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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왕자, 황도 12궁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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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
작품등록일 :
2023.05.10 21:45
최근연재일 :
2023.05.19 12:1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60
추천수 :
7
글자수 :
33,067

작성
23.05.12 01:32
조회
48
추천
1
글자
11쪽

별의 중력은 만물을 끌어당긴다

DUMMY

2.


"어, 이 자식 깨어났네."


누군가 밖으로 달려나갔다. 예리수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어둠 속에 보이는 눈빛들.


"야, 꺼꾸로. 너 뭐야? 어떻게 강을 거슬러 올라가?"


한 소년이 다가와 얘기했다. 예리수는 두려운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검은 새 아직도 있어?"


"검은 새? 뭔 소리야?"


없나 보다. 예리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소년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나직하게 속삭였다.


"난 표칠이야. 네 편을 들어줄 테니 너도 내 편이 되어야 해."


예리수가 뭐라 하기도 전에 표칠은 가버렸다. 이어 바로 문이 열리고 다른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 사이에 중심인물인 듯한 중년남자.


그가 들어오자 안에 있던 소년들이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행수님."


행수라 불리운 남자가 이 곳의 대장인 모양이다. 중년남자는 고개를 숙여 예리수를 살펴보았다.


"살아났구나."


예리수는 허리를 일으키며 고개를 숙였다.


"저를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응, 그러니 이 은혜는 꼭 갚아라."


중년남자는 그대로 나가버리고 광 안에는 소년들만 남았다.


예리수는 일어나려다가 바로 넘어졌다.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프지는 않았다. 예리수는 자리에 앉아 다리를 잡고 인상을 쓰며 뼈의 위치를 맞추었다.


포스1 워크.


다리에서 환한 빛이 퍼져나가는 느낌과 동시에 몸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뜨거운 기운이 지나가자 다리가 편하게 느껴졌다.


예리수는 다시 일어섰다. 설 수 있었다. 뼈가 완전히 붙은 것은 아니었지만 걸을 수 있었다. 마치 온 몸이 연체동물이 된 듯 부드럽게 출렁거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예리수는 자리에 앉아 고민에 빠졌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할아버지에게 돌아가 봐야 하나. 할아버지는 절대로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




다음날.


표칠이 다가와 속삭였다.


"시키는 대로 하고, 때리면 그냥 맞아. 그래야 도망칠 기회를 엿볼 수 있어."


표칠이 작게 속삭이고 쏜살같이 사라지자 광의 문이 열리고 환환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전부 다 나와. 새로 온 놈도 나와!"


메마르고 거슬리는 목소리의 호통이 들려왔다. 소년들이 우르르 나갔고 예리수도 다리를 쩔뚝거리며 그들을 따라 나섰다.


밖에 나가니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덩치 큰 사람을 중심으로 소년들이 쭉 늘어섰다. 덩치는 눈에 흰자가 많고 옆으로 길어서 뱀의 눈을 연상시켰다.


뱀눈. 예리수는 그를 그렇게 이름지었다. 그 순간 뱀눈도 예리수의 이름을 지었다.


"야, 넌 이름이 뭐야?"


"저는 예리..."


"아냐! 너는 개3호다. 견삼(犬三) 알겠냐? 네 이름이 뭐라고?"


"예리..."


"어? 개가 말을 하네."


뱀눈은 예리수를 노려보더니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개1호!"


"왈왈."


"개2호!"


"멍멍."


뱀눈의 지칭에 두 아이가 네 발로 엎드리며 개 소리를 냈다. 뱀눈은 그들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다시 예리수를 보았다.


"네 이름이 뭐라고?"


"저는 예리수."


"얘들아!"


소년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주먹질을 했다. 주먹과 발길질 세례. 예리수는 흠씬 두들겨 맞고 휘청이다가 넘어졌다. 뱀눈이 다시 물었다.


"니 이름이 뭐지?"


"예리..."


이번에는 뱀눈이 달려들었다. 커다란 주먹이 얼굴로 날아왔다. 예리수도 놀랐다. 자신의 손이 이렇게 빨리 움직이고 이렇게 힘이 세다니.


"어, 어..."


손목을 잡힌 뱀눈이 당황했다.


"이러지 마세요. 몸이 나으면 그냥 다른 데로 갈게요."


"이런 개자식이!"


뱀눈의 발길질이 날아왔다. 예리수는 몸을 움직여 피했다. 분노한 뱀눈은 마구잡이로 달려들었다. 예리수는 허리를 숙여 뱀눈의 허리를 잡아 매다 꽂았다.


퍽!


땅에 거꾸로 쳐박힌 뱀눈이 비명을 질렀다. 소년들은 놀란 눈으로 예리수를 바라보았다.


"뭐하는 짓이냐!"


행수의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소리보다 빠르게 그가 도착했다. 그리고 번개처럼 빠른 주먹이 날아왔다.


퍽!


정통으로 명치를 맞은 예리수가 피를 토하며 나가 떨어졌다. 행수는 쓰러진 예리수의 앞에 와서 눈을 부라렸다.


"이런 잡것.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 하다니."


행수는 소년들에게 손을 휘저었다.


"광에 가둬놔."



곤죽이 된 예리수는 손목이 묶인 채로 다시 광 안에 버려졌다. 시간이 지나고 주변이 잠잠해지자 표칠이 다가왔다.


"왜 그랬어? 그러지 말랬잖아. 행수는 무공 고수란 말이야."


표칠의 속삭임에 예리수는 표칠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진짜로 예리수를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고맙다, 표칠.


"나는 예리수야, 개가 아니라고."


"쯧쯧. 행수는 떠돌이 애들을 잡아다가 앵벌이를 시켜. 그러다가 엄한 곳에 팔아넘긴단 말이야. 순종하는 척 조용히 있어야 도망갈 기회를 잡을 수 있어. 너처럼 반항하면 제일 먼저 흑점이나 격투장에 팔려갈 거야."


흑점, 격투장.


베어죽냐, 맞아죽냐의 차이로군.


예리수는 표칠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걱정하지마. 나는 행수에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에는 살려준 은혜 때문에 그냥 맞아준 것 뿐이야."


"너 무공을 알아?"


"아냐, 몰라. 하지만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어."


근자감 쩌는 예리수의 말에 잠시나마 기대를 품었던 표칠은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너 그러다가 죽어. 행수의 무공은 뱀눈의 완력과 차원이 달라."


표칠이 가버리자 예리수는 가만히 누워 자신의 속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갔다. 예리수의 신경이 몸 구석구석을 천천히 살폈다. 온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이상하게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오감은 아주 선명했다.


이게 그 포스1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인가?




갑자기 밖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또렷이 들려왔다.


"흑의인들이 강에 떠내려온 소년을 찾아요. 그 아이가 있는 곳을 알려주면 사례를 한대요."


앳된 목소리에 이어 행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그럼 그들을 이리 데려와. 그리고 저 녀석이 도망가지 못하게 철저하게 감시해."


깜짝 놀란 예리수는 벽을 살폈다. 광의 한쪽에 허름한 구석이 눈에 들어왔다. 두 손목을 돌려 밧줄을 끊어낸 예리수는 조심스레 그리로 다가갔다. 예리수가 목재들 사이에 난 작은 구멍에 손을 넣자 표칠이 고개를 저었다.


"야, 관둬. 이건 커다란 통나무로 지은..."


우지직.


목재를 부러뜨려 구멍을 낸 예리수는 표칠을 돌아보고는 그 구멍으로 기어나갔다. 소년들이 그 모습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놀란 아이들은 한참동안 그대로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한 소년이 밖으로 나가 소리쳤다.


"개3호가 도망쳤어요!"


광으로 득달같이 달려온 행수는 뚫린 구멍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모두 놈을 쫓아!"




구멍으로 빠져나온 예리수는 절뚝절뚝, 뒤뚱뒤뚱거리며 걷고, 뒹굴고, 기면서 악착같이 도망쳤다. 흑의인들이라면 할아버지를 찾아온 그 흑의인과 한 패일 것이라는 생각에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마른 냇물을 건너고 관목 사이를 지난 예리수는 높다랗게 자란 수수밭으로 기어들어갔다. 멀리서 사람들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예리수는 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수수밭 사이를 기어갔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예리수는 본능적으로 사람들 소리가 들리는 반대 쪽으로 기어갔다. 수수들은 출렁거리며 예리수에게 길을 비켰다. 가느다란 수수깡 너머로 울창한 숲이 보였다. 그걸 목표로 예리수는 바삐 기어갔다.


이제 한줌의 수수깡만 빠져 나가면...


수수밭을 나온 예리수는 심장이 멎을 듯이 놀라 제자리에 멈춰섰다. 나오자마자 사람과 마주친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표칠이었다.


표칠도 놀랐다가 조용히 손을 들어 왼쪽을 가리켰다. 예리수는 잠시 표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반대쪽으로 뛰어가 나무 사이로 달려들어갔다.


그쪽은 안돼!


표칠의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숲은 예상외로 덩굴과 가시덤불이 가득했다. 예리수는 빠르게 나아갈 수 없었다. 뒤편에서 수풀을 헤집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리수는 사력을 다해 덩굴을 헤집고 앞으로 나아갔다. 덩굴 사이로 저쪽에 보이는 거대한 나무 하나. 예리수는 그걸 목표로 수풀을 헤저으며 나아갔다.


마침내 마지막 덩굴들을 헤치자 달리던 관성에 몸이 앞으로 꼬꾸러졌다. 구르던 몸을 일으켜보니 공터였다.


예리수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절망을 느꼈다.


"여기 있다!"


행수와 소년들이 예리수를 둘러쌌다. 그들이 가까이 오자 예리수는 주먹을 들어올렸다.



"비켜!"


허공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두 개의 검은 물체가 하늘에서 떨어지듯 나타났다. 행수와 소년들이 뒷쪽으로 물러났다.


복면을 한 흑의인 둘.


그들에게서는 날카롭고 차가운 기운이 풍겨났다.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두려움이 뇌리를 휩쓸었다. 예리수는 득달같이 옆으로 내달렸다. 그러자 흑의인이 팔을 쭉 뻗었고 큰 파공성과 함께 예리수는 그대로 날아가 큰 나무에 부딪혔다.


포스2 포츈 온(ON).


몸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예리수는 피를 토하고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흑의인은 손에 웅웅거리는 철공을 들고 예리수에게 다가왔다. 다가설수록 철공은 더욱 크게 웅웅거리며 꿈틀거렸다.


예리수에게 다가간 흑의인은 완전히 실신한 예리수의 상태를 보고 팔을 내렸다. 그리고 뒤돌아섰다.


"됐습니다."


흑의인들이 서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행수가 앞으로 나섰다.


"물건을 찾아드렸으니 결제를 해주십시오."


휘익!


윽!


흑의인이 던진 물체에 맞은 행수가 뒤로 넘어졌다가 고통을 참으며 일어났다. 뱀눈이 달려가 떨어진 물체를 주어들었다. 은원보였다.


뱀눈은 그걸 행수의 눈앞에 들어보였다. 행수가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을 참으며 흑의인에게 말했다.


"약속보다 부족합니다."


"물건을 확인한 연후에 보자."


흑의인은 예리수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 몸을 뒤집었다. 예리수의 얼굴이 드러나자 다른 흑의인도 다가와 예리수의 얼굴을 확인했다.


예리수의 얼굴을 확인한 흑의인들은 난감한 눈빛을 띄었다.


"벗겨봐."


흑의인은 예리수의 몸을 다시 뒤집더니 웃옷을 거칠게 찢었다. 달빛을 받아 예리수의 어깨가 하얗게 빛났다.


흑의인들이 뒤로 돌아섰다.


"아니다."


흑의인이 행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은원보를 돌려달라는 뜻이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건 그쪽의 착오이니..."


순간 은빛이 빛났다.


헉!


흑의인이 던진 암기가 정확히 행수의 목을 꿰뚫었다. 행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아무래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놈들로 보인다. 나는 놈을 찾을 테니 너는 여길 정리하고 와라."


한 흑의인이 말과 동시에 사라지자 남은 흑의인은 뱀눈과 소년들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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