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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베클리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왕자, 황도 12궁을 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괴베클리
작품등록일 :
2023.05.10 21:45
최근연재일 :
2023.05.19 12:1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58
추천수 :
7
글자수 :
33,067

작성
23.05.11 01:10
조회
69
추천
1
글자
10쪽

별똥별은 꼬리를 남긴다

DUMMY

1.


'할아버지, 나는 왜 엄마아빠가 없어요?'

'네 엄마와 아빠는 절대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단다.'

'왜요?'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할아버지! 오늘 서문장 아가씨가 제게 말을 걸어줬어요!'



'아가씨는 저를 좋아한 게 아니였어요. 아가씨는 새를 좋아한대요. 그래서 찌루 때문에 저에게 말을 걸어준 거였어요.'

'...아니에요. 슬프지 않아요. 오히려 제가 매잡이라는 게 생전 처음으로 자랑스러워졌어요.'



'할아버지, 왜 무공은 안 가르쳐주고 맨날 이상한 것만 하라고 해요? 사람들이 할아버지는 무공 고수라고 그러던데.'

'이 할애비는 그저 매잡이일 뿐이다. 너에게도 매잡이에게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것이란다.'

'하지만 그건 매사냥하는데도 아무 필요없는 동작들이잖아요.'

'나중에 알게 될 거다. 제대로 된 매잡이가 되려면 뭐가 필요한지. 그러니 할애비가 하라는 대로 해.'



'아가씨가 새를 보여줬어요. 아가씨는 아주 작고 예쁜 새를 갖고 있어요. 그 새가 찌루를 무서워해서 멀리 보낸 이후에야 그 새를 볼 수 있었어요. 그 새는 아가씨처럼 작고 여리고 예뻤어요.'



'아가씨가 새 이야기를 해줬어요. 저 멀리멀리, 아주 먼 곳에 아주 크고 검은 새가 살고 있대요. 아가씨는 그 새가 보고 싶고, 갖고 싶대요. 그런데 그 새가 있는 곳에 가려면 무림 고수이어야만 한대요. 할아버지, 나는 무림 고수가 되고 싶어요.'

'수야, 아가씨를 너무 자주 만나는 것 같구나. 그런 대가집 사람들과 매잡이인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란다. 계속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하지만 그 크고 검은 새를 잡아주면 아가씨랑 같이 있을 수 있을 거에요.'



'아가씨가 작은 새 조각을 줬어요. 돌로 만든 건데 아주 검고 하얀색의 새 조각이에요. 아가씨는 이 새가 천년에 한번 운다고 했어요.'


예리수는 새 조각을 목걸이로 만들어 목에 걸었다. 밤에 밝게 빛나는 별을 보며 죽을 때까지 벗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언덕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봤어요. 별똥별을 보고 아가씨가 비밀이라며 말해줬는데... 아가씨는 아주 큰 별똥별이 떨어지는 날 태어났데요. 그래서 이름을 혜(彗)라고 지었대요.'


이 이야기를 하고 난 다음 날이었다. 할아버지가 멀리 이사가자고 한 것은.



예리수가 제녕을 떠나는 날, 아가씨는 서문장 3층의 난간에 서서 멀어져가는 예리수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예리수는 한 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목에 걸린 새 조각을 매만졌다. 아가씨의 마지막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수야, 이 새가 울면 반드시 나를 찾아와.'




오년 후.


제녕과 만리나 떨어진 척박한 땅.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예리수는 오늘도 찌루를 날렸다.


저녁이 되어 골짜기의 집으로 돌아온 예리수의 표정은 어두웠다.


"할아버지, 오늘도 아무 것도 못 잡았어요. 찌루가 높이 날려하지 않아요."


할아버지는 찌루를 팔뚝에 앉히고 고기 조각을 잘라 찌루에게 먹였다.


"수야, 이제 이 할애비도, 찌루도 너무 늙었구나. 이제는 너 혼자 살아나갈 생각을 해야겠다."


"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할아버지 없이 제가 어떻게 혼자 살아요!"


"모든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는 법. 이제 그 끝과 시작이 만날 시간이 되었다."


"무서운 말 하지 마세요."


할아버지는 예리수의 말을 무시하고 하늘을 살폈다.


"오늘 밤이 좋을 것 같구나."




그날 밤.


할아버지는 잠든 예리수의 혈도를 눌렀다. 그리고 땅 속 깊이 숨겨놨던 항아리에서 약병을 꺼냈다. 할아버지는 거기에서 작은 침들을 꺼내 예리수의 몸 여기저기에 찔러 넣었다.


다음날부터 예리수는 몸 여기저기가 계속 아팠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걱정을 할까봐 속으로 숨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저기 보세요! 저게 뭐에요?"


밤하늘에 전에 없던 큰 별이 나타났다.


"저건...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라면 초신성이라고 하는데... 만일 그게 아니라면..."


말을 흐리는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할아버지. 이상한 검은 새가 하늘을 배회해요."


"검은 새?"


"네. 찌루가 날지 않으려 해서 하늘을 보니 저 멀리에 검은 새가 떠돌고 있었어요. 찌루가 그 새를 무서워하는 것 같았어요."


"그 새가 날개짓을 하던?"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날개짓을 하지 않고 그냥 하늘을 비행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검은 새가 나타난 게 이번이 처음이냐?"


예리수는 고개를 숙였다. 마치 검은새가 나타난 것을 미리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요 며칠 사이 몇 번 봤어요. 그런데 찌루가 그 새를 무서워한다고 느낀 건 오늘이 처음이에요."


"리수야."


언제나 '수야'라고 부르던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리수야'라고 불렀다. 그 말에 놀라 할아버지를 쳐다본 예리수는 왠지 모를 두려움에 휩싸였다.


"리수야, 만일에, 만일에 말이다."


"..."


"이 할애비와 헤어지게 되면 절대로, 절대로 이 할애비를 찾아오면 안된다."


"헤어지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그건 절대 안돼요."


"그러니 '만일에'란 말이다."


"..."


"알았지? 그렇게 되면 절대로 이 할애비를 찾아오면 안돼."


"왜요?"


"... 그러면 이 할애비는 죽게 된단다. 그리고 너도 죽어."


"이해할 수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예리수의 안달에도 할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절벽 끝을 바라보았다.


"됐다, 절벽 위로 가자."




절벽 위에는 검은 새가 떠돌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과연 그 새는 날개짓을 하지 않았다.


예리수는 절벽 끝에 가서 천길 낭떠러지 밑의 거친 급류를 보았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할아버지를 한번 더 보았다. 어쩐지 지금 기억해놓지 않으면 할아버지 얼굴을 잊어버릴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의 얼굴을 마음에 새긴 예리수는 평소처럼 움막 뒤에서 찌루를 팔뚝에 올렸다. 찌루는 날으려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절벽 위로 올라와 할아버지와 마주 섰다. 둘은 한동안 별 말이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검은 옷의 노인이 입을 열었다.


"칩만 돌려주면 그냥 가겠네."


"그건 없어. 저 절벽 밑으로 던져 버렸거든."


"그렇게 나온다면 하는 수 없군. 자네의 몸에서 사리들을 빼내는 수 밖에."


"내가 부천가? 사리가 있게?"


할아버지의 말에 검은 옷의 노인이 품에서 검을 꺼냈다. 아니 검이 아니라 검잡이를 꺼냈다. 노인이 손에 힘을 주자 검잡이에서 푸른 빛의 강기가 솟아 올라왔다.


"가져가."


할아버지는 두 팔을 벌렸다. 검은 옷의 노인이 검을 들었다. 검은 옷의 노인이 금새라도 할아버지를 벨 것 같았다.


"안돼!"


예리수가 비수를 들고 움막 앞으로 뛰쳐나왔다. 할아버지와 노인의 시선이 예리수에게 돌아갔다.


흑의노인의 눈초리가 위로 치켜 올라갔다. 노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예리수를 바라보았다.


"살아있었어?"


"죽었어!"


할아버지는 말과 동시에 두 손을 뻗었다. 거기서 뻗어나온 엄청난 힘이 예리수를 허공으로 날렸다.


"아아악!"


예리수는 비명 소리와 함께 절벽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포스1 데스티니 온(ON).


어깨 부근에서 뜨겁고 밝은 빛이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는 찰나,


쾅!


예리수는 무언가에 부딪혔다.


견딜 수 없이 강한 충격. 예리수는 정신을 잃고 물 속으로 풍덩 빠졌다. 협곡의 격류는 예리수의 몸을 빠르고 거칠게 끌고 갔다.


쾅.


또 무언가에 부딪히는 강한 충격에 예리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자 마자 몰려오는 엄청난 통증.


뭔가를 잡으러 손발을 휘젓는 순간 사지의 어딘가가 뿌러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급류가 한번 굽이치자 강폭이 넓어지며 예리수의 몸이 물 위로 떠올랐다. 눈 앞의 물보라가 흩어지며 시야에 들어오는 푸른 창공. 잠시 푸른 빛이 눈에 들어오는가 싶었는데 그 푸른 화면을 검은 빛이 가로 질렀다.


검은 새.


예리수는 본능적으로 물 속으로 몸을 숨겼다. 물 속을 헤저으며 한참을 간 이후에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가뿐 숨을 내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갑자기 물살이 빨라졌다.


예리수가 물살에 저항하려 버둥대는 순간 또 시야를 스치는 검은 빛.


예리수는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 물살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물살이 더욱 거세지는 듯 싶더니.


"으아아아!"


거대한 추락 이후에 예리수는 깊은 소 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저거 보여?"


꾀죄죄한 소년이 강물 위에 떠오는 물체를 가리켰다. 다른 소년들이 그가 가리키는 물체를 보았다.


"사람 같은데?"


"그런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물체는 민강(泯江)의 흐름을 거슬러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소년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그리고 장대를 돌려 그 물체를 끌어냈다.




'할아버지, 왜 저를 죽이려 했나요?'

'너는 이미 오래 전에 죽은 자다.'

'아니에요. 할아버지가 저를 죽이려 했다구요!'

'너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야해.'

'싫어요! 나는 아가씨에게 갈 거에요!'

'그 별을 쫓지 마라. 그건 네 운명이 아니야.'

'아니에요! 갈 거에요, 나는!'


소리를 지르던 예리수는 눈을 떴다.


어둠.


희미한 빛이 새어드는 어둠 속에서 예리수는 시리우스처럼 푸르게 빛나는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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