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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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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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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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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용을 끌어내리다(3)

DUMMY

칠 주야가 지났다.

칠 주야 동안 무현은 남궁무애의 실력을 파악하는 데 온 집중을 쏟았다.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어디서 막혔는지.


무현은 논검과 수련을 병행해 가며 그녀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날로 일취월장하는 남궁무애의 실력을 본 무현은 기쁨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꼈다.


사제와 스승으로서의 관계가 이렇게나 즐거울 줄은 몰랐다.


성검련은 어디까지나 련주로서 있었을 뿐, 그들에게 면밀한 가르침까지는 내린 적은 거의 없었다.

그마저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간신히 가르쳤을 뿐.

이렇게 여유를 즐기며 수련과 논검(論劍)에 정을 쏟은 경우는 없었다.


무인에겐 논검은 매우 중요하다.

수련도 중요하지만, 몸으로 부딪치는 과정만의 한계 또한 존재한다.

무공이란 인간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속한다.

고금을 통하여 무인들은 무공은 발전해 왔고, 지금에 이르러 무공은 하나의 정체성이자, 무인의 삶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었다.

이론과 실전의 영역 속에서 줄다리기하여 스스로 체득하고,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어야만 진정한 무공이 만들어진다.

해서 논검이라는 모의실험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은 필수다.


무현은 단순히 무공을 논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삶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여, 스스로가 깨달아야만 진정한 무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이나 이어진 수련과 논검 끝에···.


"···왔군."


무현은 시선을 돌려 객잔 입구로 향했다.

입구 너머로 느껴지는 중압감.

객잔 입구로 한 사내와 함께 뒤따라 들어오는 푸른 무복의 사내들.

창천검대의 고수들과 함께, 뇌제 남궁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압도적인 분위기와 품격에, 객잔 내의 무림맹원들은 감히 고개를 함부로 들지 못했다.

어지간한 명문정파는 쓸어버릴 수 있는 창천검대를 대동한 채, 남궁혁은 객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객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무현과 눈을 마주치자···.


파팟-!


순식간에 발을 놀려 무현이 있는 객잔 꼭대기에 도착한 남궁혁.

그의 시선은 자신의 딸아이 남궁무애에게 향해있었다.


"···잠시 이야기하자꾸나."


무겁지만 품격이 깃든 목소리.

그 안에는 남궁무애에 대한 죄책감과 중압감이 느껴졌다.


"···그러시죠."


남궁무애 역시 싸늘한 어조로 답했다.

무현은 이들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편히들 나누시죠."


무현은 미소를 지으며 둘 사이의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게 자리를 비켰다.


***


"살문의 본거지를 알아냈다고?"


서신을 받고 온 남궁혁의 표정은 의구심으로 가득했다.


"그렇습니다."

"무림맹에서도 찾지 못한 살문의 본거지를?"

"···증거는 있습니다."


남궁무애는 탁자 위로 서신을 내밀었다.


"살문의 호남 지부의 지부장을 죽이고 얻은 서신입니다."

"호남 지부?"

"이것도 있습니다."


남궁무애는 옆에 놓인 서신 다발을 남궁혁에게 내밀었다.


"형산, 소양, 상담, 악양, 장사 지부를 습격하여 얻은 서신입니다."

"···이것들 전부 말이냐?"


남궁무애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혁은 서신을 펼쳐 그것들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서신을 읽는 남궁혁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뜻하지 않게 살문의 서신을 접한 것도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가 준 것이더냐?"


서신의 주인이 무현이라는 것을 깨닫곤, 질문을 던졌다.


"그렇습니다."

"너는 그자의 말을 믿느냐?"

"적어도 신뢰 없는 무림맹보단 났습니다."

"그자가 사도천의 간자일 수도 있다는···."

"그만하십시오."


냉기를 잔뜩 머금은 서늘한 목소리를 내뱉은 남궁무애의 눈빛엔 적개심도 마저 들어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남궁혁 또한 아차 싶었다.

자신이 말해도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어선 것이다.

더구나 무현은 남궁혁에게도 은인과도 같은 존재.

남궁무애의 스승으로서 그녀의 삶을 이끌어 준 존재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실언했군. 내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거라."

"알겠습니다."

"서신의 적힌 내용엔 본거지에 대한 건 없었다. 헌데, 어떻게 이것만으로 본거지를 알아냈단 말이더냐?"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되묻는 남궁혁.

이에 남궁무애 또한 준비한 대답을 꺼내 들었다.


"서신 자체엔 별문제는 없습니다."

"그럼 어찌···."

"살문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자기들만의 암어를 사용합니다."


그렇게 말하곤, 서신을 탁자에 전부 놓고 펼쳐 모서리 부분을 겹쳤다.


"이렇게 각 서신끼리 모서리를 겹치고, 특정 부분이 반복되는 구절에 갖다 접으면···."


서신마다 겹치는 부분이 사라지고, 특정 단어가 결합 되어 나타났다.


『형산의 신물을 들고 호북으로 집결.』


"······!"

"······!"


내용이 충격적이었는지, 남궁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것은 창천검대도 마찬가지.

남궁무애가 어떻게 살문의 암어를 해독했는지는 모르나, 그런 사실은 눈앞의 서신에 가려져 사라진 지 오래.

한참이나 말이 없던 남궁혁은, 서신의 내용을 뚫어져라 살펴보았다.


"...내게 이걸 보여준 이유가 무엇이냐?"

"살문의 본거지를 치게 도와주십시오."

"불가. 너희들만으로 살왕을 상대할 수 없다."


남궁혁이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차라리 무림맹에 서신을 보내겠다."

"불가합니다. 무림맹에 사도천의 간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무림맹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미 간자 색출을 마쳤을 것이다."

"간자들 가운데 수뇌부 또한 끼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정파 무림의 명숙들이다. 네가 함부로 왈가왈부할 자들이 아니다."

"무림맹이 예전 같은 줄 아십니까?"


그 말에 멈칫하던 남궁혁.

남궁무애가 말을 이었다.


"정파 무림은 이미 한참이나 오래전부터 고여있습니다. 과거의 영예는 이미 저문 지 오래고, 작금의 무림맹은 그저 권력 구도의 집착하는 파리 떼만이 꼬여있을 뿐입니다."

"편협 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잣대하고, 멋대로 판단하지 마라."

"이걸 보고도 말입니까?"


남궁무애는 탁자 위로 자그마한 상자를 꺼내 올렸다.

그 안에는 부서진 보패가 놓여있었다.


"발견했을 당시엔, 이미 부서지기 직전이었고, 상할 대로 상해있었습니다. 이런 하자 덩어리 물건을 가지고, 사도천의 간자를 판별할 수 있다고 당당히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

"맹원들을 불러주십시오. 그들이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남궁혁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불러오거라."

"명 받들겠습니다."


창천검대는 객잔 내에 머물던 무림맹원들을 전부 올려보냈다.

그들의 눈빛엔 짙은 두려움과 공포심이 배어있었다.


"내 앞에서 거짓을 논할 생각조차 하지 마라."

"예, 예!"

"그럼 이것에 대해서 상세히 읊어라."


무림맹원 중 하나가 눈을 질끈 감으며 부서진 보패에 대해 설명했다.


"그것이···."


무림맹원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들이 쏟아져나오자, 남궁혁과 창천검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보패의 7할 이상이 불량품이고, 그나마 멀쩡한 것도 몇 번 쓰면 부서지는 수준이라고?"

"예, 예! 그렇습니다!"

"상부에 보고를 해보았느냐?"

"몇 주째 답이 없어 지부장께 따로 연락은 해보았습니다만···."

"보내주겠다는 말만 번복하고, 정작 이 상태였다?"


무림맹원은 말하는 내내 부끄러워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무림맹의 일원으로서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무림맹원들의 눈빛이 죽은 이유도, 전부 상부의 안일한 대처에 있었다.


"···잡은 이들은 어디에 있느냐?"

"대부분은 호남 지부에 있습니다."

"나머지는."

"그, 그들은···관부에···."

"미치겠군."


남궁혁은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오려는 걸 간신히 억눌렀다.


"···창천검대."


보다 못한 남궁혁이 무겁게 깔린 목소리로 불렀다.


"호남 지부의 지부장을 데려와라."

"어찌하시겠습니까?"

"놈을 잡아 심문하겠다. 놈의 사지 중 하나를 자르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자의 입에서 살벌한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객잔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반드시 내 앞으로 끌고 와라.”

"···명 받들겠습니다."


도망치듯 객잔을 나선 창천검대는 지부장을 잡기 위해 객잔 입구를 나섰다.


***


"···뇌제님을 뵙습니다."


갑자기 창천검대에 의해 끌려온 지부장은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설마···들킨 건 아니겠지?'


찔리는 구석이 많아도 너무 많아 뭐가 뭔지 알 수 없으나, 지금은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지부장."

"하문하십시오."

"굳이 내 입으로 말해야 하겠나?"


남궁혁은 지부장의 표정 변화를 살펴보고 있었다.

인간은 뜻밖의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신체가 반응하기 마련이다.

동공이 흔들리는지, 숨이 가빠지지 않는지, 손을 탁상 아래로 내렸는지, 다리를 떨고 있진 않은지.

그런 지부장의 표정엔 불안과 공포라는 감정이 뒤섞여 존재했다.


"제법 많이 해 먹었더군."

"······!"

"보패에 수작을 부린 것도 모자라···맹원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고, 죄 없는 무인들을 가둬 사도천의 간자로 몰아가려 했더군."


툭, 툭, 툭, 툭.


손가락으로 연신 탁상을 두들기는 남궁혁.

그의 표정은 일순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으면, 그를 오랫동안 보필해 온 창천검대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화를 한계 직전으로 참고 있다는 것을.


"이것에 대해서 할 말이라도 있나?"

"······."

"뚫린 입이라도 지껄여 보게."


남궁혁인 자리에서 일어섬과 동시에.


우르르르릉-!!!


남궁혁의 주위로 몰아치는 살을 찢어 버리는 뇌기에 위기감을 느껴야 했다.

남궁혁의 육신에서 흘러나오는 뇌기에 지부장은 몸을 잔뜩 떨었다.


“······!”


시위를 당긴 활처럼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객잔 내를 감돌았다.

당장이라도 남궁혁의 뇌기가 지부장을 찢어발길 그 순간.


"진정하시지요."


뇌제가 만든 뇌기의 영역으로 들어온 무현.


"···저리 비키게."

"그리 못하겠습니다."

"아무리 자네라도 무사하기 힘들걸세."

"저놈을 잡는다고 모든 일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무현은 장내를 둘러싼 뇌기를 손으로 휘저어 훑어버리곤, 분위기를 한껏 가라앉혔다.


"성 일대를 관장하는 지부장이라 한들, 이놈만으로 대규모의 횡령을 저지른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일의 두서를 가리자는 의미입니다. 지금 급한 건 놈이 억울하게 처넣은 이들을 구출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 뒤론 놈을 처벌하는 건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배께선 백성들 사이에서 무림맹에 대한 원한이 갈수록 고조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그 말에 활화산처럼 들끓던 남궁혁의 분노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그게 무슨 말인가?"

"지금 중원 무림은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화약고와도 같다는 소리입니다."


무현은 호남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핀 백성들의 분위기와 소문들을 그대로 읊어주었다.


"···그게 정말인가?"

"지금도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들입니다."


정사전쟁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중원에서 사는 백성들은, 이제 무림인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사건의 중심엔 무림맹과 사도천이 있으며, 한시라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사건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종국엔···.


"과도한 보호세, 무림인의 패악, 무림맹과 사도천 간의 오랜 전쟁. 이것이 계속 이어진다면 어찌 될 거 같습니까?"


무현은 방금처럼 능글거리는 기색이 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무림맹 스스로가 황실의 직접적인 개입 명분을 주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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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을 끌어내리다(3) +1 24.04.15 1,908 32 12쪽
59 용을 끌어내리다(2) +1 24.04.12 2,066 33 13쪽
58 용을 끌어내리다(1) +1 24.04.11 2,124 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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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형산파(1) +3 24.04.03 2,206 32 13쪽
51 태동(3) +1 24.04.02 2,222 32 13쪽
50 태동(2) +2 24.04.01 2,213 32 13쪽
49 태동(1) +2 24.03.29 2,339 37 14쪽
48 무녀(2) +1 24.03.28 2,312 31 13쪽
47 무녀(1) +3 24.03.27 2,462 38 14쪽
46 귀환 +3 24.03.26 2,506 36 13쪽
45 정리 +1 24.03.25 2,471 37 13쪽
44 쥐새끼 소탕(3) +1 24.03.22 2,574 36 14쪽
43 쥐새끼 소탕(2) +1 24.03.21 2,503 33 14쪽
42 쥐새끼 소탕(1) +1 24.03.20 2,628 3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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