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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왕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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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향
작품등록일 :
2022.08.04 02:01
최근연재일 :
2022.08.26 12:2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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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글자수 :
123,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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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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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계승식의 실체

DUMMY

황해일을 피해 도망치듯 안으로 들어간 후보생들은, 지하에 펼쳐진 호숫가를 보고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소문은 들었지만, 이 정도로 거대한 크기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푸르고 진한 물결이 주기적으로 파동치고 있었다. 범위가 넓어서 어떤 자연적 거대함 보는 거 같았다.


담당자는 사람이 모이는 걸 기다렸다가, 충분히 모였을 즈음 설명을 시작했다.


“이곳은 후보생의 근원을 파악하는 시험장입니다. 시험은 크게 어려울 거 없습니다. 몸을 담그자마자 끝나는 곳이니 말이죠.”


근원의 시험장이라 불린 이곳은, 4가지 시험 중 가장 단순한 곳으로 유명했다.


“나눠준 종이를 받고 순서대로 들어갔다 나오면, 벽면에 서서 다음 장소로 이동할 겁니다.”


질문은 없었다. 워낙에 유명한 시험이라 모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있었다.


“들어갈 때는 잊지 말고 얼굴까지 전부 넣어야 합니다. 안에서도 숨을 쉴 수 있으니 물공포증 같은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미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와중에, 성령은 홀로 시험장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성령이 파악하길, 호숫가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간이 바다였다.


아시아는 문화권 자체가 보수적인 면이 강한데, 근원의 시험장은 혁신적이다 못해 문명의 굴레마저 초탈해 보였다. 아시아가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았다.


‘지구는 극단적일 정도로 다양한 문명이 공존하는 행성이지.’


다른 문명이 개입했을 게 뻔했다.


“종이는 심장 부근에 부착하면 됩니다. 참고로, 종이가 빨간색이나 초록색으로 변하면 불합격입니다.”


관계자는 후보생에게 종이를 나누어줬다.


말만 종이지 형태는 부적이었다. 부적은 심장 부근에 가까워지자 알아서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오오..”


별거 아닌 현상이지만, 부적이 익숙하지 않은 후보생들은 신기하게 여겼다.


종이를 부착한 후보생들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호수의 물은 옷을 적시지 않았다.


이번 계승식은 명확한 규율 없이 막무가내로 후보생을 집어넣었다.


눈치가 빠른 후보생들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지만, 황해일의 서슬 퍼런 경고 때문인지 용기 내서 물어보는 후보생이 없었다.


그리고 한번 침묵하는 분위기가 되면,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이전보다 힘들어진다.


잘못됐다고 생각해도 ‘나만 문제시하는 건가?’하고 주변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그들이 눈치 보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갔다.


호수에 들어갔던 후보생이 하나둘씩 물 밖으로 나왔다. 부적의 색이 변해있었다. 사람마다 색이 달랐다. 신기하게도 불합격인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계승식은 불친절했다. 시험을 진행한 지 벌써 2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국민들은 아직도 각각의 색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색이 의미하는 바를 자기들 입맛대로 떠들었다.


시험을 마친 후보생들은 색의 근원을 해석했다. 근거는 빈약했지만, 상기된 얼굴을 보면 미신에 가까운 저잣거리 소문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시험은 속행됐다. 처음으로 불합격자가 나오고, 이어서 불합격자가 10명 정도 쌓일 무렵, 드디어 성령의 차례가 됐다.


물속으로 들어가려는데, 관계자가 대뜸 성령을 붙잡았다.


“설명은 들었지? 물에 들어가면 구속감 때문에 바로 나올 수 없을 거야. 여유롭게 기다렸다가 속박이 풀리면 나와.”

“확인했습니다.”


관계자가 성령을 풀어줬다. 그는 성령 이후로도 여러 후보생을 붙잡았다. 어떤 책임 의식이 느껴졌다.


발아래로 푸른 바다가 보였다. 성령은 푸딩인지 바다인지 모를 곳에 발을 담갔다. 담그자마자 감각이 사라졌다.


허리가 잠기고, 어깨와 머리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먼저 들어간 후보생들은 심해 같은 바다에 잠기고 있었다.


몸이 느릿하게 가라앉는다.


한참을 내려가는데, 미묘한 신호가 성령의 몸을 투과했다. 혈관에 전류가 흐른다. 소름이 돋았다. 그러다가 따스한 햇살을 받은 것처럼 포근해졌다.


머리를 헤집는 집착 어린 북소리가 들렸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감지조차 힘든, 오직 성령이기에 감지한 이상 현상이었다.


투과한 에너지는 성령의 생각과 기질 따위를 정교하게 분석했다.


일련의 현상을 본 성령은 시험의 진짜 정체를 깨달았다.


‘시험의 진짜 목적은 사상 검증이군.’


근원을 파악한다는 말은 기만이었다. 실상은 사상 검증을 통해 입맛에 맞는 인재를 뽑으려는 거다.


아시아의 주인, 이씨세가는 특별한 이유 없이 힘을 베풀지 않았다. 그것이 국력에 악영향을 주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부적이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붉은색은 탈락이다. 성령은 탈락 위기에 빠진 걸 깨달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꼼짝없이 탈락이다. 성령은 황급히 아까 확인한 파란색 부적을 떠올렸다. 파란색이 나온 후보생은 계승식 관계자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받았다.


성령은 남자를 따라 하기로 결심했다. 행동거지와 웃음 등을 똑같이 따라 했다.


단순히 행동만 따라 하는 걸 넘어서, 해당 미물의 기질과 태도는 물론이고 잔잔한 성격마저 똑같이 흉내 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성령의 권능 덕분이다. 그는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었다.


뇌를 장악하고 있는 지배력을 거두고, 호숫가에 지배력을 퍼트려서 신호를 교란했다.


붉은 부적에 푸른색이 번졌다. 성령의 인격과 사상은 계승식이 원하는 인재에 부합했다. 기만은 성공적이었다.


붉은 부적에 파란색이 나오더니, 최종적으로 연보라색으로 바뀌었다.


색 변화가 멈추자, 구속감이 사라지고 몸이 내수면 위로 떠 올랐다. 물 밖으로 나오자, 시험 감독이 성령을 건져 올렸다.


그녀는 다짜고짜 성령의 부적부터 확인했다.


“통과.”


인간의 시험에 당당히 통과했다.





* * *





계승 후보생들은 건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길을 지나는데, 줄줄이 이어진 영웅 조각상이 미래의 인재를 환영하듯 밋밋한 길을 풍성하게 꾸며주었다.


조각상은 각기 다른 시기에 만들어졌는지 마감이나 표현 따위가 세세하게 달랐다. 그래도 전체적인 조화를 추구했는지 느낌은 대체로 비슷했다.


그들은 특정 계승을 만들어낸, 역사에 기록된 위인들이었다. 귀족의 시조라고 이해하면 된다.



툭!


모르는 사람과 어깨가 부딪쳤다.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이동하면서 발생한 우연한 접촉이었다.


성령과 부딛친 남자는 키가 190이 넘었다. 그는 뒤를 돌아서 성령을 곁눈질하더니 먹잇감을 발견한 얼굴로 피식 웃었다.


“왜 쓸데없이 길을 막고 그러세요?”


존댓말을 썼지만 공손함과 거리가 멀었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성령도 할 말이 많았다.


성령은 앞사람과 간격을 유지했는데, 남자는 새치기를 하면서 대열을 흩트려놓았다. 잘못을 저지른 쪽이 무고한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거다.


남자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계승식의 긴장감 때문인지, 타고난 천성이 튀어나왔다.


남자의 행동은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약자를 괴롭히며 우월감을 느끼는 건 동물의 음습한 본능이다.


성령은 잠시 상황을 관망했다.


“뭐야, 사과 안 해?”


남자의 얼굴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싸워서 이득 볼 거 없는데, 논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할 정도로 본능에 충실했다.


주변에 있는 후보생은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남자를 외면했다. 황해일의 경고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인색하지는 않았을 거다.


“대답을···”


남자가 뭐라 입을 여는데, 목소리가 씹힐 정도로 지축이 강하게 울렸다.


콰광!!


모든 후보생이 소리의 진원지를 응시했다.


외부인 출입이 제한된 곳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철근이 구겨지는 듯한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두꺼운 문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건물을 조금씩 흔들었다.


두 번째 시험을 치를 곳이 보였다. 체력 시험장이다.


이름 때문에 오해하기 쉬운데, 체력 시험은 달리기와 같은 운동 능력을 시험하는 곳이 아니었다.


엄밀히 따지면 체력보다 생명력 시험에 가까웠다. 몸이 계승을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니까.


사상 검증을 위한 첫 번째 시험과 달리, 두 번째 시험은 매우 합리적인 이유로 배분된 시험이었다.


뛰어난 생명력이 있어야지만 계승의 반발 작용을 버틸 수 있다.


계승에 실패하면, 운이 좋으면 조금 다치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운이 나쁘면 도전자가 죽는 건 물론이고, 힘이 누출되어 주변에도 피해를 끼친다.


자격 있는 소수에게만 기회를 주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수준 이하가 계승품에 도전하면 사망자가 생기는 걸 넘어서, 예측할 수 없는 재산 피해가 생긴다.


“이제 본격적인 시험이 시작되는 건가..”

“후우.. 긴장하지 말자.”


주변 후보생이 호흡을 뱉었다. 그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령에게 시비를 걸던 남자도 닥쳐온 상황을 실감했는지 시비를 멈췄다.


시험장 내부는 전신을 묶는 하얀색 구속구가 가득했다.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날카로운 가시도 있었다.


문외한이 봐도 알 정도로 섬뜩하고 위험한 분위기다.


성령은 저런 분위기에 익숙했다. 맡아지는 향기는 마계의 ‘곤죽 거미’와 유사했다.


‘재밌겠군.’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수선함이 사라졌을 즈음, 암살대 단장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은 밝은 미래를 꿈꾸고 계승식에 왔겠지만, 계승식은 언론에서 떠드는 것과 다르다.”


총괄 감독은, 들어가자마자 진지한 낯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목숨을 걸 준비는 됐나?”


황해일이 묻자, 후보생들은 눈발에 핏대가 설 정도로 혈기 넘치게 대답했다.


““ 네!! ””


열의 넘치는 대답이었다. 그곳에는 두려움을 숨기고자 하는 인간적 나약함이 섞여 있었다.


“가장 먼저 도전할 용감한 자가 누구냐?”

“제가 먼저 도전하겠습니다!!”


목이 두꺼운, 강인한 인상의 남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인상과 같은 쩌렁쩌렁한 목소리였다.


“목소리 줄여라, 나한테 잘 보여봤자 의미가 없다.”

“저는 평소에도 이렇게 말합니다!”

“···허참.”


황해일은 혀를 차면서도 청년의 넘치는 힘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가까이 와라.”

“넵!”


남자가 황해일에게 뛰어갔다. 황해일은 남자에게 손수 구속구를 입혀줬다.


철컥 철컥, 주르륵.


“너희도 서약을 썼으니 알겠지만, 이곳에 있었던 일은 공식적으로 비밀이다.”

“예?”


패기 넘치는 청년은 황해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구속구가 강렬하게 빛을 뿜었다. 뜨거운 열기가 남자를 가열했다. 남자는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에 당황했지만, 버티겠다는 느낌으로 입술을 씹었다.


살이 익어버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오고 얼굴이 빨개졌다.


남자가 결국 비명을 질렀다. 굵은 비명은 구속구에 틀어막혀 잔잔하게 울렸다.


끼릭..


장식인 줄 알았던 검은 가시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날에는 톱날 같은 역날이 잔뜩 박혀 있었다.


가시가 더듬더듬 방향을 조준했다.


움직임이 완전히 멈추고,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눈을 껌뻑이는 순간, 가시가 채찍처럼 튀어나와 남자의 팔뚝 살점을 잘라냈다.


떨어지는 살점.


톱날에 썰려서 그런지 절단면은 표정이 찡그려질 정도로 끔찍했다.


“긁.. 끄앓.. 끄르륵..”


남자는 피로 가래 끓는 소리를 냈다. 구속구는 시뻘건 고열을 뿜었다.


모든 과정을 목격한 후보생들은 죽은 것처럼 침묵했다. 숨소리조차 멎어 들었다.


황해일은 벽면에 걸린 시계를 보더니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남자는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기절하지 않았다.


“너는 합격이다.”


구속구가 알아서 풀어졌다. 남자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초점 없는 눈을 부르르 떨었다.


황해일은 폐인처럼 변한 남자에게 미리 준비한 약통을 부었다. 수명을 소모하는 대신 놀라운 회복력을 부여하는 약이었다.


해당 약재는 전쟁 물자로 보급되는 귀한 물건이었다. 일반인은 구경조차 힘든 물건이다.


망가진 팔뚝에 금방 새살이 자라났다. 볼이 홀쭉해진 걸 보면, 몸에 있는 영양분을 강제로 사용한 모양이다.


“회복실로 보내라.”

“네.”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목이 두꺼운 남자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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