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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향님의 서재입니다.

마계왕은 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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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향
작품등록일 :
2022.08.04 02:01
최근연재일 :
2022.08.26 12:2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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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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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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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가장 특별한 존재

DUMMY

황해일은 후보생들의 시선을 담담히 받아넘겼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은 자는 힘을 쟁취할 자격이 없다.”


““ ··· ””


아까와 달리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포기할 사람은 지금 당장 포기해라, 아시아는 나약한 인간을 원하지 않는다.”


검은 안개가 떨어진 살점을 집어삼켰다. 섬뜩한 광경에 투쟁을 모르는 젊은이는 두려움에 떨었다.


“3분을 주겠다. 도전할 사람은 구속구 위에 앉아라.”


황해일이 모래시계를 거꾸로 뒤집었다. 고민할 시간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엿보였다.


그는 자신이 정한 규칙을 죽는 한이 있어도 지키는 남자였다. 자연히 말에는 무게감이 실렸다.


후보생들은 구속구를 차지하려고 뿔뿔이 흩어졌다. 걸음은 빨랐지만, 눈동자는 생기가 없었다. 몇몇은 빨라진 숨을 진정시키는 것도 힘들어했다.


전쟁 피난민도 이것보다는 밝을 것이다. 피난민은 적어도 살기 위해서 움직이니까. 이들은 죽기 위해서 움직였다.


성령은 별다른 고민 없이 가장 가까운 구속구에 걸터앉았다. 그는 다른 후보생과 달리 즐거운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객과 비슷했다. 무거워진 공기도 마냥 즐거웠다.


정확히 3분이 지났다. 감독관 황해일이 모래시계를 주머니에 넣었다. 의료팀도 그 사이에 배치됐다.


그가 떨고 있는 후보생을 둘러봤다. 이윽고, 단호한 입매가 열렸다.


“아시아는 이론적으로 무한히 성장하는 나라지만, 안타깝게도 힘을 완벽하게 다루는 사람은 한정되었다.”


계승식을 까다롭게 진행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거 같았다.


“최근에 나온 논문에 따르면, 아시아는 보유한 계승의 힘을 1할 정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문외한이 들으면 하찮게 보이겠지만, 사실은 1할도 엄청난 수치지.”


긴 역사를 관통한 힘을 무려 10%나 사용하고 있는 거다. 이는 꾸준한 연구와 인재 양육으로 빚어낸 업적이었다.


“계승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타고난 힘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인들은 감탄과 조롱을 담아서 우리를 ‘계승의 아시아’라고 부른다. 우습지 않나? 태어났을 뿐, 아무런 증명도 하지 않은 자들이 한계를 넘어선 우리를 조롱하다니.”


역사가 긴 만큼 주변국과 엮인 적이 많기에, 세계인들은 아시아가 가진 특수성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최약체로 통한다.’


계승을 100% 사용할 수 있다면 최강국가로 자리매김했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계승에 성공하는 것과, 계승으로 격을 갖추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장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이 모이는 순간,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장인들은 최고라는 격을 잃어버린다.


“대우받고 싶다면, 가치를 증명해라. 가치를 증명한 자만이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황해일은 가치를 증명한 자였다. 그는 가문의 힘을 계승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힘을 100% 끌어낸 엘리트이자, 50살의 나이에 추가 계승을 진행한 일신이기(一身二期)라 불리는 복합 계승 사용자였다.


일신이기는,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공률이 극히 낮았다. 격을 갖춘 상태에서 새로운 격을 추가하는 건, 단순히 재능만으로는 불가능했다.


“존중은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터전, 우리의 고향, 우리의 얼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 지금껏 공짜로 누려왔다면, 오늘로써 자격을 증명해라.”


황해일과 젊은 후보생 사이에는 시대적 간극이 존재했다. 청년들에게 당연한 것은, 황해일에게 당연하지 않았다.


신념의 차이가 아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의 차이에 가까웠다.


꿀꺽...


한 후보생이 구속구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것이 기점이다. 새하얀 구속구 사이에서 붉은빛이 하나씩 번쩍였다.


“끄아아악!!”

“아아..”


살이 익는다. 생명의 불이 흐릿해진다.


집단 자해의 현장, 하하, 아름다운 광경이다.


‘미물 따위가 미학을 추구할 줄 알다니.’


1,000명의 인간보다 1명의 초월자가 가치 있는 세상이다. 생에 대한 존중은 거짓된 숭상이다. 성령은 미물 따위가 진실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인간은 보면 볼수록 재밌는 동물이다.


밝은 미래를 꿈꾸는 청년들이 빛을 잃어간다. 색을 잃은 인간은 계승식 뒤편에 있는 싸늘한 무덤에 묻힐 예정이다.


황해일의 말에 열의를 불태웠지만, 시체가 된 이후로는 가치 없는 쓰레기일 뿐이다.


사회는 자비롭지 않다. 입바른 말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진실로 올바른 행동은 없었다. 시대가 추구하는 방향은 올바른 신념이 아니라, 입각한 환경의 결과물이다.


본질은 언제나 하나다.

약육강식을 부정하지 마라.


인간이 질식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성령은 홀로 지옥 같은 광경을 즐겁게 관람했다.


불나방의 미련함과 생의 숭고함이 보였다. 성령은 현장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 구속구에 있는 작동 버튼을 눌렀다.


덜컹.


그런데, 성령의 감각에 이질적인 움직임이 감지됐다.


버튼을 누르자, 투박한 물건이 구속구 안으로 들어온 거다. 주변에 지배력을 퍼트리고 있어서 이물질이 들어오게 된 경위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아까 본 미물?’


시험장에 들어오기 전, 어깨가 부딪쳤다고 성령에게 시비를 걸었던 남자가 있다.


남자는 무슨 억하심정인지, 몰래 성령의 뒤를 쫓아와서는 날카로운 금속을 투기했다.


목숨이 걸린 시험에 악의적인 행동을 한 거다. 일을 저질렀지만 어떠한 도덕적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자신이 입은 피해는 망상적으로 부풀리지만, 상대가 입은 피해는 아무렇지도 않은 인간이다.


고오오오..


성령의 구속구가 빛을 터트렸다. 남자가 투기한 금속 쓰레기가 안에서 빙글빙글 돈다. 뼈와 살이 구워지고, 성령의 몸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후들거렸다.


성령은 묵묵히 고통을 받아들였다.


눈에 있는 핏줄이 터진다. 피눈물이 흐르고 항문이 쪼그라든다.


인간의 몸으로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단련한 후보생조차 정신을 잃는 가운데, 성령은 홀로 멀쩡한 정신을 유지했다.


‘이딴 걸 시험이라고 받다니.’


처음에는 흥미를 느꼈지만, 그것이 실속 없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모든 게 무의미해졌다.


가시가 움직인다. 가시는 성령의 옆구리를 찢었다. 반사적으로 성대가 비명을 질렀다. 재밌게도 성령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무표정을 유지했다.


가열된 빛이 멎을 즈음 구속구가 알아서 벗겨졌다. 성령은 몸이 좀비처럼 변했는데 멀쩡히 서 있었다.


모두가 쓰러지는 가운데, 홀로 서 있는 거다.


관계자들의 시선이 성령에게 집중됐다.


“오오..!”


관계자는 성령에게 생기가 도는 걸 확인하자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가끔씩 저런 녀석도 나오지.”


황해일도 작게 중얼거렸다. 익숙하다는 말투와 달리, 성령을 보고 놀랐는지 시선이 10초 정도 머물렀다.


회복약으로 샤워를 마친 성령은, 목을 스트레칭하면서 여유롭게 뒤를 돌았다.


그곳에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남자가 있었다. 성령은 뜨거운 금속 조각을 주워서 남자의 주머니에 넣었다.


남자는 금속이 뜨거운지 짐승 새끼처럼 낑낑댔다.


조금씩 의식을 되찾는다. 그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싸늘한 시선과 마주했다.


“낙오자군.”


성령은 남자의 코를 잡고 이리저리 비틀었다.


불타올랐던 화도 하찮게 쓰러진 모습을 보고 짜게 식어버렸다.


성령이 분주해진 의료진 사이로 사라졌다. 남자는 굴욕감을 넘어 모멸감을 느꼈다.





* * *





체력 시험에서 탈락한 후보생 윤훈은 생각했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치욕으로 전신이 떨렸다.


‘그 새끼가 보여준 눈빛은..’


윤훈은 성령의 눈빛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하찮은 것과 마주한 듯한 생기 없는 눈동자.


‘시험에 통과한 것도 내가 던진 금속 때문에 오류가 난 거겠지··· 이런 씨발 운 좋은 새끼..’


살의가 차오른다. 인간의 악의는 사소한 계기로도 발현된다. 윤훈은 억울해서 미쳐버릴 거 같았다. 만남은 짧았지만, 악의는 거대했다.


윤훈은 타고난 신체와 냉혹한 기질을 가져서, 고향에서는 동경과 두려움을 받는 남자였다. 귀족이나 계승자를 제외하면, 말릴 사람이 없었다. 부모조차 윤훈을 두려워했다.


평생 강자로 살아온 윤훈은, 성령 같은 예외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계승식 관계자에게 다가갔다. 관계자는 갑자기 다가온 윤훈을 보고 눈썹을 찡그렸다.


“회복도 안 했는데 억지로 움직이지 마라.”


윤훈이 대답했다.


“후위 계승을 치르겠습니다.”

“······네가 첫 번째군.”


1차 시험과 달리, 2차 시험부터는 탈락자에게 두 번째 기회가 존재한다. 그것도 곧바로 계승자가 될 기회 말이다.


후위 계승은 맨몸으로 전쟁터에 가는 것과 같았다. 계승식과 다르게, 적성에 맞는 계승품을 찾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가 공인하지 않은 출처가 불분명한 계승품에 도전하는 계승식이다. 성공 확률은 복권과 비슷했다.


애초에 탈락한 후보생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계승자를 구하려는 게 아니라, 계승품 복원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는 속셈이었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급한 거 없지 않나? 쉬었다가 도전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한다.”


윤훈은 비참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당장 치를 겁니다.”


설령 죽더라도, 계승자가 되고 죽을 거다. 계승에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잠시 기다려라.”


윤훈의 각오가 느껴졌는지, 관계자는 상부에 연락을 넣은 다음, 윤훈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그들은 지하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니 방공호 느낌의 시설이 보였다.


관계자는 입구에서 멈추어 섰다.


“한번 설명할 테니 잘 들어라.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 크기의 두꺼운 철판 상자가 있을 거다. 상자마다 계승품을 하나씩 보관하고 있지.”


“제가 멋대로 골라도 괜찮습니까?”


“그래, 어떤 계승품은 만지기만 해도 도전자로 받아들이니 조심해라. 무엇보다 문을 닫는 걸 잊지 말고.”


“알겠습니다.”


문을 닫는 걸 강조하는 이유는, 밀폐된 공간을 만들어서 계승에 실패했을 때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죽을 거면 혼자 죽으라는 말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 전담팀이 네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들이닥칠 거다.”

“30분 안에 나오겠습니다.”

“허세는..”


관계자는 체력 시험도 떨어진 주제에 후위 계승에 자신감을 보이는 윤훈이 우스웠다.


‘뭐, 어차피 죽을 놈이니까.’


관계자가 윤훈을 막지 않은 건, 휴식을 취하든 말든 죽을 목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도착한 걸 보고하려고 전화기를 들었다.


윤훈은 후위 계승을 치르기 위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공터는 인기척이 전혀 없어서 은근히 소름 돋았다.


‘철판 상자다.’


상자는 4m 간격을 두고 빽빽하게 박혀있었다. 문이 열려 있어서 내부에 있는 계승품을 확인하는 건 어렵지않았다.


기다란 밧줄, 때가 낀 인형, 녹슨 방울 등. 다양한 물건이 상자 안에 들어 있었다.


‘계승품이란 게 원래 이렇게 허름한 건가?’


위대한 계승자가 되는 길인데, 허름한 계승품을 보니 자신까지 하찮아지는 기분이었다.


낙담한 상태로 하나씩 관찰했다.


‘···무기 형태는 하나도 안 보이네.’


무기 같은 직관적인 계승품이라면 진작에 복원했을 거다. 이곳에 있는 계승품은 전문가도 사용처를 알아내지 못한 놈들이었다.


한 바퀴를 다 돌았는데, 느낌이 오는 계승품은 찾지 못했다. 목숨이 걸렸기에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스륵..


멀리서 윤훈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스륵.. 스르륵..


윤훈은 무언가에 홀린 듯 소리가 들린 곳으로 걸어갔다. 상자 바닥이 깊숙하게 파여있는 곳이었다. 윤훈은 상자에게 엄청난 힘을 품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심장이 떨렸다. 운명적인 만남이란 이런 걸까.


상자 안을 보니, 원형을 이루어진 빗살 판이 팽이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다른 계승품은 관심 없었다. 윤훈은 곧바로 상자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나에게 공명하고 있어!!’


빗살 판에 손을 올렸다. 엄청난 풍압이 회오리쳤다.


놀랍게도 윤훈의 몸은 빗살 판의 풍압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계승자가 됐다는 희열감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떠한 반동도 없다니! 이건 내가 백령 계승자라는 증거야!’


예정된 밝은 미래에 환희를 느끼고 있는데, 닫혔던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는 전담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고 지레짐작했다.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나요? 마침 계승에 성공한 참이라···”


짐작이 틀렸다. 윤훈은 자신에게 모멸감을 준 얼굴과 마주했다.


성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주제도 모르고 내 것을 만지고 있군.”


계승품은 성령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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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집단을 자살시키는 자 +1 22.08.19 638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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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아시아의 새로운 귀족 +2 22.08.16 724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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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특별 자치 사무소 22.08.12 787 34 10쪽
9 가문으로 귀환하다 22.08.11 817 37 12쪽
8 계승자 성령 +1 22.08.10 837 41 11쪽
7 독보적인 존재 22.08.10 880 35 13쪽
6 지랄맞은 시험 +1 22.08.09 960 28 10쪽
» 가장 특별한 존재 +3 22.08.08 988 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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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시아 계승식 22.08.06 1,090 3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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