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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왕자, 황도 12궁을 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괴베클리
작품등록일 :
2023.05.10 21:45
최근연재일 :
2023.05.19 12:1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61
추천수 :
7
글자수 :
33,067

작성
23.05.14 01:39
조회
39
추천
1
글자
10쪽

천년에 한번 우는 새

DUMMY

4.


조롱, 조로로롱.


갑자기 들리는 새소리에 예리수의 눈이 아래로 돌아갔다.


아가씨가 준 새가 우는 것인가?


하지만 표칠과 상화는 바깥 쪽을 살폈다.


푸드드득.


작은 새 수십 마리가 무엇에 놀란 듯 일제히 날아서 가시덤불 속으로 사라졌다.


뭐야, 그냥 새들이었잖아.


세 소년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눈 인사를 나눈 뒤에 상화가 먼저 동쪽으로 사라졌다. 상화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본 예리수와 표칠은 이윽고 반대편으로 걸음을 떼었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숲이 너무 조용하잖아."


표칠의 말에 예리수가 숲을 살폈다. 조용하기는 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생각은 시야의 끝을 스치는 검은 빛에 바로 사라졌다.


"큰 새야, 이상한 검은 새."


표칠도 바로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예리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할아버지를 찾아왔던 그 검은 새.


"숨어야 돼."


예리수는 뛰기 시작했다. 표칠도 바로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뚜두두두...


마구잡이로 달리는 예리수와 표칠 위로 검은 새가 빠른 속도로 쫓아왔다.


"들켰어."


예리수는 절망적으로 외치며 골짜기 쪽으로 내달렸다.


쉬이이익.


날개짓을 하지 않는 새는 예리수를 덮쳐왔다. 예리수가 몸을 수그리자 새는 예리수의 등짝을 스치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저게 뭐야?"


"나도 몰라! 그냥 숨어!"


예리수와 표칠은 관목 숲으로 뛰어들었다. 예리수는 등이 축축한 느낌에 손을 뒤로 돌려 등을 매만졌다. 젖어있었다. 검은새가 덮쳐올 때 무언가 액체를 예리수의 등에 떨어뜨린 듯 했다.


검은 새의 똥오줌인가?


예리수는 찝찝한 느낌에 옷을 벗으려 했으나 이미 등 피부까지 젖어있었다.


"무슨 냄새가 나?"


"아니 아무 냄새도 안나는데?"


그러는데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예리수와 표칠은 입을 다물고 몸을 웅크렸다.




"거기 있는 것 다 알아. 밖으로 나오거라."


양둔의 절벽에서 들었던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리수는 더욱 숨을 죽이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해치치 않을 것이니 나오거라."


인자한 음색이었지만 예리수는 슬며시 비수를 꺼내 손에 꼭 쥐었다.


"같이 있는 아이를 죽이고 싶지 않다면 나와라."


이제 노인의 말이 협박으로 바뀌었다. 그 말에 표칠도 잔뜩 긴장해서 싸울 준비를 했다. 그들이 바짝 긴장해 있는데 갑자기 주변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파다다다닥.


순식간에 양쪽 옆의 덤불들이 베어져 날아갔다. 남은 것은 예리수 주변의 몇 안 되는 덤불들 뿐. 예리수와 표칠은 숨었지만 숨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가 되었다.


할 수 없네.


예리수는 비수를 허리춤에 끼우고 조심스럽게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표칠도 그 뒤에 가서 섰다.



예리수와 마주한 노인은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살아있었구나. 얼굴도 표정도 그 분을 닮았구나."


"..."


"나와 함께 돌아가자."


"할아버지를 어떻게 했지?"


예리수가 적개심 가득한 눈으로 노인을 노려보았다.


"그자는 잊어라. 그자는 네 할아버지도 아니고 그저 반역도당일 뿐이야."


예리수는 눈에 힘을 주고 노인을 노려봤다.


"할아버지를 어떻게 했냐고!"


"예는 반역의 댓가를 치뤘지."


예리수는 분노했다.


"이런 원수놈!"


예리수는 닥치는대로 바닥의 돌을 주워 노인에게 던졌다. 노인은 피하지 않았다. 날아간 돌은 노인의 1장 앞에서 무엇에 막힌 듯 탁 소리를 내며 밑으로 떨어졌다.


"나와 함께 네 집, 네 부모에게 돌아가자."


"아냐! 거짓말이야! 아빠엄마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갔다고!"


"돌아갈 수는 있는 곳이란다."


"싫어. 나는 안 갈 거야. 그리고 할아버지의 원수, 너를 반드시 죽일 거야!"


노인은 한숨을 쉬었다.


"정 그렇게 나온다면 억지로 데려갈 수 밖에."


노인은 허리에서 끈을 풀었다. 노인이 손에 힘을 주자 끈은 확 펼쳐졌다.


은빛의 불꽃이 떨어지는 투명한 올가미.


"이건 자기장 그물이라는 것이란다. 도저히 피할 길이 없는 그물이지."


노인의 친절한 설명이 없더라도 그 올가미를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너를 상대로 굳이 이걸 쓰고 싶지는 않다. 그냥 순순히 나와 같이 가자."


예리수의 머리 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저걸 피해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무리 머리를 돌려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셋을 세마. 그동안 대답이 없으면 이걸 쓰게 될 거야. 그리고 그러면 이걸 본 저 친구는 죽어야 해."


노인은 표칠을 가리켰다.


"하나."


"..."


"둘."


예리수는 갑자기 비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손에 힘을 주었다.


포스1 워크.


비수에서 푸른빛이 솟구쳐나왔다. 예리수는 그 비수를 자신의 목에 갔다 댔다. 노인의 얼굴에 순간 아차하고 낭패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나를 잡아가려 하면 나는 죽어버릴 거야!"


예리수는 푸른빛을 자신의 목에 대고 앙칼지게 외쳤다.


"장난 아냐! 정말로 죽을 거야!"


노인이 이글이글 타는 눈으로 예리수를 노려봤다. 예리수의 협박이 얼마나 진실된 것인지 시험하는 듯했다. 예리수는 푸른빛을 목에 갔다 댔다.


지지지직.


살 타는 냄새가 나며 목의 피부가 녹아내렸다. 노인은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만! 알았다."


노인이 손에 힘을 풀고 천으로 변한 올가미를 도로 허리에 걸쳤다. 예리수는 노인을 노려보다가 푸른빛을 약간 앞으로 뺐다. 목에서 액체가 흘러나왔다. 노인은 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을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칩이 어디 있나 했더니 거기 있었군."


칩?


저 노인은 이 푸른 빛의 정체를 아는 모양이네. 이게 칩이었어?


하지만 노인의 말은 달랐다.


"예가 완전 반역도당은 아니었구나. 칩을 자신이 아닌 네게 심다니."


내게 심어? 그럼 이 푸른 빛이 아니라 이 푸른 빛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칩인가?


"칩이란 게 포스 뭐라는 그걸 말하는 거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있으니 진세에서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겠군."


노인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 품에 손을 넣었다. 그 동작에 위협을 느낀 예리수가 비수를 꽉 잡았다.


"허튼 수작하지마!"


갑자기 긴장해 손이 떨렸다. 비수의 푸른 빛은 예리수 앞 섶의 옷깃을 베었다. 옷깃이 베어지며 목걸이의 새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예리수는 얼른 목 앞으로 비수를 돌렸다.


"이상한 짓 하면 바로 죽어버릴 거야!"


"이상한 짓 안 해. 지금은 그냥 너를 놓아주고 돌아가겠다. 이건 게이트의 열쇠다. 네가 돌아오고 싶어지면 그때 돌아오거라."


노인이 품에서 꺼낸 물건을 예리수에게 던졌다. 물체는 아주 천천히 날아 예리수의 앞으로 왔다.


눈 앞에 둥둥 떠있는 별 모양의 금속 물체.


예리수는 그걸 받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난 안 갈 거야. 절대 안 가!"


"그렇지 않을 걸. 곧 오고 싶어질 게다.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알람을 갖고 있으니."


노인은 손을 들어 예리수의 목을 가리켰다. 예리수는 시선을 내려 아래를 봤다. 아가씨가 준 새가 흔들리고 있었다.


알람? 이게 알람이라고? 무슨 뜻이지?


"지금은 집성(集星)의 때다. 그러니 곧 알람이 울릴 거야. 네가 그 알람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별을 안다는 것이겠지. 허니 알람이 울리면 너는 돌아오고 싶어지게 될 거다. 그때 게이트를 통과하려면 그 열쇠가 반드시 필요해. 하니 잃어버리고 후회하지 말고 잘 갈무리해 둬."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쨋든 이 새조각은 아가씨와 연관된 것이다. 만에 하나 아가씨를 만나는데 필요한 것이라면.


예리수는 손을 내밀어 금빛 별을 손에 쥐었다.


엇!


금빛 별을 손에 잡자 그대로 손바닥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기를 바란다."


노인의 머리 위로 검은 새가 날아왔다.


"복귀."


노인의 말에 하늘에서 윙윙거리던 검은 새는 순식간에 엄청나게 커졌다. 그리고 아래 부분이 하애지더니 순식간에 노인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도로 작아진 검은 새는 하늘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거는 아니지?"


넋이 나간 표칠이 하늘 너머를 보다가 고개를 돌리니 예리수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목걸이의 새가 찢어지는 소리를 비명처럼 질러댔다. 하늘을 보니 검은 새들이 온 하늘을 덮고 날뛰었다. 그 아래에서 다급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아래로 돌리니 검은 새들이 아가씨를 공격하고 있었다. 다급하게 푸른 강기를 펼친 예리수가 아가씨 쪽으로 달려가는데. 꺄아악! 검은 새가 아가씨의 눈을 파 먹었다.


"안돼!"


예리수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꿈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둠 속이었다. 아직도 생생한 꿈의 느낌에 예리수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유성들이 밤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수십, 수백 개의 유성.


집성의 때. 왜 그런지 모르지만 수 많은 유성들을 보니 노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별들이 모이는 때라.



"깨어났구나."


나무 사이로 표칠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풀들이 가득 들려있었다. 예리수가 그걸 보자 표칠이 머리를 긁었다.


"먹을 것을 찾아봤는데 이것 밖에 없네."


예리수와 표칠은 자리에 앉아 산나물들을 생으로 씹었다. 표칠이 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아가씨에게 가야겠어."


"아가씨? 그게 누구야?"


"이 새의 주인이야."


예리수는 목걸이의 새조각을 들어올리다가 놓쳐 버렸다.


찌, 뜨르르르, 찌, 뜨르르르.


천년에 한번 우는 새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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