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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향님의 서재입니다.

마계왕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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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향
작품등록일 :
2022.08.04 02:01
최근연재일 :
2022.08.26 12:2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9,369
추천수 :
720
글자수 :
123,383

작성
22.08.10 12:20
조회
880
추천
35
글자
13쪽

독보적인 존재

DUMMY

다행히 건물 크기의 골렘을 맨몸으로 상대하라는 말이 아니었다. 있으나 마나 한 거 같지만, 무기가 지급됐다.


무기는 개인당 하나씩 선택할 수 있었다.


선택 가능한 무기는, 1.5m 길이의 봉과 10kg 무게의 짧은 쇠망치, 마지막으로 원거리 무기인 투석구로 총 3가지 종류였다.


“조원과 상의해서 전략을 짜라, 무기 선택은 그다음이다.”


“지급한 무기로 조원에게 상처를 입히면 감점이다.”


무기는 계승식에서만 사용되는지 방금 제작한 무기처럼 상태가 깨끗했다.


추이 쟝은 기다란 봉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힘 싸움을 하라는 말이 아닌 거 같습니다. 아마 내부에 심장 역할을 하는 핵이 있을 겁니다. 내부를 헤집어서 핵을 파괴해보죠.”


새벽은 추이 쟝과 마찬가지로 봉을 선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검술을 배워서 1인분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봉을 휘두르는 폼을 보니 확실히 검술을 배운 티가 났다.


성령은 쇠망치를 선택했다.


‘크기를 생각하면 봉 같은 가벼운 무기는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


우타로는 눈치를 보다가 성령과 같은 쇠망치를 골랐다.


전투는 전투실에서 할 예정이다. 전투 장면은 비공개인데, 싸우는 걸 공개하면 나중에 싸우는 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투실은 천장만 3층 높이에 달하는 특수 공간이다. 주술사 쉬에르는 여러 마리의 골렘을 동시에 가동시켰는데, 8 객체의 골렘이 8개의 전투실에서 들어갔다.


성령의 조는, 6번 전투실의 두 번째 차례였다.


추이 쟝은 짧은 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정리된 계획은 간단했다.


“저랑 새벽님이 봉으로 골렘을 견제하면, 그 사이에 성령님과 우타로님이 다리를 공격하세요! 골렘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 저랑 새벽님이 봉으로 내부를 헤집는 겁니다.”


다른 조는 의견이 갈려서 언성까지 높였다는 걸 생각하면, 성령의 조는 그나마 평화롭게 계획을 수립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시험은 적성 검사일 테니, 이번 시험만 통과하면 사실상 합격입니다.”

“···맞아, 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어.”

“체력 시험도 통과했는데, 허접한 골렘 따위에게 지지 말죠.”


조원들이 희망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성령은 그들의 대화에 끼지 않았다.


‘조원들.. 별다른 도움이 안 될 거 같은데.’


무지한 조원과 달리, 성령은 골렘이 보유한 에너지를 분석한 상태였다. 성령이 판단하길, 후보생 중 골렘을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은 한 명도 없었다.


“첫 번째 조, 들어가라.”


6번 전투실의 첫 번째 조가 들어갔다. 문은 10분 만에 다시 열렸다. 시험이 순식간에 끝난 거다.


“두 번째 조, 들어와라.”


관계자가 성령의 조를 불렀다. 문에서 진득한 벌초 냄새가 났다.


4명의 후보생은 처참한 몰골로 실려 나왔다. 3명이 기절했고, 1명은 정신병자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무기가 다 부러져 있어..”


방금까지 파이팅을 외치던 조원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입을 다물었다. 추이 쟝은 무기를 꼴사납게 떨어트리기까지 했다.


유일하게 평정을 유지한 성령이 가장 먼저 전투실에 들어갔다.


골렘은 다음 전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원은 사람이 실려 나가는 걸 봐서 그런지 골렘에게 잔뜩 쫄아 있었다.


식물로 이루어진 게 사람처럼 움직인다. 성령을 제외한 3명의 조원은 골렘의 덩치가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다고 느꼈다.


길쭉한 3개의 손가락과 몸통 크기의 거대 팔뚝, 당장이라도 달려들 거 같은 곡선 형태의 다리까지.


동물적 관점에서 보면, 골렘은 인간이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시험의 중재를 맡은 계승자가 무전기로 상황을 보고했다.


“6번 전투실입니다. 두 번째 조가 이제 막 들어왔습니다.”


빠르게 연락을 주고받은 계승자가 대피 공간으로 들어갔다.


계승자가 소리쳤다.


“골렘은 40초 뒤에 움직일 거다. 모두 전투를 준비해라.”


추이 쟝과 우타로가 느리게 호흡을 뱉었다. 느려진 호흡은 긴장했다는 증거였다.


10초가 지났다. 새벽은 미동도 없는 골렘을 보고 먼저 공격해도 되는지 고민했다.


20초가 지났다. 새벽이 먼저 공격하자고 소리쳤다. 마음이 급하다는 반증이다.


30초가 지났다. 우타로와 성령은 골렘의 다리를 내려치기 위해서 자리를 이동했다.


골렘이 움직이기 2초 전, 우타로는 눈을 질끈 감고 망치를 들어 올렸다. 체중을 실은 망치가 골렘의 다리를 강타했다.


성령은 망치를 휘두르는 대신 뒤로 물러났다. 골렘에게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뒤로 빠지면 어떻게 해!”

“저희라도 계획대로 움직입시다!”


골렘의 기다란 팔이 스프링처럼 뻗어나갔다. 새벽은 봉으로 골렘의 공격을 막았지만, 한 번의 공격으로 무기가 부서졌다.


성령은 빈틈이 생긴 골렘의 겨드랑이에 망치를 휘둘렀다. 무게를 실은 쇠망치가 포물선으로 식물을 무참하게 터트렸다.


벌초 냄새의 정체를 깨달았다.


“좋아요! 이제 제가 내부를 공격할게요!”


추이 쟝은 성령의 소득에 기뻐하며 앞으로 달려갔다.


성령은 추이 쟝을 무시하고 뒤로 빠졌다. 골렘에게 핵 같은 건 없었기 때문이다. 골렘의 겨드랑이는 5초 만에 완벽하게 재생됐다.


골렘이 발을 굴렀다. 건물 크기의 괴물이 빠른 속도로 우타로를 들이박았다.


우타로가 공중으로 날아갔다. 추이 쟝은 암담한 광경을 보고 달려오던 움직임을 멈췄다. 눈앞에서 사람이 날아가는 걸 보고 겁을 먹은 거다.


골렘이 정지한 추이 쟝의 머리를 잡았다.


우드득.


그대로 목이 돌아갔다. 손속에 사정을 둔 건지 목뼈가 부러졌음에도 추이 쟝은 죽지 않았다.


“마, 말도 안 돼..”


새벽은 정신적으로 한계에 내몰렸다. 골렘이 우타로와 추이 쟝을 죽였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중재를 맡은 계승자도 후보생들이 털리는 걸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첫 번째 조보다 빨리 무너지네.. 적당히 지켜보고 중단시키자.’


애초에 이번 시험은 골렘을 쓰러트리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3차 시험의 진짜 목표는, 후보생이 대처가 불가능한 시련 앞에 얼마나 침착하게 행동하는지 보는 거였다.


애당초 인간 시절의 전투력은 계승자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강인한 내면에 있었다.


전투는 실시간으로 녹화되고 있었다. 후보생은 녹화된 영상을 기준으로 계승에 적합한 인재인지 평가받을 거다.


성령은 바닥에 떨어진 기다란 봉을 주웠다. 추이 쟝이 떨어트린 무기였다.


골렘은 움직임이 없는 후보생에게 관심이 없었다. 유일하게 움직이는 후보생은 성령이었다. 골렘이 거대한 덩치를 앞세워서 성령에게 돌진했다.


성령은 생각했다. 인간의 나약한 신체로는 골렘과 정면 승부가 불가능하다고. 발버둥 친다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빗살 판의 힘을 사용한다면 모르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다른 힘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답이 없는 상황이다.


골렘과 부딪치기 직전,

성령은 골렘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지듯 몸을 던졌다. 다리 사이로 빠져나온 성령은 자신의 권능을 퍼트려서 전투실 곳곳을 관찰했다.


명상할 때 소리를 들으면 청각이 울리는 것처럼. 성령은 시야에 없는 무언가를 파악했다.


미물들은 골렘의 위압감에 시선을 떼지 못했지만, 격을 세운 자는 골렘의 본질을 보았다. 골렘이 강한 건,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술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인가.’


성령이 망치를 들었다. 망치는 전투실의 물렁한 벽을 강타했다.


골렘에게 힘을 공급하는 주술 인형이 망가졌다. 이상을 느낀 골렘이 짐승처럼 네발로 달려왔다. 골렘은 무게 때문에 성령보다 방향 전환이 느렸다.


성령은 최대한 빨리 망치를 회수했지만, 아무리 빨라도 한계는 있었다. 골렘의 휘두르기에 종아리가 터졌다.


새벽은 성령이 다치는 걸 보고 눈을 감았다.


성령은 상처 입은 몸으로 전투실 중앙까지 도망쳤다. 원하는 곳에 도착한 성령은 추이 쟝이 떨어트린 봉을 바닥에 박았다.


성령은 말뚝 박는 느낌으로 봉을 망치로 여러 번 내려쳤다. 바닥에 숨겨진 장치가 말뚝질에 부서졌다. 식물 회복 장치였다.


골렘이 기다란 팔로 성령을 날려버렸다. 뼈가 울릴 정도로 강한 공격이었다.


성령은 코에서 피가 흐르는 걸 느꼈다. 몸을 일으킨 성령은, 남아있는 주술 장치를 부수기 위해서 전투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무언가 본질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중재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성령을 지켜봤다.


주술 장치가 하나씩 부서졌다. 파괴한 수만큼 성령의 몸도 조금씩 망가졌다.


천장에 있는 신호 장치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장치를 부수는 데 성공했다.


온몸이 망가졌지만, 성령은 승리를 확신했다. 골렘은 아까보다 느렸고, 상처를 입어도 회복하지 못했다.


성령이 망치를 들었다. 뇌가 망치질을 멈추라고 경고했지만, 성령은 경고를 가볍게 무시했다.


골렘이 공격을 휘두른다. 중재자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성령은 골렘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비어있는 겨드랑이에 둔기를 박아넣었다. 처음과 같은 상황이다.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골렘의 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몸이 비명을 질렀다. 뇌하수체에 엔도르핀이 번졌다.


과다 출혈로 의식이 흐릿했다. 흐려진 정신으로 망치를 휘둘렀다. 골렘의 허리가 반으로 접혔다.


새벽은 괴물을 죽이고 있는 성령을 멍하니 바라봤다.


골렘의 상체가 내려앉는다. 망치가 반월을 그리면서 골렘의 가슴팍을 두들겼다. 뼈대가 으스러졌다.


이제는 입에서도 피가 나온다. 코피가 아래로 내려온 모양이다. 손가락도 무식한 망치질에 신경을 다친 건지, 신호를 보내도 움직이지 않았다.


전투를 마친 성령의 모습은, 괴물보다 더 괴물 같았다.


“이.. 게, 마지막이다.”


성령이 최후의 공격을 하려는데, 목숨의 경각에 달한 골렘의 상태가 일변했다.


골렘은 몸에 있는 모든 식물을 몸 내부로 욱여넣었다. 꾸물꾸물 공처럼 말려진 골렘은, 잎사귀를 한데 모아서 아가리를 벌렸다.


성령의 망치가 몸통을 강타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식물은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졌다. 골렘의 입에서 시각적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진한 독성 구름이 빠져나왔다.


식물의 응축된 독성이 기체 형태로 퍼진 거다. 조금만 마셔도 치명적인 독성이었다.


중재를 맡은 계승자가 황급히 움직였다.


계승자의 검이 골렘을 반으로 갈랐다. 날카로운 검압에 독성이 번지는 속도가 잠시 지체됐다. 중재자는 성령을 업고 황급히 연락을 넣었다.


“전투실 6번입니다! 지금 당장 모든 환풍구를 열어야 합니다!”


계승식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 * *





3차 시험은 끝났다. 관계자들이 영상을 평가하기 위해서 한자리에 모였다.


독성 때문에 전투실 하나가 봉인됐다. 이 사건으로 계승식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 관계자들은 심기가 불편해진 황해일의 눈치를 봤다.


회의실 스크린에 영상이 나왔다. 골렘과 전투하는 성령이 보였다.


성령은 힘겨운 사투 끝에 기어이 골렘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한계에 몰린 골렘은 쉬에르가 설정한 자폭 능력을 사용했다.


골렘이 한계까지 몰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관계자들도 골렘에게 자폭 기능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주술사 쉬에르는 불법 개조를 저지른 죄로, 계승식이 끝나고 상부로 호출될 예정이다.


“녀석은 어딨지?”


황해일이 턱짓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조원들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상급 회복약 사용을 허가한다.”


황해일은 성령 같은 귀한 인재에게 자원을 아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담당자에게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기재 담당관이 회복실에 연락을 넣었다.


담당관이 통화하는 사이, 신상을 조사하던 관계자가 손을 들었다.


“정보를 모두 조회했습니다. 확인해보니 귀족 가문의 장남입니다. 300년 전, 주술사로 이름을 알렸던 성무르의 후손이죠.”

“···귀족이라고?”

“네, 다만 정식 귀족이 나온 지 100년이 지난 가문입니다.”

“장남이 계승식에 참석할 정도면, 아무래도 계승에 확연한 문제가 생긴 건가..”


성령 같은 뛰어난 인재가 계승식에 참석할 정도면, 가문 계승에 문제가 있는 건 확실했다.


“주술사 가문이면, 장치를 찾아서 파괴한 것도 납득이 가능합니다.”


같은 주술 계열이라면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성령이 주술 도구를 파괴한 당위성을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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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야망과 세력 +3 22.08.22 576 25 11쪽
19 자연의 계승자 22.08.21 580 22 10쪽
18 성무르의 진정한 힘 +3 22.08.20 631 25 11쪽
17 집단을 자살시키는 자 +1 22.08.19 638 23 12쪽
16 계승자 범죄자 +1 22.08.18 687 22 12쪽
15 왕의 무게감 22.08.17 725 31 12쪽
14 아시아의 새로운 귀족 +2 22.08.16 724 26 11쪽
13 가문의 진실 22.08.15 736 31 11쪽
12 성령의 약혼녀 +1 22.08.14 762 27 10쪽
11 빗살 판을 계승하다 +1 22.08.13 799 30 11쪽
10 특별 자치 사무소 22.08.12 787 34 10쪽
9 가문으로 귀환하다 22.08.11 817 37 12쪽
8 계승자 성령 +1 22.08.10 838 41 11쪽
» 독보적인 존재 22.08.10 881 35 13쪽
6 지랄맞은 시험 +1 22.08.09 960 28 10쪽
5 가장 특별한 존재 +3 22.08.08 988 36 13쪽
4 계승식의 실체 22.08.07 1,032 33 12쪽
3 아시아 계승식 22.08.06 1,090 35 14쪽
2 과거의 영광 +2 22.08.05 1,306 33 11쪽
1 배신당하다 +7 22.08.05 2,008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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