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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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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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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끌어내리다(2)

DUMMY

정파 무림의 가장 위협적인 적은 단연코 사도천이다.


중원일통(中原一統)이라는 야욕을 가지고 그들은 몇 번이고 무림맹과 몇 번이나 부딪친 전적이 있었다.

무림맹이 세워지기 전에도 말이다.

현시점에 이르러 사도천과 무림맹의 갈등은 점점 더 고조 되어가고 있었다.


섬서성 동천 학살 사건.

그리고 형산파 기습 사건까지.


그들의 야욕과 탐욕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으니.


현 남궁세가의 가주이자, 상천십삼좌 삼제의 일인 뇌제 남궁혁은 오랜만에 가슴팍의 상처가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과거 정사전쟁에서 놈에게 입었던 상처 중 하나였다.


무제(武帝) 혁련무위,

천하제일을 앞다툴 정도로 패도적인 사내.

그가 한걸음 씩 내디딜 때마다, 무림맹들의 무사들이 한 줌의 핏물로 짓이기며 죽어가던 기억이 어제의 일처럼 생생했다.

그중엔 남궁세가의 무인들도 적지 않았다.

아직도 그 일이 떠올리면, 남궁혁은 가슴팍의 상처가 계속해서 욱신거렸다.


"최근 무림의 동태가 심상치 않구나."


평화로웠던 무림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평화로운 척'했던 무림이다.

정사전쟁으로 인해 아직 그 상처가 회복되지 못했던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도 무림맹의 수뇌부들은, 자신들이 맹주가 되기 위해서 당파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 이들의 행보와 탐욕에 신물이 난 남궁혁이 속한 남궁세가는 오래전부터 무림맹에서 발을 뗀 지가 한참이었다.

그래도 무림맹과의 관계가 멀어지면 안 되었기에, 장로 중 몇 명을 보내어 무림맹의 행보를 감시하는 용도로 써먹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무림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정보를 최근에 입수한 참이었다.


"아버지. 소자 위무입니다."

"···들어오거라."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어엿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궁위무.

과거 무림대전에서 풋풋한 미소년으로 많은 여성들의 애긴장을 녹였던 그가, 이제는 잘생긴 청년이 되어있었다.


"어서 오거라."

"그간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습니다."

"아니다, 성과는 있었느냐?"

"이제 막 7성을 달성한 참이었습니다."

"천뢰제왕신공을 말이냐?"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

후계자들 가운데, 오직 남궁세가의 차기 가주만 익힐 수 있다는 신공.

전반 6식 후반 6식으로 이루어진 무공을, 고작 스물이 갓 된 나이에 7성을 달성했다는 것만으로도 남궁혁에게 있어서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수고했다. 그간의 성과가 확실한 거 같구나."

"그렇습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더냐?“


말을 하던 남궁위무의 미묘한 기분 변화를 알아차린 남궁혁이 말했다.


"···누님 때문입니다."

"무애 말이더냐."


남궁무애.

그에게 있어서 그녀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세가 내에서 무시당하며 자라, 이른 나이에 모든 마음을 닫은 채 지내온 아이.

그런 아이가 무공을 배운다고 들었을 때, 남궁혁은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자신의 딸아이를 사지로 내몰 지아비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처음으로 딸아이에게 화를 냈었다.

그러나, 딸아이의 눈빛에서 남궁혁이 봤던 것은···.


짙은 살기.

그리고 원망과 분노였다.


남궁혁은 딸아이의 표정을 한시도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그녀를 사지로 내몰았다고.


그런 남궁무애가 세가를 떠나 무림이라는 사지로 들어갔을 때만 해도, 남궁혁은 그녀의 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그녀가 다시 돌아오자, 남궁혁은 기뻐했고, 한편으로는 의문스러웠다.

갑자기 칩거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세가 내의 모든 무공서를 탐독하여, 자신만의 무공으로 승화시켜 버렸다.


그 사건의 중심엔 무현이라는 사내가 있었다.


과거 무현을 처음 봤을 때, 남궁혁은 그를 시험하고자 했다.

과연 딸아이가 선택한 무인이 맞는지.

아니면 딸아이를 속여 남궁의 이름을 먹칠할 안하무인일지.

그래서 약간의 기세를 노출시켰다.

보통의 무인이었으면, 이미 기절했거나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위력이었다.

결과는 남궁혁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무현은 남궁혁의 기세를 버틸 뿐만 아니라, 오히려 숨 막힐 정도로 짙은 살기를 내뿜으며 자신을 압박했다.

남궁혁은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 그 아이가 내게 뭐라 했는지 아십니까? 세가를 떠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세가의 모든 영위를 벗어던지고, 무림이라는 광기의 세계에 제 발로 들어간다? 지나가던 개새끼도 믿지 않을 겁니다.


- 사람은 저마다 추구하는 삶이 다릅니다. 그녀는 이제라도 제 삶을 찾기 위해 실마리를 잡은 상태입니다. 그녀의 삶까지 통제하려고 든다면···그때는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 것입니다.


- 그녀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때까지 내버려두십시오. 그것만이 그녀가 살길입니다.


"···아버지?"

"···."


상념에서 벗어난 남궁혁이 움찔거렸다.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있으십니까?"

"아니다. 잠시 생각할 일이 있어서 그렇다. 이제 말해도 괜찮다."

"누님 말입니다···무림맹 내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까?"

"글쎄 나도 모르겠구나···."


그때.


"가주님."

"무슨 일이냐?"

“아가씨로부터 가주님께 전하라는 서신을 받아왔습니다.”

“들어와라.”


문을 열고 들어온 수하가 서신을 넘기곤 예를 갖추며 나갔다.


"아버지, 편지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습니까?"

"잠시만 기다리거라."


세가와 거의 의절하다시피 했던 그녀였기에, 세가에 그녀의 서신이 올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 서신이 온 것이다.

서신을 펼친 남궁혁은 그 안에 담긴 충격적인 내용에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서신 속의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살문의 본거지에 대해서 말할 것이 있다고 편지에 쓰여 있다."

"······!"


살문은 신주사패 가운데 가장 비밀스러운 세력이다.

오죽하면 자신들의 본거지를 불지 않기 위해 살수들에게 자살하라며 독단을 물기까지 할 정도였으니.

그녀가 어떤 방법으로 무림맹의 정보망으로도 찾을 수 없는 살문의 위치를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내용이 사실일까요?"

"사실일지 아닐지는 우리가 판단하면 되겠지."

"무림맹에 도움을 요청할까요?"

"아니, 편지에는 그렇게 적혀 있지 않구나."

"어찌하시겠습니까?"

“······.”


한동안 서신의 내용을 곱씹는 남궁혁은 생각에 잠겼다.


‘···스스로 사지로 뛰어들 생각이더냐.’


그녀의 인생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되지 않으나, 그럼에도 한 아이의 아비로서 지금이라도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만약 이 서신의 적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하지만 쉬이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지금도 무림맹 내에선 남궁세가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철하고 있으니까.

상천십삼좌의 일인이자 뇌제가 직접 몸을 일으킨다면, 세가는 무림맹의 노괴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 것이다.

세가의 가주로서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만···.


‘어찌 혈육을 두고 세가의 안위만을 논하겠는가.’


그렇게 이성과 감성의 영역에서 줄다리기하던 찰나.


“위무야.”

“하문하십시오.”

"당분간 자리를 비우마.”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선 남궁혁.


“내가 돌아올 때까지 네가 임시로 차기 가주로서 수행하라."


***


소양시에 있는 인적 드문 찻집.

간판에는 호남찻집이라 되어있으며, 심신의 안정을 다스리기 위해 남궁무애가 자주 애용하는 찻집이었다.

그리고 이곳엔 처음으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차 맛이 좋군."

"그래서 자주 애용하곤 하죠."


무현은 찻잔을 홀짝이며 흡족해하고 있었다.

호남은 쌀과 더불어 차 재배의 중심지로도 널리 알려진 곳 중 하나다.

흑전차(黑砖茶)도 호남성에 유명한 차 중 하나다.

시원한 맛이 일품이고, 특히나 이곳의 쌀로 만든 다과랑 어울렸다.


"그나저나 돈이 제법 많으신가 봐요?"

"놈들에게서 제법 많이 뜯었거든."

"...련주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 정도 돈도 없어요?"

"눈앞에 대놓고 돈을 공짜로 준다는데 그럼 안 배기나?"


남궁무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무현은 다과와 차를 번갈아 가며 즐기고 있었다.


"···저한테 숨기는 거 많죠?"

"푸흡-!, 쿨럭!


귀를 뚫고 뇌리를 찌르는 말에 무현은 저도 모르게 찻물을 뿜었다.


"살문의 위치며, 호남에 숨은 사도천의 간자들을 찾는 것까지. 숨기는 게 많다고 해도, 결국 개인의 힘만으로 무림맹조차 모르는 정보를 당신이 어떻게 알겠어요."


눈치채지 못한 것이 바보였다.

무공에 대한 지식은 그렇다 쳐도, 무림맹이 알지 못한 정보와 이미 그들이 누군지 알고 있는 듯한 자세와 태도.

당연히 의심이 가는 건 당연했다.


"말해봐요. 내게 숨긴 진실이 무엇인지."


면사 너머로 느껴지는 남궁무애의 노골적인 시선에, 하는 수 없는 듯 무현은 말했다.


"후우···그게 말이다."


무현은 오이라트의 무녀와 만났었던 이야기를 남궁무애에게 그대로 읊조렸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마교라니···그 인외의 존재들이 다시 나온다는 말인가요?"

"예언이 사실이라면 그렇지."

"당신은 그걸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거고."

"그렇지."

"무림맹에 알릴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사도천과 맹주 선발에 바쁜 그들이 300년 전에 사라진 마교에 관심을 가질까?"

"······".

"그래서 내가 가는 거야. 현 무림의 상황이 예전만도 같지 않은 상태니까."


황실은 보통 무림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다.

어지간한 일에도 움직이지 않는 그들이 유일한 움직임을 보였던 건 바로 마교다.

과거 300년 전 마교의 침공으로 중원의 9할 이상이 초토화되었을 때 황실은 아무런 힘조차 쓰지 못했다.

그때 나타난 존재가 바로 무신이었다.


무신(武神).

홀로 파죽지세로 몰려오는 마교에 맞서 끝내 교주를 죽이고, 마교를 몰살에 가까운 피해를 준 뒤 사라진 신원불명의 존재.

세간에서는 무신의 존재에 대해 여러 의문을 제기했지만, 당시에 존재했던 왕조의 직접적인 공증에 무신의 존재는 사실로 밝혀졌다.

그야말로 신출귀몰한 존재.

그럼에도 무신의 존재는 지금도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는 무신의 존재 그 자체에 있었다.


'세간에서는 무신이 무림맹이 만든 존재가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했지만, 무림맹에선 이를 격렬히 부정했지.'


무림맹도, 황실도 모르는 미지의 존재 무신.

당시의 중원은 마교를 물리쳐 준 무신을 달가워했지만···.


‘지금은 그저 반동분자로 그치겠지.’


설령 무신이 살아 돌아온다고 한들, 이 상황을 쉽게 극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작금의 무림은 이미 탐욕으로 얼룩진 구더기들의 소굴로 변모된 지 한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거지."

"······."

"왜,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어째서 그렇게까지 노력하는 거죠?”

“···넌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수련하고 싶으면 수련하는.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하고 제멋대로인 사람.”

“······.”

“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움직일 사내가 아니죠, 당신은.”

"······."


무현은 당연히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거창한 이유를 들이민다고 해도, 눈앞의 남궁무애가 믿을 거란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답하기로 했다.


"이유랄 것도 없어."

"없다고요?"

"나 살자고 벌인 짓이지만, 내 뒤엔 먹고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애들이 있잖아. 그런 애들을 데려다 놓다가 키워주고, 살려줬는데 다 잃어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 걔들도 나 믿고 열심히 따라와 줬는데, 내가 녀석들에게 보답해야지."


무기와 주먹을 휘두를 땐 반드시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 없는 싸움은···싸움에 불과하니까.


과거의 무현은 목적이 없는, 그저 '살육' 그 자체를 행하고 따라왔다.

도저히 인간이라 할 수 없는, 그저 인형과도 삶을 살아왔던 게 바로 전생의 자신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달랐다.

그를 믿고 따르는 이들이 있고, 지금도 그 수가 점점 더 불어나고 있다.

그리고···.


"제자가 사람 구실 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데, 스승이 가만히 있으면 되겠나."


과거엔 지켜야 할 것이 없다면.

지금은 지킬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무현은 그들을 짐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무인의 삶을 충족시켜 줄.

그리고 인간의 삶을 채워줄 소중한 인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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