부하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무현은 여유 있게 고개를 젖혀 남궁무애의 주먹을 피해냈다.

남궁무애는 가슴 깊이 탄식했다.

이만큼 열받는 순간은 느낀 적이 없었다.


'한 대만 때리고 싶다!'


그렇게 속으로 반드시 때리겠다며 다짐하곤.


"천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직접 보는 게 좋지. 백날 책상 앞에서 머리 한참 굴리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경험하는 게 좋아."


무인은 이론과 대결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

세상 밖으로 나가 실전을 겪어봐야지만, 무인은 성장한다.

그렇기에, 이렇게라도 몰아붙여야만 원하는 무공을 체득하고 파훼할 방법을 깨달을 수 있다.


"일어서라. 아직 해가 중천이야."

"···예."


남궁무애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무현은 살수의 무공들을 속전속행으로 가르쳤다.

가히 학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빠르게 신속하게 가르쳤다.

그걸 또 남궁무애는 빠르게 체득한 것도 모자라 어느 정도 실전에도 써먹게 되었다.


정파 무인들이 이 과정을 본다면 너무 잔혹하다며 타박하겠지만···.


'뭐 어쩌라고.'


무현이 알 바가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현은 계속해서 남궁무애를 몰아붙였다.

오죽하면 옆에서 구경하던 창천검대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남궁무애는 무현의 가르침을 가장한 폭력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오늘은 여기까지."

"허억, 허억-!"


옷깃은 온갖 먼지와 모래로 뒤덮이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 잔뜩 헝클어졌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천천히 고르며, 남궁무애는 검을 집어넣었다.


"무영보도 괜찮고, 귀곡단절(鬼哭斷切)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으니···."


귀곡단절은 수십 년 전에 활동했던 귀곡문(鬼哭門)의 문주가 사용하던 독문절기다.

총 7개의 단검을 사용하여 상대의 급소를 한 번에 노리는 방식으로, 웬만한 살수가 아니고서야 절대 익힐 수 없는 단검술이었다.


"···한 일주일 정도면 충분하겠군."

"일주일이요?"


남궁무애는 혐오감 가득한 표정으로 무현을 바라보았다.


"그 정도는 해줘야 내 제자 아니겠어?"

"···그들도 이런 방식으로 가르쳤어요?"


그들은 성검련의 무인들을 뜻했다.


"비슷하긴 한데, 이거보단 덜 힘들지."

"얼마나요?"

"팔다리에 각각 5관짜리 철환을 차고 몸을 혹사할 때까지 서로 대련하라는 정도?"

"······."


이제는 혐오감을 넘어서 쓰레기를 보는 시선으로 무현을 바라보았다.

그런 시선을 모르는지, 무현은 태연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성과가 따박따박 나오잖아?"


애석하게도 무현의 훈련은 남궁무애의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할 말은 많았지만, 성과가 나오기에 남궁무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거고.


"그래도 이거 끝나면 당분간은 쉬게 해줄게."

"정말요?"

"조만간 암기를 구해오면 그때부터 수련 시작이지. 눈앞에서 암기를 피할 정도는 되어야 놈들을 상대할 때 수월하지 않겠어?"


그 말에 남궁무애는 소름이 돋았다.

무현의 성격에 충분히 저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현경에 오른 사람이 저렇게 무서운 말을 한다니.


"···차라리 살문을 치러 가면 안 돼요?"

"아직 멀었지. 암기는 그렇다 쳐도 독은 어쩌게? 그 상황에서 내공만으로 어떻게 하게?"

"···에이 씨."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은 남궁무애.

무현은 못 들은 척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암기는 쉬운 편이긴 해. 어지간하면 암기는 직선으로 날아오는 게 전부니까."

"암기를 휘게 날릴 수도 있어요?"

"특정 무공을 익히면 가능하긴 한데···이건 내가 직접 보여주는 게 빠르겠다."


무현은 품에서 손가락만 한 길이의 장침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손을 빠르게 휘젓곤 눈앞의 나무를 향해 던졌다.


푹! 푹! 푹!


장침은 나무의 정중앙을 뚫고 나아가 그대로 다른 나무에 박혔다.


"이게 보통의 암기술이고."


이번에는 손가락 사이에 장침을 껴 넣어 손을 휘저음과 동시에 손목을 비틀어 빠르게 던졌다.


파파파파팍-!


장침은 순식간에 나무 곳곳에 박혔다.


"여기서 차이점을 알겠어?"


그 말을 듣고, 남궁무애는 두 나무 사이에 박힌 장침들을 살펴보곤 입을 열었다.


"전자는 관통력은 강하고 단순한데, 후자는 변칙적 관통력이 부족하군요."

"이거 때문에 암기술이 다른 무공에 비해 시장되는 이유지."


무공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고금을 통하여 무공은 효율적으로 사람을 죽이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해 왔고, 이 과정에서 암기술 또한 여러 개량을 거쳐 만들어졌지만, 냉병기를 쓰는 무공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았다.

남궁무애가 말했던 파괴력과 변칙적인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내공으로 어느 정도는 극복 가능하지만, 여기서 독과 암기술의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냉병기들에 비해 독과 암기는 일회성 소모품이라는 점. 그리고 일정 경지에 오른 고수들을 상대로는 독과 암기술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고 시장 될 수밖에 없지."

"그렇게 되니 살수들이 자연적으로 무공에 약할 수밖에 없네요."

"애초부터 살수가 이름을 날리는 경우는 무림사를 통틀어서 현저히 적잖아?"


무림사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고수들의 대부분은 전부 냉병기를 사용했다.

반대로 살수 출신의 고수들은 거의 없었다.

암향신살이나, 살왕이 특이할 뿐, 일반적인 무인들에 비해 무력이 부족한 살수들에게 별호가 생기는 경우는 좀처럼 없었다.


"어떻게든 상대를 죽여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살수들이 독과 암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던 거네요."

"그렇지."


설명을 마친 무현은 나무에 다가가 장침을 회수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굳이 암기술을 배울 필요는 없어. 독은 네 경지라면 웬만한 건 통하지 않으니까."

"···그럼 왜 배우라고 한 건데요?"

"이이제이. 오랑캐를 상대하려면 오랑캐로 상대하라."

"···암기를 상대하기 위해서 암기술을 배워라?"

"내가 말했잖아. 암기술 자체가 변칙적인 무공이라고."


임무에 따라 다르지만, 살수는 무인을 상대할 때 조력자와 함께 싸운다.

한 사람이 무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면, 다른 동료가 암기와 독을 던지고, 무인이 그걸 막는다면 틈이 생기니 또 다른 살수가 틈을 파고들어 무인의 목숨을 뺏는다.

이 방식은 무림사를 통틀어서 살수들의 오랜 전통이자,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물론 나는 아닌데, 넌 통하잖아?"

"···재수 없어."


무현은 못 들은 척하며 말을 이었다.


"일단 직접 보여줄게."


무현은 손가락을 까닥이며 멀리서 지켜보던 창천검대를 불렀다.

창천검대는 남궁무애의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연무장 내로 들어섰다.

무현은 품에서 꺼낸 장침 수십 개를 창천검대에게 전부 건넸다.

끌려온 창천검대가 이것이 뭐냐고 눈빛으로 묻자, 무현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걸 전부 내게 던지시오."

"...예?"


무슨 뜻인지 몰라 한참이나 생각하던 창천검대의 표정이 일순간 창백해졌다.


"이걸 말입니까?"

"살상력은 떨어지는 물건이니 안심하시오."

"아,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내공을 담아 던지시오. 기왕이면 한꺼번에 던지기보단, 간격을 두고 던지는 편이 좋겠소."


무식한 방법이지만 방법은 방법이었다.

창천검대는 의아했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던지시오."


멀리 무현이 신호를 주자, 창천검대는 무현을 향해 일제히 장침을 던졌다.

장침은 무현의 급소를 노리기 위해 나아갔다.

사방을 업습해오는 장침의 압박에도, 무현은 태연히 서 있을 뿐이었다.

장침은 순식간에 무현의 코앞에 다가왔다.

그 순간.


쉬익-!


"......!"

"......!"


코앞에 날아오던 장침을 고작 고개를 젖히는 것만으로 피했다.

그것도 모자라, 각기 다른 방향에서 날아오던 장침을 몸을 약간 비튼 것만으로 피하고, 떨어진 암기를 붙잡아 날아오는 방향으로 던져 막았다.

가히 신위라 봐도 무방할 정도의 장관.

그것을 바라보는 남궁무애나 암기를 던진 창천검대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창천검대는 아직 남은 장침을 던졌고, 무현은 다시 한번 장침을 막고 몸을 비틀어 피했다.

장침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회수한 장침을 던져 막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보법을 밟아 암기가 날아오는 방향을 예측하여 피했다.

특이한 점은, 보법을 밟을 때 무현이 일정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점을 발견한 남궁무애는 눈을 빛내며 무현의 발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제 됐습니다!"


장침이 모두 떨어진 창천검대가 손을 흔들었다.

내공을 일으켜 떨어진 장침들을 모조리 회수한 무현이 말했다.


"이게 암기술을 회피하고, 반격하는 기초적인 방법이다."

"···이게 기초라고요?"

"심화로 들어가면 금나수만으로 암기를 회수해서 날리거든. 한번 배워볼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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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용을 끌어내리다(6) +3 24.04.18 1,969 30 13쪽
» 용을 끌어내리다(5) +4 24.04.17 1,955 31 13쪽
61 용을 끌어내리다(4) +1 24.04.16 2,003 30 12쪽
60 용을 끌어내리다(3) +1 24.04.15 1,961 32 12쪽
59 용을 끌어내리다(2) +1 24.04.12 2,120 33 13쪽
58 용을 끌어내리다(1) +1 24.04.11 2,175 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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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지부 소탕(2) +2 24.04.09 2,111 3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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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형산파(2) +1 24.04.04 2,101 33 14쪽
52 형산파(1) +3 24.04.03 2,257 3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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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태동(2) +2 24.04.01 2,268 32 13쪽
49 태동(1) +2 24.03.29 2,394 37 14쪽
48 무녀(2) +1 24.03.28 2,373 31 13쪽
47 무녀(1) +3 24.03.27 2,522 38 14쪽
46 귀환 +3 24.03.26 2,567 36 13쪽
45 정리 +1 24.03.25 2,530 37 13쪽
44 쥐새끼 소탕(3) +1 24.03.22 2,638 36 14쪽
43 쥐새끼 소탕(2) +1 24.03.21 2,559 33 14쪽
42 쥐새끼 소탕(1) +1 24.03.20 2,688 39 14쪽
41 청룡상단(3) +1 24.03.19 2,696 36 14쪽
40 청룡상단(2) +3 24.03.18 2,678 37 15쪽
39 청룡상단(1) +1 24.03.15 2,825 31 14쪽
38 정서시(2) +1 24.03.14 2,757 3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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