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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향님의 서재입니다.

마계왕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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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향
작품등록일 :
2022.08.04 02:01
최근연재일 :
2022.08.26 12: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9,368
추천수 :
720
글자수 :
123,383

작성
22.08.1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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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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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11쪽

계승자 성령

DUMMY

화학 약품 냄새가 코를 찌른다. 성령은 회복실에 돌아왔다는 사실에 강한 불만을 느꼈다.


망가진 몸. 성령의 인간 본체는 고통에 익숙하지 않았다. 뇌가 나약한 비명을 질렀지만, 지배력으로 잠재웠다.


잠들기 위해서 눈을 감는데, 추이 쟝이 자꾸만 말을 걸었다.


“모두가 포기했는데 혼자서 골렘을 쓰러트리다니.. 정말 멋졌어요!”


추이 쟝은 성령이 우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수줍게 말했다.


“···귀족 혈통은 뭔가 다르긴 하나 봐.”


맞은편에 앉은 새벽도 성령에게 은근한 존경을 표했다. 그들은 성령 덕분에 자신들이 시험에 통과했다고 믿고 있었다.


합격 여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후보생들은 패잔병처럼 누워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짧은 기간 연속으로 죽을 위기를 경험한 탓에, 후보생들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고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전쟁터에서나 겪을 스트레스를 받아서 하나 같이 예민한 상태였다.


“시험 난이도가 이게 말이 되는 거야? 합격한 사람이 있기는 하고?”

“골렘을 파괴한 조가 있데...”


비교적 얌전했던 이들도 이제는 시끄럽게 떠들었다. 관계자에게 잘 보일 생각이 사라진 모양이다.


최대 화두는, 누가 골렘 처치를 성공했냐는 거다.


모두가 골렘을 경험했기에 평범한 인간이 골렘을 처치했다는 사실을 쉽사리 믿지 못했다.


추이 쟝도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는지, 아까와 다르게 조곤조곤 말했다.


“모두가 성령에 대해서 떠들고 있어요.”

“ ··· ”


골렘을 처치한 건 성령인데, 자랑스러워하는 건 추이 쟝의 몫이었다.


슬쩍 옆을 보니, 우타로도 성령을 향해 엄지를 올리고 있었다.


성령은 모든 게 귀찮아졌다.





* * *





네 번째 시험은, 시험이라기보다는 적성 검사에 가까웠다.


특이 인자가 있는지 검사하고, 기질을 확인하는 등. 후보생에게 가장 적합한 계승품을 찾아 주는 게 목표였다.


추이 쟝이 말한 것처럼, 3차 시험은 사실상 마지막 계승 시험이었다.


모두가 패잔병처럼 누웠지만, 3차 시험의 합격률은 의외로 높았다. 대략 7할 정도가 시험에 합격한 상태였다.


합격한 후보생들은 얼떨떨한 기색으로 기뻐했다.


후보생들이 연구실로 이동했다. 연구실은 바닥에 특이한 결이 있어서, 발을 잘못 내디디면 그대로 넘어질 수 있었다.


성령은 연구진이 모여 있는 곳에서 혈액을 뽑았다. 연구원은 뽑은 피를 장승같이 생긴 돌덩이에 뿌렸다.


장승은 피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빨아 먹었다. 연결된 인쇄기에서 문서가 출력됐다.


연구원은 문서를 첨부하고 펜을 끄적거렸는데, 한참을 끄적이던 연구원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상하다, 분명 뛰어난 인재라고 적혀 있는데..”


옆 사람이 들을 정도로 혼잣말을 크게 하는 사람이었다.


성령은 혈액 검사 이후, 영혼을 염사 하는 검사와 특이 인자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았다.


모든 검사는 무난하게 종료됐다. 검사를 마친 성령이 대기실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성령 이외에도 검사를 마친 후보생들이 대기실에 모여들었다.


후보생들이 모두 사라지자, 연구원들은 장비를 치우고 자료를 정리하는 등.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계승학 교수가 연구실에 들어왔다. 교수들은 검사지를 바탕으로 후보생에게 맞는 적당한 계승품을 골라주는 고급 인력이었다.


후보생들은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서 교수를 만날 수 없었다. 뇌물이나 청탁 같은 걸 미연에 방지한 거다.


교수들은 계승식이 익숙한지 능숙하게 자료를 모으고 토론을 시작했다. 모두 영역에 올라선 전문가이기에 상반된 의견 충돌은 없었다.


이제 성령의 차례였다. 빡빡머리를 한 교수가 검사지를 보고 가장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


“성령 후보생은 무난하게 보급형 계승을 주면 될 거 같습니다.”


보급형 계승은, 아시아가 인위적인 절차를 통해서 만들어낸 양산형 계승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희생시켜서 만든 계승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잠시만요, 감독관의 한도 해지 마크가 있습니다.”

“한도 해지요?”


교수는 당황했다. 첨부된 문서를 읽어보니 성령은 시험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후보생이었다.


제아무리 권한을 가진 교수라도, 감독관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성령의 검사지를 유심히 관찰했다. 놓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수인에게 나올법한 특이 인자가 있긴 한데.. 연기처럼 흐릿해서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시험에 통과한 게 의문일 정도로 평범하네요.”

“흐음..”


무턱대고 형질에 맞지 않는 고위 계승품을 배정하면 실패할 확률이 올라간다. 교수는 성과제였다. 후보생 성공률이 중요했기에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감독관의 의견을 아예 무시할 수도 없으니, 보급형 계승 중 최상급을 수여하는 건 어떻습니까?”

“오오, 그거 나쁘지 않은 생각입니다.”


사실 보급형 계승이라고 특별히 수준이 낮은 건 아니었다. 태생부터가 군인 양성을 위해서 제작된 만큼, 사람을 가리지 않는 범용성과 뛰어난 신체 능력을 부여하는 균형 잡힌 계승이었다.


그런 보급형 중 최상급이라면, 분대장급 힘을 지녔다고 보면 됐다. 특수 계승품과 비교해도 성능이 크게 꿀리지 않았다.


“보급형 계승 최상급으로.. 이견 있습니까?”

“없습니다.”

“이의 없음.”


그렇게 성령의 계승품이 결정됐다.





* * *





계승식도 막바지에 돌입했다. 후보생들은 계승품이 지급될 거라는 사실에 감개무량함을 느끼고 있었다.


“같은 조가 된 것도 인연이고, 앞으로도 만날 일이 많을 거 같은데, 전화번호 교환하자.”

“좋아, 나중에 만나면 내가 밥 살게.”


후보생들은 서로의 손바닥에 전화번호를 적었다. 전화기는 물론이고 종이마저 없었기에 피부를 메모지로 사용한 거다.


‘계승식은 아직 끝난 게 아닐 텐데.’


성령은 어이가 없었다. 이들은 가장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실패할 가능성을 억지로 외면하는 건가?’


인간의 찌질한 본성을 깨닫고 있는데, 황해일이 후보생이 모인 곳으로 걸어왔다. 후보생들은 황해일을 보고 처음으로 반가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같이 온 관계자가 후보생들에게 이름과 번호가 적힌 종이를 나눠줬다.


성령은 성령이라는 이름과 57번이 적힌 노란색 종이를 받았다.


황해일은 후보생들을 한번 둘러보더니, 나중에 보자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남색 종이는 여기서 대기하고, 노란색 종이를 받은 사람은 나를 따라와라.”

“주황과 초록은 상층으로 올라갈 거다.”


후보생들은 갈라졌다. 계승의 성질에 따라서 시험을 치르는 장소가 다른 모양이다.


성령은 노란 종이를 들고, 꽁지머리를 찰랑거리는 관계자를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공터였다. 성령은 눈에 익은 상자를 발견했다.


지하에서 본 상자였다.


계승품을 옮기는 무장 세력이 보였다. 야외였지만 출입이 제한된 곳이라 구경꾼은 없었다.


성령은 57번이 적힌 상자로 이동했다. 상자 안에는 매끈한 대나무 검이 놓여 있었다.


“계승에 도전하려면, 무기를 휘둘러야 합니다.”


꽁지 머리가 갑자기 존댓말을 사용했다. 존댓말을 사용하는 이유는, 잠시 뒤면 후보생 사이에서 계승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인생의 목표를 떠올리세요. 계승의 심상에서 자신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성령은 대나무 검을 잡았다. 검집을 뽑으니 날카로운 날이 나왔다.


검에서 나약한 몸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성령이 검을 휘둘렀다. 위에서 아래로, 성의 없고 단조로운 베기였다.


계승품이 성령과 공명했다. 따끔따끔한 고통과 함께 한 남성의 인생사가 흘러들어왔다.


쌀 한 톨 없는 가난한 집안. 부모는 피임을 모르는지 아이를 7명이나 낳았다. 회상 속 남자는 장남이라는 이유로 낯선 이에게 노예처럼 팔려 갔다.


무책임한 부모는 기뻐했다. 정기적으로 돈을 보내준다는 만족스러운 거래였기 때문이다.


장남도 기뻐했다. 자신의 희생으로 동생들이 배불리 먹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예처럼 팔려 간 남자는, 수상한 시설에 들어가서 죽는 순간까지 단련을 멈추지 않았다. 교관은 남자에게 끊임없는 훈련을 강요했다.


남자는 어느새 30살이 됐다. 같은 시기에 입소한 동기 중 살아남은 인물은 3명밖에 안 됐다.


신체는 이미 완성됐고, 기술 역시 동기들 중 최고였다. 교관은 수확을 앞둔 농부처럼 남자에게 갑자기 친절하게 굴었다.


이제 추출 작업만 남았다. 처음 보는 인원에게 끌려간 남자는···


‘그만.’


성령이 회상을 멈췄다. 계승은 무엄하게도 성령의 공감을 바랐지만, 성령은 남자의 인생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남자의 인생은 보잘것없는 역사였다.


남자의 사념이 성령의 태도에 분노했다. 20년 치 수련기가 성령의 신체에 똑같이 재현됐다. 축적된 단련의 고통, 성령은 남자의 발악을 비웃었다.


과거의 망령이 허물어진다.


강인한 신체가 성령의 몸에 깃들었다. 비쩍 마른 몸이 확연하게 두꺼워진다. 핏줄이 선명해지고, 근육이 두꺼워지면서 열기를 뿜었다.


성령의 신체는 수인족과 주먹다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겪었다.


감각이 예리했다. 권능이 아니라, 신체가 잘 벼린 칼처럼 예리해진 거다.


계승자가 된 성령이 밖으로 나왔다. 관계자들의 시선이 첫 계승자 성령에게 집중됐다.


성령은 새로 얻은 힘을 숨기지 않았다. 모두에게 살기를 흘려보냈다. 무장 세력이 무기를 잡았다. 머리털이 곤두서고,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성령은 무장세력을 겁주는 데 성공했다. 이제 막 계승에 성공한 신참 계승자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성령이 살기를 갈무리했다. 갈무리하면서 멋쩍은 웃음도 흘렸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성령이 간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백령 계승자..”


누군가 침음을 흘렸다.


제아무리 낮은 등급의 계승자라도, 백령(百齡)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대우가 달라진다.


백령 계승자는, 계승한 힘을 100% 뽑아낸 자를 뜻했다.


수십 년간 수련해도 도달하기 힘든 경지를, 이제 막 계승에 성공한 신참 계승자가 성공한 거다.


성령 이외에도 수련기를 겪지 않고도 백령 계승자가 되는 천재는 존재했다. 그들은 출신에 상관없이 고위 계층이 되고는 한다. 일신이기(一身二期)에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그릇이었기 때문이다.


성령은 힘이 주는 달콤함에 취했다. 긴 시간 동안 약자로 생활했기에 작은 힘에도 극명한 차이를 가져왔다.


전성기에 비하면 하찮았지만, 덕분에 잊고 있었던 욕망이 깨어났다.


그것은 하나의 정복감이었다. 자르곤-아우르가 태어난 이유이자, 인생의 목적이었던 것.


세상의 모든 걸 발아래에 두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망.


‘나는 세계를 지배할 자다.’


마계의 왕이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그것은 역사의 시작이자, 새로운 역사에 대한 예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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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특별 자치 사무소 22.08.12 787 34 10쪽
9 가문으로 귀환하다 22.08.11 817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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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시아 계승식 22.08.06 1,090 35 14쪽
2 과거의 영광 +2 22.08.05 1,306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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