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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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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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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6,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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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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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36화 친구들의 음모

DUMMY

신물 추억의 거울을 현휘수가 살던 세계의 흔한 IT기기로 활용하는 것은 그만두고, SF 영화에서만 등장하는 최첨단 로봇에 우주선, 미사일, 레이저빔이 난무하는 화려한 장면은 아르피아 대륙의 모든 구성원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휘수?”


실버 드래곤 알카디우스도 그 구성원 중 한 명이었으나, 그녀의 예리한 감각은 옆에 앉아 영화 감상 중이던 휘수에게서 심상치 않은 모습을 발견해냈다.

친구들 앞에서 또 다른 신물의 활용과 SF 영화를 소개해준 장본인으로서, 함께 영화를 감상 중인 그였지만 분명 한 곳에 정신을 집중 못하고 있었다.


“아, 미안. 저 영화 전체시간이 세 시간은 족히 되다 보니 눈이 침침해서 말이야. 하하······.”


예리한 여자친구를 둔 덕분에 자신도 감각이 크게 발전한 것이 틀림없다. 여간해서는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로 슬쩍 눈짓이었지만, 휘수는 그걸 금세 알아차리고 허둥지둥 둘러대야 했다.


“괜찮다면, 나 먼저 들어가서 쉬어도 될까? 예전에 영화관에서 봤을 때도 너무 길어서 눈이 침침했는데, 이번에도 여지없네, 하하.”


어색하게 웃음도 흘리고 기침도 내뱉고, 예리한 여자친구님이 제발 적당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가자, 휘수. 침실까지 같이 가줄게.”

“아, 아니, 굳이 번거롭게 필요는 없는데······.”


휘수는 알카디우스의 호의를 사양하고 싶었지만 이미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운 그녀를 만류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는······.


‘친구들이 영화삼매경에 푹 빠져 있는 지금이 제일 적합하겠지?’


그동안 스마트폰이나 에이패드 같은 조그만 화면으로만 동영상을 감상하던 친구들이, 그보다 훨씬 크고 선명한 추억의 거울에 푹 빠져 있지 않은가.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정신이 돌아와 휘수와 알카디우스를 보게 된다면 분명 또 넓고 넓은 오지랖을 떨고 말겠지!


“그, 그래. 그럼 같이 가자.”


다른 관람객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슬그머니 영화관을 빠져나가는 커플처럼, 휘수와 알카디우스는 조용히 침실에 도착하여 침대에 앉았다.


“······.”


침실 안에 감도는 어색한 침묵. 침실에 도착하기까지 제법 오래 발걸음을 옮겼음에도 커플의 굳게 닫힌 입술에서는 그 흔한 숨소리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알카디우스.”

“휘수.”


언제까지 이런 침묵을 계속 유지하게 둘 수는 없어 결국 인간·드래곤 커플이 굳게 결심하며 입을 열었는데, 하필 얄궂게도 동시에 각자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


다시 이어지는 침묵에 누가 먼저 용건을 꺼낼지 눈치 싸움이 시작된 상황에서.


“알카디우스, 침침했던 눈이 이제는 욱신거리기까지 하는데, 미안하지만 자동차에서 구급상자 좀 가져다주지 않을래? 거기에 안약이 들어 있거든.”

“응? 으응! 알았어. 얼른 갖다 줄 테니 가만히 눈 감고 쉬고 있어.”


휘수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알카디우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침대에 누웠다. 그녀에게는 그저 둘러대는데 불과하여 조금 침침하긴 해도 멀쩡한 두 눈을 깜박거리다 조심스럽게 재킷 안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다.


“하아······.”


손에 들려 나온 산비둘기 돌 인형을 보며 한숨을 쉬는 휘수.


“한심한 놈. 바보 같은 놈. 이렇게 돌 인형만 움켜쥐고 있으면 답이 나와? 할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해야 할 거 아냐?”


자신을 호되게 질책하여 반성하도록 했지만 그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 만큼 효과가 미미했다. 지금이라도 구급상자를 가지러 자동차로 향하고 있을 알카디우스의 뒤를 쫓을까 생각했지만 침대에 눕혀진 몸뚱이는 다시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아, 모르겠다. 오늘은 때가 아닌 것 같으니 그냥 내일 이야기하자.”


한심하다고 질책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인지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휘수. 하지만 단단하게 굳힌 마음 한 구석에서 피어오르는 근심은 도저히 숨길 수 없었다.


“알카디우스는, 지금 마음이 어떨까? 걔도 나처럼, 방황하고 있을까?”


******


휘수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은근히 자리 잡고 있는 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SUV 자동차 투산을 향해 걷고 있는 알카디우스에게 딱히 흔들림 따윈 보이지 않았다.

휘수 말대로 트렁크 안에 잘 보관되어 있던 구급상자를 꺼내 새끼손가락만한 튜브에 담긴 안약을 확인하고, 혹시 구멍이 막히지는 않았는지 살짝 눌러도 보고, 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아앗!”


순간 안약이 알카디우스의 손가락을 벗어나 저 멀리 날아가고, 알카디우스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급히 줍기 위해 뛰어야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에 힘을 준 탓에 가뜩이나 조금 밖에 없던 액체가 물총처럼 발사된 것이다.


“아얏!”


알카디우스의 실수는 비단 그것 하나에 그치지 않고, 제법 덩치가 커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돌부리를 미처 보지 못해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으으, 아파라······.”


긁혀서 피까지 맺힌 손바닥은 그만두고, 넘어지면서 심하게 찧은 무릎은 혹시 뼈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통증이 만만치 않았다.

욱신거리는 무릎을 움켜쥔 채 울상을 짓던 알카디우스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휘수를 생각하며 저 앞에 떨어져 있는 안약을 향해 손을 뻗는데.


“저건······.”


순간 알카디우스의 시선이 안약에서 벗어나 그 옆에 떨어져 있는 돌 인형으로 향했다. 휘수가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흰색 산비둘기로, 아까 넘어질 때 품 안에서 굴러 나온 듯싶다.


“하아······.”


안약의 존재는 까맣게 잊은 채 돌 인형을 집어 뚫어지게 바라보는 알카디우스. 근심과 함께 어두워진 표정에서는 한숨까지 흘러나왔다.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휘수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나는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휘수의 어색한 표정 속에 감춰진 사실이 분명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리라. 하지만 그 사실을 짐작한다 해도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절레절레


아무리 고민해도 해답은 떠오르지 않고, 결국 알카디우스는 고개를 저으며 돌 인형을 다시 품안에 집어넣고 땅에 떨어져 있던 안약도 챙겼다.

다시 침실로 돌아와 보니 휘수는 그 짧은 사이에 잠이 들어 알카디우스가 돌아온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그녀는 조용히 안약을 휘수 곁에 놓아두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머니의 유품을 이런 식으로 활용할 생각을 해내다니. 그 잔머리는 제법 인정해줄만 하지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아.”


여전히 해답 없는 고민을 품은 채 발걸음을 옮기던 알카디우스는 연신 투덜거리고 있는 블레시아를 보게 되었다.

추억의 거울을 이용한 영화 관람이 끝나 친구들은 모두 어디론가 가버린 상황에서, 블레시아는 거울을 다시 세로로 세운 채 어머니의 유품에 혹시 흠집이나 먼지는 묻지 않았는지 살피느라 분주했다.


“케이렉스, 혹시라도 그 인간 녀석이 이걸 찾고 있다면 나한테 허락부터 맡으라고 해. 신물이기 전에 어머니 유품인데, 자식이 보관하는 게 당연한 거잖아?”

“알겠습니다.”


블레시아는 알카디우스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케이렉스와 함께 거울을 가지고 사라졌다. 유품을 소중하게 잘 챙기는 든든한 언니를 엷은 미소와 함께 바라보던 알카디우스는 잠시 정신을 집중하여 친구들의 기운을 읽어냈다.


“친구들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까?”


각자 소유하고 있는 특유의 기운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걸 보니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 같다. 다들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고 있을지도.


“그래, 혼자 고민하느니 여기까지 함께 해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자. 앞으로 우리가 접하게 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눈치가 빠른 친구들이니 분명 일찌감치 여러 가지 생각을 해뒀을지도······.”


나무가 울창한 숲을 지나 바다 전망이 잘 보이는 절벽으로 향하던 알카디우스는 순간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움직임을 멈춰야 했다.

과연 드래곤의 예리한 감각은 친구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어렵지 않게 찾아낸 것은 물론 꽤 먼 거리에서 그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까지 듣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얘들아!”


순간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잠시 자신의 청각을 의심하던 알카디우스는 이내 눈을 부릅뜨고 크게 소리쳤다. 알카디우스를 빼놓고 자기들끼리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던 친구들이 화들짝 놀라며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로 알카디우스를 쳐다보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아, 알카디우스 언니.”


가장 먼저 세나가 달려오자, 알카디우스는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어루만져줄 뿐 눈을 마주하거나 별 다른 말을 해주지는 않았다.


“어, 언니······.”


사실상 무시를 당해 무안을 느껴도 할 말 없었지만, 세나는 알카디우스의 굳은 표정을 보니 불안감이 더욱 가중되어 감히 입 한 번 뻥긋 하기 어려웠다.


“샤키라,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기 오면서 아주 선명하게 들었는데, 그게 다 무슨 소리야? 내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다시 처음부터 자세하게 얘기해주지 않겠어?”


알카디우스는 세나를 지나쳐 샤키라 코앞까지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그, 그게 말이야. 각자 똑같은 고민을 마음 속에 담고 있어 뭔가 좋은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하고 의논을 시작했는데······.”


목소리만 조용할 뿐, 여전히 굳어 있는 표정에 날카로운 독수리눈을 보니 평소에 위풍당당하던 샤키라조차도 감히 알카디우스와 눈을 마주하지 못했다.


‘어휴! 순식간에 죄인이 되어 버렸어. 알카디우스에게 뭐라고 둘러대야 하나?’


보아하니 세나는 어린 막내라 그냥 봐주는 것 같고, 가장 만만해 보이는 자신을 표적으로 삼은 것 같은데. 분위기가 어쩐지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사실을 털어놓지 않으면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그냥 확 도망갈까? 아니지! 웨어울프가 발바닥에 불나도록 뛰어봐야 무시무시한 드래곤 손바닥을 어떻게 벗어나나? 역시 적당히 둘러댈 만한 것을 떠올려야······.’


그때 샤키라의 귓속으로 구세주와도 같은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둘러댈 것 없어. 알카디우스에게도 얘기해야지 생각했는데 오히려 잘 됐지.”


불안 초조한 샤키라와 세나 대신 알카디우스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히드라 리스. 거대한 본래 모습 대신 조그만 능구렁이 모습이지만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근엄하게 보이는 걸까?


“리스, 지금 그 말은, 내 청각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로 받아들여도 괜찮다는 뜻이겠지? 더 이상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품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겠지?”


끄덕


알카디우스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지만 리스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아, 알카디우스, 일단 진정······.”

“리스!”

“으앗! 까, 깜짝이야!”


샤키리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기 위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는데, 알카디우스는 그녀의 우려 섞인 눈빛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고 기어이 고함을 지르고야 말았다.


“어, 언니, 제발 진정하세요.”


무서웠지만 세나가 혹시 고막이 터진 건 아닌지 부산을 떠는 샤키라 대신 최대한 말을 건네 보았지만, 안타깝게도 알카디우스의 귓가에 다른 목소리가 들어올 틈 따윈 보이지 않았다.

알카디우스는 샤키라와 세나를 철저히 무시한 채 리스를 쏘아보며 다시 한 번 소리쳤다.


“휘수를 집으로 보내주지 않을 거라고? 아르피아 대륙에 붙잡아두겠다고?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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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제238화 갈등은 결국 주먹다짐으로 (下) 19.12.06 42 1 12쪽
237 제237화 갈등은 결국 주먹다짐으로 (上) 19.12.04 40 2 13쪽
» 제236화 친구들의 음모 19.12.02 40 2 12쪽
235 제235화 자매가 앓고 있는 병 19.12.01 42 2 14쪽
234 제234화 평화로운 하루 19.11.30 35 2 14쪽
233 제233화 화해 19.11.29 44 2 14쪽
232 제232화 밝혀진 진실 19.11.27 41 2 12쪽
231 제231화 내가 시한부라니 19.11.25 40 2 15쪽
230 제230화 끝없는 정진과 희망 19.11.24 42 2 15쪽
229 제229화 변화 19.11.23 64 2 15쪽
228 제228화 골드 드래곤의 버림 19.11.22 49 2 14쪽
227 제227화 진실을 받아들여라! 19.11.20 51 2 16쪽
226 제226화 레드 드래곤을 만나야 해! 19.11.18 44 2 14쪽
225 제225화 금발의 그녀 19.11.17 44 2 15쪽
224 제224화 도망쳐! 19.11.16 38 2 13쪽
223 제223화 미안하지만 친구들을 두고 갈 수는 없어! 19.11.15 37 1 14쪽
222 제222화 친구들을 두고 떠나라니! 19.11.13 35 2 13쪽
221 제221화 드래곤 자매, 14년 만의 만남 (下) 19.11.11 46 2 13쪽
220 제220화 드래곤 자매, 14년 만의 만남 (上) 19.11.10 37 2 13쪽
219 제219화 폭풍전야 19.11.09 61 2 15쪽
218 제218화 마지막 행선지 19.11.08 47 2 16쪽
217 제217화 이별을 앞두고 찬물을 끼얹는 자 19.11.06 37 2 14쪽
216 제216화 영원히 사라져라, 침략자여! (下) 19.11.04 37 2 17쪽
215 제215화 영원히 사라져라, 침략자여! (上) 19.11.03 40 2 14쪽
214 제214화 작은 불씨를 조심하라 19.11.02 40 2 13쪽
213 제213화 전쟁터에서 웃을 수 있다니 19.11.01 44 2 13쪽
212 제212화 끝까지 힘을 내줘, 자동차야! 19.10.30 40 2 14쪽
211 제211화 목숨을 걸고 클락션을 눌러라! 19.10.28 36 2 13쪽
210 제210화 현휘수, 산을 부탁해! 19.10.27 34 2 12쪽
209 제209화 라스테리아는 멸망하지 않는다! 19.10.26 3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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